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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북한의 남북관계 전면차단 발언 배경과 정부의 대응

<北 "남북관계 전면차단 포함 중대결단 검토">

기사입력 2008-10-16 08:59 | 최종수정2008-10-16 09:02 / 연합뉴스 / 장용훈 기자

김정일 건강이상설 후 남측 동향에 강한 불만 표시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며 무분별한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계속 나간다면 우리는 부득불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포함해 중대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고 말한 뒤 이같이 밝혔다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을 포함해 각종 대남 강경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일 열린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북측은 '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사업과 개성공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군사분계선을 통한 남측 인원의 통행이 제대로 실현될 수 없으며 개성 및 금강산 지구내 남측 인원의 체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노동신문의 이번 논평원의 글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북한의 공세가 본격화된 지난 4월1일 논평원의 글 후 약 7개월만의 일이다.

논평원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짓밟고 남조선을 과거 독재시기로 되돌려 놓고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는 극우분자들이 괴뢰 정권에 들어앉아 있는 이상 북남 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논평원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강이상설이 본격 제기된 이후 남쪽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작전계획 5029", 각종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열거하면서 "우리의 최고 존엄을 감히 건드리는 것은 우리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선전포고"라며 "우리는 북남관계를 귀중히 여기지만 그 누가 우리에게 도발을 걸어온다면 대결에는 대결로, 전쟁에는 전쟁으로 단호히 맞받아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우리는 이명박 패당의 반공화국 모략소동을 결코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존엄이고 생명인 신성한 우리 체제를 감히 건드리는 자들에 대해선 추호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도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 대결과 전쟁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통일이고 잃을 것은 군사분계선"이라며 "이땅에서 전쟁이 터지게 되면 그 누구도 역적패당을 구원해 줄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반공화국 대결 책동으로 말미암아 북남 당국 사이의 대화가 모두 단절된 것은 물론 북남관계가 동결과 악화를 넘어 일촉즉발의 격동상태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내외 여론에 못이겨 선언 존중이요 뭐요 하지만" 이는 "순전히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교활한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北 '남북관계에 중대결단' 초강경 입장 표명 배경은?>

기사입력 2008-10-16 12:23 / 뉴시스 / 신정원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논평원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반공화국 대결의 길로 나아갈 경우 남북관계를 포함해 중대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측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노동신문이 이명박 정부에게 비난의 포문을 연 지난 4월1일 이후 7개월여만의 일이다.

북한은 지난 3월 말 남북경협사무소 당국 직원 추방, 서해상 단거리 미사일 발사, 외무성 담화 발표 등 잇따른 대남공세에 이어 4월1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당시 신문은 '남조선당국이 반북대결로 얻을 것은 파멸 뿐이다'는 제하의 논평에서 비핵·개방·3000구상에 대해 "극히 황당무계하고 주제넘은 넋두리"라고 비난하는 한편 "핵포기 우선론을 내걸었다가 수치스러운 참패를 당한 미국 상전과 선행정권의 교훈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이명박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우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인 동시에 동족 사이에 적대감과 불신을 고취하고 북남관계를 대결로 몰아가기 위한 고의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출범 이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북한은 남북경협사무소 직원 추방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하나하나 짚으며 비난의 수위를 높여갔다.

북한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과 김태영 합참의장 발언을 문제 삼고 이명박 정부를 '역도', '패거리' 등으로 지칭하는 것을 서슴치 않았으며 ▲인권 문제 거론 ▲비핵·개방·3000 구상 등 선(先)비핵화 ▲군사력 증대 ▲한·미 동맹 강화 ▲한·일 신시대 미래 비전 등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등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의 이행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남북간 모든 합의의 정신의 존중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행 의무를 빠져나가고 내외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교활한 술책"이라고 맹비난했다.

북한의 이같은 비난은 남측이 겉으로는 '상생·공영 대북정책'을 표방한다고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미 군사 훈련을 계속하고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 두 선언에 따라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이명박 정부는 북측과 달리 두 선언에 강조점을 두지않는 등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비핵·개방·3000구상을 대북정책으로 내세웠지만 북한이 이를 선비핵화 정책으로 체제를 전복하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을 소폭 수정해 왔다.

정부는 대북정책에 '상생·공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당초 대선공약이었던 '비핵·개방·3000 구상'은 경제협력 수단의 하나라고 수정했으며,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이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뿐만 아니라 모든 남북간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남북간 모든 합의의 정신을 존중한다. 이 두 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일부 입장 변화를 보여왔다.

이에 대해 상당수의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가장 중시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모든 남북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전제로 대화 의지를 밝히는 한편 북한의 반발을 사고 있는 비핵·개방·3000 구상을 유지하는 점 등이 북측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했고 이로 인한 북측의 반발이 최근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또 현 정부 이후 처음으로 북측이 대화를 제의해 지난 2일 개최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은 전단 살포가 남북간 합의 위반이라며 이같은 행위가 계속될 경우 개성관광, 군사분계선을 통한 통행, 개성 및 금강산 지구 내 남측 인원 추방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남북간 합의를 성실히 이행·준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민간단체에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했지만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민간단체가 노동당 창당일인 지난 10일 살포를 강행함에 따라 북측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어리석은 망상을 추구하는 자들과는 끝까지 결판을 볼 것이다'라는 제하의 이번 논평원 글에서 "비핵·개방·3000 대북정책에 상생, 공영 보자기를 씌워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다"며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북의 대남전략의 산물로 터무니없이 헐뜯으며 그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보안법, 역사교과서 주적론 부활, 미국과 연대한 북침전쟁연습, 금강산 사건, 여간첩사건,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부정 등을 지적하며 이것들이 '반통일 대결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상생·공영 대북정책'과 북한이 이날 지적한 "속에 칼을 품고 입에 꿀 발린 소리"라는 강력한 비난 등 남북간 현격한 입장 차이와 함께 최근 북측의 공개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북 전단 살포가 단행됐던 점 등이 북한이 '남북관계를 포함한 중대결단'이라는 초강경 입장을 표명하게 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北논평원 글 전문가 견해>

"南정부에 대북정책 전환 압박", "남남갈등.한미분열 노림수"

기사입력
2008-10-16 11:25 / 연합뉴스 / 임주영 기자

북한이 1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내놓은 대남 강경 입장에서 북한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전환 압박,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 통미봉남의 실현, 남남갈등과 한미동맹 분열 노림수 등의 의미를 읽었다.

이들 전문가는 또 북한이 이번 경고에 이어 조만간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조치들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남북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9월5일 담화가 지난 10일 뒤늦게 공개됐는데, 거기에 들어있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대목을 행동화한 측면이 있다.

북한이 지난 군사실무회담에서 대북 전단살포의 중단을 요구하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취하겠다고 한 조치들을 조만간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북한의 이러한 메시지 배경으로는 첫째 최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남측 여론이 북측에 우호적이기보다는 해제를 한 미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데 대한 반발심일 수 있다. 둘째, 남측에 대한 강한 압박을 통해, 북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셋째 남남분열과 한미분열을 노리는 전략도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부정에는 단호하게 행동해 왔다는 점이다. 곧 행동화가 예상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언명 수준에서는 6.15와 10.4 선언을 존중한다는 데까지 갔지만 진정성에선 아직 미흡한 측면이 있다. 정부의 말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것을 재촉하는 차원에서 글을 내놓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북한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고 상당히 위기 상황이지만 체면 때문에 남측과 대화에 전면적으로 나올 수는 없는 처지다. 자신들의 체면을 깎지 않으면서 진정성을 가진 대화를 제의할 것을 남측에 강하게 제의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북미관계가 좋아지니 북한의 대남 협상력은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생각된다.

또 삐라 살포 문제가 있다. 북한이 군사실무회담에서 중단시켜 달라고 요구했는데 그렇게 안되니 성의를 표시하라는 것이다.

최근 북미 합의로 북한 입장에선 미국과 얘기해서 합의를 보면 된다고 생각하고, 남한과 얘기해서는 별 실익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 기준을 엄중하게 세워 스스로 실용정책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좁힌 결과라고 볼 여지도 있다. 실용정책은 좀더 유연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 = 최근 북한이 군사실무회담에서 대북 전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이미 그때 남측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북한은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도 안 좋아진 상태여서 어떻게 보면 극도로 예민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자신감 있고 남북관계가 잘 풀려가는 상황이라면, 조금 불만 있어도 이렇게 심각하게 얘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의 추가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군부쪽은 남한의 작전계획 수정 논의가 나오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부는 또 남한의 자본주의를 확산시키는 개성공단 사업이나 관광에 거부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앞으로 실리가 아니라 이념이 앞서는 방향으로 남북관계가 전개될 수 있다. 전단 문제에 대해 정부가 시민단체에 자제를 요구하는 게 필요하다.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영향이 예상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현명하게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일단 북미관계에서 최근 합의로 숨통이 트였다. 그러니 아무래도 대남관계에서는 세게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이 북한의 기를 살려준 측면이 있다. 북한으로선 일단 부시 대통령과는 올해 끝난 것이고, 6자회담을 한다고 해도 더 이상의 합의는 없을 것이고 이 정도에서 굳히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는 남북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북한이 남한을 압박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남한의 새 정부를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북한은 강한 경고와 더불어 앞으로 여러가지 공세를 취하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금강산이 닫힌 상황에서 개성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넓게는 북방한계선(NLL)도 문제를 삼을 여지가 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판단한다면 NLL같은 문제에서도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김태우 국방연구소 연구위원 = 지금 북한의 기조는 한미간 공동보조를 막고 한국 사회 안에 보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조건없이 지원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조건을 달고 국제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한 데 대한 비난이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과거 방식으로 되돌리기 위한 압력이자 기싸움이다.

북한의 압력은 이미 4월 합참의장 발언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의 새 정부의 기조가 가닥을 잡을 때까지는 북한의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런 와중에 북한이 다시 특별한 말을 끄집어 낸 것은 미국과의 핵문제 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지금이 미국과는 관계를 개선하고 남한은 압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강경.보수 대북정책이 아니다. `비핵.개방.3000' 구상도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도와주겠다는 게 아니고 북한이 핵문제에 성의를 보이면 도와주겠다는 신축적 입장으로 해석해야 한다.


<北, 남북관계 전면차단 언급..정부 대응은>

기사입력 2008-10-16 10:53 / 연합뉴스 / 조준형 기자

정부 대북정책 완화 움직임에 '찬물'

16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남북관계의 전면 차단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과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앞서 지난 4월1일에도 이번과 같이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 형식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조를 종합적으로 밝힌 적이 있어 이번 또한 최근의 상황 변화를 감안한 북한 당국의 종합적인 입장 표명으로 평가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변화 요인 속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면서 남측과 계속 각을 세워 나가겠다는 정책 기조를 대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으로서는 남북 갈등 구조가 미국, 일본에 한반도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그런 생각으로 북한은 대미, 대일 관계 개선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계속 남측과 각을 세우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또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성배 박사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고 남한 내에서 급변사태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희생해서라도 체제 결속을 강화할 필요를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2일 군사실무회담에서 민간의 삐라 살포를 문제삼을 당시 예고한 대로 개성공단과 개성관광, 남북 통행 등 그나마 남아 있는 남북 교류의 끈들을 단계적으로 끊어가며 위기를 조성하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성배 박사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개성공단 폐쇄지만 그 전에 개성관광 중단, 개성 남북경협사무소 폐쇄,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국지적인 충돌 야기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북한이 북핵 진전을 계기로 남북관계에도 호전의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시사한데 대해 차분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측의 가능한 후속조치에 대한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의 이번 논평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듯한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동신문 논평이 형식 측면에서 외무성 성명 등과는 다르다"며 "우리가 북한측 발표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싶다. 일단 한번 두고 보자"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정부는 그간 견지해온 대북 원칙대로 해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북한이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경우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북측의 입장 표명이 최근 대북사업의 재조정 문제를 검토해온 정부의 행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최근 북핵 진전을 계기로 대북 식량지원, 통신 자재.장비 제공, 개성공단 인프라 건설 등 그간 보류해온 대북 사업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이런 검토에는 북한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기업들에도 이로운 사업들을 추진함으로써 남북 대화 재개 및 관계 정상화를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내포돼 있었다.

그러나 북측이 이날 거듭 6.15, 10.4 선언에 대한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며 강경기조를 천명한 것은 두 선언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개별 사업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움직일 공간을 좁힐 가능성이 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정부로서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해결을 위한 대화를 포함한 전면적인 대화를 제의해 놓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상황에서 북측의 압박에 굴하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