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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외환위기는 국제 투기세력의 작전?

<국제 투기세력 ‘국내 내조자’ 있다?>

기사입력 2008-12-04 13:40 / 위클리경향 / 조득진 기자

한국시장은 외국자본의 좋은 먹잇감… 고수익 실현 환경 뒷받침 세력 존재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는 말은 국제 투기자본의 은어다. 국제 금융재벌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경제 불황의 조작이 있는데, 그들은 먼저 신용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거품을 조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 다음 통화량을 갑자기 줄여 경제 불황과 재산 가치의 폭락을 유도한다. 그리고 우량 자산의 가격이 정상가의 10분의 1, 심지어 100분의 1까지 폭락하기를 기다렸다 갑자기 나서서 말도 안 되는 싼 가격에 사들이는 것이다.

‘양털 깎기’는 바로 국제투기자금의 수탈 메커니즘을 뜻한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단지 이자놀이보다는 고의적인 불황을 만들어서 자본을 이동시켜 개인들의 재산을 수탈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후 양털 깎기는 주기적으로 시장의 희생을 강요해왔다.

외환위기 만들어 ‘단맛’ 뽑아먹어 우리는 이미 10년 전에 이 양털 깎기를 당해봤다. 당시 금리는 20%대까지 치솟았고 주식, 부동산, 원화 가치 및 기업 가치까지 돈 많은 외국 자본에는 그저 줍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이다.

“건실한 국내 은행을 은행과 금융당국이 국제 투기자본과 결탁,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사건은 지난달 24일 “합법적인 매각이었다”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여전히 논란 중이다. 론스타와 공모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부실은행에 해당하는 6.16%로 고의적으로 저평가해 론스타에 최대 8000억 원대 이득을 얻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경부 정책금융국장 등은 무혐의 처리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기업에 투자한 해외 자본의 사례는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 진로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던 골드만삭스, 만도기계의 칼라일펀드, 이랜드월드의 와버그핀커스, 제일은행의 뉴브리지캐피탈, 굿모닝증권(옛 쌍용증권)의 H&Q와 IFC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투자 원금은 2조1548억 원. 그간의 배당금으로 600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고 일부 지분 매각 등을 합하면 투자 원금의 85.4%에 해당하는 1조8399억 원을 이미 회수했다. 나머지 지분 51%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분할 매도하더라도 2조9000억 원(주당 8800원 기준)가량을 더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금융 위기가 없을 때 조기에 매각했더라면 4조 원이 넘는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최근의 외환위기도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최용식 21세기 경제학연구소 소장은 외환시장의 공포감을 외국인들이 조성하고 또 그 단맛을 뽑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들여온 총액이 222억 달러인데, 그들이 한때 우리나라에서 가지고 있었던 총 자산가치가 2700억 달러가 넘었던 때가 있다”면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이런 불안감·공포감을 조성해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유도해서 거기서 이익을 얻어내곤 했다”고 전했다.

최 소장의 지적처럼 한국의 외환위기를 먹잇감으로 겨냥하는 외국 투기자본이 몰려오고 있다. 특히 일본 금융계는 최근의 금융 위기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라며 M&A에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 일본 정부는 11월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 1000억 달러 융자를 제안했고, 이에 앞서 한·중·일 3개국 재무장관 회동을 주도해 중국 정부와 함께 한국에 외화 공급 규모를 늘려주는 방안을 협의했다. 일본은 나아가 800억 달러 규모로 창설이 추진되고 있는 아시아통화기금(AMF)에도 가장 많은 출자액을 내놓을 방침이다. 바야흐로 일본 자본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침투하는 분위기다.

2000년 이후 사회현상 투기자본과 관련 한국 시장에 침 흘리기는 중국 자본도 마찬가지다. 중국 자본 역시 IMF 외환위기 이후 영국과 미국 자금이 투하됐던 것과 비슷한 환경에서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까지 중국 자금의 국내 증시 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약 5배나 증가했고, 중국 은행감독위원회는 6월 자국 은행들의 한국 증시 투자도 허용했다. 10월 22일 중국에서 열린 ‘한국자본시장 설명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중국 기관투자자가 참석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투기자본을 ‘1년에 25%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경우’라고 이야기하지만 정확한 개념은 없다. 홍성준 투기감시센터 사무국장은 “정상적인 자본이라면 생산설비를 만들고, 노동자를 고용해서 물건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인데, 이런 과정이 없는 것을 투기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초단기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있는 설비를 팔아먹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현상들은 거의 투기자본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국제 투기세력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나라”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월가와 영국의 더 시티에서 나오는 ‘한국 증시에 침 뱉기’성 발언의 취재원은 대부분 국제투자은행 등 세계적 규모의 초국적 투자기관, 헤지펀드 등의 전략가, 분석가 들이라는 것. 기자와 인터뷰나 자체 기관의 보고서 등을 통해 기사 자료를 수시로 제공하고 언론 보도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 그들은 다름 아닌 외환위기 이후 헐값에 한국 증시를 주워 담아 수백조 원의 차익을 남기고 셀(sell) 코리아로 이익 실현을 하고 있는 장본인들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투기자본의 ‘전횡’을 막아야 할 정부와 경제팀이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경제 컨트롤 타워가 반복되는 거짓말로 ‘양치기 소년’이 되었으니 외국 투기자본이 뛰어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외신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정부 관계자가 입조심하는 게 낫지 않냐” “한국 시장을 리서치하면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흘리는 말로 한국 정부의 정책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정책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지 의문”이라는 외국 애널리스트들의 발언에 이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국내에 투기자본을 대변해주는, 그들과 내통하고 ‘떡고물’을 먹는 세력들이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 사무국장은 “일부 관료·변호사·학자·언론 등이 바로 투기자본의 동맹세력”이라며 “10년 전에야 정치자금을 사과박스로 이동했지만 요즘엔 펀드로 전달하고, 결국 이 펀드가 돈을 벌도록 국가 정책에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인이 총체적 연출을 하지 않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세력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은행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으로 꺼낸 지급보증안도 같은 맥락에서 비판받고 있다. 정부는 심각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급 보증이 결정된 대부분 은행의 대주주가 외국계 투기자본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혈세를, 국가의 부를 투기자본들에 함부로 퍼주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정부 환율 방어가 달러 유출 촉진>

기사입력 2008-12-04 13:40 / 위클리경향 / 김경은 기자

외환시장의 극심한 달러 수급 불균형 상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5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정 원달러 환율은 1002원”이라고 말했다. 적정 원화 가치에서 약 50%나 평가절하한 셈이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파산(9월 15일)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거나 구제금융을 요청한 헝가리·폴란드·파키스탄보다도 큰 낙폭이다. 세계경제 위기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한국이 왜 외환 폭등으로 혹독한 경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일까. 투기자본 감시 활동을 하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 임종인 공동대표에게 그 원인과 대책을 들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외환 위기 이후 지나친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가속화하는 국부 유출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시민단체다.

사법부가 11월 25일 판결한 외환은행 매각 사건에 대한 입장은. “론스타가 자산 규모 62조6033억 원의 외환은행을 단돈 1조3800억 원에 샀다.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금융기업이 아니다. 은행을 인수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외환은행의 해외 매각을 위해 BIS(자기자본비율)도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여기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본다. 사법부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단은 외국 투기자본에 면제부를 준 것이다. 한국이 투기자본의 놀이터라는 점을 인정하는 판결이고 국부 유출을 용인해준 잘못된 판단이다. 법원이 밝힌 선고 이유를 보면 론스타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했다. 재판부가 마치 ‘제2의 변호인이 아닌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미 이런 판결은 예고된 것이다. 재판부는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전 유해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네 차례나 기각했다. 주요 피의자인 엘리스 쇼트 외환은행 부행장의 구속영장을 기각, 미국 도주를 방조했다.”

현재 환율 폭등은 역외 시장에서 환투기가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자국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약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한국 내 주식 자산을 매각해서 그 자금을 본국에 송금한 게 환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 외국인의 주식 매각 규모는 무려 35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유동성도 좋고 송금 제한도 없다. 우리 환율시장의 변동 폭도 매우 크다. 환투기꾼이 놀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다가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환율 상승을 압박했다. 외환시장은 시장의 펀더멘탈을 반영하고 있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면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 억제 정책을 펴자 환투기꾼의 공격 초점이 된 것이다.”

자본이라는 것이 생태상 투기성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자본의 투기적 속성을 말하는 게 아니다. 환투기꾼이 놀기 좋은 외환시장의 여건을 만들어준 게 문제라는 얘기다.”

정부의 신뢰 상실이 외환시장이 투기장으로 되는 것을 일조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정부는 환율 가격을 통제하지 말고 외환 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자금 압박을 받는 은행은 단기외채를 들여왔다. 미국 금융이 돈을 회수하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은 외채상환 압력을 받게 되고 환율은 올랐다. 정부는 연기금을 투입해 주가 하락을 차단하고 또 원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방어에 나섰다. 정부가 원가 가치 하락를 방어했다. 이는 외국 자본가에게 원화 가치를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팔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제공한 꼴이 됐다. 즉 정부의 환율 억제정책이 달러 유출을 촉진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 서민의 돈으로 외국 자본가에게 전별금을 준 것이다. 이뿐 아니라 외국인이 소유한 은행에 대해서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주고 국고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외국 대주주가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한다. 이는 책임 추궁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외국인 대주주는 배당으로 1조5000억 원을 빼갔다. 게다가 유동성을 해소하기 위해 채무를 보증하고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환율의 급등과 급락을 막는 한도 안에서 개입했어야 했다. 수출과 내수 확대 정책을 세워야 했다.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감세보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부 지출 확대가 긴요하다. 지금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올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말했듯이 과감한 적자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비상조치를 취하더라도 과실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금융 건전성을 악화시킬 여지가 있는 조치는 적절하지 않다. 감세는 일부 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재정투자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감독기관이 철저하게 외환시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해지펀드는 감시를 싫어한다. 한국을 공격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얘기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자본이 지금처럼 한국의 외환시장을 갖고 놀 것이다.”

정부가 보유한 외환 중 미국 채권의 비중이 너무 높아 외환 가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환율이 올라갈 때 정부가 대증적이고 임시방편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달러만 소진하고 말 것이다. 지금은 백약이 무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시장에 그런 사인을 보내야 한다. 선수 교체가 절실하다.”

인터넷 논객인 미네르바도 내년 3월에 일본의 환투기 세력의 한국 공격을 예언했다. “투기세력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그것이 일본의 환투기 세력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일본 엔캐리 세력(이자부담이 거의 없는 일본 엔화를 빌려 투기자금으로 활용하는 자본 세력)이 철수하면 원화 및 달러의 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규모나 수법은 알려진 일이 없지만, 일본 환투기 세력은 일본의 저금리 엔화 강세에 따라 어떤 나라라도 공격할 힘이 있다. 미네르바가 주장한 3월 외환위기설은 어떤 근거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투기꾼들은 이익이 있고 감시가 소홀한 나라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만반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미 간 300억 달러의 통화 스와프도 중국의 통화 패권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였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제적으로도 태환도 되지 않는 중국 위안화를 앞세워 통화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까? 그 정도로 가능했다면 중국 위안화보다 막강한 위력을 가진 일본 엔화는 이미 기축통화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국제금융 위기가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미국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