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각도 청와대 수석 일괄사퇴에 보조 맞춰야
기사입력 2008-06-06 23:08 / 조선일보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7명(대변인 포함) 전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쇠고기 협상부터 파동까지 제대로 한 일이 없다. 그 결과 서울 한복판이 매일 시위로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청와대 참모진이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것을 대통령과 정부가 새 출발하는 첫걸음이 되게 만들려면 한승수 총리 이하 장관 전원이 사퇴서를 내는 수밖에 없다. 내각은 국민 앞에 제출한다는 심정으로 사퇴서를 써야 한다.
청와대 수석 일괄 사퇴와는 달리 내각 총사퇴는 국정에 상당한 문제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국회가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각이 사실상 총사퇴로 가면 새 장관 청문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국무회의도 열 수 없는 국정 마비상태가 몇 달 이어진다면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은 그런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이 새 출발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남은 4년 9개월의 임기 동안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식물상태에 빠질 수 있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문제와 혼란을 각오하고라도 정부가 새 출발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잘못한 장관 몇 명 바꾼다는 식으로는 결코 새 출발을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사실상 조각(組閣)을 다시 하는 수준으로 정부를 바꾸겠다고 선언하면 야당도 국회 문을 열어 장관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청와대 기류를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 중진 모임에서 "대통령이 내놓을 국정 쇄신안에는 과감한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의문"이라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이들의 걱정이 현실화되면 그 후의 사태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뿐 아니라 현 시국도 대통령과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돼야 풀릴 수 있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 안팎이 내각의 대폭 개편을 바라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이 마음과 함께해야 한다.
[사설] 재협상 국면, 책임지고 내각 총사퇴해야
기사입력 2008-06-04 00:14 최종수정2008-06-04 10:31 / 중앙일보
정부가 결국 미국에 쇠고기 재협상을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번 재협상 요구가 궁지에 몰린 정치적 선택이란 점은 이해한다. 정부 지지율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난국을 돌파할 리더십마저 실종된 상태에서 80%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 외에 다른 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서명까지 끝낸 협정문을 국민 반발에 밀려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흔치도 않고, 유례도 없는 일이다. 내각책임제 국가라면 정권이 무너질 사건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합의 이행을 연기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현지 주재 대사의 원칙적 언급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한국과의 재협상이 일본·대만과의 쇠고기 협상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미국 입장도 충분히 짐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가 한국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전체 물량의 5%도 안 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결코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미국이 재협상 형태든 수출업계의 자율규제 형식이든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
원래 통상분야의 재협상은 기존 합의문을 뒤엎는 극약처방이다. 양국 간의 이익 균형을 맞춰 타결한 합의문을 한쪽에서 깰 때는 호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한·일 어업협정 당시 우리 측 실수로 쌍끌이 부문을 누락했다가 뒤늦게 재협상에 나선 적이 있다. 결국 한국은 쌍끌이는 포함시켰지만 다른 어업분야의 쿼터를 일본에 더 많이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중 마늘 파동 때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금지를 내리자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재협상 요구로 가뜩이나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은 훨씬 어려워지게 됐다. 미국이 한·미 FTA의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소득 중 교역(수출액+수입액) 비중이 71.6%나 되는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앞으로 국제 통상무대에서 누가 한국의 발언이나 약속을 믿어줄 것인가. 우리 국격(國格)의 실추는 피할 수 없다.“대외신인도를 잃더라도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우리는 쇠고기 파동이 재협상 국면에 이르기까지 광우병보다 오히려 현 정부의 무능에 훨씬 더 큰 공포감을 느낀다. 협상과정에선 실수가 꼬리를 물었고, 내놓는 수습 대책마다 뒷북치기 일쑤였다. 이런 내각에 대해 어떻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표현을 썼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검역주권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터져나올 때마다 허겁지겁 미국 측 외교서신(레터)을 장관 고시에 삽입하는 등 땜질에 그쳤다. 결국 추가 협의에 이어 “재협상은 없다”는 스스로 세운 원칙마저 무너뜨렸다. 이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전형적인 상황 추수주의(追隨主義)일 뿐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0일이다. 비슷한 혼란이 반복된다면 남은 4년9개월이 암울하다. 이번 사태는 내각 전체가 책임질 일이다. 외교적 협정을 포기할 만큼 대책도 없고 무능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망신이요 추태다. 재협상할 바엔 왜 진작 그 얘기를 못 꺼냈는가. 이런 식으로 국정을 처리하는 내각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몇몇 희생양으로 그쳐서 될 일이 아니다. 그 첫 단추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 내각에서 누구를 퇴진시키느냐보다 누구를 남길 것이냐를 따지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출발부터 '고소영' '강부자'로 비아냥을 산 내각이 능력마저 바닥을 드러낸 마당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청와대 비서진도 완벽히 물갈이해야 한다.
[사설] 식물내각 국정공백 최소화해야
기사입력 2008-06-10 18:31 / 매일경제
한승수 국무총리는 어제 내각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미 나흘 전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7일 만에 내각과 청와대 진용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 처지에 몰렸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강도 높은 인적 쇄신 없이는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을 수 없다.
인적 쇄신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국민통합의 강력한 의지를 담는 것이다. 더 이상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른 계파와 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탕평인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다시 대선 전리품 챙기기나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대통령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반대편에 섰던 분들과 저를 힘들게 했던 분들도 내일부터 하나가 되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그런 통합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때다.
새 내각과 참모들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보다 엄격한 도덕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초대 내각과 참모들을 뽑을 때는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의 오도된 실용주의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 이 대통령도 이미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자인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넓은 인재 풀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측근들에게 의존하는 인사검증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또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비롯한 인사 전반에 걸친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지 않으면 이 같은 쇄신이 효과를 낼 수 없다. 장관들을 새로 뽑아놓아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절차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으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내각이 식물인간처럼 간신히 지탱하는 상황에서 고유가 충격을 줄이기 위한 민생안정 대책도 겉돌게 될 것이다.
그러나 18대 국회는 아직 개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촛불시위를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국정 혼란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국민의 뜻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대의기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설] ‘전면적’ 인적쇄신만이 해답이다
기사입력 2008-06-09 20:56 / 한겨례신문
청와대 수석들이 지난주 일괄 사퇴서를 낸 데 이어 이르면 오늘 한승수 국무총리 등 내각이 전원 사퇴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에 대한 인적 쇄신은 그 폭과 시점만 남는다.
여권의 현재 분위기는 청와대 보좌진은 대폭 교체하되 내각은 소폭으로 하는 쪽이라고 한다. 곧, 청와대 진용은 류우익 비서실장을 포함해 너덧 명의 수석을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각에서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논란이 됐던 장관 몇몇을 교체하는 선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번 기용한 사람은 잘 바꾸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생각해 내각 쪽은 될수록 손을 적게 대겠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그런 기류라면 정권 핵심의 대응이나 생각이 너무 안이하다. 지금은 통상적인 개각이나 청와대 보좌진 교체가 아니라 한 정권의 생사가 걸린 비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땜질식으로 몇몇 인물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꾸면 국정 공백이 오느니 어쩌니 하면서 은근히 국민을 협박하거나, 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하나만 바꿔도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번 여론을 떠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신을 못 차렸다고밖에 할말이 없다.
지금 수십만 국민이 연일 거리로 나와 ‘이명박 대통령 물러나라’며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내각제 국가였다면 사실 정권이 몇 번 바뀌고도 남았다. 이러한 위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해답은 명백하다. 처절한 자기반성과 새 출발을 보여주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100일의 실패에 책임이 있거나 국민에게 지탄받는 사람은 모두 바꿔야 한다. 지금은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걱정하고 일순간의 국정 공백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길은 대폭적이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밖에 더 있는가.
또 중요한 것은 누가 쇄신을 주도하느냐는 것이다. 이 일은 현재의 청와대 인사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누군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윤리성이나 도덕성을 팽개치고 알량한 능력론을 내세워, 코드 인사를 주도한 인사 실패의 책임자들이다. 이들부터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적 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인적 쇄신에 임해야 할 것이다.
[사설] 제2 組閣 수준 인적 쇄신 아니면 민심수습 어렵다
기사입력 2008-06-09 14:00 / 문화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내각에 대한 쇄신의 폭과 시기를 재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10일을 넘겨가며 인적 쇄신 방안을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해온 것이다. 인적 쇄신의 관건은 그 전모가 드러날 때 그로써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아닐 수 없다. 민심 수습의 결정적인 일대 계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미봉이라는 비판에 싸여 민심을 더 등돌리게 할 것인가.
이 대통령의 행정부 개편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포함하는 소폭 개편에 그칠 경우 민심 수습엔 역부족이리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현재 10%대 후반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전면적 개편 단행에 준하는 일대 쇄신의 불가피성을 말해준다. 의원 내각제라면 내각의 총사퇴가 진작 이뤄졌을 것 아닌가. 한 총리를 포함해 제2의 조각(組閣)에 가까운 전면 쇄신을 우리가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가 측근 실세 몇몇에 의해 권력 투쟁의 온상이 되다시피 했다는 말도 공공연해지고 있다. 창업 공신 중 한 사람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7일자 한 회견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을 ‘청와대 A, B, C’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한나라당 D의원’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이)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해 장·차관 자리와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어 고소영·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권력의 사유화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 기용 내막에 대해 “나를 만나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거야’라고 말한 사람을 임명한 것도 B 비서관”이라고 덧붙인 대목은 진실 여하에 앞서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정 의원 발언이 정부의 지지도 추락과 리더십 진공상황에서 자신만 살겠다는 계산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사실이든지 사실에 가깝다면,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전면 개편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도 5일 한국미래포럼 주최 예배에 참석해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듣기 나름으로는 쇠고기 촛불시위 정국을 더 악화시킬지 모른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일역으로서 더 없이 경망스럽다.
인적 쇄신 역시 국민의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면 민심의 기울기를 되돌리긴커녕 하지 않음만 못할 것이다. 제2 조각, 첫 조각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내각 개편과 청와대 전면 쇄신을 서두르기 바란다.
[사설]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는 게 먼저다
기사입력 2008-06-10 18:56 / 한겨례신문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개편 폭이 커지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전원 사표를 낸 데 이어, 어제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내각 총사퇴 의사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현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주물러온 것으로 알려진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도 물러났다. 청와대와 내각에서 처음 예상보다 폭넓은 인적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현시국의 엄중함을 고려하면, 전면적으로 인사 쇄신을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인적 개편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이 이 정부에 실망하고 화를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대표적이다. 국민 다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대운하 추진을 반대했는데도, 이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모호한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은 분명하게 대운하를 포기하라고 말하는데 왜 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이런 점들이 촛불의 숫자를 수만, 수십만으로 늘린 핵심 요인이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하면서도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줄기차게 ‘내 사람’ 심기를 강행하는 걸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숱한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와이티엔(YTN) 사장에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구본홍씨를 임명한 건 단적인 예다. 국민은 이런 걸 보면서 ‘도대체 이 정권은 여론을 경청할 생각이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이런 질문에 우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주요 정책에서 방향을 바꿨음을 보여줘야 한다. 대운하 건설 포기를 선언하고,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내 사람’ 심기를 그만둬야 한다. 재벌 위주,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바꾸고, 그에 걸맞게 경제팀을 새로 짜야 한다. 국정운영 기조를 재정비한 이후에, 유능한 인재들을 폭넓게 찾아서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시키는 게 올바른 순서다. 시민사회 진영의 인사들을 발탁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주요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몇 사람만 바꾸거나, ‘박근혜 총리론’에서 보이듯 보수층 결집을 노린 인사를 통해 현시국을 돌파하려고 해선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사설] 인적 쇄신, 근본적 처방 필요하다
기사입력 2008-06-11 01:37 / 경향신문
이명박 정권 출범 107일 만에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적쇄신의 범위를 두고 본격적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논의는 단순한 대증요법적 인적 쇄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듯하다. 근본적 병인(病因)을 제거하지 않고 상처만 덮는다면 어떻게 이명박 정권의 순항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현재 초점은 인적 쇄신 대상에 이른바 ‘빅 2’인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의 포함 여부와 경질될 각료와 비서관 숫자에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각료의 상당수는 전문관료 또는 전문가 출신이다.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개인적 연줄을 타고 한 자리를 꿰찬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이 바뀐다면 국민은 일시적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과 불신의 ‘뿌리’부터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박영준 비서관과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은 모두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과 관계있는 사람이다. 이들의 막강한 권력 배경에 이 의원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상득 의원의 친구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대통령의 ‘형님’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이 그제 이들 ‘형님’과 국면전환 방안을 최종 협의했다는 사실에서 그들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시중에서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뜻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자서전 ‘온 몸으로 부딪쳐라’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면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말은 대통령도 잘 알다시피 ‘인사가 망사(亡事)도 될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첫 인사를 망사로 만들었다.
이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이제 외길이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다른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통령은 우선 ‘형님’과 그 측근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바꿔보자는 식의 쇄신으로는 현재의 난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깝게는 대통령을 위해, 나아가 국민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대통령과 형님들의 결단을 촉구한다.
기사입력 2008-06-06 23:08 / 조선일보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7명(대변인 포함) 전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쇠고기 협상부터 파동까지 제대로 한 일이 없다. 그 결과 서울 한복판이 매일 시위로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청와대 참모진이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것을 대통령과 정부가 새 출발하는 첫걸음이 되게 만들려면 한승수 총리 이하 장관 전원이 사퇴서를 내는 수밖에 없다. 내각은 국민 앞에 제출한다는 심정으로 사퇴서를 써야 한다.
청와대 수석 일괄 사퇴와는 달리 내각 총사퇴는 국정에 상당한 문제를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국회가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각이 사실상 총사퇴로 가면 새 장관 청문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국무회의도 열 수 없는 국정 마비상태가 몇 달 이어진다면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은 그런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이 새 출발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남은 4년 9개월의 임기 동안 대통령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식물상태에 빠질 수 있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문제와 혼란을 각오하고라도 정부가 새 출발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잘못한 장관 몇 명 바꾼다는 식으로는 결코 새 출발을 할 수 없다. 대통령이 사실상 조각(組閣)을 다시 하는 수준으로 정부를 바꾸겠다고 선언하면 야당도 국회 문을 열어 장관 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청와대 기류를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 중진 모임에서 "대통령이 내놓을 국정 쇄신안에는 과감한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의문"이라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이들의 걱정이 현실화되면 그 후의 사태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뿐 아니라 현 시국도 대통령과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 돼야 풀릴 수 있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70% 안팎이 내각의 대폭 개편을 바라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이 마음과 함께해야 한다.
[사설] 재협상 국면, 책임지고 내각 총사퇴해야
기사입력 2008-06-04 00:14 최종수정2008-06-04 10:31 / 중앙일보
정부가 결국 미국에 쇠고기 재협상을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번 재협상 요구가 궁지에 몰린 정치적 선택이란 점은 이해한다. 정부 지지율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난국을 돌파할 리더십마저 실종된 상태에서 80%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 외에 다른 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서명까지 끝낸 협정문을 국민 반발에 밀려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흔치도 않고, 유례도 없는 일이다. 내각책임제 국가라면 정권이 무너질 사건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합의 이행을 연기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현지 주재 대사의 원칙적 언급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한국과의 재협상이 일본·대만과의 쇠고기 협상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미국 입장도 충분히 짐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가 한국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전체 물량의 5%도 안 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결코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미국이 재협상 형태든 수출업계의 자율규제 형식이든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
원래 통상분야의 재협상은 기존 합의문을 뒤엎는 극약처방이다. 양국 간의 이익 균형을 맞춰 타결한 합의문을 한쪽에서 깰 때는 호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한·일 어업협정 당시 우리 측 실수로 쌍끌이 부문을 누락했다가 뒤늦게 재협상에 나선 적이 있다. 결국 한국은 쌍끌이는 포함시켰지만 다른 어업분야의 쿼터를 일본에 더 많이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중 마늘 파동 때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금지를 내리자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재협상 요구로 가뜩이나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은 훨씬 어려워지게 됐다. 미국이 한·미 FTA의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소득 중 교역(수출액+수입액) 비중이 71.6%나 되는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앞으로 국제 통상무대에서 누가 한국의 발언이나 약속을 믿어줄 것인가. 우리 국격(國格)의 실추는 피할 수 없다.“대외신인도를 잃더라도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우리는 쇠고기 파동이 재협상 국면에 이르기까지 광우병보다 오히려 현 정부의 무능에 훨씬 더 큰 공포감을 느낀다. 협상과정에선 실수가 꼬리를 물었고, 내놓는 수습 대책마다 뒷북치기 일쑤였다. 이런 내각에 대해 어떻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표현을 썼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검역주권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터져나올 때마다 허겁지겁 미국 측 외교서신(레터)을 장관 고시에 삽입하는 등 땜질에 그쳤다. 결국 추가 협의에 이어 “재협상은 없다”는 스스로 세운 원칙마저 무너뜨렸다. 이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전형적인 상황 추수주의(追隨主義)일 뿐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0일이다. 비슷한 혼란이 반복된다면 남은 4년9개월이 암울하다. 이번 사태는 내각 전체가 책임질 일이다. 외교적 협정을 포기할 만큼 대책도 없고 무능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망신이요 추태다. 재협상할 바엔 왜 진작 그 얘기를 못 꺼냈는가. 이런 식으로 국정을 처리하는 내각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몇몇 희생양으로 그쳐서 될 일이 아니다. 그 첫 단추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 내각에서 누구를 퇴진시키느냐보다 누구를 남길 것이냐를 따지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출발부터 '고소영' '강부자'로 비아냥을 산 내각이 능력마저 바닥을 드러낸 마당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청와대 비서진도 완벽히 물갈이해야 한다.
[사설] 식물내각 국정공백 최소화해야
기사입력 2008-06-10 18:31 / 매일경제
한승수 국무총리는 어제 내각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미 나흘 전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7일 만에 내각과 청와대 진용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할 처지에 몰렸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강도 높은 인적 쇄신 없이는 등 돌린 민심을 다시 붙잡을 수 없다.
인적 쇄신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국민통합의 강력한 의지를 담는 것이다. 더 이상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다른 계파와 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탕평인사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다시 대선 전리품 챙기기나 코드인사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대통령부터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반대편에 섰던 분들과 저를 힘들게 했던 분들도 내일부터 하나가 되자"고 제안했다. 지금은 그런 통합의 정신을 실천해야 할 때다.
새 내각과 참모들이 진정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보다 엄격한 도덕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초대 내각과 참모들을 뽑을 때는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은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의 오도된 실용주의가 민심 이반을 불렀다. 이 대통령도 이미 "국민 눈높이에 맞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자인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같은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한 넓은 인재 풀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부 측근들에게 의존하는 인사검증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또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뿐만 아니라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비롯한 인사 전반에 걸친 쇄신을 추진해야 한다.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지 않으면 이 같은 쇄신이 효과를 낼 수 없다. 장관들을 새로 뽑아놓아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절차가 제때 마무리되지 않으면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내각이 식물인간처럼 간신히 지탱하는 상황에서 고유가 충격을 줄이기 위한 민생안정 대책도 겉돌게 될 것이다.
그러나 18대 국회는 아직 개원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촛불시위를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국정 혼란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국민의 뜻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대의기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설] ‘전면적’ 인적쇄신만이 해답이다
기사입력 2008-06-09 20:56 / 한겨례신문
청와대 수석들이 지난주 일괄 사퇴서를 낸 데 이어 이르면 오늘 한승수 국무총리 등 내각이 전원 사퇴를 표명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에 대한 인적 쇄신은 그 폭과 시점만 남는다.
여권의 현재 분위기는 청와대 보좌진은 대폭 교체하되 내각은 소폭으로 하는 쪽이라고 한다. 곧, 청와대 진용은 류우익 비서실장을 포함해 너덧 명의 수석을 교체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내각에서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 논란이 됐던 장관 몇몇을 교체하는 선에 머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번 기용한 사람은 잘 바꾸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특한 인사 스타일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생각해 내각 쪽은 될수록 손을 적게 대겠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그런 기류라면 정권 핵심의 대응이나 생각이 너무 안이하다. 지금은 통상적인 개각이나 청와대 보좌진 교체가 아니라 한 정권의 생사가 걸린 비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땜질식으로 몇몇 인물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바꾸면 국정 공백이 오느니 어쩌니 하면서 은근히 국민을 협박하거나, 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 가운데 하나만 바꿔도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번 여론을 떠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정신을 못 차렸다고밖에 할말이 없다.
지금 수십만 국민이 연일 거리로 나와 ‘이명박 대통령 물러나라’며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내각제 국가였다면 사실 정권이 몇 번 바뀌고도 남았다. 이러한 위중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해답은 명백하다. 처절한 자기반성과 새 출발을 보여주는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100일의 실패에 책임이 있거나 국민에게 지탄받는 사람은 모두 바꿔야 한다. 지금은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걱정하고 일순간의 국정 공백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길은 대폭적이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밖에 더 있는가.
또 중요한 것은 누가 쇄신을 주도하느냐는 것이다. 이 일은 현재의 청와대 인사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누군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윤리성이나 도덕성을 팽개치고 알량한 능력론을 내세워, 코드 인사를 주도한 인사 실패의 책임자들이다. 이들부터 바꾸지 않고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인적 쇄신은 이뤄질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인적 쇄신에 임해야 할 것이다.
[사설] 제2 組閣 수준 인적 쇄신 아니면 민심수습 어렵다
기사입력 2008-06-09 14:00 / 문화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내각에 대한 쇄신의 폭과 시기를 재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30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10일을 넘겨가며 인적 쇄신 방안을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해온 것이다. 인적 쇄신의 관건은 그 전모가 드러날 때 그로써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아닐 수 없다. 민심 수습의 결정적인 일대 계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인가, 미봉이라는 비판에 싸여 민심을 더 등돌리게 할 것인가.
이 대통령의 행정부 개편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포함하는 소폭 개편에 그칠 경우 민심 수습엔 역부족이리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현재 10%대 후반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총사퇴→전면적 개편 단행에 준하는 일대 쇄신의 불가피성을 말해준다. 의원 내각제라면 내각의 총사퇴가 진작 이뤄졌을 것 아닌가. 한 총리를 포함해 제2의 조각(組閣)에 가까운 전면 쇄신을 우리가 거듭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청와대가 측근 실세 몇몇에 의해 권력 투쟁의 온상이 되다시피 했다는 말도 공공연해지고 있다. 창업 공신 중 한 사람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7일자 한 회견에서 류우익 대통령실장,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을 ‘청와대 A, B, C’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한나라당 D의원’으로 지칭하면서 “(이들이) 전리품 챙기기에 골몰해 장·차관 자리와 공기업 임원 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어 고소영·강부자 내각을 만들었다. 권력의 사유화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 기용 내막에 대해 “나를 만나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거야’라고 말한 사람을 임명한 것도 B 비서관”이라고 덧붙인 대목은 진실 여하에 앞서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정 의원 발언이 정부의 지지도 추락과 리더십 진공상황에서 자신만 살겠다는 계산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말이 사실이든지 사실에 가깝다면,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전면 개편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도 5일 한국미래포럼 주최 예배에 참석해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듣기 나름으로는 쇠고기 촛불시위 정국을 더 악화시킬지 모른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일역으로서 더 없이 경망스럽다.
인적 쇄신 역시 국민의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면 민심의 기울기를 되돌리긴커녕 하지 않음만 못할 것이다. 제2 조각, 첫 조각에 버금가는 대대적인 내각 개편과 청와대 전면 쇄신을 서두르기 바란다.
[사설]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는 게 먼저다
기사입력 2008-06-10 18:56 / 한겨례신문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개편 폭이 커지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전원 사표를 낸 데 이어, 어제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내각 총사퇴 의사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현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주물러온 것으로 알려진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도 물러났다. 청와대와 내각에서 처음 예상보다 폭넓은 인적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현시국의 엄중함을 고려하면, 전면적으로 인사 쇄신을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인적 개편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국민이 이 정부에 실망하고 화를 내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대표적이다. 국민 다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대운하 추진을 반대했는데도, 이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서 결정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모호한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은 분명하게 대운하를 포기하라고 말하는데 왜 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인지, 이런 점들이 촛불의 숫자를 수만, 수십만으로 늘린 핵심 요인이다.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하면서도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줄기차게 ‘내 사람’ 심기를 강행하는 걸 국민은 이해하지 못한다. 숱한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와이티엔(YTN) 사장에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구본홍씨를 임명한 건 단적인 예다. 국민은 이런 걸 보면서 ‘도대체 이 정권은 여론을 경청할 생각이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이런 질문에 우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사람을 바꾸기 전에, 주요 정책에서 방향을 바꿨음을 보여줘야 한다. 대운하 건설 포기를 선언하고, 공공기관장 인사에서 ‘내 사람’ 심기를 그만둬야 한다. 재벌 위주,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바꾸고, 그에 걸맞게 경제팀을 새로 짜야 한다. 국정운영 기조를 재정비한 이후에, 유능한 인재들을 폭넓게 찾아서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시키는 게 올바른 순서다. 시민사회 진영의 인사들을 발탁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주요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몇몇 사람만 바꾸거나, ‘박근혜 총리론’에서 보이듯 보수층 결집을 노린 인사를 통해 현시국을 돌파하려고 해선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사설] 인적 쇄신, 근본적 처방 필요하다
기사입력 2008-06-11 01:37 / 경향신문
이명박 정권 출범 107일 만에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인적쇄신의 범위를 두고 본격적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논의는 단순한 대증요법적 인적 쇄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해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듯하다. 근본적 병인(病因)을 제거하지 않고 상처만 덮는다면 어떻게 이명박 정권의 순항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현재 초점은 인적 쇄신 대상에 이른바 ‘빅 2’인 한승수 국무총리와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의 포함 여부와 경질될 각료와 비서관 숫자에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각료의 상당수는 전문관료 또는 전문가 출신이다.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개인적 연줄을 타고 한 자리를 꿰찬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이 바뀐다면 국민은 일시적으로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과 불신의 ‘뿌리’부터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박영준 비서관과 장다사로 정무1비서관은 모두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과 관계있는 사람이다. 이들의 막강한 권력 배경에 이 의원이 있는 셈이다. 여기에 이상득 의원의 친구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대통령의 ‘형님’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이 그제 이들 ‘형님’과 국면전환 방안을 최종 협의했다는 사실에서 그들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시중에서 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는 뜻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자서전 ‘온 몸으로 부딪쳐라’에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면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말은 대통령도 잘 알다시피 ‘인사가 망사(亡事)도 될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대통령은 첫 인사를 망사로 만들었다.
이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이제 외길이다.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다른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 대통령은 우선 ‘형님’과 그 측근들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바꿔보자는 식의 쇄신으로는 현재의 난국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깝게는 대통령을 위해, 나아가 국민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대통령과 형님들의 결단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