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 Articles

북핵 6자 회담 종료, 의장성명 전문과 실패 원인

<6자회담 의장성명 전문>

기사입력 2008-12-12 00:17 / 연합뉴스 / 이우탁 기자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11일 오후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담이 끝난 뒤 주요 토의 결과를 담은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다음은 외교부가 배포한 비공식 의장성명 번역 전문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베이징에서 2008년 12월8일부터 11일까지 개최됐다. 김계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부상, 사이키 아키다카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김 숙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 연방외무부 차관, 크리스토퍼 힐 미 합중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각 대표단의 수석대표로 동 회의에 참석했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동 회의의 의장을 맡았다.

참가국들에 의해 합의된 세가지 사안이 의제였다.
1. 제2단계 조치의 완전한 이행 2. 한반도 비핵화 검증 3. 동북아시아 평화.안보 지도원칙.


참가국들은 이들 주제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하며 깊이있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

참가국들은 9.19공동성명의 제2단계 조치이행에서 달성한 긍정적인 진전을 전적으로 인정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변 핵시설 불능화, 핵시설 및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 그리고 경제.에너지 지원. 참가국들은 이와 관련 모든 참가국들의 적극적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참가국들은 제2단계 조치에 관한 10.3합의에 기술된 대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와 중유 100만t 상당의 경제.에너지 제공을 병렬적으로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지원 제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참여를 환영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의장국으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지원 관련 사안을 조율하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경제.에너지 협력 실무그룹회의를 소집할 것이다.

참가국들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9.19 공동성명의 목표를 재확인하였다. 참가국들은 검증 조건에 관한 합의를 위해 이뤄진 진전을 평가했다. 참가국들은 검증 과정에서 IAEA의 지원과 자문을 환영할 것이다.

러시아 연방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보에 관한 지도원칙 수정안을 회람했다. 수정안은 참가국들에 의해 논의됐고,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참가국들은 상기 언급된 수정안의 추가적인 검토를 위해 러시아가 의장을 맡고 있는 관련 실무그룹회의를 2009년 2월 모스크바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관심사안 해결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본의 진지한 노력을 장려했다.

참가국들은 6자회담 과정을 진전시키고, 동북아시아와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참가국들은 조속한 시일내에 차기 6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부시·힐 '북핵(北核) 외교실험' 결국 실패로>

기사입력 2008-12-12 03:37  | 최종수정2008-12-12 11:38 / 조선일보 / 이하원, 임민혁 기자

회담 연장했지만 검증의정서 이견 못좁혀

"힐의 두루뭉술한 협상 스타일이 문제" 지적

오바마에겐 北核 후순위… 장기 표류 가능성

부시(Bush) 행정부에서의 마지막 북핵 6자회담은 끝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곧 지난 3년 반 동안 미국의 협상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퍼 힐(Hill) 국무부 차관보의 '북핵 외교 실험'이 결국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정권이 부시에서 오바마(Obama)로 넘어가는 이행기에서 북핵문제는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지며 관심권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회담 결론은 무의미한 의장성명

6자회담 참가국들은 회의를 하루 연장, 11일에도 모였지만 핵심 쟁점인 검증의정서 부분에서 북한이 전날의 완강한 입장을 바꾸지 않아 실질적인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사실상 어제(10일) 회의가 종료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했다. 결국 6자는 지난 7월 회담 언론발표문과 큰 차이도 없고 알맹이도 없는 의장성명을 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힐 차관보는 의장성명이 나오기도 전에 회담장을 떠났다.

'힐 외교'의 실패

회담 소식통은 "힐 차관보가 회담기간 내 '본국의 훈령에 따라 더 이상 이전과 같은 미·북 양자 회동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내년 1월2 0일)까지 6자회담 재개도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힐 차관보의 북핵 협상은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부시 행정부의 북핵 협상이 결국 알맹이 없이 끝난 것은 늘 두루뭉술하게 사태를 봉합하는 힐 차관보 특유의 협상 스타일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힐 차관보는 2005년 봄부터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은 이래 '고비마다 창조적 승부수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미봉책을 남발하며 이벤트에만 신경 쓴다'는 비난을 동시에 받아 왔다. 그는 9·19 공동성명을 도출했고 세 차례의 평양 방문,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의 미·북 담판을 통해 '방코델타아시아(BDA)사태'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문제' 등의 고비를 넘기는 단초를 마련하는 성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강경파들로부터는 '북한에 지나치게 양보한다'는 뜻으로 '김정힐'(김정일+힐)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0월 평양 방문에서 시료 채취를 담보하는 핵 검증체계 합의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맞바꾸는 성과를 끌어냈다. 그러나 북한이 시료 채취와 관련해 말을 뒤집어 버리는 바람에 그 동안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 당국자는 "테러지원국 해제 때 부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미온적 입장이었으나 힐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갔던 것"이라며 "힐은 결국 막판에 오점을 남기게 된 셈"이라고 했다.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에 성과를 낼 경우 차기 행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공은 오바마 행정부로

북핵문제는 이제 오바마 행정부의 부담으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워싱턴에서는 오바마 정권의 외교·안보 우선 순위에서 북한 핵문제가 후(後)순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은 긴 동면(冬眠) 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다수다.

오바마 당선자측은 대북정책에서 2기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ABB(Anything But Bush)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책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지켜 봤던 힐러리 클린턴(Clinton) 상원 의원이 국무장관이 됐기 때문에 그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오바마 당선자측과 가까운 외교 소식통은 "빨라야 내년 3~4월 중에 북한 관련 담당자들 인선이 모두 끝나고 5~6월쯤에야 북한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료채취' 관철 못한 6자회담>

기사입력 2008-12-12 02:41 | 최종수정2008-12-12 14:59 / 조선일보 / 임민혁 기자

북한 핵개발 역사 낱낱이 볼 수 있어

韓·美·日 "철저한 검증" 요구 안먹혀

이번 6자회담에서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북핵 검증을 위한 시료채취(sampling)였다. 각국은 '대체 용어'를 동원해서라도 시료채취를 보장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은 시종일관 "시료채취는 안보·주권의 문제로 현 단계에서 명문화할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아무런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이처럼 각국이 시료채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시료채취가 검증의 성패를 좌우할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시료채취란 원자로나 재처리시설의 용기 또는 폐기물, 시설 내부의 공기, 시설 주변의 흙 등을 일부 수거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채취한 시료를 첨단 과학기술에 따라 분석하면 북한이 언제부터 몇 차례에 걸쳐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핵폐기물을 재처리했고,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를 거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술수준은 20~30년 전 재처리 횟수, 원자로 가동 주기, 재처리 기간, 사용 전 핵 연료봉의 생산 주기 등까지 잡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뷰나 문서와 달리 시료는 조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한마디로 북한의 '핵 역사'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시료채취인 것이다.

따라서 철저하고 완전한 검증을 요구하는 한·미·일은 시료채취가 담보되지 않은 검증방식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최대한 보상을 얻어내려는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과거'가 속속들이 밝혀질 시료 채취를 어떻게 해서라도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려 한 것이다.‘한반도 비핵화’ 일정 수정 불가피

이처럼 근본적인 부분에서 각국의 이해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추후에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이 문제의 합의가 이뤄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이 계속 시료채취의 전제로 비현실적인 조건을 내거는 것은 결국 시료채취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나 다름없다"는 우리 측 회담 관계자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한반도 비핵화’ 일정 수정 불가피>

기사입력 2008-12-12 03:33 | 최종수정2008-12-12 09:11 / 동아일보 / 조수진 기자

■ 6자회담 성과없이 끝나

北 시료채취 명문화 거부로 보상극대화 노려

개막도 폐막도 없어… “이상한 시작 허무한 끝”

차기회담 일정 못정해… 부시정부 마지막 해결시도 무위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 임기 내 마지막으로 열린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11일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가 또다시 상당 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의장국인 중국의 공식 발표도 없이 8일 개막됐던 6자회담은 11일 다음회담일정도 못잡고 폐막식도 없이 끝났다. 한 회담 소식통은 “이번처럼 이상하게 시작해 허무하게 끝난 회담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숙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북한은 시종 현 단계에서는 절대 ‘시료채취(sampling)’의 명문화에 동의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서의 시료채취를 3단계(핵폐기) 보상과 연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료채취는 2단계 조치(핵시설 불능화)를 담고 있는 ‘10·3 합의’에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3단계 협상으로 넘겨 보상을 극대화하려는 생각인 듯하다.

북한은 그동안의 협상에서 핵 문제를 최대한 잘게 쪼개 이익을 극대화하는 ‘살라미 전술’을 써 왔다.

북한은 내년 1월 출범할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를 상대로 북-미 관계 진전,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 등을 지켜보면서 시료채취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초 회기를 하루 연장하며 열린 이날 수석대표회의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양상이었다. 시료채취 명문화를 완강히 거부하던 북한이 중국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추가 협상 용의를 밝혔다는 소식으로 한때 극적인 상황 반전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협상은 무위로 돌아갔다.

2005년 7월부터 미국 측 수석대표로 북핵 협상을 이끌어 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비행기 예약 시간을 이유로 회담 종료 1시간 10분 전 고별무대가 될지도 모르는 회담장을 빠져나가 귀국했다. 회담 관계자는 “힐 차관보가 회담 도중 앞으로 북-미 양자 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측이 이번 회담에서 제안했던 ‘검증의정서 채택-대북 에너지 지원의 포괄적 연계 방침’은 철회됐다. 성명은 “참가국들은 ‘10·3 합의에 나와 있듯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중유 100만 t에 해당하는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은 병렬적으로 이행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적시했다.


<日, 6자회담서 대북 대화 시도 불발>

기사입력 2008-12-12 09:55 / 연합뉴스 / 이홍기 특파원

이홍기 특파원 = 일본 정부는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6자회담의 기회를 이용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도했으나 북한측이 외면해 불발로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6자회담에서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이키 아키다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에는 회담장에서 선 채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는 정도의 접촉도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은 핵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한국, 러시아 등 다른 참가국과는 개별 협의를 가졌으나 일본만은 제외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사이키 국장은 11일 저녁 일본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얘기할 기회를 모색해 나가겠다"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북한의 일본 따돌림은 이번 회담에 앞서 충분히 예고됐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6일 일본이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회담에는 계속 주제넘게 참가하겠다고 설치고 있다"고 비난하며 "설사 일본이 회담장에 찾아온다 해도 일본을 참가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상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또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지난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수석대표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6자회담에서 일본 대표단을 만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었다.

일본 정부가 납치문제를 이유로 북핵 불능화에 대한 선물로 지원하기로 돼 있는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 지원에 참가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한 비난이다.

이번 6자회담 후 발표된 의장성명에는 북일 양국에 대해 "현안사항의 해결과 국교정상화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당부한다"고 명기하고 있으나 북한측의 대화 거부로 일본인 납치문제도 진전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일 양국은 지난 8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열린 정부간 실무자협의에서 북한이 납치문제 재조사위를 설치, 조사에 착수할 경우 일부 제재조치를 해제하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가 진전될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정권 교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문제 등이 겹치면서 대화가 막혀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 10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6개월 더 연장한 바 있으며 집권 자민당 내에서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 재조사 위원회의 설치에 응하지 않는 데 대해 대북 수출 및 입국 전면 금지 등을 포함한 추가 제재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까운 장래에 양국간의 대화가 재개돼 최대 현안인 납치문제 해결에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각의 대변인을 겸하는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은 대북대화 재개 실패에 대해 "파이프가 끊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직접 교섭을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지속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中, 의장성명 발표.."차기 6자회담 조속개최">

기사입력 2008-12-11 21:01 | 최종수정2008-12-11 22:45 / 연합뉴스 / 이정진 기자

 북핵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11일 제6차 6자회담 3단계 수석대표회담을 종료하면서 의장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의장성명에서 검증과 관련, "참가국들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명시한 9.19공동성명에 대해 재확인했으며 검증조건에 대한 합의를 향해 이뤄진 진전을 평가했다"면서 "검증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문과 지원을 환영한다"고 언론적으로 언급했다

성명은 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였던 검증의정서 논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성명은 또 "참가국들은 10.3합의에 나와있듯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중유 100만t에 해당하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은 병렬적으로 이행한다는데 동의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지원 동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경제.에너지지원 실무그룹 의장국인 한국은 대북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실무그룹 회의를 개최하고 러시아는 동북아평화안보 원칙에 관한 초안을 회람시키고 더 많은 논의를 위해 내년 2월 모스크바에서 관련 실무그룹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고 성명은 전했다.

성명은 또 "참가국들은 비핵화 2단계(불능화 및 중유지원) 이행과 관련해 이뤄진 긍정적인 진전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각 참가국들의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북.미관계, 북.일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다음 6자회담을 조속히(at an early date) 개최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일정은 명시하지 못했다.


<북, 절충 메시지…‘6자회담’ 반전에 반전>

기사입력 2008-12-11 21:55 / 한겨례 / 이제훈 기자

 
‘의견문’서 시료채취등 검증절차 논의 뜻 밝힌듯

‘검증-에너지 연계’ 한·일 태도변화 여부 변수


북핵 검증의정서 문서화 및 북핵 불능화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일정 재조정 등을 핵심 의제로 한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예정됐던 회의 종료일을 하루 넘긴 11일 북핵 검증 방안과 관련한 북쪽의 의견을 담은 문건 제출이 반전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북쪽이 지난 7월 수석대표회의 때 합의한 시설방문·문서검토·관계자 면담을 넘어서는 시료채취(샘플링) 등 검증방법과 관련한 추가 ‘과학적 절차’는 현 단계에서 수용할 수 없다던 전날의 완강한 태도에서 벗어나 절충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북쪽이 의장국인 중국에 문서로 정리해 건넨 ‘의견문’의 내용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대략의 취지는, 현 단계에서는 7월 수석회의 합의로 충분하다고 보지만 시료채취를 포함한 추가 과학적 검증절차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으니, 경제·에너지 지원과 검증의정서를 연계한 쪽도 ‘지혜’를 발휘해주기 바란다는 내용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양보해 절충을 하자는 메시지다. 북쪽이 중국 쪽에 건넨 문건엔, 미국 쪽이 지난 10월 평양협의 때 합의했다고 밝힌 ‘검증 관련 미-북 이해사항’을 존중한다는 취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변화로 파장 분위기였던 조어대의 각국 대표단이 다시 바빠졌다. 이번 회의 기간 ‘검증의정서 문서화’와 관련해 강력한 합의 의지를 보여온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북쪽의 이런 달라진 태도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회의를 원만하게 마무리해야 할 의장국 중국도 북쪽의 새 의견을 반영해 검증의정서 초안을 수정하는 작업을 벌였다.

6자 회담의 핵심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강한 협상 의지를 내보이고 있고, 의장국 중국도 적극 조정에 나서고 있어, 회담장 주변에선 검증 문제와 관련한 막판 극적 타결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변수는 남아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태도가 관심사다. 한·일은 이번 회의에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과 검증의정서 채택을 연계하며 검증방법에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이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한테 전화를 건 데에는 정권교체기에 북핵 문제 및 6자 회담 상황의 후퇴를 원치 않는 미국 쪽의 강한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쪽의 수정 제안 등 변화된 상황을 적극 활용해 합의를 이끌어내자는 일종의 ‘설득’ 작업인 셈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귀국하겠다던 한국 대표단은 베이징 체류 일정을 일단 12일까지로 늘려 잡았다.

북쪽은 그간의 태도에 비춰, 사실상 ‘샘플링’을 뜻하는 대체표현을 검증의정서에 명시하되 이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조건 등을 단서로 달아줄 것을 중국 쪽에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번 회의 기간 시료채취 등 추가적 검증방법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로, 북-미간 신뢰관계 부족에 따른 주권 침해 및 안보 차원의 우려를 강조해 왔다. 따라서 북-미가 서로 양해할 수 있는 ‘절묘한 표현’을 마련할 수 있느냐가 여전히 관건이다.


<6자회담 검증의정서 합의 실패…이유는?>

기사입력 2008-12-11 23:17 / 뉴시스 / 신정원 기자

8일~11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개최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참가국들은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검증의정서 채택과 관련,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나흘 동안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중국이 발표한 의장성명에는 검증의정서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참가국들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9·19공동성명의 목표를 재확인했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당초 한·미·일 등은 완전하고 정확한 북핵 신고를 위해 '시료채취(샘플링)'를 포함한 검증의정서가 채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은 검증의정서 명문화에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시료채취는 현 단계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이들과 이견을 보였다.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 요구를 수용할 수 없으며, 지난 7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에서 합의한 ▲시설 방문 ▲문서 검토 ▲기술 인력 인터뷰 만으로도 '과학적 절차'에 따른 검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참가국들은 첫 날부터 검증 관련 문제를 집중 협의했지만 결국 마지막 날까지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고, 결국 이 내용은 이번 6자회담 의장 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회담의 또 다른 의제인 불능화와 경제·에너지 지원 이행계획표 작성과 관련해서도 6자가 합의했던 내용을 그대로 담는 데 실패했다.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우리측은 회담 첫 날 내년 3월을 목표로 추진할 것과 일본 대신 중유 20만t 상당을 국제모금 방식으로 충당할 것을 제안했고, 6자는 이에 동의를 표시했다.

그러나 우리측이 경제·에너지 지원 문제를 검증의정서 채택과 연계시킨 이른바 '포괄적 합의'를 제시했으며, 결과적으로 검증의정서가 채택되지 못하면서 3월을 목표로 이행한다는 문구가 빠졌다.

이와 관련,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의장성명에 '중단'이라는 표현도 없지만 '완료'라는 표현도 없다"며 "언제 끝날 지 모르지만 이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그러나 경제·에너지 지원 문제와 검증의정서는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향후 검증 문제가 난항을 겪을 경우 지원을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에 대해서도 "참가국들은 검증 과정에서 IAEA의 지원과 자문을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하는데 그쳐 지난 7월 언론발표문에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이번 의장 성명에 대해 "아는 사람이 보면 7월보다 6자간 인식에 진전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특히 검증의정서에 대한 본격적인 토의가 개시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해, 회담장 안팎의 평가와 시각차를 보였다.


<말바꾼 北, 훼방논 日… 모두가 패자>

기사입력 2008-12-12 03:03 | 최종수정2008-12-12 08:27 / 한국일보 / 정상원기자

성과 없이 끝난 6자회담

한국도 검증·지원 연계전략 실패 체면만 구겨

차기 일정도 못 잡아… 상당 기간 공전 불가피

모두가 패자였다. 북핵 검증의정서 채택과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 시간표 마련을 목표로 5개월 만에 재개됐던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1일 막을 내렸다. 예정됐던 일정을 하루 연장하며 합의문 도출을 꾀했지만 알맹이가 없는 의장성명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회의 시작 전부터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는 말로 비관적 전망을 내비쳤다.

오전 11시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 모인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활발한 양자, 다자접촉을 이어갔으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검증의정서 채택 문제는 10일 이미 안 되는 쪽으로 정리됐고 오늘은 의장성명 문구를 놓고 주로 토의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안 되는 회담이었다는 뉘앙스였다.

결국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댜오위타이를 떠났고, "검증의정서 문서화에 실패했다"며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후 7시반 의장성명이 발표됐지만 쟁점 현안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형식적 문건에 불과했다.

회담 결렬의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북한은 10월 평양 북미회동 당시 '과학적 검증 절차'에 동의했지만 이후 말을 바꿨다. 회담 기간 내내 "현 시점에서는 시료 채취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버텼다. 검증 카드는 1월 출범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신행정부와 상대할 때 쓰겠다는 뜻이었지만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일본의 훼방도 만만치 않았다. 회담 소식통은 "일본이 시료 채취를 포함해 명확한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가장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북일 간 납치자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6자회담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은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과 검증의정서 채택을 포괄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을 취해 북한의 반발을 샀다. 결과적으로 의장성명에도 이 연계 전략은 반영되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또 회담의 중재자보다는 압박자 역할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제는 6자회담이 당분간 공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고 북미 간 이견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1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4, 5개월 이상 외교안보라인 청문회와 북핵 정책 검토를 거쳐야 한다. 상반기 중에는 북미 협상이 시작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미국은 회담 기간 "앞으로 북미 양자접촉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분위기를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검증 합의 실패의 대가로 한국 등은 중유 100만톤 상당의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 작업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 중단 카드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미국에서 나올 수도 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北, 시료채취 왜 못받아들이나>

기사입력 2008-12-11 20:48 / 연합뉴스 / 조준형 기자

'불투명성'이 갖는 협상력 소실 우려한 듯

조준형 기자 = 북핵 6자회담에서 북한이 시료채취와 관련된 문구가 들어간 검증의정서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결국 시료채취의 기술적.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시료채취가 핵폐기 단계에서나 논의될 수 있는 것으로, 신고.불능화로 구성된 비핵화 2단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입장의 배경에는 북미관계가 이제 겨우 진전을 위한 걸음마를 떼는 단계에서 자국이 지닌 핵능력의 전모를 노출할 수 없다는 우려가 깔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시료 채취가 갖는 기술적 `파괴력'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시료채취를 허용했을 때 현재의 핵능력이 공개됨으로써 핵 관련 '불투명성'이 주는 협상력이 조기에 소실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990년대 초반 제1차 북핵위기를 야기한 '플루토늄 신고량 불일치' 문제의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당시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측에 실험용으로 90g을 추출했다고 신고했지만 미국의 정보기관과 IAEA는 1989년부터 91년까지 북한이 재처리한 양을 10kg 안팎으로, 실험용 원자로(IRT)에서도 1-2kg 정도를 추출한 것으로 의심했다.

따라서 시료채취가 이뤄지면 당시의 의혹도 명명백백하게 규명될 수 있는 것이다.

원자로에서 인출한 사용후 연료봉 시료, 재처리시설에서 방출된 액체 폐기물 시료, 원자로 건물 내외의 환경 시료 등을 채취해 분석하면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량, 재처리 횟수, 원자로 가동 주기, 재처리 기간, 심지어 플루토늄의 품질까지도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더욱이 최신 기술은 시료분석을 통해 나노(10억분의 1)나 피코(1조분의 1) 단위의 핵물질도 검출할 수 있어 은닉시설까지 추적할 수 있기에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을 넘어선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보유 여부까지 추적해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비교적 정확히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조선신보가 지난 9일 "시료채취를 통해 조선이 추진한 핵계획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단서를 얻는 시점이라면 당연히 미국을 비롯한 각측도 상응한 행동조치를 통해 비핵화를 크게 전진시키는 조건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시료채취의 기술적 파괴력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료채취의 결과뿐 아니라 시료채취 자체가 국제 대량살상무기 방지 체제하에서 갖는 정치적 의미 또한 고려요인이 되고 있는 듯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은 시료채취를 통한 검증을 IAEA의 통상적 사찰 수준을 넘어선 개념, 즉 문제가 있는 나라에 실시하는 `특별사찰' 또는 `강제사찰'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여기는 듯하다"며 "애초 검증의 의미를 핵프로그램 신고의 완전성.정확성을 확인하는 정도로 생각했던 북한이기에 시료채취를 수용하는 것은 과도한 양보로 여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이 올들어 한때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의 조건으로 시료채취와 불시방문, 미신고시설에 대한 검증 등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을 때 북한은 이를 `특별사찰' 등과 연결지으며 반발한 바 있다.

현학봉 북한 외무성 부국장은 지난 9월19일 열린 남북 경제.에너지 실무협의에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임의 장소를 불시에 방문해서 시료도 채취하고 측정기재로 검사하겠다는 것은 강제사찰하겠다는 것"이라면서 "IAEA가 '마음대로 가고 싶은데 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이른바 특별사찰이라는 것을 제기해 아옹다옹하다 1차 핵위기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라크 사례까지 들며 "미국은 국제적 기준이란 간판을 걸고 강제사찰하다 마지막에는 이라크를 덮쳤다"고 덧붙였다.


<北, 카드상실 우려한 듯>

기사입력 2008-12-11 22:28 | 최종수정2008-12-11 22:49 / 연합뉴스 / 장용훈 기자

한.미.일 공조 구도 불만도..불능화 중단, 재처리 등 가능성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사실상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북한의 의도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북한은 검증의정서에 '시료채취'와 관련된 문구를 문장으로 삽입하는 데 대해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검증 문제를 '불능화.신고-테러지원국 해제.에너지지원'으로 요약되는 2단계 조치가 마무리된 뒤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과거 핵활동에 대한 전모가 드러날 수 있는 시료채취에 합의할 경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협상카드를 상실할 수도 있다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9일 "시료채취를 통해 조선(북한)이 추진한 핵계획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단서를 얻는 시점이라면 당연히 미국을 비롯한 각측도 상응한 행동조치를 통해 비핵화를 크게 전진시키는 조건을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 등의 추가적인 상응조치가 있어야만 시료채취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료채취는 곧 북한의 "핵계획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단서"를 얻는 시점, 즉 북한 핵프로그램의 전모가 발가벗겨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오바마 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시료채취'를 명문화하는 의정서에 합의하면 앞으로 북미간 가장 큰 협상카드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초청할 정도로 향후 북미관계 개선에 목을 매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북미협상 과정에서 주요한 카드를 너무 일찍 상실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회담을 앞두고 한.미.일 3국협의가 사전에 이뤄지고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우리 정부가 나서서 경제지원 연계를 언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도를 용인할 수 없다는 의도도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그동안 6자회담은 북미가 합의를 하고 나머지 나라들이 이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상기하고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과 일본이 강력 반발하고 미국이 조율된 입장을 들고 나온 만큼 이러한 구도가 고착되기 전에 깨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시료채취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강경 입장이 협상 실패를 낳았다는 인상을 부각함으로써 한.일 양국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고 북미간 양자 논의구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회담이 성과없이 결렬된 것에 대한 북한측의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떼쟁이'라는 이미지가 재확인됨으로써 미국내 대북여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북미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오전 회담 결렬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측에 "좀 더 논의해보자"는 연락을 한 것도 성과없이 이번 회담이 마무리됐을 때 입을 수 있는 외교적 타격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북한은 내년 1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미국과 직접접촉을 통해 검증문제를 논의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핵문제가 교착국면에 빠질 때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힐 차관보와 직접 담판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왔던 만큼 시료채취 문제를 비롯한 핵협상 현안을 북미 양자간 논의를 통해 풀려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이 당분간 핵협상 논의를 중단하고 역으로 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이 문제 해결의 절박성을 부각시켜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유도하는 데 주력할 수도 있다.

어차피 현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조치 등을 통해 민주당 행정부로 하여금 적극적인 대북대화에 나오도록 하려 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일 양국이 경제.에너지 지원을 검증의정서 문제와 연계시킴으로써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전에 2단계 과정의 완료를 어차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과정에서 대북 압박이 강해지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거나 이미 인출한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작업, 핵무기의 운반체인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행동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