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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정부의 고유가 대책

[시론] 경유세금 대폭 인하가 대책

기사입력 2008-06-13 17:57 / 경향신문 / 홍창의, 관동대교수·경영학

경유 세금 인상으로 촉발된 진동이 우리 경제를 흔들고 있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 경유값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의 배후에는 정부가 숨어있다.

정부는 소위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경유세금을 대폭 올렸던 것이다. 휘발유 값보다 경유 값이 너무 싸기 때문에 85%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세금을 인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을 추월했다. 정부는 국민신뢰를 상실했다. 아직도 임시방편과 한가한 대책으로 눈속임하는 데 열중이다. 경유 값 인상은 물류비 인상과 전체적인 물가 폭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한 마디로 국가 위기 상황이다. 광복 이후 63년간 쌓아왔던 경제기반이 단기간에 무너지는 형국이다.

이제는 경유세를 인하해야 한다. 과소비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 공무원이 자녀 학교에 국민세금을 ‘촌지’ 형태로 썼다는 비난 때문인지 경유에 부과되는 ‘교육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경유 세금 인하는 인상할 때처럼 세제 개편을 통해 정식으로 대폭 이루어져야 한다. 1차 에너지세제 개편 이전의 세금 수준으로 인하되고 교육세는 삭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을 세분화하여 감면조치가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농·어업용 유류는 완전 면세에다 추가 지원금이 필요하고 화물차와 고속버스 유류는 완전면세로 해야 한다. 시내, 시외버스 유류는 완전면세와 추가로 보조금이 필요하며 1t 트럭 같은 소형화물차 유류에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는 모두 면제해 주는 부분면세 조치가 필요하다. 난방용 경유는 교통세와 주행세 부분이 ‘바우처’로 환급되어야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은 건설기계가 아닌 화물차로 분류되고 굴착기 등의 중장비용 경유 사용자에게는 유가 보조금 지급이 제도화되어야 마비된 건설현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세금인하, 완전면세, 부분면세, 산업차원의 보조금, 사회보장 차원이 개인에 주는 지원금 등 다양한 조합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정부는 경유를 포함한 에너지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해외 유전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고 고유가 시대를 대비하여 석유 지하댐을 건설하여 산유국 부럽지 않은 저장능력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또한, 도로에 집중되는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운하 꼼수는 포기하고 수도권에는 고속지하철을 건설하고 지방에는 전철로 복선화된 철도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설] 시위에 밀려 원칙까지 허무는가


기사입력
2008-06-13 00:32 / 중앙일보

연이은 촛불집회로 위기에 몰린 정부가 사태 수습책이라며 스스로 원칙을 허무는 일을 벌이고 있다. 포퓰리즘에 야합하는 정부로 타락하고 있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일과 원칙을 지키는 문제는 다르다. 민생 안정을 위한다며 무원칙한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가 하면, 꼭 필요한 공기업 개혁 등 개혁정책은 덮거나 뒤로 미루고 있다. 쇠고기 파문으로 악화된 여론을 핑계로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만 골라서 벌이는 꼴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저소득층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 범위를 대폭 늘린 것은 원칙을 어긴 대표적인 선심정책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휴대전화 기본료를 면제하고 이용료의 50%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저소득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이들에 대한 배려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통신업체의 부담으로 통신비를 깎아주는 것은 저소득층의 소비구조만 왜곡할 뿐 이들의 생활고를 실질적으로 덜어주지 못한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어찌 통신요금뿐이겠는가. 주거비와 식비와 교통비는 어쩔 것인가. 이런 식의 편의적 지원책으로 일관한다면 앞으로 온갖 계층과 이익집단에서 줄줄이 터져나올 감면과 지원 요구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기름값을 깎아주고, 교통비가 오르면 차비를 대줄 것인가. 결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 이런 식의 땜질 지원책은 뱀이 제 꼬리를 잡아먹는 꼴일 뿐이다. 서민을 지원했다고 생색을 낼 수 있을지언정 책임있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란 얘기다.

정부가 대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기업 민영화마저 후순위 정책과제로 미룬 것은 이 정부가 아예 개혁을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낼 정도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에서 여론 악화를 이유로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반발이 예상되는 정책은 아예 덮어버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돼온 대운하는 폐기하거나 미룰 수 있겠지만 집권 초를 넘기면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공기업 민영화까지 싸잡아 연기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쇠고기 촛불집회에 끼어든 공기업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중장기 에너지 대책의 핵심인 원자력발전소 증설을 포함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이달 말까지 확정하겠다고 했다가 슬그머니 하반기로 확정 시점을 연기했다. 일부 환경단체의 반발에 지레 겁을 먹고 하루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의 결정을 미룬 것이다.

쇠고기 파문에서 여론의 역풍에 호되게 당한 정부가 부쩍 민심의 동향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민심을 감안한다는 것과 특정 계층의 요구나 이익집단의 주장에 휘둘린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민심을 달랜다며 국민 세금으로 특정 계층에 선심 쓰듯 돈을 퍼주고, 이익집단의 기득권 요구에 떠밀려 국가적 과제를 무산시킨다면 이미 정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쇠고기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가 민심 무마를 이유로 스스로 원칙마저 허문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이 정부는 실용을 표방하면서 출범했다. 그러나 쇠고기 파문 이후에 드러난 정부의 행태는 실용이 아니라 무능과 무원칙이었다. 일부 여론에 떠밀려 원칙을 포기하는 것은 실용이 아니라 편의적인 기회주의일 뿐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켜야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정책의 추진력도 복원할 수 있다. 눈 앞의 반발이 무서워 정부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이 정부엔 희망이 없다.


韓총리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 발표 전문

2008년 06월 08일(일) 오전 11:07 / 노컷뉴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서 140달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작년 6월초에 비해 두 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가히 제3차 석유위기로 불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기름값은 물론 생활물가도 매우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와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각합니다. 영세상인들, 화물차 기사 분들, 그리고 어민들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초(超)고유가는 우리나라만의 어려움은 아닙니다. 전 세계가 함께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유 한 방울도 생산하지 못하면서 세계 5위의 원유 소비국인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고유가로 고통 받는 계층과 생계마저 어려운 분들의 고통을 나누기 위해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오늘 아침, 고위 당정회의를 통해 확정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종합대책 마련에 적극 협조해주신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부는 이 대책에서 국가경쟁력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음 세 가지 원칙아래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째, 유가 취약계층별로 직접적인 지원을 해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둘째, 고통분담의 원칙을 최대한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각 계층별로 유가인상분의 절반은 정부가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셋째, 근본적인 구조적 대책을 병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정부가 이런 원칙에 입각하여 마련한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단기적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저소득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유가 환급금제도를 금년 7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하겠습니다.
 간 총 급여 3,600만원 이하의 근로자와 종합소득액 2,4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에게 각각 최근 유가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분의 절반을 세금 환급을 통해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실시하는 것으로, 전체 근로자의 78%에 달하는 980만명과 전체 자영업자의 87%에 달하는 400만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둘째, 근로 소득이 없는 분들에게는 유가보조금을 지급토록 하겠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중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최근 유가 인상으로 인한 광열․교통비 증가액의 절반을 추가로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셋째, 경유를 주로 사용하는 대중교통, 화물차 등 물류부문에 대해서는 현행 유가 보조금인 ℓ당 293원을 연장 지급하는 한편, 경유가 인상과 연계하여 경유가 추가 인상분의 절반을 추가로 정부가 보조하겠습니다.

넷째, 이미 면세유를 공급받고 있는 농어민에 대해서도 실수요를 파악하여 면세유를 확대 공급하고, 경유가 상승분의 절반을 추가로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한전,
가스공사
등 공기업에 대해 전력요금, 가스요금의 인상을 자제토록 하는 한편, 유가인상으로 인한 누적 적자의 절반을 정부가 보조하겠습니다. 지방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작년도 교부세 정산분 5조 4천억 원을 활용하여 요금을 안정시키도록 요청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유가가 계속 진행되어
두바이유[각주:1]가 배럴당 170달러를 넘어서면 휘발유를 비롯한 모든 유류의 유류세 인하
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유가인상에 보다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세법 개정을 통해 탄력세율 범위를 미리 확대해 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단기대책만으로는 고유가 시대에 대처해나가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중장기 구조조정 대책을 함께 추진해나가야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과잉 공급되고 있는 화물차와 어선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 가격에 적기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실효성 있게 고치겠습니다. 또 석유제품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유통구조 개선노력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노력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지열,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보급사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국내외 유망 광구의 개발과 확보를 위한 융자지원을 확대하고 해외 자원 개발을 위한 재원확보 노력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지난번 저의 중앙아시아 4개국 순방으로 확보된 석유와 가스 광구의 개발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앞으로 1년간 이러한 대책으로 인한 재정소요는 총 10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 중 재정지출은 3조 4천억 원이며, 유가 환급금 등 감세를 통한 지원소요는 7조 1천억 원입니다. 여기에 이번 지방 교부금 정산분을 활용한 지자체의 노력이 가세된다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는 금년도 유가상승에 따라 우리 경제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는 총 20조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작년 유류세 세수의 절반 수준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이렇게 큰 부담을 감수하기로 한 것은 유가 인상에 따른 고통과 비용을 정부가 분담하여, 유가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드리자는 취지입니다. 당장 금년에 필요한 6조 2천억 원은 작년도 세계잉여금과 유가 상승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국민 여러분,
최근 국제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의 고유가 상황은 단기간에 안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로서는 이러한 고통을 분담하여 국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절약은 국민 여러분의 협조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적극 협력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정유업계 등 기업도 경영합리화 등의 노력을 통해 제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오늘 발표한 대책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예산 편성과 세법 개정 등 입법조치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정부의 이러한 종합대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18대 국회
도 입법 활동에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과거에도 1차, 2차의 석유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국민입니다. 이번 고유가의 고통도 국민과 기업, 정부가 힘을 합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현재의 고유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여 에너지를 절약하고,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이고, 신생에너지 산업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적극 협력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설] 세금 돌려주는 물가대책의 허와 실


기사입력 2008-06-08 18:51 /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세금 환급을 포함해 총 10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고유가 민생대책을 내놨다. 작년에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과 올해 기름값이 오른 덕에 더 걷히는 세금을 재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7월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에 따라 일정 소득을 밑도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 화물트럭·버스·농어민·1t 이하 트럭 사용자 등이 혜택을 보게 됐다. 비록 1년 한시적이라는 단서가 붙기 했지만 세금 환급은 전례가 없는 특단의 조치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효과도 의문시되고 고소득층까지 혜택이 돌아갈 유류세 인하는 일단 보류했다. 기름값이 배럴당 170달러(두바이유 기준)를 넘으면 그 때 유류세 인하를 포함한 추가 대책을 강구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새 대책이 실시돼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이 환급금을 손에 쥐려면 먼저 예산 편성과 세법 개정 등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대목이다. 야당은 이제 장외투쟁을 거두고 원내에서 민생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지난 2월 미국 상·하 양원은 초당적인 협조 속에 총 1680억달러에 이르는 긴급경기부양 법안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이때도 핵심은 가구당 최대 1800달러까지 세금을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서민을 위한 물가 대책은 당파를 초월한다. 쇠고기 장외투쟁을 핑계로 민생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지난 몇 차례에 비해 정부가 몇 가지 귀가 뜨일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불투명하다. 총액은 수조 단위이지만 쪼개면 많아봤자 1인당 24만원에 불과해 피부로 느끼는 유가 부담이 덜어질지는 의문이다. 화물연대는 “경유값ℓ당 1800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 인상분에만 50%를 환급해주겠다는 정부 대책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며 “예정대로 총파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반발했다. 버스 업계도 요금인상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

돈만 쏟아붓고 별 효과가 없으면 다시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인 예산 투입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응급처방에 불과하다. 재정만으론 한계가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원가와 운임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제도의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사설] 방향 잡은 고유가 대책

기사입력 2008-06-08 19:56 / 한겨례신문

정부가 어제 근로자·자영업자·운송사업자·저소득층 등에게 유가 환급금을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처음 도입된 유가 환급금 등 특단의 대책이 여럿이다. 과거 오일쇼크 수준에 근접해 간다는 최근의 국제유가 앙등이 그만큼 심각하고 불안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겠다.

정부가 당장의 세금 인하 대신 상대적으로 유가 앙등에 취약한 계층에게 재정을 활용해 지원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사실, 지금의 유가 앙등은 달러 가치 하락이나 투기자본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힌 장기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런 마당에 섣불리 유류세 인하에 나섰다간 자칫 소비 수요와 가격구조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정부의 걱정도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고유가로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된 계층이다. 정부가 이번에 80% 안팎의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에게 1인당 연간 최대 24만원의 유가 환급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 등은, 이들 서민계층의 어려움에 도움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사회통합적 조처로 평가할 만하다. 단기 지원액이 모두 8조원을 넘는 규모이니 가계나 경기 부양 차원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전기·수도 등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적자 보전을 통해 공공요금을 묶겠다는 정부 대책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물가 상승 억제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 저지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정부도 인정하다시피 단기대책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불안하게 등락하는 고유가에 사회 전체가 적응해야 한다. 에너지 절감 구조로 생활 패턴을 바꾸고, 대체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정책의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서민계층에 대한 지원도 한층 실질적인 내용을 갖춰야 한다. 당장의 생존조차 위협받게 된 화물연대나 각종 영세사업자 등에게는 이번 대책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 될 수 있다. 화물운송료 현실화 등 추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번 대책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 와중에서 나왔다. 일종의 민심수습책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더라도 이를 계기로 정부의 정책 운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는 있어야 한다. 당장은 서민경제의 붕괴와 산업의 마비를 막는 게 우선이다. 또 재정운용 정책에서도 눈앞의 현실에 맞지 않는 게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사설]
10조원 민생(民生)대책… 에너지 종합대책도 뒤따라야

기사입력 2008-06-08 23:06 |최종수정2008-06-08 23:18 / 조선일보

정부가 10조5000억원 규모의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연간 총급여 3600만원 이하 근로자 980만 명과 종합소득금액 2400만원 이하 자영업자 400만 명, 모두 1380만 명에게 앞으로 1년간 6만~24만원씩 '유가 환급금(還給金)'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전체 근로자의 78%, 자영업자의 87%에 대한 환급금에만 3조1400억원이 들어간다.

시내·고속·마을 버스 등 대중교통업계와 화물차·연안화물선, 농어민에게는 기존 보조금에 더해 앞으로 경유값 상승분의 절반을 추가로 돌려준다. 1t 이하 자가 화물차에 대해서도 연간 10만원까지 새로 지원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유류비 지원과 전기·가스 요금 안정대책도 포함됐다.

근로자·자영업자에 대한 유가 환급금을 포함해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대책에 모두 8조4350억원이 들어간다. 이밖에 에너지 절약기반 확충과 신(新)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자원 확보 등에 2조580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이를 합친 10조5000억원의 지원 금액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 증가분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번 대책은 한정된 재원이나마 근로자·자영업자·저소득층·장애인·농어민들에게 최대한 몰아주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직접 세금을 나눠주기로 한 것도 처음이다.

연간 24만원으로 서민의 고통을 얼마나 덜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재정 형편상 지원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세금 환급과 보조금으로 국제 유가 상승을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신재생·대체 에너지 개발과 함께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하는 산업구조와 수송체계를 바꾸는 에너지 소비구조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때다.


[시론] 유가급등, 극복방안 없나

기사입력 2008-06-08 18:55 / 경향신문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은 지난 2월19일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3월13일에는 110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5월6일에는 120달러대에, 그리고 보름 만인 5월21일에는 132.56달러로 130달러대에 진입했다. 작년 초 배럴당 50달러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 반 이상으로 폭등한 셈이다.

- 탄력세율 최대한도로 확대 -

이러한 국제유가의 초강세는 네 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국이나 인도, 그리고 오일머니를 벌어들이고 있는 중동국가를 중심으로 석유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고유가 정책으로 공급은 늘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경기하락을 우려한 미국이 작년 8월부터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하면서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최근 유가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투기수요 문제다. 수급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 유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과잉유동성 자금이 금융시장에서 원유와 같은 실물시장으로 빠르게 유입하면서 유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단골처럼 등장하는 지정학적 위험요인이다. 지난 5월5일 이란 외교부가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이란 핵문제가 악화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에서는 반군의 석유시설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터키와 이라크 내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 간의 갈등,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의 불화 등 각종 불안 요인으로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유가 상승의 원인들이 하나같이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고유가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유류세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의 유가 폭등세를 감안하면 세금을 통해 고유가 충격을 국내에서 흡수하기는 버거워 보인다. 다만, 세 자릿수대의 국제유가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초고유가 상황에서 현재 30%까지로 되어 있는 유류세에 대한 탄력세율의 최대 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대한도를 50%까지 높여서 지금과 같은 유가 급등기에는 탄력세율을 50%까지 적용하고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현재처럼 30%까지만 적용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서 국제유가에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기업 에너지 절약 제도 도입을 -

유가상승이 우리경제의 외생변수이다 보니 이외에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책은 원론적이고 장기적이다. 언제나 구호에 그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껴쓰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EERS[각주:2] 와 같이 기업 스스로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EERS는 탄소배출권[각주:3] 제도처럼 정부가 에너지 다소비 업체에 에너지 절약 목표치를 할당하고 이를 기업들이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해외 유전이나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고유가에 대한 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사설] 약효 의문시되고 재정만 축낼 대책

기사입력
2008-06-08 18:06 / 매일경제

정부가 내놓은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 핵심은 유류세 환급과 유가 보조금 지급 확대다. 연간 총급여 36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2400만원 이하 자영업자들에게 연 6만~24만원을 소득세 환급 방식으로 되돌려주며, 대중교통이나 물류사업자들에게 ℓ당 1800원을 초과하는 경유 가격 부분의 50%를 현행 유류세 연동 보조금과 별도로 추가 지급하는 것이다.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관련 기관 누적적자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제유가가 실질 가격 기준으로 이미 1980년 초 2차 오일쇼크 때인 배럴당 100달러대 초반을 훌쩍 뛰어넘은 데다 최근 이틀 동안 16달러나 폭등하는 위기적 상황에서 정부가 서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뭔가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약효보다는 재정 악화와 국민의 석유 중독증 만연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가격 구조 왜곡을 초래해 오히려 에너지 절감에 역행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이번 대책에 소요되는 총 10조여 원 재원은 지난해 세계잉여금[각주:4] 4조9000억원과 향후 1년 동안 추가로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5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라지만 세계잉여금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적으로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언제까지고 재정을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대책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 할지라도 정부는 앞으로 국민의 에너지 사용 절감을 유도하는 대책 마련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 인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지금까지 지급해 왔던 유류보조금을 삭감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국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일본은 도요타자동차가 지난해 43만대였던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2010년 100만대로 늘릴 목표를 세우고 생산 설비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친환경차 개발 지원 프로그램 하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재정을 악화시키는 포퓰리즘적 대책보다는 국가 에너지 절약을 위한 근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1.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되는 원유로, 영국의 북해산 브렌트유, 미국의 서부텍사스유(WTI)와 함께 세계 3대 유종으로 꼽히며 중동 지역을 대표하기 때문에 중동산 두바이유로 불린다. [본문으로]
  2. 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에너지공급자에게 절감목표를 부여하고 목표 이행여부에 따라 인센티브 부여 [본문으로]
  3.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교토의정서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제한을 두어 한도 안에서만 배출하되 그 이상 배출할 경우 탄소라는 공해를  배출할 권리를 상품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 [본문으로]
  4. 재정에서 1년 동안 필요한 지출 비용을 다 지출하고 국고에 남는 출납 잔액. 다음 해의 세입에 이월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