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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촛불시위 청와대 진입시도

[사설] 청와대 코앞에 밀어닥친 시위대를 보며

기사입력 2008-06-01 23:06  / 조선일보

'광우병' 촛불 시위대가 5월 31일 밤 청와대
입구 1㎞ 앞까지 진출했다. 경찰은 경찰특공대 110여명을 앞세운 병력 1만명을 동원해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막았다. 시위대는 전경 방패를 빼앗고 도로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 시커먼 연기가 치솟았다. 이날 밤새 계속된 시위에서 시민 100여명, 경찰 41명이 부상하고 228명이 연행됐다.

촛불집회 자체는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
가 불법 부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청와대 코앞 도로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밤새도록 시위를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광우병 걸릴까 봐 꺼림칙한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명백한 사실까지 믿지 않겠다면 대화가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광우병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시위대에는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 장애인도 섞여 있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제 취임한 지 석 달이 겨우 지난 대통령을 향해 "물러가라"고 하는 것이나 지금 시대에 "독재 타도"를 외치는 것도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위 진압에 경찰특공대를 동원한 경찰도 문제가 있다. 이날 청와대 앞에서 경찰특공대는 전면에서 시위대와 몸싸움을 벌이며 사람들을 연행했다. 경찰특공대는 88올림픽 때 테러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경찰이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일반 시위대와 맞서게 한 것은 지나쳤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찰은 물대포도 작년 3월 FTA 반대 시위 이후 처음으로 동원했다. 물대포에 얼굴을 맞은 70대 노인, 20대 여성들이 응급실로 실려갔다. 경찰이 쓰러진 여성의 머리를 밟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시위 해산에만 급급한 진압이 어떤 역작용을 불러올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시위는 진압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분노를 어떻게 진정시키느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정부의 대응은 불은 산에 번지는데 물은 개천에 뿌리는 격이다. 이번 사태를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은 물대포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사설] 쇠고기 촛불시위는 ‘6월 민주항쟁’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8-06-01 23:27 / 동아일보

일부 단체와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시위를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에 비유하고 있다. ‘반독재 민주화’의 구호가 ‘국민 건강 사수’로 바뀌었을 뿐 범국민적 시위 양상이나 정권의 대응 방식이 그때와 꼭 같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고시 강행’을 5공 정부의 ‘호헌(護憲) 선언’에 비유하기도 한다.

6월 민주항쟁은 군사반란과 광주 유혈진압을 통해 집권한 전두환 정권의 독재 연장 음모를 막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일어난 궐기였다. 항쟁의 역사적 의의와 젊은 학생들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미국산 쇠고기의 위생검역 조건 협상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를 결코 동렬에 놓을 수 없다. 그것은 민주항쟁에 참여한 학생과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의 쇠고기 협상이 서툴렀던 건 사실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에 관한 국민의 우려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를 6월 민주항쟁과 비교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을뿐더러 순수성도 의심스럽다. 심야에 거리를 행진하는 시위대로부터 ‘이명박 대통령 탄핵’ ‘정권 타도’라는 구호가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인터넷 매체는 ‘이명박 대통령, 국민의 피를 원하십니까’라는 섬뜩한 제목의 기사까지 올려놓고 쇠고기 시위를 6월 민주항쟁의 수준으로 끌고 가자고 부추기고 있다. 시위대의 행동을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의 모습처럼 칭송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경찰의 시위대 해산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일부 언론과 시위대는 경찰이 물포까지 동원했다며 6월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 정권이 최루탄으로 무차별 진압한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심야에 경복궁 담을 넘어 청와대로 진입을 시도한 시위대들을 그대로 놓아두어 사회질서 유지를 포기하고 무정부 상태의 혼란으로 치닫도록 방치하란 말인가. 일부 시위대는 그제 청와대 앞 진출을 시도하면서 확성기를 통해 “이승만 정권을 하야시켰던 장면이 떠오른다”고까지 선동했다.

쇠고기 촛불시위를 6월 민주항쟁으로 몰아가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국민 건강을 위협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집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사설] 이명박 대통령은 정녕 파국을 바라는가

기사입력 2008-06-02 04:43 / 경향신문

엊그제 저녁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인 10만여 시민을 비롯해 전국 100여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나온 ‘쇠고기 촛불 인파’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절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시민들은 경찰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이명박 퇴진’을 외쳤다는 점에서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탄핵을 당한 상태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거대하고 도도한 국민적 외침을 보고 있노라면 21년 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굴복시켰던 6월항쟁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작금의 ‘쇠고기 항쟁’은 6월 항쟁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주권자인 국민이 군사독재정권 또는 독재의 모습을 띠어가는 정권에 대해 항거했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한다. 반면 6월항쟁이 군부독재 타도와 대통령 직선제 쟁취라는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요구였다면 지금의 촛불 항쟁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또는 재협상 촉구라는 생활밀착형 현안에서 출발해 대통령 퇴진 요구 등으로 확산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항쟁의 주체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6월항쟁은 재야민주화세력이 지도부를 형성하고, ‘넥타이부대’로 상징되는 젊은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주력부대가 된 조직적인 시위였다. 반면 ‘쇠고기 항쟁’에는 지도부가 없다. 정부·여당과 수구언론 등은 걸핏하면 ‘불순 배후세력’ 운운하지만 그야말로 ‘광우병에 걸린 소도 웃을’ 헛소리일 뿐이다.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쇠고기 시위에는 중·고교생과 대학생, 유모차를 끌고나온 주부, 시골에서 상경한 칠순 노인, 갓 전역한 젊은 예비군, 자영업자 등 그야말로 남녀노소와 계층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국민이 참여하고 있다. 쇠고기 촛불항쟁이 절정을 이룬 엊그제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한 자발성과 비폭력성에 기초한 국민대중의 집회·시위에 대해 정부는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경찰의 물대포 발사와 마구잡이 연행, 방패로 내려찍고 진압봉으로 두들겨패기 등의 폭력적 방식으로 응답하고 있다. 물대포를 맞은 시민이 실신하는가하면 임신부가 연행되고, 진압봉으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는 등 적지 않은 시민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던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이처럼 폭력적으로 대응하는 구조적 요인의 최고 정점에 이 대통령이 있다고 믿는다. 며칠 전 이 대통령은 민정수석실로부터 촛불집회 관련 보고를 받던 도중 “양초는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하는지 보고하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아직도 이 대통령은 불순 세력들이 자신들의 자금으로 시민들에게 양초를 사주고, 선량한 시민들을 배후에서 선동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이런 안이하고도 위험한 인식을 갖고 있으니 촛불 정국의 올바른 해법이 나올 리 없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주권자의 분노어린 함성을 불순세력의 배후조종에 놀아나는 우중(愚衆)의 경거망동쯤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나 기기묘묘한 처방이 생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검·경 당국의 대응책이 시대착오적 공안통치로 흐를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터이다.

이른바 민심수습책의 일환으로 장관 몇명을 교체한다거나,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하는 모습을 TV로 생중계한다는 따위의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양초 자금 구입처’ 운운으로 드러난 현재의 인식과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 모든 묘방과 수습책은 헛된 노력에 그칠 것이다. 대통령이 여러번 고개를 숙이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사과해놓고 정작 대통령이 해외 순방하는 시기를 골라 기습적으로 장관 고시를 강행하는 따위의 꼼수를 부려서는 국민들의 분노만 부채질할 뿐이다.

이 대통령은 시민들이 들고 나온 양초의 구입 경위에 관심을 가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왜 갈수록 국민들의 시위동참이 늘어만가고 있는지, 국민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헤아려 이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6월항쟁 당시의 전두환 정권이 직선제 수용으로 항복한 뒤 파국을 막았듯이 이명박 정부도 국민들의 외침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두고두고 후회할 불행한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항복하는 것은 결코 불명예나 치욕이 아니다. 경찰력을 증강시켜 비폭력 무저항의 시민들을 강경진압하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함으로써 유혈사태를 낳는 것이야말로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사설]위험천만한 경찰의 과잉진압

기사입력 2008-06-03 04:07 / 경향신문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거리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필요 이상의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과잉 진압에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30대 중반의 남성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반(半) 실명을 하는가 하면, 한 여대생은 머리채를 잡혀 바닥에 쓰러져 군홧발에 차이고, 다른 젊은이는 고막이 파열되는 부상을 했다고 한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시위 분위기는 더욱 격화되고 있어 자칫 유혈충돌의 우려마저 낳고 있다.

경찰은 아마 ‘청와대로 가자’는 시위대의 외침에 화들짝 놀란 것 같다. 큰 탈 없이 진행되던 촛불집회에 강경 진압의 칼을 꺼내든 게 이 구호가 나온 뒤부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위대가 청와대로 향한다고 해서 무조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구시대적이다. 종전의 시위대는 경찰 저지에 맞서 쇠파이프를 휘두르거나 보도블록을 깨 던지는 등 폭력적 양상을 띠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쇠고기 반대 시위대는 전혀 그렇지 않다. 비무장 비폭력이며 평화적이다. 시위대엔 어린 아이도 있고, 임신한 여성도 끼어있다. 이런 시위대가 도로로 나섰다고 해서 곤봉을 휘두르고 방패로 내려찍어야 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테러나 인질극 등 강력범죄자를 잡을 때 투입하는 경찰특공대까지 동원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공권력의 행사 범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분별 없는 행동이다.

경찰이 청와대의 보위(保衛)만을 염려해 어떤 시위대든 물리적으로 틀어막겠다고 나선다면 국가적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5월 광주나 6월항쟁을 상기해보라.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강경진압만 부르짖다가 충돌의 악순환을 부르고, 그 와중에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면서 파국의 도화선이 된 사례는 역사적으로 숱하게 많다. 20여년 전 이 땅에서 발생한 이한열·강경대 사건을 기억한다면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아야 한다. 물은 한번 엎질러지면 아무리 후회해도 주워담을 수 없다는 것을 경찰은 명심해야 한다.


[사설] 촛불시위 그만하면 충분하다

기사입력 2008-06-03 00:43 / 중앙일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대한민국에는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가 급등과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제위기나 청년실업 등 국가 현안은 정부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 시민, 주부 등의 야간시위로 도심 교통이 마비되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민들이 공권력을 존중하고 두려워하기는커녕 조롱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금명간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시위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충분히 전달된 만큼 한 발 물러나 정부 대응을 지켜보는 것이 옳은 자세라고 본다.

지난주부터 시위 현장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주장은 점차 줄어들고 정치구호가 많이 들리는 등 집회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6·10 항쟁과 6·15 남북 정상회담 기념을 계기로 100만 명이 참가하는 대형 집회가 모색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6·10 항쟁, 그리고 통일사업이 무슨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주장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는 민주화를 일궈낸 6·10 항쟁 정신을 오히려 훼손하는 발상이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과 대응 방법에는 분명 잘못이 있었다.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를 정권퇴진 등 정치적인 주장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식탁안전 확보를 위해 거리로 나온 시위 참가자들의 순수성을 모독하는 짓이기도 하다. 통합민주당은 오늘 인천에서 두 번째 대형 군중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의 장외투쟁은 정치적인 수단을 찾을 수 없을 때 택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정치인들은 이성에 근거한 분별 있고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해야 한다.

시위 양상이 점차 과격해지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경찰과의 물리적인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과 경찰의 충돌은 예기치 못한 불행한 국면을 초래할 수도 있다. 어제까지 현장에서 545명이 경찰에 연행돼 273명이 입건되고, 22명이 즉심에 넘겨졌다. 236명은 수사 중이라고 한다. 순수한 열정으로 본인의 생각을 표출하던 선량한 시민들이 사법처리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청년들의 정의감, 식탁안전을 말하는 주부와 중장년층의 비장함, 어린 학생들의 순수함이 사법처리로 연결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시민 100여 명과 경찰 수십 명이 부상한 것은 또 무슨 손실인가.

한 달여 동안 계속된 시위를 통해 시민들의 의사표시는 충분했다고 본다.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쇠고기 문제를 포함한 정국운영 전반에 걸친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것이 그 증거 아닌가. 이번 시위가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지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국가적 손실과 시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지경인 이번 시위는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