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뽑는 외국인은 예외?..MB '현장 지시' 또 논란>
기사입력 2008-12-04 16:36 최종수정2008-12-04 16:38 / 이데일리 / 이진우 기자
'잠시 일하는' 농촌작업 지원하는 합법 체류자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민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지시한 외국인 근로자 관련 규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대통령은 이날 가락시장 농민들로부터 배추 출하작업을 하는 인력의 70%가 외국인인데 경찰에서 다 잡아들였다, 농한기에는 놀고 있는데 오후 7시 이후에는 시간외 수당을 줘야 한다는 등의 불만섞인 건의를 받았다.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농촌에 노동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인건비 낭비가 많다"면서 "농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다 똑같이 적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농림부 장관에게 "노동부 법무부와 협의해서 (공장 노동자와 농촌 노동자를)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농민들의 건의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시정 지시는 결국 1년중 '농번기'가 따로 있는 농사일의 특성을 반영해 외국인 근로자를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배추 출하작업 등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할 때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채용해서 일을 시킬 수 있게 하고, 농한기때 불필요한 인력은 고용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는 의미다.
문제는 이같은 '농촌 맞춤형' 정책이 현행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정과 곳곳에서 충돌한다는 점. 관련 부처의 한 관계자는 "배추뽑는 일에 동원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거의 100% 불법체류자들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반영하려면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합법화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촌에서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고용주가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신청하고 정부가 해외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선별해서 연결해주는 '고용허가제'의 절차를 밟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합법적인 절차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배추뽑기 등 짧은 기간만 필요로 하는 농촌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어렵게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은 가능하면 장기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선호하며 이들에게 짧은 기간만 일하는 일자리를 강제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단기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농촌에서는 신분이 불안한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할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단속을 나가보면 대부분 인근 공단에서 불법 취업해 있다가 일자리를 잃고 새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들이 이런 단기 농사작업에 동원된다"면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연결하는 불법 브로커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기 고용이 불가능하므로 '고용허가제'를 이용할 수는 없고 합법적인 '농업연수생' 제도를 이용하려해도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들은 1년 이상 장기고용해야 한다.
결국 농촌의 현실적인 수요를 맞춰주기 위해서는 이들 불법 체류자들을 묵인하거나 양성화, 합법화해서 농촌의 단기고용을 허락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규정의 근본이 흔들리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게 고민이다.
그래서 실제로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농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농한기에도 꾸준히 일감을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를 사실상 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농한기에는 쉬는데 바쁠때 야간작업을 한다고 추가수당을 줘야 하느냐는 항의는 그래서 나온 것. 그러나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은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권 차원의 규정이라 평소에 일이 적은 외국인은 야간 근로를 무료로 제공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농한기에 일감이 없는 근로자들을 다른 농장에 파견(품앗이)해서 인건비를 보충하도록 해달라는 건의가 그나마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만 현행법 기준으로는 불법이다.
정부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런 것을 허용하면 근로자 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신종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외국인들에게 돌아가는 인건비가 줄어들거나 고용주의 책임문제가 모호해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법을 바꿔서라도 농촌의 수요를 맞춰주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지만 적은 돈을 들여서 많은 일을 시키고 싶은 농촌의 수요와 합법적으로 들어온 이상 불안한 조건의 일은 하지 않으려는 외국인 근로자의 눈높이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이 차이를 불법 체류자들이 메우고 있는데 이들을 양성화하면 내국인 노동시장이 무너진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기사입력 2008-12-04 16:36 최종수정2008-12-04 16:38 / 이데일리 / 이진우 기자
'잠시 일하는' 농촌작업 지원하는 합법 체류자 없어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농민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즉석에서 지시한 외국인 근로자 관련 규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대통령은 이날 가락시장 농민들로부터 배추 출하작업을 하는 인력의 70%가 외국인인데 경찰에서 다 잡아들였다, 농한기에는 놀고 있는데 오후 7시 이후에는 시간외 수당을 줘야 한다는 등의 불만섞인 건의를 받았다.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농촌에 노동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인건비 낭비가 많다"면서 "농촌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다 똑같이 적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농림부 장관에게 "노동부 법무부와 협의해서 (공장 노동자와 농촌 노동자를) 달리 적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농민들의 건의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시정 지시는 결국 1년중 '농번기'가 따로 있는 농사일의 특성을 반영해 외국인 근로자를 탄력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배추 출하작업 등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할 때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채용해서 일을 시킬 수 있게 하고, 농한기때 불필요한 인력은 고용을 유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자는 의미다.
문제는 이같은 '농촌 맞춤형' 정책이 현행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정과 곳곳에서 충돌한다는 점. 관련 부처의 한 관계자는 "배추뽑는 일에 동원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거의 100% 불법체류자들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반영하려면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합법화해야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촌에서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고용주가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신청하고 정부가 해외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선별해서 연결해주는 '고용허가제'의 절차를 밟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합법적인 절차를 받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배추뽑기 등 짧은 기간만 필요로 하는 농촌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
어렵게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은 가능하면 장기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선호하며 이들에게 짧은 기간만 일하는 일자리를 강제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단기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는 농촌에서는 신분이 불안한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할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단속을 나가보면 대부분 인근 공단에서 불법 취업해 있다가 일자리를 잃고 새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들이 이런 단기 농사작업에 동원된다"면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연결하는 불법 브로커들이 많다"고 말했다.
장기 고용이 불가능하므로 '고용허가제'를 이용할 수는 없고 합법적인 '농업연수생' 제도를 이용하려해도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들은 1년 이상 장기고용해야 한다.
결국 농촌의 현실적인 수요를 맞춰주기 위해서는 이들 불법 체류자들을 묵인하거나 양성화, 합법화해서 농촌의 단기고용을 허락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규정의 근본이 흔들리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는 게 고민이다.
그래서 실제로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농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농한기에도 꾸준히 일감을 만들거나 그렇지 않으면 근로자를 사실상 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농한기에는 쉬는데 바쁠때 야간작업을 한다고 추가수당을 줘야 하느냐는 항의는 그래서 나온 것. 그러나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은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권 차원의 규정이라 평소에 일이 적은 외국인은 야간 근로를 무료로 제공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농한기에 일감이 없는 근로자들을 다른 농장에 파견(품앗이)해서 인건비를 보충하도록 해달라는 건의가 그나마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만 현행법 기준으로는 불법이다.
정부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런 것을 허용하면 근로자 파견을 전문으로 하는 신종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외국인들에게 돌아가는 인건비가 줄어들거나 고용주의 책임문제가 모호해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법을 바꿔서라도 농촌의 수요를 맞춰주라는 게 대통령의 지시지만 적은 돈을 들여서 많은 일을 시키고 싶은 농촌의 수요와 합법적으로 들어온 이상 불안한 조건의 일은 하지 않으려는 외국인 근로자의 눈높이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이 차이를 불법 체류자들이 메우고 있는데 이들을 양성화하면 내국인 노동시장이 무너진다"고 고민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