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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10.21 정부 종합 대책에 대한 전망

<투기억제 장치 풀어 ‘주택 거품 부메랑’ 우려>

기사입력 2008-10-21 18:24 | 최종수정2008-10-22 00:04 / 경향신문


‘일시적 2주택’ 인정 2년으로 연장

ㆍ처분조건부 대출기한도 2년으로


가계 금융 부문

정부가 21일 내놓은 ‘가계 금융 및 세부담 완화대책’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위축된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제를 대폭 완화한 상황에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늘리고, 대출 규제를 풀게 되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간 2년으로 연장=정부는 1가구 1주택자가 이사 등의 목적으로 신규 주택을 취득할 때 기존 주택의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되는 기한을 서울과 지방 구분없이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양도세 비과세 적용기한 연장은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일 이후 양도하는 것부터 적용된다.

예컨대 시행령 개정일 현재 1가구 2주택 중복 보유기간이 1개월이라면 1년11개월 이내에 종전 주택을 팔면 세율이 50%인 양도세(주민세 포함시 55%)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 시행령 개정일 현재 1가구 2주택 중복 보유기간이 1년6개월이라면 개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기존 주택을 팔면 비과세된다.

정부는 투기지역에 있는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경우 기존 주택을 1년 내에 팔아야 하는 처분조건부 대출의 상환기간도 2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지금은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연체이자(20% 안팎)가 부과되고, 일정기간(통상 3개월)이 지난 뒤 경매 등 법적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정부는 다음달 중 주택시장에 대한 실태조사 후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는 곳에서는 처분조건부·축소조건부 대출 이행 의무도 면제키로 했다. 지금은 투기지역에서 해제돼도 처분조건부·축소조건부 대출 이행의무가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축소조건부 대출은 투기지역에서 2건 이상의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1년 안에 대출을 1건으로 축소키로 하고 받은 대출을 일컫는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양도세 부담 완화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투기를 유발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중도상환수수료·주택대출 금리 인하 유도=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정부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때 부담하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지 1년 안에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면 상환액의 1.5% 안팎, 1~2년은 1% 안팎, 2~3년은 0.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또 주택담보대출 거치기간과 대출만기를 연장해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예컨대 거치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대출만기는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토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단기자금 시장이 안정되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며 “CD 금리가 내리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도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okc@kyunghyang.com>

건설 부문…근본대책 없는 공적자금 투입 논란

정부가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안은 건설사들의 집과 땅 등을 공적 자금으로 사주겠다는 것이다. 또 투기지역 해제를 통해 주택 투기수요라도 높여 집을 사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경제의 비중이 큰 건설업이 계속 침체되면 투자, 고용 등이 불안해지고 금융권 부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정부의 분석대로 건설경기 침체는 공급과잉과 고분양가가 원인인데도 이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건설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어서 ‘건설업체 퍼주기’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토해양부가 토지공사 등 공공부문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미분양 주택을 직접 매입해주고, 주택건설업체 보유 토지를 사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토지공사가 건설업체 보유토지를 최대 3조원어치 사들이고 공공택지 분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 2조원 수준의 연체금을 갚지 않도록 했다.

주택공사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을 11월부터는 대한주택보증도 할 수 있게 된다. 주공은 준공된 아파트를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하지만 주택보증은 준공전 미분양 아파트도 대상으로 삼고, 이를 준공후 매각할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경영권 포기 등 특단의 자구 노력 없이 정부 지원에만 기대게 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송준혁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으로 기업의 신용 위험을 판단해 대출한 것인데 여기에 국가가 유동성을 공급해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투기지역을 대폭 풀어주는 것도 잠복된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의 효과가 반감되고, 전매제한 요건도 완화된다. 즉 은행 돈을 빌려서라도 쉽게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박재현기자 parkjh@kyunghyang.com>

시장 반응…얼어붙은 거래 회복 여부엔 “글쎄”

정부의 10·21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대출규제 완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소나마 얼어붙은 거래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분양이 줄어들고 신규 분양도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시장이 살아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는 미분양과 자금난 해소 등 유동성 위기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감면 등은 ‘줄도산’ 공포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주택구매 심리가 너무 얼어붙어 문제지만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방향(규제완화)을 확실히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계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에 있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집값 거품이 하루가 다르게 빠지는 데다 주식시장에 투자한 현금자산이 줄어든 탓에 매수세가 생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서울 25개구는 10·21대책의 큰 혜택을 보지 못하는 데다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 급락세는 멈추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부동산중개 업소를 하는 박모 사장은 “이명박 정부에 잔뜩 기대를 걸었는데 건설업체는 부도가 난다고 하고, 주식은 반토막 나고, 돈 많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강남은 규제를 풀어주지도 않으니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정부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라면서 “집값 하락세만 놓고 보면 ‘버블세븐’이 포함돼야 하겠지만 정책적인 판단으로 배제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사고는 기업이 치고 정부가 뒷수습… 모럴해저드 확산>

기사입력
2008-10-21 19:58 | 최종수정2008-10-21 21:37 / 국민일보 /
 고세욱, 정동권 기자


은행과 기업은 사고 치고, 정부는 세금으로 뒤치다꺼리한다."

정부의 은행 및 건설업계 지원 방침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정부에서는 강한 자구노력을 촉구하고 있고, 회생 불가능한 건설사는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으로 살아남은 은행들이 구태를 못 버리고 자산 불리기에만 힘쓰다가 최근의 유동성 위기를 자초한 점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세금으로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만큼 철저한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10년전 혼쭐나고 정신 못차려

◇정신 못 차리는 은행=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등을 통해 순익이 높아지는 등 체질이 놀랄 만큼 좋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62억7600만원으로 2002년 6월(628억2700만원)의 2배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산 확대 위주의 영업형태를 고집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와중에 외환 유동성 위기의 단초를 제기했다.

우선 은행들은 자산 경쟁 차원에서 외화대출을 늘리려고 무분별하게 해외차입을 해왔다. 은행들의 외화대출액은 2001년 말 447억달러에서 지난 6월 말 889억달러로 2배가량 늘었다. 이는 환율 급등과 외화대출 만기연장에 따른 외화수요 폭증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자산 키우기 경쟁은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2003년 12월 말 153조원에서 9월 말 현재 235조원으로 54%나 증가했다. 2006년 부동산 폭등으로 주택담보대출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로 눈을 돌렸다. 중기대출 잔액은 2006년 말 290조원에서 9월 말 현재 399조원으로 1년반 만에 100조원이 늘었다.

이들 대출은 최근의 금리상승 국면에서 가계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또 500여 수출 중소기업에 1조7000억원(금감원 조사 결과) 상당의 손실을 끼친 키코(환율 관련 파생상품) 사태까지 일으켰다.

사정이 이런데도 은행권은 자기 배불리기에는 적극적이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순이익(1조1417억원)이 2005년(2조4217억원)의 절반에 못 미쳤음에도 연봉 1억원 이상인 직원은 2003년 94명에서 지난해 497명으로 5배나 뛰었다. '은행은 어려워도 은행원은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건설 과열경고 무시하다 결국 손벌려

◇과열 경고 무시한 건설업계의 방만경영=건설업계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속의 한 박사는 "2∼3년 전 수도권 건설 규제가 심해지자 너나없이 모두 지방 아파트 건설에 매달릴 때부터 끊임없이 과열 경고가 나왔다"며 "이런 경고에 아랑곳없이 묻지마식으로 투자해 초래된 건설사 부실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형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2002∼2003년 건설 붐에 눈이 어두워져 길게 보지 못한 건설사들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자금 압박을 받으면서도 분양가 할인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도 비난의 대상이다. 건설사들은 기존 계약자 환불과 브랜드 이미지 문제가 걸림돌이었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도 자구노력 없는 건설사의 입장은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건설사들과는 별도로 일부 우량 업체는 투기지역 선별적 해제조치에 고무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A건설 관계자는 "대형사들의 유동성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며 "오히려 경기도 등 수도권 투기지역 단계적 완화 등은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 기대...거시경제가 관건>

기사입력 2008-10-21 16:00 | 최종수정2008-10-21 16:18 / 연합뉴스 / 서미숙 기자

정부의 이번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방안에 대해 건설,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철옹성'과 다름없던 수도권 주택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마저 손대기로 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의 신호탄이라는 반응과 함께 꽉 막혀 있던 분양, 거래시장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보유 토지 매입은 부도 직전에 몰린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 해갈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침체된 국내.외 거시 경제가 개선되기 전까지 정부의 이번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 주택 거래, 분양시장 숨통 트이나 =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정 목적이 사라진 수도권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하면서 침체된 주택시장에 다소의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한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시장에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 때문에 대출을 못받아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투기지역 해제 등이 얼어붙어 있는 거래시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서 모두 해제되는 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은 이번에 DTI 규제가 사라지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대상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도 9억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이어서 6억원 초과 주택의 매물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는 곳은 대출 건수 제한이 사라지고, 투기지역에서도 처분조건부 대출 상환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주기로 함에 따라 급매물 증가로 가격이 급락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수도권 미분양 해소 등 분양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지역은 분양가 상한제 제외 아파트의 경우 전매제한이 없어져 계약과 동시에 판매할 수 있고,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도 전매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든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투기과열지구 해제지역은 1순위 재당첨 제한 금지 등의 혜택도 주어져 신규 분양의 경쟁률이 올라가고, 미분양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며 "해제지역과 제외된 지역간의 양극화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외 거시경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여건이 불투명해 당장은 이번 규제완화 효과가 없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경제여건이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대출 규제 등을 아무리 풀어줘도 집을 사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상승 위험도 도사리고 있는 만큼 적어도 경제 충격이 둔해질 6개월 이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경제여건이 좋아졌을 경우에는 이번 조치가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원갑 소장은 "집값 안정의 1등 공신인 DTI규제가 해제되면 가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집값 움직임을 봐가며 대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 건설사 자금난 해소 기대 = 정부가 건설사가 보유한 공공택지와 자체 조성한 주택용지를 매입해주기로 한 것은 부도 위기에 몰린 중소건설사들의 '줄도산'을 막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정책연구실장은 "외환위기때 토지공사가 건설사 보유 토지를 매입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건설사 보유토지를 매입해준다는 것은 현금을 수혈해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 극복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택지의 경우 건설사가 납입한 계약금은 떼고, 건설사 보유토지도 역경매 방식을 이용한 최저가로 매입해주기로 하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건설사들도 적지 않다.

중견 건설사인 W사 관계자는 "공공택지의 경우 땅값만 1천억-3천억원에 이르는데 계약금을 못받는다면 10%인 100억-3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는 셈"이라며 "사정이 다급한 건설사 외에는 매수 의뢰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D건설사는 "한계 상황에 몰린 건설사가 아니라면 지방의 수익성 없는 악성 사업지는 매도 요청이 쇄도하고, 수도권의 우량 사업지는 시장 상황을 봐가며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주택보증과 펀드 등을 통한 미분양 매입은 원칙적으로 환영하지만 매입 가격을 놓고 건설사와 매입 주체간의 적잖은 마찰이 에상된다.

건설사의 회사채를 기초로 한 유동화 채권 발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자산담보부기업어음(APCP) 등의 만기 연장과 이자감면 등은 유동성 개선 측면에서 환영하고 있다.


<'건설발(發) 위기' 불끄기… 근본해법 될까 의문>

기사입력 2008-10-22 03:17 | 최종수정2008-10-22 06:11 / 조선일보 / 탁상훈 기자

미분양주택·건설사땅 매입에 최대5조

업체 회생가능성 평가, 부실하면 '정리'

"분양권 전매허용땐 투기조장" 비판도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와 미분양 아파트 구입 등을 골자로 한 '10.21 부동산 대책'에 대해 '건설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의견과 투기 조장정책·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어선 데다 건설업체에 대한 은행권 대출이 대부분 중단돼 자칫 건설업계의 연쇄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건설사 연쇄 부도와 집값 폭락에 따른 금융부실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투기지역 해제를 통한 대출 규제 완화 조치는 자칫 버블을 키워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주택 구입 등의 대책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지원 조치여서 건설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와 토지 구입= 정부는 건설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건설사의 미분양 아파트와 토지를 사주고 건설사들이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신용 보증을 해줄 방침이다. 정부는 2조원을 들여 미분양 아파트를, 3조원을 들여 건설회사 보유 토지를 구입해 준다. 하지만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공식 통계만도 16만이 넘는 미분양 주택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것. 실제 미분양 주택 구입을 위해 책정된 자금 2조원을 모두 투입해도, 2만 가구 정도의 구입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금리 인상과 경제 불안으로 주택수요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라 미분양이 줄기 어렵다"며"이번 정책이 자칫 일시적 유동성 개선에 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서승환 교수는"근본 원인은 건설업체들이 정확한 수요 조사 없이 무리하게 아파트를 지은 것인데, 이로 인해 벌어진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대출 규제 완화·분양권 전매 허용도 논란=정부는 경기도 등의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통해 주택 경기를 부양시키기로 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수도권 상당수 지역의 주택가격이 급락한 만큼, 규제를 해제하더라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수도권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통해 분양권 전매도 상당부분 허용해줄 방침이다. C건설사 간부는 "정부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진정 살리려면 서울 강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100%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투기지역 등이 해제될 경우, 대출 규제도 대폭 풀려 주택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실련은 "가계 대출 660조원 중 주택담보 대출이 307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집값 하락과 금융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분양권 전매 허용조치는 사실상의 투기 조장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건설업체 퇴출 작업도 병행=정부는 '퍼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건설업체의 미분양 토지와 주택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사들인다는 방침이다. 미분양 주택의 경우, 업체별로 가장 큰 폭으로 할인해 사달라고 요청하는 업체의 물량부터 먼저 사줄 방침이다. 토지 역시 건설업체 매각 희망 가격이 낮은 물량부터 먼저 사들이는 역경매 방식이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역경매 방식을 적용, 시세보다 20~30% 정도 싼 가격에 구입하기 때문에 건설업체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이형 상무는 "건설업체들이 헐값에 자산 매각 경쟁에 나섬으로써 기존 주택 가격마저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건설업계에 대해 지원과 함께 구조조정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향후 채권 금융기관들과 함께 건설사 신용 상태 및 회생 가능성 평가 작업도 벌이기로 했다. 업체들을 A~D등급으로 나눈 뒤 이 가운데 A·B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채무 만기연장 등 신속한 지원을 하지만, C등급 회사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D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파산 등 회사 정리 절차에도 착수하는 것.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만큼 정부는 신속하게 건설업계에 대한 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부실땐 은행·국가재정 부실 ‘악순환’>

기사입력 2008-10-21 19:35 | 최종수정2008-10-21 22:55 / 한겨례 / 안선희 기자

금융권, 일단 ‘호재’ 평가…“엄격한 구조조정 따라야”

21일 정부의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방안으로 벼랑끝으로 몰렸던 건설사의 자금사정은 최악의 사태를 피하게 됐다.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유동화 채권 등에 100조 가까이 물려 있는 금융권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 앞으로 과감한 건설사 구조조정이 따르지 않으면 금융권과 정부의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부는 이날 건설사 구조조정의 ‘칼’을 은행을 비롯한 건설사 채권단(대주단협의회)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대주단협의회는 현재 건설사 채권액의 99.7%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각 건설사를 평가해 대출 연장과 신규대출 등 지원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A~D등급으로 분류돼 회생하기 힘든 D등급은 퇴출되고 C등급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유동성이 지원된다. 외환위기 직후 채권단이 벌였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비슷한 절차다.

관건은 대주단협의회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냉정하게 퇴출대상을 결정하느냐는 것이다. 퇴출대상이 많으면 당장 대출손실을 확정(상각)해야 할 은행 등의 부실규모도 늘어난다. 하지만 한계기업을 계속 껴안고 갈 경우에는 기존대출 연장뿐 아니라 신규대출도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시간만 늦어질 뿐 감당해야 할 잠재손실은 더 커지게 된다. 정부 자료를 보면, 72개 상장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현금 흐름은 평균 -471억원에 이른다. 신규 자금지원이 들어가지 않으면 기업유지가 힘든 상태라는 의미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은행 모두 퇴출대상을 최소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량 건설사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 시장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또한 이들 건설사 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한 은행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협약이라는 대주단협의회의 형식도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정부가 확실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 각 채권회사들마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구조조정 합의를 제대로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건설사 부실이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고리들도 대거 추가됐다. 건설사의 유동화 채권에 대한 대한주택보증과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건설사 회사채·브리지론 보증 등이 그것이다. 이 회사채나 대출들이 부실화하면 결국 보증을 선 공공기관들이 갚아줘야 한다. 2001년 기술보증기금이 벤처기업 ‘프라이머리 담보부채권’(CBO) 2조여원에 보증을 섰다가 대규모 손실이 나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메운 바 있다.


<수도권 투기지역 해제...수요 촉진엔 ' 미흡'>


기사입력 2008-10-21 16:03 | 최종수정2008-10-21 16:23 / 머니투데이 / 원정호 기자

대출요건 완화로 갈아타기 도움..금융위기등으로 정책효과는 제한적

정부가 수도권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기로 한 점은 최근의 주택수요 위축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수도권에 대해선 주택보급이 부족하고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는 점을 들어 투기지역 해제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가 얼어붙은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들어가며 수요 진작에 나섰지만 얼마만한 효과를 발휘할 지는 의문이란 지적이 많다.

21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빠르면 다음달 열리는 정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투기지역이 합리적으로 조정돼 해당 지역에 집을 사는 사람이 금융회사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 한도가 크게 늘어난다.

수도권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경기와 인천 전역이 우선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은 " 주택시장 전반 상황을 봐가며 가능한 많이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6억원 초과 아파트 등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비율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도 배제된다. 이처럼 대출규제 조건이 완화되면 고가 주택의 매물 압박 부담을 덜고 더 넓은 집으로 이동하려는 수요자들의 갈아타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경우 분양시장 수요 창출에 어느정도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인기 청약단지는 비세대주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해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인기지역은 청약을 꺼리는 등 시장이 양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자 중 세대주가 아닌 경우 1순위 청약이 금지됐으나 투기과열지구 해제시 이들 청약참여 가능해지며 재당첨 금지, 무주택 우선공급 규정까지 완화할 경우 청약 수요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주택 구매자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일부 벗어나는 효과가 있을 뿐 최근의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을 볼 때 수요를 전반적으로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금을 집값 하락의 저지선으로 본 것 같다"면서 "그러나 경제 전반에 위기감과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경기가 진정돼야 규제 완화 효과를 볼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언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주택자금을 마련할 생각에 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사람이 많다"면서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 대출규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주택경기를 되살릴 수 있는 추가 진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봉희룡 주택협회 운영홍보위원장은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규제를 계속 풀어야한다"면서 "서울에서도 강남만 놔두고 DTI를 100%풀어도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룡건설의 황진하 전무는 "은행권이 미국 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감안해 대출을 집값의 70% 이상 못해줄 것"이라며 "정부는 두려워말고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무는 이어 "미분양이 많은 부산이나 대구 등 지역별 문제점에 초점을 맞춘 맞춤형 대책이 나와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양책 이번엔 약발 받을까>

기사입력 2008-10-21 18:12 / 서울경제신문 / 전재호 기자


동시다발 규제완화 긍정적 "악재 많아 효과는 제한적"

정상적 시장선 큰 효과 있겠지만 경기침체·고금리 등 상황 불투명

"대출받아 집 사려는 사람 드물것"

정부가 ‘10ㆍ21 부동산대책’으로 그동안 아끼고 아껴뒀던 수도권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제적 금융위기와 불투명한 시장 전망 등 악재가 가시지를 않고 있어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단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여러 규제를 동시에 받기 때문에 이번 규제완화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수도권 내 지정 목적이 사라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합리적으로 해제할 것”이라며 “오는 11월 중 주택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후 해당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추진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선 완화 방침만 밝히고 세부적인 지역과 대상, 지정ㆍ해제기준 조정은 좀 더 검토해보겠다는 얘기다.

정부와 달리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해제 가능 지역과 파급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해제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비세대주의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지고 무주택 우선공급 규정까지 완화될 경우 청약 수요가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다만 주택시장 하강 국면에서는 인기 단지에만 몰리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인기 지역에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6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40%에서 60%로 완화되고 비세대주 1순위 청약 가능, 재당첨 금지 등도 사라지게 돼 분양 수요가 많아지게 된다.

투기지역은 주택투기지역과 토지투기지역으로 구분되는데 ▦월별 집값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고 ▦2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높거나 ▦지난 1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3년간 전국 연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곳이다. 수도권 일대 집값이 최근 하향 곡선을 그려온 것을 감안하면 수도권 대부분에서 지정 목적이 사라져 해제 대상이 된다.

또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 ▦2개월간 청약 경쟁률이 5대1을 초과하는 경우 ▦주택공급이 위축될 우려가 있거나 분양계획이 전월 대비 30% 이상 감소하는 경우 ▦전매행위 성행으로 주거불안의 우려가 있는 경우 지정하도록 돼 있는 투기과열지구도 대부분의 지역이 해제 요건을 갖추고 있다.

기존 주택 매매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우선 LTV와 DTI가 완화되면 그동안 대출 규제로 막혀 있었던 수요자들이 보다 쉽게 갈아탈 수 있고 처분 조건부 대출의 상환기간도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돼 매물 출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주택시장은 거시경제 악화, 고금리, 국제적인 주택가격 하락 등 외부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번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큰 효과가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