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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경찰 과잉진압

[사설] 경찰에도 새 모습 요구하는 이번 시위

기사입력
2008-06-04 02:48 / 한국일보

촛불집회가 가두시위로 발전하면서 시위하는 시민이나 진압하는 경찰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적지않게 생기고 있다. 경찰의 피해는, 그것이 특정 시위꾼이 준비한 무기로 인한 것이거나 고의적 상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일반인의 부상이나 인권모독은 다르다. 경찰은 그것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경찰이 권력 유지의 강력한 수단이었던 지난 시절엔 시위대의 반정부 구호에 곧장 적개심을 드러내고, 경찰에 대한 저항을 공권력 도전으로 여겨 무작정 제어했다.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경찰이 어제 “극렬한 폭력사태가 빚어지거나 청와대 같은 국가시설이 위협 받지 않는 한 물대포 사용 등 강경진압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연한 다짐이지만 그러한 의지를 천명한 것을 존중한다.

같은 맥락에서 시위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불상사는 즉각 확인하여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한 여대생을 군화발로 짓밟고 걷어찬 행동은 전후 사정이 어떻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물대포를 근거리에서 직접 쏘아 다치게 한 행위는 자체 수칙을 명백히 위반했다. 뒤늦은 사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찰 간부가 ‘우리 아이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는 식으로 자구행위 운운하는 것은 아직도 경찰의 의무를 제대로 모르는 발언이다.

경찰도 인정했듯이 요즘 촛불시위엔 뚜렷한 ‘배후세력이나 주동자’가 없다. 일부 사회단체나 정치권이 가담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이 시민집회에 얹혀 있는 양상이다. 경찰이 더욱 자제하고 인내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허황된 유언비어를 인터넷에 유포해 극렬시위를 부추기는 것은 조직적 배후보다 더 악랄한 ‘불순세력’이 하는 일이다. 경찰은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문책할 것은 문책하고, 수사할 것은 수사해야 한다.


[사설] 경찰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

기사입력 2008-06-03 19:56 / 한겨례신문

경찰이 촛불집회를 잔인하게 진압한 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에 맞아 다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어청수 경찰청장 등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인터넷과 방송에선 때리는 경찰과 피 흘리는 시민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경악과 충격은 비난과 질타로 이어진다.

동영상과 증언들을 보면, 마치 십수 년 전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간 듯하다. 젊은 여성이 경찰 방패에 맞고, 이를 말리던 시민까지 방패에 찍혀 쓰러진다. 넘어진 여대생의 머리를 경찰 군홧발이 짓밟고 걷어찬다. 가까이서 쏘면 위험하다는 물대포를 4~5미터 앞에서 조준발사해 여러 사람이 고막과 눈을 다치게 했다. 연행된 이들은 경찰서에서 구타당하고, 다친 사람도 바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경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는, 참혹한 모습들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투다. 청와대 앞에서 불법시위가 벌어졌으니 엄중한 사태이며, 자신들도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찰 폭력 문제는 어영부영 넘어갈 태세다. 하지만, 그렇게 끝날 문제는 아니다. 한 달 넘게 이어진 촛불집회에선 어떠한 폭력 도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비폭력·평화 시위에 진압봉과 방패·소화기·물대포를 들이대는 게 바로 폭력이다. 더구나 그로 말미암아 다친 사람까지 여럿 나왔다.

국민의 민주의식은 이제 권위주의의 사소한 잔재도 용납하지 않게 됐다. 경찰이 낡은 생각에 사로잡혀 명백한 폭력의 책임을 회피하려 하다간 공권력의 정당성까지 흔들리게 된다. 그런 처지에 빠지지 않으려면 마땅히 폭력을 저지른 경찰을 찾아내 징계와 처벌을 하고, 그 지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과잉진압의 책임자이면서 여전히 이를 옹호하는 어청수 청장은 해임하는 게 옳다.

이 일을 계기로 경찰은 생각을 크게 바꿔야 한다. 경찰의 임무가 법질서 수호라지만, 지켜야 할 법질서는 도로교통법보다 그 상위법인 헌법과 헌법정신이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촛불시위는 헌법이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 명시한 국민의 정당한 권리행사로 봐야 한다. [각주:1]이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경찰의 당연한 의무다. 몇몇 사람의 영달과 보신 때문에 그런 의무가 방기될 순 없다.



  1. 꽤 위험한 발언 같아 보이는데...역시 한겨레신문이군요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