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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쇠고기 재협상

<李대통령 고백..`재협상 선언, 많은 갈등했다`>

기사입력 2008-06-19 14:01 |최종수정
2008-06-19 14:10 / 이데일리 / 온혜선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특별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쇠고기 재협상을 놓고)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국내 문제라면 벌써 그렇게 했다.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제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저 자신,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 대통령은 2000년에 벌어진 `마늘 파동`을 예로 들었다. 중국산 마늘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산 마늘 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여론무마용으로 긴급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한국 휴대폰 수입을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으로 정부는 추가 협상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재협상의 어려움만 설명하려고 했다. 이런 태도가 국민 여러분께는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비친 것 같다"며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쇠고기 협상 주요쟁점은 EV와 자율규제기간>

기사입력 2008-06-17 11:45 / 신소연기자 / 헤럴드경제

당초 16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3차 추가협상이 17일로 연기됐다.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의 카운터 파트너인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부터 다른 일정이 잡혀 있어 쇠고기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협상일자를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측에서 귀국하려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붙잡은 만큼 3차협상에서는 양국의 입장차이 확인보다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협상대표가 다른 일정을 앞두고 있는 이상 쇠고기 협상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양국 정부는 17일 오전 기술협의를 시작으로, 슈워브 대표가 합류하는 오후에 본격적인 장관급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기술협의부터 시작=떠나는 김 본부장을 불러세운 미국 정부가 추가협상 일자를 하루 미룬 이유는 협상 카운트 파트너인 슈워브 대표의 공식일정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슈워브 대표는 16일부터 사흘간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제3차 미ㆍ중 경제전략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당초 슈워브 대표는 16일 오전 전략회의에 참석 후 이날 오후 늦게 김 본부장을 만나 3차 추가협상을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슈워브 대표가 지난 5일 워싱턴 포스트 지에 중국의 보호무역으로 인한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 증가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등 이번 미ㆍ중 전략회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우선 미ㆍ중 전략회의에 집중한 후, 쇠고기 문제를 논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쇠고기 문제에 대해 양국 대표의 의견 차가 큰 만큼 합리적인 협상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측 대표단은 슈워브 대표가 전략회의에 참석하는 17일 오전 수출위생증명서에 월령표시를 추가하는 등 기술적 협상을 우선 한 후 슈워브 대표가 합류하는 이날 오후께 본격적인 장관급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관급 협의 주요 쟁점은 EV와 자율규제 기간=양국 통상대표들이 협상테이블에서 주로 논의하게 될 문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을 실질적으로 막는 방안이다. 민간 자율규제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을 금지하는 것에는 양국이 포괄적으로 동의한 상태지만,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갖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양국의 입장 차가 크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표시와 함께 연방정부 검역관이 수출 작업장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도록 하는 EV 프로그램을 도입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미국 측은 민간업자들의 자율규제에 정부가 개입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을 위반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정부가 아닌 민간 육류수출업계가 스스로 30개월 미만 조건의 한국 EV 프로그램을 정부에 요청하고, 미국 정부가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함께 자율규제 기간도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강화된 사료조치가 시행되는 시점 즉, 내년 4월 25일까지 최소 1년은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기간이 다소 길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 쇠고기 방미단에 따르면, 농업위 소속 벤 넬슨 상원의원이 유예기간을 ‘매우 단기간(for a very short period of time)’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 측은 되도록 짧은 기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사설] ‘재협상’ 하면 정말 국가신인도 추락하나

기사입력
2008-06-16 00:43 / 경향신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국내 논란의 핵심은 ‘재협상’ 여부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에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협상 원문을 수정하는 실질적 재협상 없이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 쇠고기협상 결과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지도 달포가 지났다. 쇠고기 말고도 당면한 경제·민생문제를 다루자면 정치권이 제기능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국회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부·한나라당에 재협상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재협상은 과연 불가능한가, 재협상 사례는 없나, 그리고 재협상을 하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지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재협상이 불가능한 이유로 미국과의 통상마찰로 인한 불이익을 들고 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일방적이고 정당화되지 않은 무역 보복조치는 금지됐다. 전문가들은 ‘사정의 근본적 변경’을 규정한 빈 협약 62조에 의거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미국은 재협상은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지만 정작 빈번하게 상대국에 재협상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1992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타결한 후 멕시코에 재협상을 관철시켰고, 2006년에는 페루와 FTA를 타결지은 후 페루의회가 비준동의까지 끝낸 상태에서도 재협상을 했다.

재협상 요구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린다는 것도 다분히 과장된 주장이다. 한국은 98년 한·일 신어업협정 타결 후 쌍끌이 조업권 등이 누락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재협상을 했다. 진정한 국가신인도는 국민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며 전문지식을 가지고 신중하게 정책을 결정한 후 외국과 당당하게 협상에 임할 때 따라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지금부터라도 야3당이 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적극 검토하는 등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쇠고기 난국을 타개하기 바란다.


쇠고기 '재협의' 근거, '한미 합의요록'에 있다


기사입력 2008.06.14 11:33 | 최종수정 2008.06.14 17:03 오마이뉴스 / 이주빈 기자

이른바 '한미 쇠고기 재협상'은 정부 주장처럼 절대 불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실현가능한 현실적 대안일까. 그 답은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Agreed Minutes of the Korea - United States Consultation on Beef)'에 들어있다.

"한미 쇠고기 논의는 '양해각서'에 불과...파기해도 법적 쟁송 소인 안돼"
< 오마이뉴스 > 는 국민과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를 돕기 위해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이하 합의요록)'을 공개한다.

이 합의요록은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해서 한미 간 협의한 내용을 담은 일종의 '합의된 회의록'이다. 합의요록은 모두 5쪽으로 작성되었으며 양국 협상대표였던 민동석 차관보와 엘렌 텁스트라 차관보가 서명했다.

▲ 합의요록에선 한미 간의 쇠고기 논의가 '조약(treaty)'도 아니고, '협약(convention)', '협정(agreement)'도 아닌 '협의(consult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합의요록은 모두 5쪽으로 작성되었으며 양국 협상대표였던 민동석 차관보와 엘렌 텁스트라 차관보가 서명했다
이 합의요록의 주요 내용은 ▲한국에 도착해 있는 미국산 뼈 없는 쇠고기에 대한 검역 관련사항 ▲미국 측의 강화 사료금지조치에 대한 양국 합의사항 ▲한국의 미국 수출작업장 점검 사항 ▲수입위생조건 이행에 관한 일정 등이다.

우선 이 합의요록은 한미 간의 쇠고기 논의가 '조약(treaty)'도 아니고, '협약(convention)', '협정(agreement)'도 아닌 가축위생에 조건규정에 관한 '협의(consultation)'라고 표현하고 있다.

'협의'라고 규정한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일부 교수가 "한미 쇠고기 협상이 조약에 준하기 때문에 파기했을 때는 (무역)보복이 따른다"는 주장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
보스턴 유니버시티 로스쿨에 재학중인 최재원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법률상 조약이면 조약이고, 양해각서면 양해각서지 조약에 준하거나 정식 조약이 아닌 협정이란 없다"고 못박았다.

최씨는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한미 협의 문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will' 등을 사용했기 때문에, 농림수산부가 합의를 어기더라도 미국이 한국과 미국 법원, 그리고 WTO에 제소할 수 있는 법적인 쟁송의 소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도 "이번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한미 간 행정부를 대표해 양국의 협상대표가 서명한 '양해각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양해각서는 국제법의 대상이 아니며 상대방 측에 통고할 사항일 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실 '쇠고기 재협상'이란 말은 맞지 않고 '추가협의' 혹은 '재협의'가 정확한 표기"라고 밝혔다.

"재협의 근거는 바로 합의요록에 있는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대목"
합의요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바로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수입위생조건 이행에 관한 일정'이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이 대목이 한국이 그나마 쇠고기 협의에서 유일하게 잘한 부분이고, 미국이 가장 실수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은 농림수산식품부가 본 위생조건에 포함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2008년 4월 22일까지는 공고할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수렴 기간이 종료(공고 후 20일)된 후 조속히 확정된 규정으로서 공포된다."


▲ 추가협의의 근거가 있음에도.... 국민들 의견을 수렴해서, 그것도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조약도 아닌 '규정'을 공포하겠다고 정부 스스로 미국과 협의한 내용이 합의요록엔 들어있다.
국민들 의견을 수렴해서, 그것도 '한국 행정절차법에 따라', 조약도 아닌 '규정'을 공포하겠다고 정부 스스로 미국과 협의한 것이다.

이는 "한미 쇠고기 협의가 국내법의 하위에 있는 양해각서일 뿐임을 정부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앞서 전문가는 지적했다. 따라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재협상 문제는 "협상할 일도 아닌 재협의 통보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재협의 근거는 바로 합의요록에 있는 '일반 국민의 의견 수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도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합의요록에도 있는데 그 국민의 80% 이상이 재협의를 요구하고 있지 않나"라며 "우리 정부가 이를 근거로 '우리 국민 의견 대다수가 반대한다'고 미국에 통보하면 되레 미국이 '추가협의하자'고 사정할 일"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누구보다도 쇠고기 문제가 한미 간 통상문제가 아닌 검역문제임을 잘 알고 있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측의 보복 운운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양해각서일 뿐인 한미 쇠고기 협의에 대해 미국이 무역보복을 한다면 그것이말로 WTO 제소감"이라고 되받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동안 한미간 쇠고기 협의가 협정인지, 조약인지, 양해각서인지 구분조차 서로 통일하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미국과 추가협상(논의)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것도 성난 촛불에 떠밀리다 못해 꺼낸 얘기들이다.

13일 오전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김 본부장이 '쇠고기에 관한 한미 협의 합의요록'을 다시 한 번 정독하기를 권한다.


[사설] “쇠고기 장관고시는 위헌이다”

기사입력 2008-06-14 09:47 / 한겨례신문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한겨레>에서 한국헌법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이석연 법제처장을 비롯해 이 학회에 소속된 교수·변호사 등 여러 성향의 인사들이 비슷한 의견을 냈으니 정부도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쇠고기 장관 고시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중대 사안이다. ‘건강하게 생활하면서’(헌법 제35조),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고’(헌법 제36조), ‘행복을 추구하며’(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헌법 제34조) 권리는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부여한 기본권이다. 장관 고시가 발효하면 이런 기본권이 침해받게 된다. 광우병 위험에 노출돼 건강권·생명권이 위협받고, 이런저런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되니 행복추구권 등도 제약된다. 지난 한 달 넘게 국민이 절감한 것이다.

헌법은 기본권의 제한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그것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하지 말도록(헌법 제37조 제2항) 못박고 있다. 쇠고기 장관 고시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것 말고도, 장관 고시 따위로는 애초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기본권 제한은 국회의 법률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며,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와 한계가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고시는 그런 위임의 한계를 한참 벗어나 있다.

헌법은 또, ‘주권 제약’이나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에 대해선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제60조 제1항) 하고 있다. 국가나 국민에 중대한 사안은 민주적 통제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기본권은 물론, 관련 산업이나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국가의 검역주권을 제약하는 쇠고기 협상 결과는 마땅히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장관 고시는 국내법과 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검역조건까지 불리하게 변경하는 등 곳곳에서 상위법과 어긋나,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다.

법률적으로도 장관 고시에 문제가 크다는 게 분명해진 만큼, 정부는 하루빨리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이미 제출된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 대해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


쇠고기 수입 관련 용어별 차이


기사입력 2008-06-13 03:07 | 최종수정
2008-06-13 04:49 / 동아일보 / 조수진기자

‘재협상(re-negotiation)’, ‘추가협상(additional negotiation)’, ‘양해사항(understandings)’, ‘자율규제협정(VRA·Voluntary Restraint Agreements)’, ‘수출자율규제(VER·Voluntary Export Restric-tion)’….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촛불시위가 이어지면서 후속 대책과 관련해 다양한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12일 “재협상에 준하는 추가협상을 한다”고 밝혔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수일 내 양국 간 추가적인 양해사항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법에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이란 개념은 없다.

그러나 관행적으로 재협상은 이미 타결된 협정문을 백지화하고 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 추가협상은 기존 협정문을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협정문에 딸린 부속서에 일부 내용을 추가하는 형식이다.

4월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내용을 백지화하고 30개월 이상 수입금지 등의 조건을 협정문 등에 새롭게 명문화한다면 이는 재협상에 해당한다.

협정문의 수정 없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한국에 반입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보장을 받을 경우 추가협상이 된다.

정부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주장하는 재협상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 것은 국가 신뢰도 때문이다. 정치적 논리 때문에 재협상이란 용어를 쓸 경우 앞으로 각종 협상에서 협상 상대국이 한국의 ‘신뢰도’를 문제 삼아 협상 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양해사항은 일종의 ‘각서’와 같은 외교문서다. 한미 양국 정부가 양해사항에 합의하면 우리 정부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검역을 거부하더라도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기 위해 검역주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한때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했던 ‘자율규제협정’ 또는 ‘수출자율규제’는 일종의 ‘부분 재협상’에 해당된다.

자율규제협정과 수출자율규제는 형식만 다를 뿐 내용은 같다. 국가 간 협정 형태로 맺어지면 자율규제협정이고 협정이 아닌 정치적인 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집행하면 수출자율규제가 된다.

이를 활용하면 미국은 협정문 원안을 수정하지 않은 채 한국에 즉각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되고 한국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부 개입을 금지하는 WTO 체제를 위반하는 것으로 국제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 타임스 "美쇠고기 검역 표본 너무 적다"
 
기사입력
2008-06-13 03:36 / 한국일보 / 이민주기자

'신뢰도 떨어진 이유' 기사서 농무부 안전성 검사 이례적 비판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의 소비자에게서 불신받고 있는 데에는 미 농무부가 소의 표본을 지나치게 적게 검사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등 검역 체계가 부실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미 당국의 검사 체계의 문제점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쇠고기 검사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당국의 쇠고기 안전 검사의 문제점은 표본이 되는 소의 개체수가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해마다 3,000만 마리의 소가 도축되지만 1997년 광우병 검사를 처음 실시하면서 검사 표본으로 사용한 소는 219마리에 불과했다. 표본의 문제가 제기되자 미 농무부는 2003년 검사 표본을 2만 마리로 늘렸지만 이마저도 도축되는 소의 숫자가 미국과 유사한 유럽이 1997년 1,000만 마리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미 농무부는 현재 표본 대상을 65만 마리로 늘렸지만 아직도 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표본이 적을수록 조사 비용은 줄어든다. 일본은 모든 소를 검사하는 전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부실검사는 미 농무부의 인적 구성과 관련이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육류에 대한 안전성 검사 권한을 식품의약국(FDA)이 아닌 농무부가 갖고 있는데 농무부의 고위 관리 상당수가 육류 관련 단체에서 일해왔다. 2003년 농무부 장관이던 안 베네만은 식품업계 로비스트로 일했고, 대변인도 쇠고기 관련 협회의 대변인 출신이다.

이러다 보니 미 농무부는 노골적으로 육류 업계의 편을 드는 정책과 조치를 발표해왔다.

2004년 FDA가 소비자의 광우병 감염을 막기 위해 소의 피가 송아지의 사료로 사용되는 것을 금지할 움직임을 보이자 농무부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농무부는 미 육가공업체 크릭스톤이 자사의 소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지시켰다. 당시 크릭스톤은 일본 정부의 압력에 따라 이 방침을 발표했으나 농무부는 부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미 육류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2월 미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주저앉는 소(다우너)’ 동영상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 농무부의 안전성 검사가 다시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 확실히 보장돼야


기사입력
2008-06-12 20:57  / 세계일보

정부가 소고기 추가협상을 선언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어제 “ 30개월 이상 소고기가 들어오지 않게 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추가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추가협상’이란 용어는 종전과 같지만 “합의의 실질 내용을 바꾸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말에서 보듯 사실상 재협상 수준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번 발표는 크게 두 가지 점이 주목된다. 어떤 합의를 이룰지와 국민의 수용 여부다. 우선, 현재로선 민간자율규제로 금지하되 양국 정부가 ‘양해 각서’등 문서로 보증하는 수준의 합의가 유력해 보인다. 민간규제는 구속력이 없다는 ‘촛불 민심’을 감안해 정부 보증을 얻어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 보증이 국제통상규범에 분명 어긋나지만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김 본부장의 발언에서 ‘제3의 길’을 찾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합의를 끌어냈을 때 ‘촛불 시민’ 등 국민이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당장 “꼼수와 대국민사기극”이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민주노동당 등 일부 야당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국민 동의를 받기가 그리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리 ‘수용 불가’를 외칠 때가 아니고 차분히 재협상 수준의 결실을 얻는지 지켜볼 시기라고 본다. 제1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국민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며 종전과 달리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의 견해로 풀이된다. 형식은 추가협상일지라도 양국 정부가 보증하는, 실효성 있는 ‘30개월 이상 반입금지’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재협상이란 형식에 계속 얽매이다간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철수, 한국차 수입금지 등을 주장하는 미국의 반발 기류도 걱정이지만 국내 상황이 더 큰 문제다. 소고기 문제로 국정표류가 끝없이 이어진다면 국익 손실을 키우는 일이 아닌가.


[사설] 쇠고기 재협상 못하는 이유 설명하라

기사입력 2008-06-12 02:06 / 서울신문

쇠고기 촛불정국이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논란의 초점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있는 만큼 수출입업자 자율결의로 수입금지하는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광우병국민대책본부’와 통합민주당 등은 재협상만 고집하고 있다.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으로 보완책을 찾자는 정부와 협상이 잘못됐으니 기존 협상을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협상하라는 시민단체 및 야당과의 대립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은 재협상을 하게 되면 통상마찰 등 엄청난 후유증이 예상되는 만큼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분명히 긋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재협상을 바라는 국민을 설득하자면 ‘엄청난 후유증’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들은 미국도 과거 중남미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서명하고도 재협상을 관철시킨 전력이 있는 만큼 재협상 여부는 정부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9년 한·일 어업협정 당시 우리측의 실수로 쌍끌이 어선의 조업부문을 누락했다가 재협상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재협상 결과 쌍끌이 조업권을 확보하는 대신 고급 어종 조업권 일부를 양보했지만 타격이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민들이 기억하는 재협상 후유증이다.

따라서 정부는 재협상을 하려면 미 쇠고기가 건강에 해롭다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 외에 대외신인도 하락과 미국의 무역보복 개연성 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국민들이 더 큰 국익 손상을 감수하겠다면 재협상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주권재민’이다.


[사설] ‘구걸외교’로 쇠고기 문제 풀 수 없다


기사입력 2008-06-11 23:01 / 경향신문

청와대·정부·여당 방미단이 미국에서 쇠고기 문제를 풀기 위해 다각적으로 교섭을 벌이고 있다. 현지에서 땀을 흘리는 이들에겐 안 된 얘기지만 뚜렷한 목표나 전략·전술 없이 파견된 이들의 활동이 바람직한 결과를 낳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들의 졸속 방미 활동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전화로 합의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교역 금지’를 자율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국의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바꿔 말해 ‘구걸외교’를 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반응은 재협상 불가라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한국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립 서비스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국격(國格)만 손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설령 미국이 방미단의 말대로 재협상에 버금가는 자율규제에 합의한다 할지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국민은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자율규제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내적으로 국정 혼란을 수습할 수 없다. 또 외교적으로 4월의 쇠고기 협상에 이어 우리가 또 다시 합의사항을 번복해야 하는 망신을 당할 개연성이 있다.

모든 협상에는 협상의 목표와 그에 따른 전략·전술, 그리고 지렛대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쇠고기 방미단의 협상 목표는 국민의 요구 수준보다 낮으며, 전략과 전술이라고는 선처 호소밖에 없다. 협상 목표를 아예 낮춰 잡는 바람에 국민적 합의라는 최고의 지렛대도 갖고 있지 못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으면 그것을 떼고 다시 달아야지 임시방편으로 얽어매는 식으로는 문제만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당장의 곤경만 모면하려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국격을 훼손시키지 말고 재협상 준비에 나서기를 바란다.


[시론] 재협상을 해야 할 4가지 이유

기사입력 2008-06-11 18:25 / 경향신문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한·미 쇠고기 합의를 전면 재협상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여당에서도 재협상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재협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해도 실제로 성사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로 하여금 재협상을 기꺼이 수락하게 하는 방안이야말로 쇠고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 할 수 있다. 한·미 양국이 재협상을 해야 하는 이유는 4가지 정도다.

첫째, 재협상은 미국 축산업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수입위생조건에 관한 고시를 원안대로 공포 시행할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단순히 재개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외면 당하지 않고 적극 호응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재협상을 통해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를 확대하는 지름길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가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게 도와주는 것이 미국에도 이득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산적한 국가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탄생한 친미정권이 쇠고기 문제 때문에 실각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쇠고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해법은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국민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어떠한 해법도 쇠고기 위기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시민의 건강권, 행복추구권은 무역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기 때문이다. 과학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알고 있는 진리는 과학적 사실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M/M(메티오닌/메티오닌) 유전자를 한국인이 94%(서구인은 40~45%)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곧 인간광우병에 걸릴 잠재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인간광우병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감베티 교수의 지적을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라는 것은 한국민을 ‘실험도구화’하는 생명경시의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유무역가치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생명가치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넷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는 경제적 이익을 과장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한·미 FTA의 발효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미국에 더 많은 이익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동아시아에는 한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으며, 중국 또한 ASEAN과 FTA를 체결했다. 조만간 한국과 중국이 FTA를 체결할 경우 동아시아에 EU와 버금가는 거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것이다. 한·미 FTA는 미국 기업이 중국시장과 동아시아시장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며,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경제권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사설] 무역 피해 오더라도 쇠고기 재협상 논의하는 수밖에


기사입력 2008-06-02 23:05 | 최종수정
2008-06-03 00:14 / 조선일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대다수가 한미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재협상을 해야 한다"(81.2%)는 응답이 "재협상은 필요 없다"(15.6%)는 의견을 압도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33.2%나 됐다. 실제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 명도 없지만 국민의 인식은 이렇다.

지금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핵심은 30개월 넘은 쇠고기다. 지금까지 광우병은 거의 대부분 30개월 넘은 소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선 현재 나이가 30개월이 아니라 120 개월인 소에서도 광우병 발병 사례가 없다. 이 때문에 세계 96개국이 소의 나이에 관계없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30개월 넘은 쇠고기는 등급이 낮아 실제 수입도 거의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서투르게 하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코리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외교 관례상 재협상은 불가능하므로 검역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이 34.9%이고, "외교적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는 국민이 61.4%였다. 두 배 가까운 국민이 국익에 피해가 오더라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협상은 처음 협상 때와는 다른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을 때 가능한 것이다. 미국이 '광우병 위험 통제국가' 지위에서 강등되거나,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판단의 과학적 기준을 바꾸거나, 앞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가 맺는 쇠고기 협상이 우리와 크게 다를 경우엔 당연히 재협상할 수 있다. 아직 이런 사정 변경은 없다.

그렇다고 재협상 요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먼저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국회가 재협상 촉구결의안을 표결해 통과시키면 정부는 이 뜻을 받들어 미국과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

우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미국은 아예 응하지 않든지, 아니면 협상 테이블에는 앉되 협정문 개정을 거부하든지 둘 중의 하나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협상 대표단이 빈 손으로 돌아오면 촛불시위 양상은 반정부 데모에다 반미 데모까지 더해질 수 있다.

재협상에서 소득이 없었다고 우리가 한미 쇠고기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한국과 미국은 무역분쟁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대한민국은 작년에 미국에 458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81억달러, 휴대폰 60억달러 등이다. 그래서 85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봤다. 수십만명, 그 가족까지 포함해 수백만명이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03년에 우리가 수입한 미국 쇠고기는 8억달러어치였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쇠고기 협정을 먼저 파기하면 한국 제품에 시장과 일자리를 빼앗긴 미국 업계와 노조가 가만 있을 리 없고 그 영향을 받는 미국 의회가 두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대한(對韓) 무역 보복이 일어나고 한미 FTA도 파국을 맞을 것이다.

그 때 국민 모두가 입게 되는 피해는 되돌릴 수가 없다. 지금 국민의 요구와 현실 상황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 국민이 원한다고 해도 그게 명백히 잘못된 것이면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있으려면 위대한 지도자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미국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국이 수출하는 쇠고기 물량 중 30개월 이상은 소량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쇠고기 협상 전체가 흔들려서 미국 입장에서도 좋을 것이 없다. 미국은 30개월 이상도 안전하다는 설명이 통하지 않는 한국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일본, 대만과도 쇠고기 협상을 하고 있다. 거기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개방되면 한국 국민의 불안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 후에 30개월 이상을 수출해도 늦지 않다. 만약 일본이 30개월 이상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나면 당연히 한미 쇠고기 협정도 어차피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설] 선처 바라듯 하지 말고 당당히 재협상하라

기사입력 2008-06-03 19:56 / 한겨례신문

정부가 도도한 민심에 한발 물러섰다.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구하고,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유보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미뤄지고, 국내 대기 중인 물량에 대해서도 검역이 중단됐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해법을 찾지 못하면 고시는 계속 연기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민심을 따르려는 뜻이 있는 듯하다. 고시를 강행했다가는 정부가 온전치 못할 판이니, 국민을 이기려 들지 않고 물러선 것은 다행이다.

쇠고기 문제는 고시 철회 및 전면 재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검역주권을 내주고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 ‘잘못된 협상’이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치명적 실수가 있었으며, 문제가 된 몇몇 대목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국민 80% 이상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선처를 바라듯 문제를 풀어갈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당당히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독소조항인 수입 위생조건 5조는 삭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무역기구는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더라도 국민 건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으면 수입을 잠정 중단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중대 주권을 수입 위생조건 5조를 통해 미국과 국제수역사무국에 고스란히 넘겨줬다. 추가협의를 통해 광우병 발생 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실효성에 논란이 있다. 두 나라의 뜻이 같다면 독소조항을 굳이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30개월 미만 소도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내장과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 등은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 이들 부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30개월 이상 소에 대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처를 강화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했지만 실제로는 완화했다. 미국이 협상 중에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기망 행위에 해당하므로 재협상 사유가 된다. 특정 위험물질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검역중단을 못하도록 한 조항도 상식에 어긋나므로 바꿔야 한다.

재협상 못하는 협상은 없다. 협상에 하자가 드러났고 국민이 문제 삼고 있으니 재협상을 해야 한다. 미국도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가며 단계적으로 국내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유리할 것이다.


[사설] 美, 한국 쇠고기 난국 외면 말아야

기사입력 2008-06-03 18:31 |최종수정2008-06-03 19:51 / 매일경제

정부와 한나라당이 어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관련해 재협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쇠고기 문제를 미국과 협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야당도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며 정부ㆍ여당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국민적인 불안을 덜고 성난 민심을 달램으로써 국정 정상화를 위해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결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특히 외국과 합의한 협정에 대해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촛불시위에 밀려 정부가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로 남아 정부의 정책 추진에 두고 두고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어제 긴급 브리핑에서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출을 중단해 주도록 미국에 요청하고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유보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재협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처한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을 그저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이번 논란이 비록 우리 측의 미숙한 협상 능력에서 비롯됐다고 해서 미국이 우리 정부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국민 감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한국 시장에 자국 쇠고기를 들어온들 불매운동으로 접근성이 제약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요구가 아니라도 미국 스스로 30개월 이상 쇠고기와 30개월 미만 소의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수출을 자율 규제하는 것은 건강안전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안을 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협상 요구에 무조건 귀를 닫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 직후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지금까지 항상 말해왔듯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힌 것은 실망스럽다.

한국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쇠고기 수입 대국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미국 축산업의 이익에도 부합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설] 쇠고기 ‘재협상 국면’ 대외신인도 영향 최소화해야

기사입력
2008-06-03 14:00 / 문화일보

대화정치를 무시하고 장외투쟁을 중시하는 야당의 자세가 국회에서 거대여당이 독주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할까 두렵다. 원구성을 먼저 한 후 국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이나 내각 총사퇴 요구 등을 하는 것이 바른 순서다. 야권이 제의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회담도 국회에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사전조율이라는 대화정치를 거쳐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기회주의적 정략적 행보’는 결국 스스로의 입지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난국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외투쟁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반복하거나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혼란상태를 가중시킬 뿐이다. 야당은 당장 국회로 돌아가 합법적인 장내투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주정당다운 자세를 보여야 한다.

최대 시국현안인 미 쇠고기 문제가 국면을 달리하고 있다. 정부가 3일로 예정해온 수입 위생조건의 관보 게재를 직전일 전격 유보하면서 4월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이 재론되기에 이른 것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긴급회견을 통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월령 30개월이 넘은 쇠고기의 수출을 중단할 것을 미국측에 요청하고 답신이 올 때까지 쇠고기 고시를 유보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덧붙여 “답신이 올 때까지 검역이 중단된다”고 강조해 ‘국민·국익을 위한 검역 주권’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이렇듯 쇠고기 고시를 미국 측의 답신 시점까지 유보하고 월령 30개월 이상의 수입을 금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대외 신인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고 국민적 신뢰 확보 및 제고를 앞세운 고육(苦肉)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재협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기존 협상안대로 수입을 강행할 경우 노도와 같은 저항에 직면할 상황임을 들어 수입조건을 보다 엄격히 추가 내지 보완해나가기로 한 것이다. 미국의 무역대표부와 국무부도 정부의 고시 유보 당일 한국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미국의 쇠고기 생산업체들도 공동보도문을 통해 “수출 쇠고기의 도축 당시 연령 라벨을 부착할 것”이라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권을 강조했다. 이 역시 쇠고기 국면의 새로운 전개다.

정 장관이 선린우호관계와 신뢰를 강조한 그대로 미국 측이 화답하면 쇠고기 사태가 일대 전환점을 맞이할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의 민·관(民官)으로서도 그 비중이 미미한 월령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에 연연해 ‘한국으로의 문’을 걸어닫진 않으리라는 것이 소탐대실을 경계하는 이성적이고 또 실용적인 판단일 듯싶다.

미국 측이 긍정적으로 답신하더라도 그로써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하나를 양보하면 다른 하나를 양보받아내는 것이 국제통상의 게임 룰인 이상 한국측에 유리하게 설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있어서도 재논의, 재협상 등을 통해 미국측이 한국측과 득실(得失) 교환을 요구해올 상황 또한 예상할 수 있다. 정부는 쇠고기와 FTA에 있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쇠고기 실패’때문에 정부의 그 책임이 더 무거워졌다고 믿는다.


[사설] ‘쇠고기 재협상’ 더이상 미봉책은 안된다


기사입력 2008-06-04 00:35 / 경향신문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관보 게재를 유보한 데 이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 미국으로부터 답이 올 때까지 관보 게재를 유보하면서 검역을 중단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본격적으로 미국과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라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정부가 하겠다는 것의 실체가 분명치 않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재협상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추가협상 차원인지, 일방적인 요청에 그치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야당이 ‘재협상처럼 보이려는 술수’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는 이유다. 업계의 자율결의를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추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 쪽 분위기도 불투명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쇠고기 개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수일째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지만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미국이 재협상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관보 게재가 연기될 아무런 과학적 정당성이 없으며, 한국 정부가 합의 내용을 가능한 한 빨리 이행하기 바란다”고 말해 재협상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국민의 ‘쇠고기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키지 않고서는 민심수습이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에 걸맞은 자세와 노력부터 보여줘야 한다.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모양새만을 갖춰 위기국면을 피하려는 꼼수여서는 안되며 정공법으로 가라는 얘기다. 우선 재협상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당당한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 미국 정부나 미국 수출업자 입장에서 우리 국민을 설득하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 미국을 설득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것이 주권국가 정부로서의 기본 자세다. 쇠고기 협상 이후 민심을 악화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가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떳떳지 못한 태도에 있었음을 깊이 새겨야 한다. 미국도 재협상이 긴 안목에서 자신들에게 득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협상은 국민의 ‘쇠고기 불안’을 잠재우고 상처 받은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는 일이 없도록 명문화하고, 광우병 발생시 즉각적으로 수입을 중단하는 등 명실상부한 검역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수입위생조건을 그대로 둔 채 민간 자율결의 형식으로 이 문제를 미국 수출업자의 양심에 맡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 정도로 민심이 수습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재협상할 경우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는 일부의 시각도 있지만 그것이 민주정부가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외면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정부는 이미 지난번에 추가협의를 통해 미봉책을 내놓아 국민여론을 더 악화시킨 바 있다. 정공법을 피한 결과다. 그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된다면 파국을 자초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이 쇠고기 문제에서 비롯된 국민의 불신을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사설] 재협상 국면, 책임지고 내각 총사퇴해야

기사입력 2008-06-04 00:14 |최종수정2008-06-04 08:45 / 중앙일보

정부가 결국 미국에 쇠고기 재협상을 요청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다수의 국민이 원치 않는 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는 들여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번 재협상 요구가 궁지에 몰린 정치적 선택이란 점은 이해한다. 정부 지지율은 형편없이 떨어졌고 연일 이어지는 촛불집회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난국을 돌파할 리더십마저 실종된 상태에서 80% 이상의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 외에 다른 카드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미 서명까지 끝낸 협정문을 국민 반발에 밀려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흔치도 않고, 유례도 없는 일이다. 내각책임제 국가라면 정권이 무너질 사건이다.

이에 대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합의 이행을 연기할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현지 주재 대사의 원칙적 언급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한국과의 재협상이 일본·대만과의 쇠고기 협상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미국 입장도 충분히 짐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가 한국 정부의 난처한 입장을 헤아려 주기를 바란다. 전체 물량의 5%도 안 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결코 미국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미국이 재협상 형태든 수출업계의 자율규제 형식이든 한국 측 의견을 반영해 주기를 기대한다.

원래 통상분야의 재협상은 기존 합의문을 뒤엎는 극약처방이다. 양국 간의 이익 균형을 맞춰 타결한 합의문을 한쪽에서 깰 때는 호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한·일 어업협정 당시 우리 측 실수로 쌍끌이 부문을 누락했다가 뒤늦게 재협상에 나선 적이 있다. 결국 한국은 쌍끌이는 포함시켰지만 다른 어업분야의 쿼터를 일본에 더 많이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중 마늘 파동 때도 마찬가지다. 섣불리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가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 수입금지를 내리자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재협상 요구로 가뜩이나 불투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은 훨씬 어려워지게 됐다. 미국이 한·미 FTA의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요구해 올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도 없어졌다. 무엇보다 전체 국민소득 중 교역(수출액+수입액) 비중이 71.6%나 되는 한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앞으로 국제 통상무대에서 누가 한국의 발언이나 약속을 믿어줄 것인가. 우리 국격(國格)의 실추는 피할 수 없다.“대외신인도를 잃더라도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우리는 쇠고기 파동이 재협상 국면에 이르기까지 광우병보다 오히려 현 정부의 무능에 훨씬 더 큰 공포감을 느낀다. 협상과정에선 실수가 꼬리를 물었고, 내놓는 수습 대책마다 뒷북치기 일쑤였다. 이런 내각에 대해 어떻게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표현을 썼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검역주권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터져나올 때마다 허겁지겁 미국 측 외교서신(레터)을 장관 고시에 삽입하는 등 땜질에 그쳤다. 결국 추가 협의에 이어 “재협상은 없다”는 스스로 세운 원칙마저 무너뜨렸다. 이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전형적인 상황 추수주의(追隨主義)[각주:1]일 뿐이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출범 100일이다. 비슷한 혼란이 반복된다면 남은 4년9개월이 암울하다. 이번 사태는 내각 전체가 책임질 일이다. 외교적 협정을 포기할 만큼 대책도 없고 무능했기 때문이다. 국가적 망신이요 추태다. 재협상할 바엔 왜 진작 그 얘기를 못 꺼냈는가. 이런 식으로 국정을 처리하는 내각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몇몇 희생양으로 그쳐서 될 일이 아니다. 그 첫 단추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이라고 본다. 현 내각에서 누구를 퇴진시키느냐보다 누구를 남길 것이냐를 따지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일지 모른다. 출발부터 '고소영' '강부자'로 비아냥을 산 내각이 능력마저 바닥을 드러낸 마당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내각이 총사퇴하는 것은 물론 당연히 청와대 비서진도 완벽히 물갈이해야 한다.


[사설]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양보해야

기사입력 2008-06-03 23:37 / 동아일보

정부가 쇠고기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 생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요청하고 고시의 관보 게재와 검역도 유보했다. 정부는 미국 수출업자들이 자율규제 방식으로 30개월이 넘는 쇠고기를 수출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수입위생조건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에 해당하는 추가 협의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민심 수습을 위한 고육책이지만 미국이 선뜻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이 출범 100일 만에 정치 위기에 직면한 현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한국은 협상력 약화를 비롯해 적지 않은 대가를 부담해야 한다. ‘외교적으로 불이익을 당해도 재협상해야 한다’는 야당과 시민은 한국이 대미관계와 국제협상에서 처할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동차 부문 재협상론이 나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 의회에서 재협상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주한미군 관련 각종 협상에서도 ‘못 믿을 나라’ 신세가 될 수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어제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서 실망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풀기 어려울 정도로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자칫하면 ‘30개월 미만 쇠고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국면이다. 미국은 전체 수출량의 5% 정도에 불과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지키려다 나머지 95%도 잃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첫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를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공동 이익의 확대를 모색하기로 한 동맹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촉발된 한국민의 불만은 6년 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 미선 양 사건처럼 반미감정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새 규정에 따라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한국에 처음 적용함으로써 우리 정부에 너무 큰 부담을 주었다.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을 고려해 일본 대만과의 협상에 앞서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으려다 곤경에 빠졌다. 미국이 한국의 쇠고기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해결을 위해 협조하는 것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사설] 찔끔찔끔보다 재협상 카드가 낫다

기사입력 2008-06-04 14:01 / 헤럴드경제

정부는 3일 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 미국이 이에 답할 때까지 고시를 유보하고 검역도 중단키로 했다. 외교적 부담을 의식, 재협상이라는 말은 아꼈지만 사실상 국민여론에 항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로 매일처럼 밤하늘을 밝히는 분노의 촛불을 끌 수 있을까. 시위자와 야당은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중단을 요청했지만 구체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국 육류수출협회 등이 스스로 ‘30개월 이상 수출 금지’ 등 자율규제한다는 식의 보완협정을 추진하려는 낌새다. 이 정도로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단순히 광우병 우려로만 볼 수 없는 정치적 요소가 깔려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무역보복 등을 감수한다는 각오로 재협상을 들고 나오는 게 낫다. 마지못해 찔끔찔끔 물러서면 한도 끝도 없다. 더 이상 광우병 논란이 규제완화, 자율.경쟁을 통한 공기업 민영화 등의 발목을 잡는 핑계가 될 수 없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재협상 요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또 FTA의 자동차 분야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타격과 국격(國格)실추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대외신인도보다 국민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못난 정부와 국민 스스로 지불해야 할 대가다.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재협상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서명까지 마친 협정을 뜯어고칠 경우, 전례가 될까 우려하는 미국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 일본, 대만과 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양보한다면 ‘쇠고기 무역을 국제 기준대로 하겠다’는 미국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고집해서 얻는 실익도 별로 없다. 2003년 미국이 한국에 수출한 쇠고기 가운데 30개월 이상은 물량으로 5%, 금액으로 4000만달러도 안 된다.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 한국 소비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게 수출물량을 늘리는 길이다. 굳이 30개월 이상을 고집해 마찰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어려울 때 돕는 게 진정한 동맹이다. 더군다나 미국 축산협회는 ‘환상적(fantastic)인 협상’이라고 환영했었다. 이익을 조금 양보하는 국가전략적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촛불 시위가 어느 순간 반미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미국도 원치 않을 것이다.


[시론] 한심한 쇠고기 협상 자세

기사입력 2008-06-04 16:43 / 연합뉴스

쇠고기 파동에 관한 정부의 일처리 능력은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로 요약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에 맞서 우리가 목에 힘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쇠고기다. 조금 심하긴 했지만 검역 도중 뼛조각 하나만 나와도 수십 톤에 이르는 물량을 몽땅 미국으로 반품시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지켜보면 `괴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아무 대가도 없이 검역 주권이고 뭐고 다 내주며 인심을 쓰더니 `촛불 민심'이 거세지자 뒤늦게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 중단을 미국에 요구하며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위생조건의 고시와 검역을 보류한다는 강경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부가 아무리 부인해도 이는 사실상의 재협상 요구에 다름 아니며 당연히 국제 관례에 어긋난다. 그러나 쇠고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다 보니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도 원칙 타령만 할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재협상 요구에 무조건 `No'라고 하지 않고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미국 쇠고기 수출업계에 대해 월령 표시 자율 규제를 설득하는 등 다소 신축적으로 나오는 게 그 반증이다. 그렇다면 사태가 이왕 여기까지 온 마당에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당당할 필요가 있다. 요구할 것은 정정당당하게 요구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는 게 협상의 정도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자세가 정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 정부뿐 아니라 미국 육류수출업계의 결의도 답신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부터 그렇다. 어째서 정부끼리 협상하다 상대방 국가의 민간 업계를 파트너로 삼으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정도라면 미국 정부가 "전면 재협상은 어려우니 이 정도로 타협하자"며 우리쪽 양해를 구할 때 `마지못해' 받아들여도 되는데 왜 섣불리 카드를 내보이느냐는 말이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또다시 허둥댄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일부 미국 수출업체가 30개월 이상과 미만을 구분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체의 5%밖에 안 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걸려 한국시장을 잃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월령 표시를 120일 동안만 한시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한국 정부와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에 지나지 않으며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 국내 수입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정부 간 협상이 어떻게 타결됐느냐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꺼리는 30개월 이상은 수입을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어느 제품이든 제품의 성분 표시는 기본이다. 쇠고기라면 어디서 자랐고, 월령은 얼마이며, 어디에서 도축했는가 등의 기초적인 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게 도리다. 한국 정부가 쇠고기 수입 재개를 허용했다고 해서 사는 입장과 파는 입장, 즉 갑(甲)과 을(乙)의 관계까지 뒤바뀔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업계가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입 쇠고기가 30개월 이상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소비해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 주권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설] 민간 자율규제,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기사입력 2008-06-04 20:45 | 최종수정2008-06-04 21:28 / 세계일보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문제를 민간의 ‘수출자율규제’로 풀어갈 태세다. 그제 미국 측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출 중단을 요구하며 ‘사실상의 재협상’을 요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한발짝 물러선 셈이다.

정부가 민간 자율규제로 가닥을 잡아가는 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오자 백악관 등 미국 측이 즉각 부정적 반응을 보인 데다 국제 통상 관례상 재협상이 어려운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의 태도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미국과 국내 업체가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출입 금지에 합의하고 미국 정부가 ‘30개월 월령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국내 반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민간의 자율규제지만 이를 어기면 검역주권을 행사해 반송·폐기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민간 규제의 실효성부터가 의문스럽다. 미국 축산업계의 자율결의를 이끌어 내기도 어렵거니와 미국의 동물성사료 강화조치가 발효되는 내년 4월까지 1년간을 원하는 우리 정부 요구를 따라 줄지, 위반 시 실제 제재가 가능한지 등등 의문부호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게다가 야당과 국민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현실 또한 고육지책의 효용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어제만 해도 통합민주당 등 야 3당이 ‘대통령의 재협상 선언’ 때까지 국회 개원 무기연기를 결의했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자율규제는 기만책”이라고 일축하며 재협상 요구를 거듭 밝혔다.

여론과 현실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정부 처지가 안쓰럽지만 분명한 것은 재협상을 주장하는 민심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정부는 노도 같은 국민 여론과 소고기 파문이 반미로 이어질 우려 등 사태의 심각성을 들어 ‘사실상의 재협상’을 관철해야 한다. 민간이 아닌 정부 간 합의로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돌아갈 방법이 없다.


[사설] 버시바우 미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

기사입력 2008-06-04 20:46 | 최종수정2008-06-04 21:27 / 세계일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한국인이 미국 소고기에 대한 과학을 더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 간의 소고기 마찰을 감안하더라도 주재국 외교관으로선 감정적이고 도발적 언사로 비쳐진다. 그 본의가 어디에 있든 간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한국인을 ‘비과학적이고 우매한 국민’으로 힐난하고 깔보는 발언으로 들린다. 외교관으로선 부적절한 언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정치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한미 간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고시를 연기한 것은 유감스러운 처사일 것이다. 그가 우리 정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실망했다”는 등의 비외교적 표현까지 쓰며 견해를 밝힌 것은 본국 정부를 대리한 대사로서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한국민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주재국 국민을 자극해서 득 될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대사 자신이 잘 알 것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소고기 문제와 관련해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마찰을 일으킨 게 불과 열흘 전쯤이다. 손 대표와 이 사건은 풀리지 않은 채 유야무야됐다. 그런데 또다시 이런 발언이 터진 것은 안타깝다.

버시바우 대사는 현재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한 한국 내 흥분된 분위기와 다수 국민의 격앙된 감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결코 한미 간에 합의된 수입위생조건을 그대로 집행할 수 없음을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는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신뢰도 추락까지 감수하며 추가 협상을 운위하는 불가항력적 상황을 본국에 전달하는 것이 원칙이다. 백악관이나 무역대표부 등 미 행정부 일각에서도 한국 정부의 곤경을 이해하는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 아닌가. 미국이 소고기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집단적 의사표시를 무시해서 해결될 성질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한국 내 상황을 본국에 정확히 알리는 것이 대사의 책무다.

[기사] ‘재협상 불가론’은 허구다

기사입력 2008-06-08 23:47 / 경향신문

ㆍ1 통상마찰 생길 위험 → 美요구 재협상 선례

ㆍ2 자율규제가 재협상 → 법적 구속력 없어


ㆍ3 GATT 규정 적용 → 전제조건 까다로워

한·미 양국 정부가 재협상은 하지 않고, 민간 수출입 업계의 자율규제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입을 금지하는 쪽으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7일 저녁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도 민간 자율규제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한국 정부에 보조를 맞추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재협상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국민여론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재협상을 통해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하기보다는 미국 측의 반발만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재협상 요구하면 통상마찰?=이 대통령은 지난 6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뒤 미국 측의 요구로 한·미 FTA 재협상을 했으며, 우리 정부는 의약품에서 이득을 얻는 대신 노동문제에서 일부 양보한 사실이 있다.

또 미국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한·미 FTA 재협상을 벌이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재협상을 한 전례가 있다”며 “재협상 없는 협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주장은 국민에 대한 협박 전략이란 격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자율규제가 재협상?=이 대통령은 한·미 육류 수출입 업계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수출하지 않겠다는 자율규제 결의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율규제는 법적으로 보장되는 통상정책이라고 볼 수 없으며,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다. 정부간 재협상을 통해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개정해 명문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또 자율규제를 통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차단은 대외무역법과 행정절차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도 크다.

◇ GATT 규정에 따라 수입중단?=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가) 문제가 되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에 따라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고, 미국도 엔도스(보증)하는 서한에 사인까지 해 보내 수입중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침소봉대한 해석이다.

한·미 양국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는 한 수입중단을 하지 못하도록 합의했다. 또 ‘국민건강에 위해가 되면’이란 까다로운 전제조건까지 달았다. 이에 따라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GATT 규정에 따라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열린세상] ‘꼼수’가 아니라 재협상이 답이다

기사입력 2008-06-09 01:51 / 서울신문 / 이해영 한신대 경제학 교수

촛불은 늘어가고, 해법은 안 보인다. 지난 2일 관보게재를 몇 시간 앞두고 농식품부가 “한나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보 게재 유보를 요청”했을 때 만해도, 비록 재·보선을 앞둔 ‘선거용’이라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2일이후 정부측이 해법이라고 내놓는 것을 지켜보면 대부분 그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첫째, 우리 정부는 미국측에 ‘재협상’을 공식 요청한 바 없다. 따라서 재협상은 없다. 혹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면, 미국측이 이를 거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측은 재협상이 안 되는 이유로 ‘국제신인도’나, 자동차, 반도체 등에 혹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신인도란 것이 양해각서(MOU)에 불과한 위생조건합의의 파기보다, 국민들의 불신과 저항에 의해 훨씬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잊고 있다. 나아가 반도체는 오래전부터 관세가 0%이며, 자동차문제는 이번 쇠고기와 무관하게 민주당이 한·미FTA타결 이전부터 요구해 온 것으로 미대선후에 재협상요구를 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둘째, 한국 정부가 요청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은 미 축산업계의 이른바 ‘자율규제’를 의미한다. 처음 정부측은 자율규제협정(VRA)을 추진하다 당장 WTO협정 위반이라는 반론에 부딪치자, 순수 민간만의 자율규제로 말을 바꾼다. 특히 세계최강의 미축산업계와 영세한 국내 수입업자들을 무슨 수로 ‘자율규제’ 할 수 있는지 실효성이 의문이다.

셋째, 처음 정부측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자체의 중단을 희망했지만, 미 업계는 120일 동안만 월령표시(라벨링)후 즉각 수출로 답했다. 그 기간도 정부측은 처음에 ‘1년’ 정도를 말하다가, 곧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로 말을 바꾼다. 얼마가 지나야 국민이 안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미업계가 과연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출중단을 할지, 무슨 근거로 이를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서 만만한 국내 수입업자들이 ‘알아서’ 30개월 이상 수입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들여오더라도 통관시키지 않겠다 한다. 이 경우 업자들의 소송도 감수하겠다고 한다. 정부 스스로 수입위생조건을 어기겠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넷째, 정부 해법의 최대 문제점은 오직 30개월 이상 월령만 제한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시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월령뿐만 아니라,30개월미만이라 하더라도 광우병위험물질(SRM)과 곱창, 선진회수육, 사골, 꼬리뼈 등이 수입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검역주권과 관련해 미국내 도축장 승인권과 광우병 발병시 수입금지권한을 포기한 위생조건 합의문 5조 역시 문제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핵심쟁점 모두를 터무니없이 축소 왜곡해 30개월 이상만 막으면 된다는 식의 안이한 접근을 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재협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검역주권관련 ‘추가협의’ 결과 한·미 간에 실효성이 의문스러운 문서가 오갈 때, 정부는 ‘통상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시 수입중단하겠다고 했다. 이 경우 미국이 WTO에 우리를 제소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면 금지하고, 만약 이에 반발한 수입업자가 행정소송을 내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고 호기를 부린다.

농림부자료에 따르면 2003년 광우병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금지된 이후인 2004년 국내 수입업자들이 무려 355회나 몰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시도했다고 한다. 재협상을 통해 수입위생조건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빗발치는 소송을 무슨 수로 감당할까. 그 비용은 또 누가 지불하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식하고 용감한 정부가 아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재협상은 불가피하다.




  1. 아무런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남의 뒤만 따르는 태도나 경향.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