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법무관 헌법소원' 조사단 구성> 기사입력 2008-10-24 11:49 / 연합뉴스 / 김귀근 기자 국방부는 24일 군 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국방부 차원의 조사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국방대 총장인 방효복 육군중장을 단장으로, 기무, 헌병, 법무요원, 국방부 인사복지실 관계자들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사단은 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경위, 지휘체계에 보고했는지 여부 등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게 될 것"이라며 "국방부에서 오늘 오후 조사단 구성을 발표하는 대로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모 소령(사시 45회)과 박모 대위(사시 47회) 등 군 법무관 7명은 국방부가 최근 북한을 찬양하거나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서적이라며 23권을 '불온도서'로 지정하고 영내 반입을 차단하자 지난 22일 "이는 군인의 행복추구권, 학문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상희(李相憙)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 23일 국정감사에서 "장관으로서는 군 기강 확립을 위해 주도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군 법무관들이 집단적 행동을 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법무관들의 행위가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육군참모총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군 수뇌부가 군대의 수준을 너무 얕봤다> | |
기사입력 2008년 10월 24일 02:44:00 / 경향신문 / 이영경기자 | |
ㆍ‘법무관 헌소 대리인’ 최강욱 변호사 ㆍ“軍이 헌법예외 기관인듯 착각… 불법징계땐 법적대응” |
법무관들의 소송 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40)는 헌소 제기 배경에 대해 “군 수뇌부가 군대의 수준을 너무 얕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2005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을 지내고 퇴역했다. 과거 ‘군법무관임용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함께 냈던 인연 등으로 대리인을 맡게 됐다고 한다. 최 변호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 앞서 “장성 이상의 군인이 아니면 상부의 허락 없이 언론과 접촉할 수 없도록 한 ‘국방공보규정’ 때문에 당사자와는 인터뷰할 수 없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군 법무관 7명은 왜 헌법소원을 내게 됐나.
“청구인들은 사법연수원 동기도 아니고 근무지도 각지로 흩어져 있다. 업무관계로 서로 연락하는 사이인데 자연스레 의기투합이 됐다고 한다. 지난 7월 국방부의 불온도서 지정이 있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자 서로 의견을 공유하게 됐다. 대부분 한심하다는 반응이었다. 군대가 군인의 업무에 대해서 명령과 복종만 염두에 뒀지, 헌법과 법률에 합치하는지에 대해서는 둔감하다. 군대가 헌법에 예외적인 집단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군대 내에서 헌법과 법률이 제대로 집행되도록 감시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법무관들이 그런 부분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원래는 내부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예를 들어 고충처리절차 등을 통한 방법이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 절차를 통해 시정된 사례가 없다. 그러던 차에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군사법원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불온서적 지정 방침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내부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보여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
군인이나 법무관들 사이에 불온도서 지정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었던 건가.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컨센서스(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군 수뇌부가 군대의 수준을 너무 얕봤다. 군 수준을 무시하고 군인들을 복종의 대상으로만 보고, 판단력이 없다고 봤다.”
-국방부에서는 ‘항명’이라며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군 수뇌부의 반응은 예상했다.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인데 국민의 기본권 행사에 대해서 징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최 변호사는 인터뷰 도중 ‘군 법무관들에 대해 압박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헌소를 낸 법무관 중 1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군의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오늘 육군 법무실에서 오후 3시까지 육군본부로 소집해 대전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잘못한 게 없으니 당당하게 조사에 응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는데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다.”
-파문이 커졌는데 군 법무관들의 심경은 .
“담담하다고 한다. 군에서도 함부로 징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좌천’과 같은 인사조치가 우려되는데 ‘바로잡을 게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 만약 불법적인 징계가 있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다.”
-법무관들의 군 경력은 어떻게 되나.
“다양하다. 26세부터 38세까지 군판사, 군검찰, 행정업무 등 다양하다. 나이가 많은 청구인은 7년째 군 법무관 생활을 했다. 내년 봄 미국으로 해외연수가 예정돼 있다. 연수는 2년 기간인데 돌아오면 2배 기간인 4년 동안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그만큼 군에 대한 애정이 있고 오래 있을 생각이 있는 사람이란 거다.”
<군법무관, '국방부 불온서적 선정' 헌법소원>
기사입력 2008-10-22 23:38 / 연합뉴스 / 유현민 기자
"행복추구권 침해"..국방부 "사실관계 파악 중"
국방부의 이른바 '불온서적' 선정과 관련해 일부 군 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2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박모 대위를 비롯한 현역 군법무관 7명은 이날 오후 국방부가 23권의 서적을 '불온서적'으로 선정한 것이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행복을 위해, 또 사회지식을 얻고자 책을 사 읽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구체적인 법률 규정도 없이 이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방부가 제시한 불온서적이라는 개념도 자의적"이라며 "군 사기 저하 등과 인과관계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차관 주재로 오늘 오후 대책회의를 열어 법무관리관실에 헌법소원의 내용을 비롯한 사실관계를 파악토록 했다"면서 "신중한 법리적 검토를 거쳐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을 첨부해 이를 거둬들이라는 공문을 각 군에 알렸다.
이 목록에는 소설가 현기영 씨의 성장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민속학자 주강현 씨의 '북한의 우리식 문화',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의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등이 포함돼 있다.
국방부는 '불온서적'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불온서적이란 표현을 '장병 정신교육에 부적합한 책'이라고 변경했다.
<軍 초유의 ‘표현물 항명’…국방부 비상>
기사입력 2008-10-23 00:03 최종수정2008-10-23 00:51 / 경향신문 / 박성진, 이영경 기자
ㆍ현역 법무관 ‘불온서적 위헌訴’ 파장
ㆍ대통령·장관 상대…국방부 심야 대책회의
ㆍ“군인이 감수해야” 장관발언이 결정적 계기
현역 군 법무관들이 국방부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군 사상 초유의 ‘표현물의 자유’를 외치는 ‘항명’으로 기록되며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등 2명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방부 초비상=국방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헌법소원 제기 사실이 알려지자 국방부는 22일 오후 8시30분 김종천 차관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국방부는 지난 7월 ‘불온서적’ 지정 당시 냉전시대적 검열, 사상 통제라는 지적을 받은 터에 현역 법무장교들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서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장병 정신 전력에 이롭지 않다면 계속할 것”이라며 불온서적 지정 방침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현역 장교들의 헌법소원은 국방장관의 이런 방침에 대한 ‘항명’으로 비쳐질 수 있다.
소송 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이 장관이 국감에서 ‘군인이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심야 긴급대책회의를 한 것도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헌법소원의 피청구인에 국방장관과 함께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지목한 것도 국방부 수뇌부를 민감케 했다고 볼 수 있다.
국방부는 일단 징계를 적극 검토하는 흐름이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헌법소원을 낸 법무장교들의 행위를 군기강을 무너뜨린 ‘집단행동’으로 간주했다.
다만 헌법소원을 낸 행동이 군인복무규율을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국방부는 특히 징계가 현실화될 경우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고민하고 있다. 불온서적 논란이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대두되고 국방부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헌소를 낸 법무관들은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현기영씨의 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라아인들> 등 수십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회에 불온서적 지정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헌재 향후 절차는=헌법소원 사건은 접수 후 우선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돼 ‘사전심사’를 거치게 된다. 사전심사는 30일 내에 이뤄져야 하며, 사전심사 결과 각하 결정을 내리거나 재판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전심사에서는 먼저 헌법소원 자체가 적법한지를 따지게 된다. △국방부의 국인복무규율과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 지시 등이 ‘공권력’의 행사인지 △청구인 자신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되는지 △행정소송을 거치지 않고 바로 헌법소원을 낼 사안인지 등이다.
군 법무관들은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의 적용대상인 군인에 해당돼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있고,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지침이 구속력을 갖고 법규 명령으로 기능하는 만큼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있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지침은 전원재판부로 넘겨져 위헌여부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 8월 “군의 불온서적 작성은 군인권전문위원회 논의 및 상임위 의결을 거쳐 헌법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필요한 경우 명시적인 법률상 근거에 의해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에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