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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선거철 네거티브 폭로전 그 후

[사설] 단 1명 기소로 끝난 대선 네거티브 사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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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8:30 / 문화일보

지난해 12월 대선 역시 네거티브 선거사범이 ‘마지막 승리자’였다는 것이 13일 검찰의 고소·고발 사건 수사 마무리를 지켜본 우리의 진단이다. 각종 의혹을 양산하며 고소·고발전을 펴왔지만 기소된 정치인은 단 1명에 그쳤다. ‘BBK 의혹’과 ‘김경준 기획입국’ 관련 고소·고발도 흐지부지됐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반대하는 청와대 홈페이지 글로 고소·고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사건 자체가 각하됐고, 윤승용 전 대통령대변인과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모두 무혐의로 끝났다. 이것이 공소시효 만료일 19일을 엿새 앞둔 주말 검찰의 허망한 결론이다.

우리는 지난주 한나라당이 경색 정국을 푼다는 ‘우호’ 허울을 앞세워 통합민주당측을 고소·고발한 사건 전반을 취하하고 야당이 반색할 당시 그것은 정략(政略) 야합의 법치(法治) 흔들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검찰도 결국은 네거티브 사범에 대한 일괄 면죄부 발부로 그렇게 흔들린 법치를 더 흔들리게 했다는 의미에서 공범이라 할 만하다.

검찰은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시계를 문제삼았던 김현미 전 의원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해 법원의 심판에 넘기기로 했다. 또 정동영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의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하면서 얼마나 바빴으면 그랬을 것이냐라는 식의 동정론을 버젓이 폈다. 피의사실은 인정되지만 기소를 유예하는 경우 검찰사건사무규칙 제71조에 따라 피의자를 엄중 훈계하고 개과천선(改過遷善) 서약서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것도 홍준표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 7명, 또 한나라당으로부터 고발당한 민주당 전·현직 의원 7명이 어떻게 하나같이 무혐의냐고 따지는 것만큼 부질없을 듯싶다.

정치권과 검찰은 이렇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검은 정치와 올곧지 못한 법치를 악순환시키고 있다.


[사설] 다음 대선 때 흑색선전 드나들 대문 열어준 것


기사입력 2008-06-05 23:02 / 조선일보

6·4 재·보선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이 5일 곧바로 BBK 사건을 포함해 대선과 관련된 고소·고발 30건 전부에 대한 취하 방침을 밝혔다. 강재섭
대표는 "대선 때마다 있던 네거티브는 한번은 꼭 짚고 해당 정당과 당사자의 반성과 참회를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정치권 모두의 화합을 위해 한나라당이 고소·고발한 것은 취하하겠다"며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지금 워낙 궁지에 몰려 있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야당의 환심을 사고 국회 문을 열어 정국을 정상화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수시로 정동영 전 대선후보 등 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고소·고발된 상태에서 여당과 대화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걸 흘려왔다. 그러나 이런다고
통합민주당
이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당장 반색을 하면서 국회로 들어올 수는 없을 것이지만, 길게 보면 한나라당의 고소·고발 취하가 여·야 간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흑색선전을 근절시켜 보겠다는 다짐은 또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BBK 전 대표
김경준
씨는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그 후 검찰에 나와 "BBK는 내 소유였던 회사이고 이면계약서도 내가 위조한 것"이라고 시인했다고 한다.

승자 독식의 대선에서 양측은 죽기살기로 싸운다. 여기에 TV 방송이 가세하면 얼마든지 바늘을 소로 둔갑시킬 수 있다. 그렇게 당해서 낙선한 쪽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 때도 그랬고, 2007년 대선에서도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이번만은 한나라당이 고소한 것이든, 민주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소한 것이든 전부 다 재판까지 가서 흑백을 완전히 가렸어야 했다. 진통이 적지 않았겠지만 흑색선전의 악순환을 여기서 끊었어야 했다. 그러나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다음 대선에서도 흑색선전이 드나들 문을 활짝 열어둔 셈이다. 아무리 흑색선전을 해도 선거에서 이기면 그만이고, 지더라도 얼마 안돼 고소·고발이 취하될 텐데 누구도 뒷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강 대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정치'라는 말이 오용(誤用)되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런 경우다.


[사설] 대선 고소·고발 일괄 취하-또 政略이 흔드는 法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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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7 09:00 / 문화일보

공명선거를 위한 법치(法治)가 또 정략(政略)에 휘둘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5일 BBK사건을 포함,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통합민주당 측을 고소·고발한 25개 사건을 일괄 취하하기로 한 것은 법정 개원일에도 국회를 제대로 열지 못할 만큼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한 ‘우호의 초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법과 원칙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선거전 종식’을 되뇌며 대선 이후 야당 측의 취하 요구를 거부해온 것도 실은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밖에 안된다. 강재섭 대표가 “대선 때마다 있던 네거티브는 한번은 짚고 해당 정당과 당사자의 반성과 참회를 듣고 해결하고자 했지만, 정치권 화합을 위해 고소·고발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도 세(勢)의 유·불리만 좇는다는 내심의 우회적 표현쯤이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도 “뒤늦었지만 정부·여당이 화합의 정치를 펴나가겠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대선의 검은 의혹은 이렇듯 ‘여야 야합’으로 그 그림자까지 지워가고 있다.

각종 선거 때마다 공명 분위기를 역설해온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범죄 엄단을 공언해온 경찰·검찰도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4·9 총선의 예에서도 그랬듯이 ‘법질서 확립에 대한 검찰 의지의 시험’(임채진 총장)이라는 자세로 흑색 사범 근절을 강조해온 검찰은 여전히 “네거티브 사범은 취소 여부와는 관계없이 엄단하겠다”고 하지만 되레 안쓰럽게 들린다. 대선사범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19일을 앞둔 정치권의 야합 앞에 그같은 의지를 얼마나 더 추스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4·9 총선사범 엄단도 무망해질 판이다. ‘다 좋은 게 좋지 않으냐’는 여야의 맞장구는 준법과 불법의 경계마저 흐리고 있다.


민주, 대선 고소.고발 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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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10:33 / 연합뉴스

통합민주당은 11일 지난해 말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9건을 모두 취하.취소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5일 민주당에 대한 대선 고소.고발 25건을 취하한 데 이어 이번에 민주당도 같은 조치를 취함에 따라 대선과정에서 빚어진 양당간 고소.고발 사건은 정치적 해결을 보게 됐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관련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나라당과 관련한 고소.고발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대선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 공방을 법적으로 끌고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의원들과 보좌진들이 고통을 당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날 취하.취소된 고소.고발건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이 제기한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등을 비롯해 모두 9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