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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이사회의 구본홍 YTN 사장 임명

[사설] 대선 캠프 인사가 방송사 사장이 되면

기사입력 2008-05-30 23:48 / 경향신문

보도전문 채널인 YTN의 이사회가 엊그제 구본홍 고려대 석좌교수를 신임 사장으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원래 서울 YTN타워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조가 이를 저지하기로 하자 급히 모 호텔로 장소를 옮겼다고 한다. 구씨는 사장 내정설이 나돌 때부터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한 덕목이 돼야 할 YTN 사장으로 적절치 않은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사회는 내부 구성원의 시선까지 피해가며 변칙적으로 사장 추천을 결정함으로써 이를 시인한 셈이다.

MBC 보도본부장 출신인 구씨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의 방송총괄본부장으로 일했다.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서 당선에 상당한 공을 세운 셈이다. 이런 인물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방송사 사장으로 변신하게 됐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YTN 이사회는 대주주인 공기업들의 의지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이사회 결과는 현정부의 뜻이 온전히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구씨를 기용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정권 창출 후의 ‘논공행상(論功行賞)’이라 하겠다. 이런 인물이 사장 자리를 꿰찬 언론이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정권 비판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사장 등의 공모에 대해 “누구를 주려고 마음먹고 형식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그 말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이로써 보도전문 채널을 장악해 뉴스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의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이 정권이 방송은 물론 언론 전반에 대한 통제·장악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례와 조짐은 많다. 차기 KBS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되는 김인규씨도 이 후보 진영에서 방송전략실장을 지낸 사람이다. 그가 사장이 됐을 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자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이라도 낙하산 인사 등을 동원한 구시대적 언론 장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그런 시도는 먹히지도 않을 뿐더러 종국적으로 ‘정권안보’에도 이롭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