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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야당의 장외 투쟁과 등원시기

[사설]  野, 소고기 파동 편승한 장외투쟁 접으라

기사입력 2008-05-30 20:34 / 세계일보

야권이 기세등등하다.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은 어제 6인 회의를 갖고 행정부에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미국 소고기 수입 파문의 책임을 고압적으로 추궁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야 3당 대표 간의 긴급회담도 촉구했다. 아울러 정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무효확인 행정소송, 헌법소원까지 제기했으니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미국 소고기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인 만큼 전방위 공세로 압박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야권 지도부의 속내일 것이다. 고강도 요구를 앞세운 것도 관심의 초점이 협상이 아니라 압박에 있는 탓이다. 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견제와 비판은 야당의 권한일 뿐 아니라 책무이기도 하다. 정부가 고시 발표까지 한 이상 야당이 비판의 기치를 들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기이한 일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장외투쟁 기류가 번지는 현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18대 국회 임기가 막 시작된 마당에 원 구성,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협의 등 현안들을 외면한 채 의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것이 어찌 합당하겠는가. 정략적 이해에 매몰돼 국익과 국사를 아랑곳하지 않는 꼴사납고 무책임한 파당적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민주당은 오늘 부산을 시작으로 장외집회 일정에 들어간다. 호남 충청 서울 등 4개 권역별 집회를 순차적으로 갖는 것이다. 비록 당원 집회라고는 하나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공간 특성으로 미루어 그제 최고위원회의 결의에 맞춰 전면적 장외투쟁에 돌입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당 안팎에선 촛불집회 참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노당 전·현직 의원들은 이미 그제부터 촛불집회 현장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야권이 이래서는 안 된다. 국민 분노의 반사이익을 얻겠다고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장외로 나가 국민 불안을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나라꼴이 뭐가 되겠는가. 포퓰리즘 정치는 중장기적으로 자승자박의 곤경만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정도로 나아가야 한다. 정도는 도심 거리가 아니라 여의도 의사당에 있다.

[사설] 두 전직 대통령도 말리는데 민주당은 왜 부추기나

기사입력 2008-06-08 23:07 /  동아일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그제 두 차례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의 촛불집회장을 찾아 시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의원, 당직자도 다수 참석했다. 민주당은 6·10항쟁 21주년인 10일에도 거당적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회 안에서 ‘대의 정치’를 실현해야 할 공당이 아예 길거리에 나앉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한미 양국 수출입 업자 간의 자율 규제를 통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입 금지 방안’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지만 정상 간의 합의보다 더 확실한 약속이 어디 있는가. 재협상 형식만 취하지 않았지 실질적으로 재협상을 이끌어 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쇠고기 파문’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각과 청와대의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포함한 민심수습책도 준비 중이다. 촛불시위대의 요구를 사실상 거의 모두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민생을 챙겨야 할 제1 야당도 이쯤에서 국회로 복귀하고 촛불집회도 만류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 판에 뛰어들어 부추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돗자리를 편 민주노동당과 어떻게 다른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제 “정권퇴진 주장은 헌정질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에게 요구할 건 확실히 요구하되 국민의 뜻을 최대한 헤아려서 일하도록 잘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사모 정기총회에서 한 말이지만 민주당도 새겨들을 대목이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장외 투쟁은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등원(登院) 투쟁을 권유했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데 민주당의 지지도가 답보상태인 이유를 알 만하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을 자임하고 손 대표가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이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헤아려 보기 바란다.


[사설]
국회 개원 못하게 막는 건 잘못이다

기사입력 2008-06-05 03:57 / 한국일보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재협상 선언이 있을 때까지 5일로 예정된 18대 국회 개원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에 나선 국민이 경찰의 물대포와 군홧발에 짓밟히는 상황에서 국회 개원은 국민의 분노하는 심정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단독으로라도 등원하겠다며 야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야권이 응하지 않으면 개원식은 불가능하다.

국회의원 임기개시 후 7일에 개원식을 갖도록 한 국회법에 따라 오늘 개원식이 열리지 못하면 입법부 스스로 법을 어기는 꼴이 된다. 과거에도 제때 개원식이 열리지 못하거나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이 법에 정해진 시한 내에 이뤄지지 못한 사례가 없진 않다. 그렇다고 18대 국회가 그런 위법상태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미국이 우리 정부의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을 수용하면 사실상 재협상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미국측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어서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자율규제협정을 맺어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꼴이라는 야권의 비판도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권이 18대 국회 개원을 볼모로 삼아 압박하는 것이 과연 재협상을 이끌어 내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국제 관례상 재협상은 부담이 크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국민들의 식탁에 오르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재협상이 아니면 국민들의 식탁에 오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일단 국회를 개원하고 국회를 통해 재협상을 압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민주당 등이 제안했던 재협상 결의안에 동참할 수 있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광우병 불안 외에도 국회에서 시급하게 다뤄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야권이 이를 외면하고 무리한 연계론으로 스스로의 발목을 묶고 장외투쟁을 고집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사설] 파행 국회,野는 무조건 등원해야

기사입력 2008-06-05 17:24 / 파이낸셜뉴스

18대 국회가 초장부터 파행이다. 현행 국회법은 임기 개시 후 7일 안에 첫 집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늦어도 어제(5일)까진 첫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은 등원을 거부했다. 이로써 18대 국회는 출발부터 ‘위법’의 오점을 찍었다. 임기 내내 파행으로 얼룩진 17대 국회와 다를 바 없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정치는 3류’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선언을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 안팎으로 곤두박질치고 6·4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으니 한층 기세가 올랐을 것이다. 장외투쟁에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빗발친다 해도 의원들이 할 일은 따로 있다. 쇠고기 협상만 해도 그렇다. 하루속히 원을 구성하고 관련 상임위를 여는 게 순리다. 거기서 관련 장관들을 불러 조목조목 따지고 질책하면 된다. 또 전 국민의 건강이 걸린 그토록 중차대한 문제라면 여야 가릴 것 없이 국회 차원의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채택함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하는 게 성숙한 국회의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장외투쟁은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독재 시대 민주화 투쟁도 아니고 의원들이 지금 밖으로 뛰쳐나가는 건 어느모로 보나 옳지 않다. 계속 등원을 거부할 경우 시류에 편승해 촛불 옆에서 ‘곁불’ 쬔다는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지금 국회에는 민생 관련 법안이 수북히 쌓여 있다. 쇠고기도 중요하지만 물가도 중요하다. 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경유값만 해도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유류세를 제대로 내릴 수 있다. 허술한 물가대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기업들은 법인세 인하 법안 처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5일 BBK 사건을 비롯한 대선 관련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말했다. 경색 정국 타개를 위해 야권에 일종의 성의 표시를 한 셈이다. 이로써 등원 거부에 비판적인 민주당 내 온건파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정치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사실 등원은 정치적인 거래 대상이 아니다. 의원은 의회에서 싸우는 게 정석이다.


[사설] 민주당 지도부, 그런 政府觀으로 장관 도지사 했나


기사입력 2008-06-02 23:08 |최종수정2008-06-03 00:07 / 동아일보

어제 열린 통합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을 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손학규 대표가 불법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진압에 대해 언급하면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직접 위해(危害)를 가해 보복하는 단계다. 이 정부는 국민을 적(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자 박상천 공동대표, 원혜영 원내대표, 최인기 정책위의장이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정치적 경륜이나 행정 경험에서 평생 길거리 투쟁만 했던 야당 투사들과는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할 사람들의 시국 인식이 겨우 이 정도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 대선 주자였을 뿐 아니라 김영삼,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지내 국정(國政)과 도정(道政)을 두루 경험한 정치인이다. 박 대표는 김대중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원 신임 원내대표는 인구 86만 명에 공무원 수만 2000명이 넘는 경기 부천시장을 두 차례나 지냈다. 최 의장은 도지사, 농림수산부 및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국정운영 경험이 100일도 안 되는 이 정부의 각료나 청와대 참모들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을 사람들이 어떻게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부가 국민에게 보복을 하고, 국민을 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과거 그들과 함께 일했던 많은 공직자가 아직도 정부에 있을 텐데 이들의 말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손 대표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정권의 실패를 즐기지 않는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위선의 냄새가 물씬 난다. 촛불시위에 편승해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18대 국회 개원 협상의 카드로 쓰기 위해 만지작거리면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이러니까 시위 현장에서도 배척을 당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달이나 계속된 ‘쇠고기 특수(特需)’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는 오히려 하락했다. 불난 집에서 튀밥이나 주워 먹으려는 얄팍한 발상으로는 결코 대안(代案) 세력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사설]  야당은 국회에 들어와 원구성[각주:1]
부터 마쳐야

기사입력
2008-06-02 17:03  / 서울경제신문

쇠고기 사태의 늪에 빠져 제 기능을 못하는 정부ㆍ여당도 심각한 문제지만 장외투쟁에 열을 올리는 야권의 태도도 문제다. 한결같이 내각 총사퇴 요구와 쇠고기 수입 저지 및 재협상을 외치며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강경투쟁만 외치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1일 ‘쇠고기협상무효화장외투쟁대책본부’까지 발족시켰다. 이 같은 야당의 자세에서는 정치의 주무대라고 할 국회는 물론 대화정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정치활동의 주무대는 어디까지나 국회다. 18대 국회가 개원했는데 등원은 물론 원구성 협상에 대한 입장도 명확히 하지 않고 길거리로 나선 것은 쇠고기 문제 때문이라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같은 ‘쇠고기 수입 반대여론’을 탄 ‘기회주의적인 정략적 행보’는 야당의 대화정치 부인으로 오해 받기 십상이다. 장외투쟁을 앞세우고 합법적인 토론공간인 국회를 경시하는 것은 정치불신을 초래할 우려마저 있다.

원구성을 거부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한 기능을 스스로 부인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대통령 하야와 탄핵 및 반미’라는 정치적 구호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길거리에 나와 앉아도 순수성을 인정 받기는커녕 반미세력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 길거리의 여론몰이가 보선 등에서 야당의 지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사설] 야당 언제까지 등원 외면할건가

기사입력 2008-06-10 03:09 / 서울신문

식물국회가 계속되고 있다.18대 국회 원구성은 물론 개원식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장외투쟁이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정국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는 동안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제갈길이다. 정략만 번득인다. 야권의 등원거부는 ‘촛불시위’라는 국민정서에 편승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도 야당의 장외투쟁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야당의 등원을 여러차례 촉구한 바 있다. 지금 거리투쟁을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한 까닭이다.17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해결해야 할 것들이 목전에 있다. 당장 그제 정부가 발표한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하려면 민생국회를 열어야 한다.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국회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오죽했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내투쟁을 권유했을까.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당내 일각에서 등원한 뒤 병행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야당 지도부가 특히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국회의 권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立法)권이다. 헌법 개정 제안·의결권, 법률 제·개정권, 조약체결·비준동의권 등이 그것이다. 모두 국민생활과 직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이 뽑은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권한을 행사토록 위임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야당 의원들이 등원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고, 직무유기다. 등원은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무다.



[사설] 참 무책임하고 대책없는 민주당

기사입력 2008-06-10 02:57 / 한국일보

정부가 내놓은 고유가 종합대책을 통합민주당은 국면 전환용이라고 맹비난했다. 서민의 유가부담을 던다는 명분으로 쇠고기 정국에서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짙다는 것이다. 정부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지적과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를 외면하고 거리를 전전하는 정당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자신들이 목 매고 있는 쇠고기 재협상뿐만 아니라 유가대란 등 산적한 민생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국회의 역할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도 등원과 재협상을 연계해 스스로의 발목을 묶은 채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정책에 대해 타박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쇠고기 재협상 요구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서두른 나머지 졸속협상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상대가 있고 국제관례가 있는데 일방적으로 요구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집권한 세력이라면 그 정도의 사리분별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민주당이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드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직접 촛불을 드는 게 아니라 촛불 시위대의 요구를 집약하고 의정활동 등을 통해 정책으로 반영해 나가는 데 정당의 존재이유가 있다. 중ㆍ고생까지 나서 시위를 벌이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촛불시위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비중이 커지면 정당의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군부독재시절도 아닌데 정당이 거리투쟁에 나서는 것은 자신들의 존재기반을 허무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실패에도 민주당은 10%대 지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비롯된 초조감과 당 대표 경선을 의식한 선명성 경쟁이 민주당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툭하면 장외투쟁에, 무책임한 반대만 일삼다가 노무현 정부 실패의 반사이익으로 집권한 한나라당 정권, 이명박 정부가 저렇게 헤매는 것을 보라. 야당의 위치에서나마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감동을 줄 때라야만 국민들은 민주당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사설] 국회 정상화 시급하다

기사입력 2008-06-10 17:51 / 서울경제신문

촛불정국’이 분수령을 맞았다. 촛불집회가 40일째인 10일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청와대 수석들에 이어 내각도 일괄사의를 표명해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총리와 청와대 대통령ㆍ비서실장 교체론까지 제기되는 등 내각과 참모진이 일시에 물러나는 비상사태를 맞았는데도 한가한 곳은 오직 국회뿐이다. 임기가 시작된 지 10일이 넘어가지만 개점휴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개각을 해도 청문회 절차를 밟아야 할 국회가 개원하지 않으면 인적쇄신이 오히려 국정공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쇠고기 문제가 불거진 후 지금까지 사실상 국정공백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10조원을 투입하는 ‘고유가 서민대책’도 국회에서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국회가 문을 열지 않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가 국회무용론을 증언하는 셈이다.

촛불집회도 40일이나 했으면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 대통령도 “인사의 도덕성 검증을 소홀히 했다”고 내각ㆍ수석인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쇠고기 문제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30개월 이상 된 것은 수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으니 조치를 지켜보는 것이 도리다. 더 이상 집회를 계속할 명분도 약해진데다 정치집회로 변질되는 등 순수성이 훼손될까 걱정된다. 쇠고기는 민주항쟁의 대상이 아니다.

한심한 것은 촛불집회의 곁불이라도 쬐려는 야당의 자세다. 개각을 단행해도 청문회 때문에 국정공백 상태가 되면 책임이 야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회에 들어가 싸우라”고 권유했는데 아직 장외투쟁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장외투쟁을 계속할 명분도 없는데다 촛불집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될 조짐까지 보여 입지만 좁아질 뿐이다.

경제는 갈수록 캄캄해지는데 촛불만 켠다고 밝아지지 않는다. 야당은 즉시 국회로 돌아가 정치를 회복시키고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민생을 챙겨야 한다. 대통령도 촛불정국이 분수령을 맞은 지금 탈 여의도 정치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를 반성해 정치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비상상황임을 인식해 과감한 쇄신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1. 국회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말합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고, 17개 상임위원회 별로 전체 국회의원 299명을 나눠 배치하고, 상임위원회를 열어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것까지 완료되면 원구성이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