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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정부의 대북 옥수수 지원과 대북 정책

<北의 당국간 회담 제의와 남북관계>

기사입력 2008-09-27 01:20 / 연합뉴스 / 조준형, 김정은 기자

북한이 오는 30일 군사실무회담을 갖자고 제안해옴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이번 제의는 북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식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말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남측 당국자의 방북을 허용치 않겠다는 방침을 선언한 이후 6자회담 차원의 대화를 제외하고는 당국간 대화를 단절해 왔다. 우리 정부가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협의를 제안했을 때도 이를 거부했으며 이번 제안 이전까지 어떤 형태의 당국간 회담도 제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제안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손내밀기' 같은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선 군사실무회담이라는 틀이 대북 인도적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이나 남북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장관급 회담 및 총리회담과는 성격이 다른, 그야말로 군사 차원의 실무적인 논의가 오가는 자리라는 점이 과도한 기대를 차단하고 있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군사실무회담에서는 상호비방 금지합의에 대한 위반 문제, 북한출입시 질서 위반행위, 3통 문제 등 기술적인 문제를 많이 논의해왔다"며 "그런 점에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나 6.15, 10.4선언 이행 문제 등 고도의 정무적 결정이 개입되는 분야를 논의하려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고 말했다.

또 북측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만나자고 언급한 만큼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보장 문제나 통신 설비.자재 제공 문제 등 현안들이 의제에 오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자들은 북한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회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신빙성 있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남한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비핵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첨예하게 각을 세우고 있는 만큼 남측과 순수히 실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남관계를 본격적으로 풀기 위해 대화를 제의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번 제의는 회담을 통해 남측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바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남측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진 상황에서 자신들의 국가 운영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제스처'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미 군사 공조 강화 움직임과 작전계획 5029 추진 건 등 민감한 군사현안에 대한 자신들의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이나 정치성 짙은 발언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국내적으로도 `안보 긴장 지수'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한이 대남 관계와 관련해 구상하고 있는 바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에 관계없이 대면하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 자체는 일단 평가하지만 워낙 미묘한 시점인 만큼 회담에 대해 어떤 예단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WFP, 北 식량지원 거듭 촉구… 정부는 요지부동>


기사입력 2008-09-03 02:57 / 한국일보 / 정상원기자

베이징서 기자회견 "1일 배급량 3분의 1로 줄었다"

세계식량계획(WFP)이 2일 북한의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며 한국 정부의 지원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여전히 유보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토니 밴버리 WFP 아시아 담당 국장은 이날 1주일 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월에 500g이었던 1인당 1일 배급량이 현재는 3분의 1 이하로 감소했을 정도로 북한 식량난은 심각하다"며 "내년 11월까지 15개월 동안 5억 300만달러 상당의 식량 63만톤을 북한에 긴급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밴버리 국장은 특히 "기부국들이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며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를 이유로 지원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의 태도도 짚었다. WFP는 이에 앞서 7, 8월 잇따라 기자회견과 공문 접수 등을 통해 한국 정부에 6,000만달러 규모의 대북 식량 지원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요지 부동이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WFP 요청 건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봐가면서 지원 여부를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1년 동안 필요한 식량은 520만~540만톤 정도이지만 올해 생산량은 350만~40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의 지원과 수입 물량을 합쳐도 50만톤 안팎 밖에 안돼 결국 70만~140만톤 정도가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 식량 생산량(401만톤)과 기존 비축미를 합치면 연말까지는 북한 식량 상황에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 내에는 당장 지원에 나설 이유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는 국제기구를 통한 식량 지원은 부대비용이 더 많이 들고, 생색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또 금강산 피격 사건 이후 국민 눈치도 살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10년의 햇볕정책과 다른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에 확실히 각인 시켜 군기를 잡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대북 소식통은 "북핵 협상도 그렇고 남북관계 좌표 재설정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당장 식량을 고리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정부, `WFP 대북지원' 놓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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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4 10:00 |최종수정2008-08-24 10:23 / 연합뉴스 / 조준형기자

'금강산 피살' 따른 여론.인도주의 두루 감안

세계식량계획(WFP)으로부터 최근 대북 식량지원 동참 요청을 받은 정부의 고민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북 지원에 대한 국민 여론과 인도주의 측면에서의 지원 필요성 등 자칫 충돌할 수 있는 요소들을 두루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핵 상황 등에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원칙 아래 북한의 지원요청이 있으면 지원하고 요청이 없더라도 식량사정이 심각하거나 재난 상황일 경우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럼에도 북한이 지원요청을 하지 않자 정부는 지난 5월 옥수수 5만t 지원의사를 북측에 타진했고 북측이 거부하자 WFP의 북한 식량 실사 결과 등을 봐가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 받지 않으려 할 경우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인의 총격에 살해되고 사건에 대한 우리의 공동조사 요구에 북측이 응하지 않아 대북 여론이 악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WFP를 통한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백지상태에서 검토하는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게 된 것이다.

홍양호 통일차관은 지난 22일 평화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원 규모, 시기문제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서 입장을 정리한다는 생각"이라며 "조금 시간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신중 기조에는 박씨 피살사건 후 정부 차원의 각종 대북 물자제공을 보류하고 민간 인사들의 대규모 방북을 불허하고 있는 상황에서 간접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정부 예산을 들여서 북한을 지원하는 것이 국민 일반의 정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홍 차관도 인터뷰에서 WFP를 통한 지원에 대해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된 국민여론을 많이 중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60% 이상의 북한 주민이 하루 두끼로 연명하고 있다는 WFP의 실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정치적인 고려를 떠나 대북 지원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한 포럼 발제문을 통해 "대북정책의 핵심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라며 "WFP 등 국제기구의 경우 모니터링(분배감시) 체제가 우리측이 직접 대북 지원하는 경우보다 잘 돼 있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임명된 서재진 통일연구원장도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는 남북관계 경색 상황에서 금강산 피격 사건까지 터져 대북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는데 WFP의 요청에 긍정적인 방향의 반응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호재라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국민 감정과 인도주의적 고려 등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해야할 전망이다. 국민 감정을 거슬러 지원하기도 어렵지만 북한 주민의 인도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도 장기적인 남북관계와 국제사회에서의 이미지 등에서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원을 결정할 경우 지원량을 정하는 문제가 남는다.

현 정부가 주려고 했고, 작년 말 남북협력기금까지 집행하기로 결정했던 옥수수 5만t(약 200억원) 선에서 지원할 경우 별다른 절차가 필요없다.

하지만 WFP를 통한 지원 규모를 옥수수 5만t 이상으로 잡을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올해 반영된 대북 쌀 차관 예산 1천974억원 중 일부를 WFP 지원으로 돌릴 수 있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WFP가 지난 20일 우리 정부에 요청한 대북 지원용 재원은 6천만달러(약 600억원)였다.



<정부, WFP 북 식량지원 요청 거부>

기사입력 2008-08-25 02:51 / 한국일보 / 박민식기자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지원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국민 정서가 악화한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24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연말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대북 지원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소한 이 달은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WFP는 20일 한국 정부에 외교문서를 보내 곡물과 생필품 구입에 드는 비용 6,000만달러를 공식 요청했었다. 이는 옥수수 15만톤에 해당하는 액수다.

장 피에르 드 마저리 WFP 평양사무소장은 2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WFP에 지난해 수준인 2,000만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6,000만달러까지 지원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한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WFP의 대북사업 규모는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식량 지원과 관련해 ‘북한의 공식 요청이 없거나 식량 사정이 심각해지지 않는 한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정부는 5월 옥수수 5만톤을 지원하려다가 북측의 거부로 무산된 전례도 있다.


<정부, '6.15ㆍ10.4선언' 놓고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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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3 09:06 / 연합뉴스 / 조준형기자

현 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정상간 합의인 6.15, 10.4선언에 대해 계승한다고도, 부정한다고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북한이 절대시하는 두 선언에 대해 `남북간 합의 중 이행되지 못한 것들이 많으니 기존 모든 합의들을 다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이행방안을 협의하자'는 입장을 정리했지만 북한은 완전한 이행 약속을 요구하며 남북간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북을 대화로 이끌기 위한 전술적 차원에서라도 6.15, 10.4선언을 존중한다거나 계승한다고 할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정부내 책임있는 인사 중 누구도 이런 발언을 하지 않고 않다.

이의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남북경협을 북핵 진전과 연계한 정부의 정책기조상 10.4선언에 담긴 전방위적 경협사업들을 그대로 이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 이전 정부 시절 합의된 사업 아이템들을 그대로 계승하는 문제에 대해 여당과 정부 최고위층에서 다소간의 심정적 거부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하지만 정통한 소식통들은 그보다는 집권 여당과 핵심 지지층이 대체로 갖고 있는 대북관 및 현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두 선언의 일부 내용이 충돌한다는 점을 더 중요한 배경으로 꼽고 있다.

6.15 선언의 경우 `남측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간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겠다'고 한 대목과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이 `걸림돌'로 꼽힌다.

6.15선언에 연방제가 거론된 것에 대해 제1차 남북정상회담(2000년) 관계자들은 통일방안을 둘러싼 입장 차가 남북간 다른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었기 때문에 남북 정상이 이 문제를 옆으로 치워 놓은 것일 뿐 북한의 연방제 방안을 수용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 뉴라이트 진영 등 상당수 인사들은 6.15선언이 북한 대남전략의 핵심인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한 문서라는 취지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또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대목은 액면 그대로 볼 경우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한미공조 등 국제공조를 통한 북한 문제 해결 기조와 상충할 소지가 없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4 선언의 경우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각기 법률적.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는 대목과 '6.15를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한 대목이 걸리는 부분이다.

`법률적.제도적 장치 정비' 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상정한 것"이라는 입장 하에 작년 정상회담 직후부터 반대 입장을 표한 바 있다.

어쨌든 정부는 현재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6.15, 10.4 선언과 관련한 입장 차이를 넘어서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두 선언에 대한 이행 약속을 남북 당국간 대화재개의 전제 조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6.15, 10.4 선언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면서도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북측의 희망대로 두 선언의 온전한 승계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정부가 안고 있는 고민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남측이 두 선언 중 필요성이 있는 부분부터 행동에 착수하고 북도 두 선언의 이행을 구두로 약속받으려는 기존 태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방향으로 양측이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적 결단 하에 정면돌파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구갑우 교수는 "6.15, 10.4 선언에 대해 원칙적인 선에서나마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특사파견이나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北, 南지원제안 거부..뭘 시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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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1 12:18 / 연합뉴스 / 조준형기자

對미.일관계 통해 '살길찾기'..대남 압박 강화

"남(南)이 반 발짝 다가서니 북(北)은 되려 반 발짝 물러선 형국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 5월 이후 두차례 `북의 요청이 있어야 지원한다'는 원칙에서 유연성을 발휘, 옥수수 5만t 지원을 위한 접촉을 제안한데 대해 북측이 지난 주 "(옥수수 5만t을) 받지 않겠다"며 명시적 거부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이 같이 촌평했다.

북한의 이번 반응은 북핵 문제의 진전 속에 식량 3만8천t을 선적한 미국 선박이 지난달 29일 북한에 도착한 때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단기간내 남북관계 정상화가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 등 외부세계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남북관계 공백으로 인한 `기회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한 신호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대북지원을 매개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남 측이 수십만t 규모의 식량을 제안할 경우 북의 반응은 다를 것이란 예상도 없지는 않다.

북한이 남측과의 당국간 관계 단절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민간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매개로 대남 압박을 가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다.

북한은 6월22일 개성공단.금강산 `3통(통행.통신.통관)' 관련 합의 미이행과 군 통신 관련 장비 제공 지연을 문제삼는 담화를 내더니 24일부로 개성공단 통행 시간을 단축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같은 일련의 대남 태도를 감안, 북이 미.일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살길을 도모한다는 기조 하에 당분간 대남 관계 측면에서는 비핵.개방 3000이 상징하는 대북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한 압박 쪽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즉 미국.일본을 통한 `살길 찾기'가 한계에 봉착하기 전에는 웬만해선 대남 관계 개선에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 연구원은 "북한은 당분간 미국과의 대화에 주력하면서 대미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낸 뒤 그 이후에 남북대화를 하려는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북관계 전문가는 "북한도 올 하반기 미국 대통령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 북미관계 진전이 정체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남측과의 관계 복원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북은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경계 차원이라기 보다는 심각한 대남 불신 속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6.15, 10.4 선언 이행 약속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안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부터 정치적 측면에서 두 선언을 그대로 이행하겠다고 하기 쉽지 않은데다 북한으로서도 두 선언에 대한 이행 약속만 하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라기 보다는 대화를 위한 기본 조건 차원에서 6.15, 10.4 선언 이행 약속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단기간 내에 정상화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직시하는 한편 향후 대화의 모멘텀이 생길 때를 대비, 남북간 신뢰를 조성하고 대북정책 추진을 위한 국내적 토양을 다지는 노력을 해야할 때라는 지적을 내 놓고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정부가 불필요하게 북을 자극하는 것을 피하는 한편 인도적 대북지원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전체 국민여론을 아우를 수 있는 대북정책의 키워드를 찾는 노력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설] 시대착오적 대북정책 빨리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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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7 21:27 / 한겨례신문

북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되는 모습이 어제 지구촌 전체에 방영됐다. 북한 핵 폐기 단계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다. 북한이 원자로를 다시 가동해 무기용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일은 불가능하게 됐음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다.

지금 북한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핵 신고 및 냉각탑 공개 폭파의 주된 목적도 핵 폐기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바꾸는 데 있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노력에 호응해 차근차근 대북 관계 개선 조처를 취하고 있다. 곧이어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논의가 구체화하고 북-일 관계 정상화 교섭이 재개될 것이다. 핵 문제 진전과 맞물려 새로운 한반도·동북아 질서 구축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외교·안보 격변이다.

우리나라가 여기서 주도적 구실을 하는 것은 국제정치적·민족적 당위다. 한반도의 안정 없는 동북아 평화구조는 불안할 수밖에 없거니와 새 질서 구축은 통일 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외교 역량은 과거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 의존적 외교를 자처하다 보니 미국·중국 등과의 교섭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고, 6자 회담 틀 안에서도 존재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북-미 협의를 옆에서 바라보며 미국에 매달리는 모습이 10여년 만에 재연될 정도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도 대북 강경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당국 사이 남북 대화가 끊긴 상태에서 북-미 및 북-일 관계가 진전되면, 우리나라는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논의 등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한반도와 관련된 주요 결정은 남의 손에 맡기고 우리나라는 부담만 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미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비핵·개방 3000’도 수정 또는 폐기해야 한다. 최근 정부 주장대로 이 정책이 북한의 비핵화와 개방을 남북 관계 진전의 전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병행하겠다는 뜻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정말 남북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어떤 경우든 첫걸음은 10·4 정상선언과 6·15 공동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남북 정상이 직접 협상하고 서명한 기존 합의는 무시하면서 대화를 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사설] 급물살 타는 북핵 해결 과정과 우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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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4 00:52 / 경향신문

지지부진하던 북한 핵 해결 과정이 이번주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는 26일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테러 지원국 해제, 27일 영변 5㎿ 원자로 냉각탑 폭파, 뒤 이어 지난해 9월 말 개최 이후 중단된 6자회담 재개 일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핵 해결과 북·미 관계 개선 등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별개의 문제다. 북핵 해결이 결실을 맺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6자회담 참가국, 특히 우리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다.

북핵 해결 과정은 현재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라는 2단계를 마무리하고, ‘핵 폐기’라는 3단계 논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핵 폐기는 북·미 관계정상화, 경수로 제공과 같은 사안들이 얽혀 있어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북핵 해결 과정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미국 내 강경 보수파들의 목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발하는 이들은 경수로 제공에 대해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일본의 후쿠다 정부는 북·일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이지만 여론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방북한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에게 6자회담의 성과를 성공적으로 평가했지만 과연 북핵 폐기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각종 장애물들이 잔뜩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북핵 해결 과정이 순탄하게 3단계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추동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지금처럼 지켜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운신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로 정부가 북한이 원하고 있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나 북·미 외무 장관 개최를 미국에 주문하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 우리의 입지 확보와 함께 남북관계 경색의 해소라는 부수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많고 넓다.



[사설] 북핵협상 건성건성 넘어가선 안 돼

기사입력 2008-06-22 17:59 / 국민일보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추진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확보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아울러 북한과 이란, 시리아가 핵 협력 활동을 해왔다는 보도도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함께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 교역 금지법 적용 종료 조치에 착수해 북핵 폐기 3단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보도들에 비추어 과연 그렇게 허술하게 넘어가도 되는 지 의문이다.

물론 아직은 보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근거 없는 보도가 아니라는 직·간접 증거가 있다. 우선 북한이 핵 신고에 앞서 미국에 넘겨준 핵 관련 자료에서 UEP의 흔적이 발견됐다고 전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8일 "우리는 북한의 UEP에 관한 추가 정보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면서 "이 정보는 북한과 협상하는 데 대한 회의론을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보기관의 비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과 시리아, 이란이 수년동안 비밀리에 핵 개발을 위해 협력해왔다고 밝힌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보도는 지난 4월 미 중앙정보국이 공개한 북·시리아 핵커넥션을 입증하는 영상 자료로 뒷받침된다. 뿐만 아니라 시리아보다 더 심각한 북한의 핵 확산 우려 대상이 이란이라는 미 의회조사국 래리 닉시 박사의 지적을 감안하면 보도가 사실일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그런데도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등을 실행에 옮기고 북핵 폐기 3단계로 넘어가려는 것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오로지 눈앞의 정치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이 북한에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실질적 효용가치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단지 '쇼'에 불과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추진하는 것만 봐도 명백하다.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에도 북한의 핵 확산이 계속될 때, 또 플루토늄 프로그램 대신 UEP를 몰래 추진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핵협상이 미국의 정치적 일정 때문에 건성건성 진행돼서는 안 된다. 허술한 미봉은 더 큰 후환을 낳기 마련이다.


[사설] 북한 비핵화 차근차근 풀어 나가자

기사입력
2008-06-21 02:51 / 한국일보

북한이 다음주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자 비핵화 합의에서 설정한 시한보다 6개월 이상 늦은 것이지만,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 의미가 크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핵 신고의 기초가 되는 1만8,000쪽 분량의 북한 핵 활동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한 결과, 호의적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따라서 테러지원국 해제와 무역규제 완화 등 미국 쪽 후속조치가 차질 없이 이뤄져 비핵화 2단계를 매듭짓기를 기대한다.

미국 쪽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국무부는 18일 “2단계 종결이 임박했다는 믿음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제 한ㆍ미ㆍ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에 핵무기 정보가 없더라도 일단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그간 핵무기 신고를 고집해온 점에 비춰 중대 장애가 제거된 셈이다. 이에 앞서 북ㆍ일이 납치 일본인 문제에 타협을 이룬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물론 걸림돌은 남아 있다. 미 정보기관은 북한이 지금껏 40~5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37kg 뿐이라고 밝혔다. 또 농축우라늄 핵 개발과 핵 물질의 제3국 이전 의혹을 단호히 부인한다. 이에 따라 미 의회 등의 강경파가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와 검증’을 내세워 테러지원국 해제 등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합의된 수준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영변 핵 시설 폐기로 비핵화 2단계를 매듭 지으려는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 핵 신고 내용의 구체적 검증과 핵무기 폐기 논의는 애초 비핵화 3단계에서 다루기로 합의한 사항이다. 또 북ㆍ미 양쪽의 2단계 이행조치를 9월 쯤 끝내더라도 미 대선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3단계로 넘어가기는 어차피 힘들다.

이런 사정에 비춰 우리로서도 비핵화 2단계 마무리에 힘을 쏟는 것이 최선이다. 더러 신고내용이 미흡하다고 목청을 높이겠지만, 북한 비핵화는 떠들썩하게 서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차근차근 최종 목표에 다가가야 한다.


[사설] 통미봉남 다음은 통일봉남인가

기사입력 2008-06-14 00:11 / 중앙일보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의 재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북한과 일본은 11, 12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교 정상화 실무회담에서 납치 문제에 대한 조사를 재개하고, 요도호 납치범을 일본에 인도키로 했다. 대신 일본은 인도적 물자 수송용 북한 선박의 입항을 허용하고, 북한과의 인적 왕래를 허용하는 등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북·일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납치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됨으로써 교착 상태에 있던 양국 관계가 급진전될 전기를 맞게 됐다. 주춤했던 6자회담도 재개의 동력을 찾게 됐으니 환영할 일이다.

북한이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은 명분보다 실리를 취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일본은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말 것을 미국에 강력히 주문해 왔고, 미국은 동맹국인 일본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결국 미국의 중재로 북한과 일본이 납치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에 필요한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의 핵 신고서 제출과 함께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국은 본격적인 테러지원국 해제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북한과 일본의 후속 협의도 순조롭게 진행돼 북·일 관계가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길 기대한다.

북·미 관계에 이어 북·일 관계까지 급진전 조짐을 보이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한국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한국을 제외한 6자회담의 모든 참가국과 적극적 관계를 추구하게 됨으로써 한국만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구사해 온 '왕따' 전략의 대상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국교 정상화가 실현될 경우 일본은 북한의 최대 지원국이 될 수 있다. 통미봉남(通美封南)에 이어 통일봉남(通日封南)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된 만큼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설] 대북정책 전환 요구하는 ‘6·15 여덟돌’

기사입력 2008-06-11 19:46 / 한겨례신문

6·15 공동선언 발표 여덟 돌을 앞두고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라 안팎의 전문가·학자들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의원 등 1990년대 이후 남북 관계 진전에 핵심 구실을 한 이들도 공개적으로 이런 견해를 밝혔다. 그간 소극적 행보를 해 온 김하중 통일부 장관 또한 6·15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핵심은 지난해 10·4 정상선언과 2000년 6·15 공동선언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이행 의지를 밝히라는 것이다. 두 선언은 남북 정상이 직접 협상하고 서명한 유일한 문서다. 두 선언을 무시하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묘책은 없다. 정부는 1992년 노태우 정권 때 발효한 남북 기본합의서를 강조하지만, 이는 남북 관계를 당시 수준으로 되돌리려는 것과 같다. 강령적 성격에 머문 채 이행되지 못한 기본합의서를 실천선언으로 현실화한 게 6·15선언이고, 이를 구체적 사업으로 확대·발전시켜 10·4 선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는 핵 신고 단계를 마무리하고 다음 핵 폐기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까지 와 있다. 신고 단계를 순조롭게 끝내기 위한 6자 회담 참가국 사이의 접촉이 밀도 있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눈에 띄게 약해진 우리나라 역할은 지금도 그대로다. 대북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해 여러 협의에서 주변으로 밀려났고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이런 상태가 다음 단계까지 이어진다면, 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와 관련된 핵심 의제에서도 소외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에 집착한 나머지 남북 관계 악화를 방치하고 있다. 국가적·민족적 과제보다 정권 입맛을 앞세운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으나 식량 지원을 위한 남북 당국 사이 접촉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이런 상태가 더 계속돼서는 안 된다. 이제 모든 주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처지가 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북정책이다.


[사설] 北의 ‘반테러’ 성명, 핵 폐기로 이어져야

기사입력 2008-06-11 20:54 |최종수정2008-06-11 21:32 / 세계일보

북한이 엊그제 유엔 회원국으로서 반테러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임을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것은 테러지원국 해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성명이 ‘10·3 합의’ 이행을 논의하는 미 국무부 성 김 한국과장의 방북에 맞춰 나왔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참가국이 합의 발표한 2007년 ‘10·3 공동선언’은 북한이 정확하고 완전하게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면 미국이 그 대가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대상에서 해제하는 절차에 착수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최근 국제 환경은 북핵 문제의 일부 진전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준비, 그리고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이라는 변화를 맞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미국에 1만8500쪽에 달하는 핵 관련 문건을 제출한 것도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다. 핵심은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와 냉각탑 폭파,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등 비핵화 2단계의 마무리이다. 미 국무부가 북의 ‘테러반대’ 성명을 환영하면서도 북한의 정책과 행동이 일치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재천명한 게 아니겠는가.

이처럼 북한의 반테러 성명의 진정성은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CVID)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북한이 이미 확보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그대로 둔 채 미국과 겉치레 협상을 하면서 경제지원을 바라거나, 요구가 금세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미국에 맞대응식 확전전략(tit for tat)을 채택한다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도 먹혀들 수 없음은 자명하다. 남북 관계 개선 없는 북미 관계 개선은 현실성이 없음을 북측은 깨달아야 한다. 6자회담과 함께 남북 대화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두루 신뢰를 얻는 게 순리이다.


[사설] 南 옥수수 지원 제의, 北은 수용해야


기사입력 2008-06-05 00:43 |최종수정2008-06-05 09:27 / 중앙일보

정부가 북한에 옥수수 5만t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북한이 3주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바람직했다.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한국 정부가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내부나 국제사회에서 인도적 차원의 구설에는 휘말리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대북 식량 지원 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선 언제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하고 북한의 대응을 기다리면 되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안이하게 대처했다. '북한의 지원 요청'을 전제조건으로 박아놓은 것이다. '아쉬운 측이 요청하지 않고 배겨내겠는가'라는 도도함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역이용했다. 남측의 요구는 무시하고 핵 문제에서 일보 양보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얻어냈다. 여기에다 북한이 다시 기아선상에서 헤맨다는 소식이 퍼지자 거꾸로 정부가 기존 원칙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받는 측은 아무런 말이 없는데 주는 측이 받아달라고 호소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정부는 단선적인 사고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못살아도 자존심은 높은 북한 체제의 속성에 대한 통찰력도 길러야 한다.

북한 당국도 주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남측의 제의를 수락해야 한다. 10여 년 전에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는데, 또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키 1m50㎝였던 북한군의 입대 기준이 1m48㎝로 낮아졌다는 것은 민족적 비극 아닌가.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식의 구호 정치 대신 주민들의 굶주림을 해소시킬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정권의 '퍼주기식' 대북 지원 방식만큼은 고쳐야 한다는 게 국민 여망이라고 간주하고 상호주의를 대북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10년간의 남측 지원에 익숙해진 북한으로선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세 싸움이 날 수밖에 없었다. 남측의 이번 제의가 남북 경색 국면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설] 대북 초강경론자가 통일교육원[각주:1]장을 맡는다니

기사입력 2008-06-07 02:03 / 경향신문

6·15 남북공동선언을 ‘용공 이적문서’라고 생각하는 홍관희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통일부 산하기관인 통일교육원 원장에 내정됐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민을 상대로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에 이런 대북 초강경론자를 앉히겠다고 정부가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과거 ‘때려잡자 공산당’식의 대북 적대감을 다시 국민들에게 불어넣겠다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홍 전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던 2005년 한 월간지에 문제의 6·15 선언 비난 글을 실었다가 징계를 받자 항의 사직한 인물이다. 당시 정부가 연구원의 의사 표현을 문제 삼아 징계를 내린 것은 옹졸한 처사였지만, 이를 계기로 그가 일개 연구자의 지위를 넘어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에는 지나치게 강경한 소신을 가졌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는 이후에도 각종 기고와 강연을 통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킴으로써 흡수통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6자회담의 결과물로 나온 2·13 합의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항복문서”라고 비난한바 있다.

연구자가 북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다.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기본권리다. 그러나 국민정신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라면 최소한 통일에 대해 역사적 소명 의식과 사고의 균형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사퇴한 남주홍 경기대 교수가 강경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비판 받았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홍씨 개인의 생각에 대해 시비할 생각이 없다. 다만 그가 국가 교육기관의 장이 되기에 부적합하다는 점을 지적할 뿐이다. 북한을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보지 말고 힘으로 굴복시켜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국민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방북자를 포함해 각급 학교·민간·공직자 등을 상대로 통일교육을 지원하고 시행하는 기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