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 Articles

세계경제의 금융위기와 진단 그리고 해법

<흔들리는 세계경제..대공황 다시 오나>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김현준 특파원

증시 자유낙하..올들어 25조달러 증발..실물경제도 침체

지난 9월15일 미국 4위의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본격화된 금융위기가 한 달째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대공황도 이겨내며 158년을 이어온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은 충격 그 자체였고 이후 누가 또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세계 금융시장은 아무도 서로를 믿지 못해 자금 유통이 메마르는 마비 상태로 치달았다.

이 과정에서 몰락 위기에 직면한 세계 최대의 보험사인 AIG는 미 정부에 넘어갔고 월가를 호령하던 IB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금융지주회사로 변신하며 생존의 길을 찾기에 바빴다.

금융위기가 악화되면서 공포는 전세계 실물경제의 침체로도 번져 세계 증시는 폭락을 거듭하며 나락으로 추락했다.

위기에 직면한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 공조 등 전례없는 조치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은 '백약이 무효'한 상태에 빠져 아이슬란드가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우려되는 등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까지 일고 있다.

◇ 세계증시 자유낙하..금융시장 패닉 = 리먼브러더스 몰락 직전인 9월12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421.99였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난 10월 10일의 다우지수는 8,451.19로 26%나 폭락했다.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모기지 부실 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마련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고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이 공조한 전례없는 금리인하 조치 등 각종 대책이 취해졌지만 금융시장의 위기는 진정되기는 커녕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다우지수는 이번주에는 10,000선에 이어 9,000선까지 쉽게 무너지며 5년전 수준으로 추락했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다우지수가 이번주에만 18.2% 하락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영국 런던의 FTSE100 지수는, 프랑스 파리의 CAC40지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지수도 20% 넘게 폭락하며 최악을 한주를 보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세계 전세계 증시에서 이번 주에만 4조달러가 날아갔고 올해 들어서는 총 25조달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금융시장의 모습을 '논리가 아닌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이라고 최근 평했다.

자금시장의 경색도 갈수록 심해져 '돈 가뭄'이 금융회사는 물론 기업들도 몸살을 앓게 하고 있다.

국제 자금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는 연일 상승하면서 5%에 육박했다. 10일 3개월짜리 달러 리보는 0.07%포인트(7bp) 상승한 4.82%를 기록, 올해 최고치로 치솟았다.

NCL 스미스&윌리엄슨의 국제채권담당인 로빈 마셜은 블룸버그통신에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많은 경우 자금이 그들에게 다시 돌아올 뿐"이라며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공포로 돈이 돌지 않는 현상을 설명했다.

◇ 커지는 경기침체 공포 = 금융시장의 요동의 저변에는 위기의 원인이 된 주택시장의 침체의 지속으로 어디까지 문제가 확산될지 모르는 불안감에다 실물경제 타격으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9월 미국의 일자리는 15만9천개 감소, 2003년 3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9월에 43.5로 전달의 49.1에서 크게 떨어져 9.11 테러 후 월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은 악화되고 제조업 경기도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이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0.2% 감소해 경기침체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미 침체에 들어섰다는 의견들을 보이고 있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6일 4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명중 2명이 미국의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됐거나 올해 침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이 각각 경제전문가 52명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도 미 경제가 침체에 진입했다는 평가로 나왔다. 특히 WSJ의 조사에서는 미국의 국내 총생산(GDP)이 3.4분기에 이어 4분기, 내년 1분기까지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반세기 여만에 처음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1930년대 이후 최대의 금융시장 위기에 직면해 중대한 경기하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9%와 3.0%로 기존의 전망치보다 0.2%와 0.9%포인트 낮췄다.

하버드대의 마크 펠드스타인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요동이 지난 30년간 가장 길고 깊은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 대공황 다시 오나 = 세계 증시의 폭락과 경기침체의 우려는 1930년대 세계를 흔든 대공황의 공포도 불러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의 경제 상황이 대공황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대공황 때와는 달리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공황이 다시 올 가능성을 적게 보고 있다.

대공황 당시 1931년부터 1941년까지 10년간 미국의 실업률은 25% 정도에 달했고 국내총생산(GDP)도 크게 감소했고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수준의 경제적 고통을 겪었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9월에 6.1% 수준이고 GDP도 아직 감소하지 않았다.

또 대공황이 발발하자 당시 정책 당국은 금융회사 징벌을 위해 금리인하 대신 오히려 금리인상 정책을 폈고 보호무역 조치를 취함으로써 위기를 증폭시켰지만 현재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점도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미 시카고대 교수는 7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현재의 금융위기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것이지만 생산이나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볼 때 훨씬 작은 위기라면서 세계가 대공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의 침체나 대공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기의 근원을 치유하는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크리스 메이어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 선임 부학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위기의 원인이 된 모기지 시장과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어 부학장은 이어 "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들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태는 한 국가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고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편되는 세계 금융시장>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김재홍 특파원

미국식 자본주의, 투자은행시대 동반 몰락

금융규제 대폭강화..전통 상업銀 패자 등극 

"미국식 자본주의 시대 끝나나?"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경제력의 상징이었던 은행들이 극심한 시장의 혼란에 휩쓸려 빈사상태에 빠지면서 정부 당국의 구원 손길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최근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의 또 다른 희생자가 미국식 자본주의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이미 과거의 영광으로만 기억에 남게 됐다.

앞서 지난 3월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도 합병이라는 희생양이 되면서 퇴출당하는 신세를 맞이했다.

골드만 삭스와 더불어 월가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모건 스탠리도 이제 일본 금융그룹에 지분을 넘겨주는 처지로 전락했고 메릴린치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에 팔렸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월스트리트는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위기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는 정부가 직접 은행 지분을 인수해 통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에 충실한 자유시장경제론자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치다.

'역사의 종언'에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를 설파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뉴스위크 10월13일자에서 금융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 버전이 붕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금융계 판도의 대변혁이다.

이같은 판도의 대변혁은 곧 금융권력의 대이동을 의미한다.

이런 대 격동 속에서 세계금융의 중심인 뉴욕 월스트리트는 물론 국제금융 시장의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주택시장의 호황기에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위험관리에 충실했던 금융기관들은 100년 만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가 새로운 시대를 예비하면서 시장의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 있다.

그러나 경영의 제1원칙이 위험관리라는 사실을 잊고 단기적인 경영성과와 보상이라는 단꿈에만 빠져 있던 금융기관들과 그 경영자들은 그들이 놓은 덫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시장의 대혼란이 한편에겐 엄청난 기회가 되고 다른 한편에겐 사망선고가 된 셈이다.

그런 만큼 금융시장 재편기의 힘겨루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제부터 로비전쟁이라는 말은 적자생존이라는 처절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금융기관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번 금융시장의 혼란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아시아 외환위기 사태처럼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이번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하면 새로운 금융질서의 강자가 될 수 있다.

◇투자은행 퇴장..전통은행들 패권 장악

1년 전 월스트리트의 5대 투자은행에 이름을 올렸던 금융기관 가운데 현재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2곳 뿐이다.

베어스턴스는 상업은행인 모건 JP 체이스에 팔렸고, 리먼 브러더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메릴린치는 BOA에 넘어갔다.

게다가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도 지난 9월2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은행 지주회사로의 기업구조 변경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이들은 중앙은행에서 예금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긴급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지만 FRB의 감독을 받게 됨으로써 투자은행으로서 누려왔던 독립성을 잃게 됐다.

이들로서는 예금 수신기능이 있는 상업은행들 간에도 콜자금 거래가 거의 중단되는 최악의 신용경색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는 투자자금이 과거처럼 몰려들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은행이라는 이름만 고집하다가는 유동성 고갈로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신세가 될 수가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전통 상업은행인 BOA와 웰스파고는 새로운 금융시장의 최강자로 등극했다.

BOA는 지난 9월15일 94년의 역사를 자랑해온 미국 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를 500억달러에 인수했다. BOA는 올해초 서브프라임 사태로 도산 위기에 직면한 컨트리와이드를 인수하고 이번에 메릴린치까지 사들임에 따라 자산규모 2조7천800억달러의 최대 은행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이와 함께 웰스파고는 지난 3일 씨티그룹과 치열한 경쟁 끝에 와코비아 은행을 손에 넣게 됐다. 자금동원 능력에 우위에 있던 웰스파고가 씨티그룹이라는 난적을 물리친 것이다.

와코비아 은행은 처음에는 씨티그룹에 은행부문을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변경해 회사 전체를 151억달러에 웰스파고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웰스파고의 인수조건이 씨티그룹보다 나았기 때문이다. 웰스파고는 씨티그룹과 달리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은행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 인수를 더 높은 가격에 제시했다. 이로써 웰스파고는 그동안 희망했던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 영업망을 확충할 수 있게 됐다.

웰스파고는 자산규모가 1조4천200억달러로 늘어나고 예금은 7천870억달러, 지점은 39개주에 1만761개로 확대된다.

이런 인수합병의 격랑 속에서 상업은행 내부에서도 대형은행과 소형은행은 살고 중간 규모의 은행들은 급속하게 사라지는 재편작업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미 은행들 가운데 BOA와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빅3'이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4%였으나 최근에는 31.3%로 급등했다.

이와 함께 투자은행과 더불어 헤지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이번 위기 직전만 해도 자금운용 규모가 사상 최대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이며 많은 펀드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지만, 살아남는 헤지펀드들은 이전보다 훨씬 좋은 투자환경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2009년은 헤지펀드의 새로운 해가 될 수도 있다.

◇세계금융 권력중심 이동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 속에서 아시아의 힘이 주목받고 있다.

FRB는 지난 6일 일본의 메가뱅크인 미쓰비시UFG(MUFG) 금융그룹이 모건스탠리의 지분을 최대 24.9%까지 사들이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쓰비시UFG는 모건스탠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일본의 최대증권사인 노무라도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법인을 2억2천500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국산업은행은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타진해 성사 직전단계까지 갔다가 최종 가격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

미국 금융계에서는 리먼브러더스과 한국산업은행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금융위기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재무부와 FRB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고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으로 가는 최후의 선택을 하도록 내버려뒀었지만 그로 말미암은 파장이 너무도 컸다는 뒤늦은 안타까움의 표현인 셈이다.

이런 모습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극복과정을 막후 조정했던 재무부와 FRB와는 너무도 차이 난다.

이런 달라진 아시아의 위상은 뉴욕 타임스의 보도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가 1조8천억달러에 달한다면서 "금융위기 상황에서 현금이 `왕'이라면 아시아 정부와 금융기관들은 '황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시대가 당장 끝났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가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금융위기 해결을 국제공조에 난색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영국과 독일에서 앞다퉈 미국과 협력을 선언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EU 국가들은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보다 강세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하면서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혼란에 빠지면서 "결국 믿을 수 있는 안전자산은 미국 달러화와 국채"라는 시장의 선택 앞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됐다. FRB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달러화가 유로화보다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유럽국가 지도자들은 이번 시장혼란을 겪으면서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을 재확인하게 됐다.

◇ 뉴욕(시장)에서 워싱턴(정부)으로 권력이동

이와 함께 이번 금융위기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의 권한이 전보다 훨씬 강화될 전망이다.

그래서 구제금융이 본격화되면 정부가 금융기관의 지분을 상당 부분 인수하게 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금융 권력의 중심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도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의 역할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화정책 결정과 집행에서 비록 일시적이라도 해도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인수와 관리뿐만 아니라 실제 운영에도 관여하는 데까지 급격하게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뉴욕(시장)에서 워싱턴(정부)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은 유럽과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에 속수무책이었던 각국 정부가 연대해 힘의 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새로운 국제금융감독질서와 관련 기구의 창설까지 논의되고 있다.


<국제 공조로 위기극복 가능한가>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박상현 특파원

"뭉쳐야 산다"가 아닌 "뭉치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상황

G7, G20재무.중앙은 총재회의, IMF.WB 총회 주목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중국 등 7개국이 이달 8일 일제히 금리를 인하했다.

제로금리 상태와 다름없는 일본은 공동보조에 뜻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리조정만은 하지 않았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영국, EU, 스위스의 중앙은행이 망라돼 같은 시점에, 동일한 폭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들이 이처럼 전례없이 공조에 나선 것은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것과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을 위한 의지를 천명하고자 한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다. 실제로는 공조에 이탈했을 경우 감수해야 할 피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금리를 낮췄는데 EU나 영국이 그대로 있었다면 달러화의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부담을 영국과 EU가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자본의 이탈도 말할 것 없다. 지금처럼 심각한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혼자 뒤쳐졌다가는 감당하기 힘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1931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폐지하자 곧바로 독일이 뒤따랐다. 프랑스와 미국이 몇 년 간 버텼지만 금본위제를 폐지한 국가들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백기를 들어야 했다.

이 사건의 교훈은, 금융시장이 상호 연결돼 있는 마당에 한 국가가 전체 흐름에서 뒤처진다면 그만큼 손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인 상황에서는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런 공조가 그만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주요 7개국의 동시다발 금리인하가 취해졌던 8일에도 전세계 증시는 폭락을 면치 못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이 워싱턴에서 회동,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했지만 미국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쯤되면 공조의 무용론이 제기될 법도 하지만 그런 얘기는 일절없다.

공조를 통해 지금 당장 시장이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공조를 하지 않고 개별 국가들이 제각기 움직인데 따른 시장의 혼란은 말그대로 끔찍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거에 녹아내릴 듯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 것은 유럽국가들이 보여준 지리멸렬한 행보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달 4일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4개국 정상이 모여 `미니 EU정상회의'를 열었으나 시장에 신뢰감을 심어주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상호 입장차이로 인해 아무런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헤어졌다.

대형 은행들이 파산 직전에 몰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이 속출하자 EU 차원에서 예금인출 러시를 막기 위한 통일된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수수방관했다.

결국 지난달 30일 아일랜드가 독자적으로 무제한 예금지급 보증 조치를 발표하자 독일이 이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결국 독일도 일주일만에 무제한 예금보호 조치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영국 정부가 시중은행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이를 뒤따르는 회원국은 없으며 그나마 대서양 건너 미국이 유사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이런 지리멸렬한 상황 속에 시장은 계속 나락으로 추락했고 결국 `흩어지면 공멸한다'는 위기감 속에 7개국 중앙은행의 동시 금리인하 조치가 나왔고 후속으로 11일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가 "금융시장 안정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향후 주요 선진국들이 보조를 맞춰, 구두선이 아닌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앞으로 나올 법한 조치로는 ▲은행간 단기대출을 정부가 일괄 지급보증하거나 ▲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 투자은행, 헤지펀드 등 비은행금융기관에도 정부가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방안 ▲동시다발 금리인하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대부분 평소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방안이다.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조치들까지 시장에서 `해법'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다.

기대가 커지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데 따른 실망감이 시장을 짓누르는게 지금의 분위기다.

이 때문에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느끼는 중압감은 대단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라고 하는 지금의 시장분위기에서는 `모럴해저드'는 사치스런 용어일 뿐이라는 게 각국 정부와 시장참가자들의 생각이다.

모럴해저드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리먼브러더스의 구제요청을 끝내 거부했다가 시장혼란을 부채질했던 점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리먼의 저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제는 모럴해저드를 운위할 한가로운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위기를 통해 각국이 절감한 교훈중의 하나는 개별 국가에서 발표된 고강도의 처방이 약발이 전혀 듣지 않고 시장의 내성만 키운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G7 또는 그 이상의 국가들이 공조해 전례없는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문제가 즉각 풀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각 국이 공조하지 않는 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뭉쳐야만 반드시 산다'는 것이 아니라 `뭉치지 않으면 모두가 망한다'는 것이 최고의 명제가 됐다.

이 점에서 이번 주말과 주초 잇따라 열리는 G7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기금 IMF.세계은행 연례 합동 총회는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시장 위기의 도미노>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진병태 특파원

실물경기 본격 전이 공포감..97년 외환위기 재연 우려

日.中.印 이어 러.브라질도 위협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선진 각국이 전례없는 고강도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위기의 파동이 아시아권은 물론 세계경제의 신성장동력인 브릭스(BRICs)에마저 미치고 있다.

미 금융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으로 한파가 밀어닥치고 있고 실물경기로 본격 전이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아시아 각국은 치솟는 환율과 폭락하는 주가로 신음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인터넷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위기차단을 위한 갖가지 방화벽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8일 닛케이평균지수가 9.38% 대폭락한데 이어 10일에 다시 9.62% 폭락, 9,000선마저 무너지면서 충격을 던졌고 중국 증시와 홍콩, 대만, 그리고 러시아·브라질·인도 등 브릭스 권역조차 맥없이 무너지면서 아시아권 각국은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사상 세번째 주가 대폭락 기록을 하루걸러 경신한 일본은 9일 단기금융시장에 총 4조엔의 자금을 공급, 17일 연속 단기자금공급에 나섰으나 향후 전망을 점치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내 금융시스템은 미국, 유럽 등 금융위기의 중심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주식시장 참가자의 60% 이상이 외국인이어서 해외증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경기회복 시기가 당초 상정했던 것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고 시장에서는 당초 실적 향상이 예상됐던 내년 3월 결산 기업들에 대해서도 "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적인 관측으로 돌아섰다.

히라카와 쇼지(平川昇二) USB증권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닛케이 평균주가는 이미 경제 상황으로 설명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인 주가 폭락의 영향으로 닛케이평균주가나 전 종목을 반영하는 토픽스도 계속 하락하는 '바닥 없는 주식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한달만에 두차례 금리를 인하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15일에 이어 9일 다시 예금과 대출금리를 각각 0.27%포인트 인하했다. 한달도 채 안돼 두차례 금리인하는 사상 유례가 없는 것이다. 지난달 금리인하가 대출금리에 국한됐다면 이번 예금·대출 금리 동시인하는 2002년 2월 이래 처음이다.

인민은행은 또 15일부터는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중국이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급준비율을 내리기는 1999년 이후 근 10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국무원은 두 번째 금리인하 단행을 앞두고 정부 각 부문의 고위급이 모두 회동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었다. 단계적인 경기부양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현재 매수자에 대해서는 폐지한 거래세를 매도자에게도 폐지하는 거래세 완전 폐지안과 주식을 매입한 당일 되팔 수 있도록 하는 'T(Trade)+0'거래 방식도입이 검토됐다. 현재는 매입 후 다음날 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T+0'이 도입될 경우 투기적 거래를 부추길 수 있지만 유동성 확대와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리고 보험사와 사회보장기금의 주식매입비율 상향, 추가 금리인하 등이 검토됐으며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크게 3차례 단행된 부양책의 효과를 검증한 뒤 추가 부양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파장은 만만찮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투자위축 등으로 불안감이 없지 않았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될 경우 경착륙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도 은행들이 달러 및 위안화 대출 문을 걸어잠그고 만기상환시 연장을 불허하면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홍콩 금융관리국도 8일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9일 또다시 0.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 이틀새 기준 금리를 3.5%에서 2.0%로 낮췄다.

러시아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곧 대대적으로 자금을 풀 계획이다.

러시아 정부는 앞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대형 은행들에 대한 370억달러의 장기 저리 대출을 포함해 모두 1천860억달러 규모의 구제기금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대책이 시장에는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수혈했지만 증시는 폭락했고 주택·건설 등 실물 경제에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야당과 노조가 정부에 더 신속하고도 강력한 위기 타개책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금융위기가 정국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산당의 바딤 솔로브요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은 "러시아 경제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면서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리려고 난리고 연쇄 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 수백만명이 직장을 잃을 것이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원유와 가스를 팔아 번 돈을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데 쓰지 않고 외국 금융기관 등 해외 자산 매입에 사용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에서 반 발짝 떨어져 있을 뿐 우리 경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인도에서는 리먼 파산신청 이후 뭄바이 센섹스 지수가 20% 가까이 빠졌다. 달러에 대한 루피화 가치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유동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9%에서 8.5%로 0.5%포인트 낮춰 유동성 공급을 확대했다.

브라질은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브라질 정부는 또 수출기업에 국책은행인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을 통해 22억7천만달러을 지원할 계획이다.

브라질은 현재 2천70억달러 수준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환율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공황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거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신흥시장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금으로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수습은 `이성적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유럽경제 `휘청'..실물경제 확산 우려>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김경석 특파원

유럽 차원 공조 미흡.."미국보다 깊은 수렁에 빠질수도"

금융위기 속 유럽통합 정신 실종과 신뢰 추락은 장기적 부담 

한 달 전 전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때만 해도 유럽은 세계 금융시장의 앞날보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남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숨기는 것이 더 걱정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달 21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유럽 정부들도 미국이 했던 것과 비슷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자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앵글로 색슨 식의 은행 체계가 과장된 수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친 제도가 뉴욕 금융시장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독일 4위 은행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HRE)에 대한 구제 방안을 발표하고 모든 개인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언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유럽 각국은 금융위기의 거센 파고에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같은 대담한 조치나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공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럽이 어쩌면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보다 더 깊은 수렁에서 더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끝 모를 위기 =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3대축 중 금융산업이 가장 발달한 영국이 맨 먼저 타격을 받았다. 리먼 사태 직후 영국 최대 모기지업체 핼리팩스의 모그룹 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가 최대 보험사 로이즈TSB에 인수됨으로써 금융산업 지각변동의 서막을 올렸다. 지난달 29일에는 주택담보대출업체 브래드포드 앤드 빙글리(B&B)의 일부가 국유화됐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은 벨기에-네덜란드 합작 금융그룹 포르티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11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자국에 배분된 지분 중 49%씩 소유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HRE은행을 살리기 위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 유로를 지원하는 구제방안을 내놓았고 아이슬란드는 카우프싱, 란즈방키, 글리트니르 등 1-3위 은행을 모두 국유화했다.

특히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이자 금융강국이던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러시아에 'SOS'를 보냈으나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의 지원엔 한계가 있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유럽 모든 국가의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주 동향을 보여주는 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2003년 이후 5년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 지수 등 유럽의 주요 지수들도 수년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실물경제 본격 확산 조짐 = 유럽연합(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 8일 올 2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에 비해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촉발된 3분기, 그리고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이론상 '경기후퇴'로 규정된다.

금융위기는 그렇찮아도 하향곡선을 긋고 있던 유럽 경제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주식시장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폭락하고 있는 것도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위기 초반 지수 하락을 이끌었던 금융주들이 각국의 대책 발표에 따라 급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자동차주를 위시한 소위 '볼트너트주'와 원자재주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유럽 자동차 업계는, 볼보가 지난 9일 직원 3천300명 감원을 발표하는 등 공장 가동 중단, 생산량 감축, 일시해고 등 비상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관련주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희망은 있나 = 영국 정부는 지난 8일 500억 파운드(미화 875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8개 주요 은행들을 부분 국유화하는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고 프랑스도 같은 날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법적 구제 기구의 창설을 발표했다. 독일은 HRE 구제와 예금 무제한 지급보증 조치에 이어 전체 금융시장 보호를 위한 방어막을 치는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유럽 각국의 독자적인 조치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몰아치고 있는 파도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EU 의장국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영국과 독일은 공조의 필요성만 언급하고 있을 뿐 유럽차원의 금융구제펀드 조성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 수 없는 큰 독에 자금을 쏟아 부을 생각이 없다"는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의 말이 독일과 영국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지난달 29일자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들이 미국보다 이익이나 이자수익 수준이 낮기 때문에 "긴장 상태나 손실을 흡수할 만한 여지가 적다"고 분석했다.

당장은 미국이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하지도 않은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유럽통합의 정신'은 내팽개친 채 눈앞의 작은 국가적 이익때문에 안이하게 대처할 경우 이번 금융위기의 후유증은 미국보다 더 크고 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거의 다 나왔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떨어질 만큼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수 있겠지만 금융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유럽통합 정신의 실종과 신뢰의 문제는 두고두고 유럽 전체에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어 컬럼비아대 경영대 선임 부학장 진단>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김지훈 특파원

위기 원인은 낮은 금리와 과도한 차입

금리인하 도움 안돼..위기 더 확산..한국도 주택값 문제 직면할 것

"아직 위기의 바닥은 보이지 않고 금리 인하는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불행하게도 위기는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크리스 메이어(Chris Mayer)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 선임 부학장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의 원인과 배경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너무나 심각해서 바닥을 얘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금융기관들의 차입이 해소되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어 부학장은 또 이번 위기의 원인이 낮은 금리와 과도한 차입(레버리지)에 있다면서 금융기관들이 자본을 더 축적하도록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도 주택가격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유럽은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메이어 부학장과의 일문일답.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견해가 분분하다. 위기의 최대 원인은 무엇이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해달라.

▲ 나는 금융위기의 최대 원인이 매우 낮은 금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저렴한 자금 때문에 은행과 금융기관들은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 위험 감수는 사람들과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을 위해 너무 많은 돈을 빌리게 했다. 이 많은 레버리지(차입)는 미국과 전 세계 주택시장에서 주택가격을 급상승하게 했다.

레버리지가 높은 상태에서 일부 금융기관들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금시장이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주택시장뿐 아니라 특히 영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문제는 금융시스템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했다는 것이다. 이 과도한 레버리지가 많은 실물 자산시장에 문제를 가져왔다. 주택시장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뿐아니라 신용디폴트스왑(CDS) 등 많은 금융상품이 과열된 것을 봐왔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인가, 아니면 조만간 진정될 수 있나.

▲불행하게도 위기가 계속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세계 전체 금융시스템이 차입 축소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정책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금리인하가 위기를 진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조치들이 남아있나.

▲금리인하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일본의 위기를 공부하면서 배웠다. 한 금융기관이 지급불능사태에 빠지면 금리 인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금융기관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영업도 어려워진다.

위기의 초반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다면 시장이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했겠지만,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극적인 금리인하는 시장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주가가 떨어졌다. 금리인하는 이런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 1990년대 일본은 10년간 금리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를 해소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장단기 대책으로 나눠 상세하게 설명해달라.

▲정부의 정책은 2가지를 달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기적인 것이고 장기적인 것은 더욱 어렵다. 단기적으로 우리는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자산가치의 하락 특히 주택가격의 하락을 막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추가로 15%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주택가격은 이미 20%나 급락한 상태다. 만일 주택가격이 15%나 추가 하락한다면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모기지 파산손실은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어떠한 조치들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기지 시장과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는 진정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CDS 등의 파생상품이 어떻게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유동화(증권화)는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유동화가 위기의 주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본 유럽의 경우 일부 은행은 자산유동화에 개입되기도 했지만 그들도 역시 주택가격 하락에 직면했었다. 따라서 나는 자산 유동화가 문제의 일부분이지, 유일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이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고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미국 경제의 둔화를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나는 전세계 거시경제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전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는 또 한가지는 미국의 무역수지가 분명히 조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막대한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를 감안하면 미국은 해외에서 제품을 계속 수입할 수 없다. 이는 다른 국가들이 제품을 미국이 흡수해주는 것에 의존할 수 없게 되며 이는 전세계 시장에 반향을 불러올 것이다. 전세계 초과공급분을 소비하기 위해 각국은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자국시장의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

--그러면 유럽과 아시아 경제는 어떤가. 그들의 경제가 침체나 불황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나.

▲나는 불황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싶진 않다. 유럽과 아시아 시장은 특히 아시아 시장은 분명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과 산업들은 어려운 상황들을 맞게 될 것이다. 유럽은 노동시장과 산업에 걸쳐 엄청난 구조적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유럽은행들도 미국 은행들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유럽 은행들의 손실이 미국보다 클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나는 유럽이 분명히 앞으로 더 많은 문제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경제의 둔화가 전세계, 그리고 한국과 다른 신흥시장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분명히 한국 사람들도 다른 나라에서 경험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알기에는 한국도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나는 그것이 한국에도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세계 시장들은 연관돼 있고 그런 점이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이머징 마켓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 경제가 언제쯤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인가. 또 언제가 바닥이라고 보나.

▲그런 것을 말하긴 아직 이른 것 같다. 우리는 아직 바닥을 보지 못했다. 바닥을 보기 전까지는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를 말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아직 바닥을 보지 못했다. 1개월 정도 있으면 선거가 있고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기가 정말 심각하기 때문에 바닥과 관련된 특정한 시기를 지칭하고 싶지 않다.

--한국 정부는 규제 완화와 투자 유치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7%로 올리려고 한다.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규제완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정부가 시장이 다양한 방법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을 적극 찬성한다. 가격통제나 보조금 같은 것은 매우 좋지 않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의 규제를 너무 많이 완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소매점의 경쟁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금융은 일반 산업과 매우 다르다. 한 산업이 위축돼도 국가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금융산업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이 자금을 구할 수 없으면 성장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은 매우 많은 차입(레버리지)으로 운영된다. 그리고 신뢰에 매우 의존하고 있다. 만일 사람들이 자동차회사에 대해 신뢰하지 않아도 경영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은행에 대해 신뢰가 없다면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전체 경제를 파괴할 수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중 하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처럼 은행들이 더 많은 자본을 비축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더 많은 자본을 갖도록 하는 규제는 필수적이다.


<박민 UBS 亞본부장 진단>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정재용 특파원

中경제 연착륙 전망…원달러 폭등은 신뢰회복이 급선무

"민간역할 한계,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를 둘러싼 시장상황을 볼 때 민간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의 주식관련 파생상품 부문 박 민 아시아지역 본부장은 12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와 관련해 이같이 전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상당수 은행들이 국유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금융위기 한달을 맞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기의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최소한 2009년에도 세계경제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며 2010년이나 2011년이 돼야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USB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등을 거쳐 2002년 UBS로 옮겨 2004년부터 주식관련 파생상품 부문 아시아지역 책임자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의 워싱턴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뒤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는 금융전문가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가시화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보나.

▲세계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표면화되기 전까지 서프프라임 관련 상품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수조원 가량 거래된데다 채권의 신용등급도 트리플 에이(AAA)를 부여받는 등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량이 '0'에 가깝게 줄어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신청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킨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기관 상호간에 신뢰가 무너져 돈을 빌려주지 않으니까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 것이다. 돈이 있어도 빌려주지 않는 현상, 즉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금융위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유동성 위기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주택경기 하강과 기업 수익율 저하→ 개인소비 둔화 등으로 이어진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기 위해선 상당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최소한 2009년에도 세계경제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2010년이나 2011년이 돼야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USB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이다.

--아시아의 금융중심인 홍콩의 금융시장에서 이번 사태를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매우 긴급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거의 패닉(공황)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이렇게 큰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7천억원의 구제금융을 풀기로 했지만 시장의 동요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처방은.

▲은행의 재무상태를 다시 건전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본다. 즉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부실을 털어내고 자기자본을 늘려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미국의 워런 버핏이 골드만삭스에 투자를 한 것과 같은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은행의 자본금을 늘리는 데는 민간이 할 수 있는 역할에는 현재 시장상황을 볼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 상당수 은행들이 국유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금융위기가 대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는데.

▲물론 은행들을 그냥 망하게 놔두면 대공황으로 갈 수도 있다. 이미 금융시스템은 대공황에 준하는 상황에 도달해 있다. 은행들 상호간에도 파생상품, 보증 등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 은행이 파산하면 다른 은행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또 은행의 유동성이 부족하면 기업에 대출해준 돈을 회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도 쓰러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황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정부가 이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을 그냥 망하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발빠른 대응으로 미뤄볼 때 결국 시기의 문제지만 금융위기는 극복될 것으로 본다.

--은행 국유화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모든 은행들이 국유화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은행들은 현재처럼 민영은행으로 남게 된다. 합병 등의 방법으로 은행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이미 은행의 '다운사이징'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2개월 동안 전 세계적으로 은행관련 인력이 13만명에서 14만명 가량 줄었으며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투자은행(IB)의 전성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 이러한 투자은행들은 그동안 자기자본의 30배 이상을 차입해 운영을 하는, 무한대에 가까운 펀딩으로 수익을 냈다.

그러나 이런 수익모델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미국도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객의 예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커머셜뱅크(CB)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투자은행과 커머셜뱅크 성격을 공유하고 있는 유럽식 '유니버설 뱅크'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금융산업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시장이나 상품을 개발하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의 모멘텀을 찾아낼 것으로 본다.

--국유화와 합병 등을 통한 은행자본 건전성 강화 이외에 이번 금융위기를 처방하는 다른 대안은.

▲금리 인하다. 이미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했는데 올바른 정책이라고 본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데 주력할 때다.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아울러 어느 특정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본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공조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UBS는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금년도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당초 10%에서 9.6%로 낮췄다. 중국경제마저 흔들릴 경우 세계경제 침체는 걷잡을 수 없다고 보는데.

▲중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것이 UBS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UBS는 중국경제가 금년도에는 9.6% 수준, 내년에는 8%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중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내수기반이 강하고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 정부의 빚이 전체 국내총생산의 2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세금 인하, 사회간접자본투자 등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하강 속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 우리나라는 환율 폭등이라는 또다른 악재를 맞고 있다. 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다고 보나.

▲우리나라 화폐가 국제적인 화폐가 아닌데다 외환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미약한 상황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일시적으로 커지면서 수급불균형이 나타나 환율이 폭등한 것 같다. 달러 가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도 필요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니콜라 베론 브뤼겔 선임연구원 진단>

기사입력 2008-10-12 07:00 / 연합뉴스 / 김영묵 특파원

"유럽 금융 위험평가 엉망..은행업 구조조정 아직 멀었다"

"철저한 구조조정 이뤄져야 신뢰회복해 바닥칠 것"

"최근 수년간 유럽 금융기관의 위험평가와 위기관리가 엉망이었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며 유럽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은 아직 멀었습니다."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 소재한 경제ㆍ금융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선임연구원 니콜라 베론은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위기의 원인과 앞으로 전망을 이처럼 한마디로 정리했다.

라이코스 프랑스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기업금융 실무 경험을 가진 베론 연구원은 월스트리트 저널(WSJ) 유럽판에 EU 금융정책 및 금융산업 동향과 관련한 칼럼을 수시로 기고하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유럽은 대규모 은행 위기에 대비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브뤼겔 정책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국경 간 은행업 현황과 범유럽 금융감독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을 위기 증세로 꼽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일련의 심각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세계 증시의 폭락을 가장 심각한 증세로 꼽을 수 있다. 시장 참여자, 나아가 경제 참여자들의 서로에 대한 불신감, 불안심리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게 증시 상황이기 때문이다.

-- 현재의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을 시발점으로 볼 수 있는가?

▲리먼 브러더스든 누구든 특정인, 특정기업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고 모든 경제 참여자들의 책임이다.

각국 정부,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 정부들은 최근 수년간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건전성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

또 현재 위기의 중심에 있는 은행을 비롯한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몸집을 과도하게 불렸으면서도 위험평가와 위기관리를 엉망으로 했다.

저금리에 편승해 부동산 거품을 일으킨 이들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무책임, 무능력 등이 쌓이고 쌓인 끝에 위기의 신호가 오자 경제 참여자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이 커지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것이다.

-- 한 달 전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이 '뇌관'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유럽 금융시장이 왜 더 심하게 침몰하고 있나?

▲사실상 미국 금융산업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상장은행 15개를 놓고 비교했을 때 최근 4~5년 사이에 미국 쪽에서는 6개 은행이 사라진 데 반해 유럽 쪽에서는 ABN암로만 정리됐다.

유럽에서는 금융산업 구조조정 노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위기에 더욱 크게 휘청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어쩌면 유럽에서도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와 같은 '플레이어'가 정리(cleaned up)되는 것을 보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 순간이 유럽에서의 금융위기 바닥을 볼 수 있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구조조정의 효과를 바로 보여주는 것은 미국 주요 은행의 시가총액이 6월30일보다 9월30일 더 컸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시장상황에 변동이 있었겠지만 리먼 사태가 터진 바로 그달 말의 주요 은행 시가총액이 6월 말보다 컸다는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EU의 위기 대처에 비판적 여론이 높다. EU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EU는 국경의 경계를 허무는 금융 단일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자칫하면 금융산업을 다시 지리적으로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으며 이는 EU가 지향하는 은행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킬 것이다.

비판도 많지만 EU는 이러한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개별 회원국의 대응도 지금까지는 EU가 원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대응 조치를 취했다고 본다.

지금의 위기를 겪으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신뢰도도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평가며 포르티스와 덱시아를 구하려고 여러 국가가 공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 각국이 부실 금융기관 구제, 예금보호 한도 상향 조치를 취하고 ECB와 잉글랜드은행(BOE) 등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과 공조해 금리까지 인하했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어떤 '카드'가 또 있겠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책 당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내놓은 것 같다.

금융기관의 자본 규제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 급여 제한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 제고 등 중장기적 대책 이외에 긴급 구제금융과 유동성 공급과 같은 단기적 조치도 이미 다 취한 상태다.

정책 당국은 시장의 '고통'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위기를 끝낼 수는 없다.

게다가 정부의 잦은 시장 개입은 '정부가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정부가 최고다'라고 잘못 심을 우려가 있다. 정부는 '최후의 보루'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 언제쯤 지금 위기의 끝을 볼 수 있겠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금융산업이 상당히 구조조정을 겪었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시장 참여자들에게 전달되고 그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신뢰가 회복되면 바닥을 칠 것이다.

그때까지는 고통스러운 하락 추세가 계속될 수 있는데 정부는 정부대로 투명성 제고 등 중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금융기관은 위험평가,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고 뼈를 깎는 자구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번 무너진 신뢰가 쉽사리 회복될 리는 없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다시 쌓이게 될 것이고 금융산업은 예전보다 더 튼튼해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확산, 막을수 있는 방법은?>

기사입력 2008-10-10 13:31 / 매일경제 / 이상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금리인하 공조카드까지 보이며 금융위기를 진압하려 했지만 오히려 글로벌 주식시장은 때늦은 공조체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0일 코스피 지수는 2년 11개월여만에 장중 1200선이 붕괴되고 있으며 일본은 10% 이상 대폭락하고 있다.

또 대만과 중국도 각각 1.45%, 4.77%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가 이미 실물 경제로 전이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추가적인 후속 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G20 회담-IMF, 글로벌 구제책 기대

우선 이번 주말 예정돼 있는 G20회의를 통해 글로벌 구제 대책이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이슬란드와 파키스탄이 국가 부도위기에 놓여 있기때문에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도미노 위기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방 선진국과 신흥국가들의 경제 협의체인 G20에서 외환보유고가 풍부한 중국(1조8000억 달러), 일본(9800억 달러), 인도 등이 외환 보유액을 출연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IMF도 국가부도사태에 몰린 아이슬란드를 지원하기 위해 긴급 금융시스템을 발동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 대두

미국은 오는 28~29일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0.25%~0.50% 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

0.25%포인트 인하만으로 시장에 약발이 서지 않으니 추가 인하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보다 금리를 더 낮추면 1%로 내려가기 때문에 향후 금융 정상화 때는 단기적으로 금유시장에 독이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따질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로 금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FRB는 금리 인하 하루전 3개월 만기 CP를 직접 매입하겠다는 고강도 처방을 내놓은 것도 제로 금리도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정부,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직접 개입

정부가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 직접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처분을 앞둔 개인 모기지 주택 대출을 정부가 사들이는 것이다.

금융 부실의 원인인 주택 가격의 하락을 막고 주택 모기지 관련 증권 부실 확대도 막을 수 있는 이중효과가 있다.

다만 모기지 대출을 받아간 개인 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가 있다.

정부의 주식 직접 매입을 통한 증시 안정책도 가능하다.

재 상정을 통해 승인된 7000억 달러 구제 자금 중 일부를 집행,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관련 주를 직접 매입, 국유화 하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적극적은 공조 체제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를 통해 다앙햔 대책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시장에 반영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경우도 환율과 주식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동양종금증권의 이재만 연구원은 "정부가 주식시장 안정 및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을 대책으로는 거래세 인하와 세제감면, 공적자금 투입, 추가 금리 인하 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에 금리인하까지..남은 처방 뭐있을까>

기사입력 2008-10-09 01:28 | 최종수정2008-10-09 07:54 / 연합뉴스 / 박상현 특파원

각국 중앙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단기 금융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별 금융기관에 구제금융을 단행하는 등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져온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녹아내릴 듯한 위기감이 증폭됨에 따라 8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동보조를 맞춰 정책금리를 일제히 인하한 것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과 금융회사에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패닉(공황) 상태에 가까운 시장심리를 진정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동시다발 금리인하가 약발이 들을 것인지 여부다. 이는 앞으로 며칠간 시장움직임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의 희망대로 증시의 투매양상이 진정되고 시장심리가 안정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반대로 위기가 더욱 증폭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마지막 남은 카드로 여겨져온 금리인하에도 시장이 꿈쩍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조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과거 대공황 시대에나 사용됐을 법한 극약처방에 가까운 조치가 있을 뿐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우 지난해 여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불거지자 연 5.25%였던 연방기금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씩 급격히 낮췄지만 시장을 안정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올해초부터 더 이상 금리인하를 하지 않고 연 2.00% 수준에서 금리를 묶어 놨다.

이는 소폭으로 금리를 인하해봤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에 따라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결정적인 시점에 과감하게 금리인하를 단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그 이후 FRB는 시장위기 수습을 위해 해볼만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

올해 3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FRB는 손실리스크를 부담하면서 JP모건체이스에 베어스턴스를 인수시키는데 막후 역할을 담당했다.

이어 투자은행에 대해서도 FRB의 대출창구를 개방, 자금지원을 단행했으며 최근에는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도 단행하는 등 쓰러지기 일보직전의 금융회사들에게 긴급자금을 수혈했다.

심지어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기업에도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섰다.

금융회사에 이어 일반 기업에 대해서도 FRB가 자금공급의 원천 역할을 떠맡은 것이다.

여기에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금리인하까지 동원했으니 이제 남은 카드는 거의 바닥난 셈이다.

만일 시장심리가 진정되지 않고 계속 악화된다면 일단 FRB로서는 추가로 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2004년 연방기금금리가 연 1.00%까지 떨어진 적이 있으니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한다면 앞으로 금리를 0.50% 포인트 추가 인하할 여지는 있다.

그때보다 사정이 더 절박하다면 1.00% 밑으로도 낮추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과거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정책금리가 0(제로)%까지 떨어지면 돈을 마구 찍어내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살포해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런 지론은 중앙은행으로서의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은 이론상 무제한이지만 인플레이션에 의해 제한을 받게 된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FRB가 무한정 돈을 찍어내 구제금융을 단행할 수는 있지만, 마구 풀려나간 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FRB의 발권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남은 방책은 FRB가 현재 동원 가능한 재원으로 개별 금융회사들을 구제하면서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것뿐이다. 이는 지금도 FRB가 해오고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기의 진앙인 모기지를 대수술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존 매케인 대선후보는 7일 밤 TV토론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대출금 상환에 애로를 겪고 있는 주택보유자들로부터 모기지를 사들여 이를 고정금리로 조건을 변경,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이 3천억달러 정도면 된다고 매케인은 설명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의 글렌 허바드 학장과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도 집값 하락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모기지 차환대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전례없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FRB가 아니라 행정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위기수습을 위해 취해질 수 있는 조치들은 이처럼 모두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비상대책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불길 혼자선 못 꺼" 7개국 전례없는 연합전선>

기사입력 2008-10-09 03:18 / 한국일보 / 정영오 기자

금리인하-인플레이션 우려에 물가걱정할때 아니다 판단

FRB "상황봐가며 필요한 조치" 추가 인하 시사

전세계적 금융위기에 맞서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세계 중앙은행들의 국제공조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국,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등 세계 주요국 6개 중앙은행이 모여 일제히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모임에는 참석했으나 금리인하 대열에는 합류하지 않은 일본 중앙은행은 6개 중앙은행의 조치를 전폭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중앙은행도 독자적으로 기준금리를 0.27%포인트 낮췄다.

이번 국제공조는 각국 정부가 현 금융위기를 개별적으로 대처하는 데 한계를 절감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미 국경을 초월해 골이 더 파지고 있는 금융위기에 동시에 공동으로 대응함으로써 진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 동안 나라별로 천문학적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8일에도 아시아 유럽 주가가 폭락하는 등 전세계 주가가 3일째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금융 불안이 확산됐다.

8일 발표된 7개국 중앙은행 공동성명서도 "이번 공동대처가 금융시장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취해진 전례 없는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치는 "전세계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협의한 결과"라고 밝혀 중앙은행들의 공동보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데릭 할페니 도쿄-미쓰비시 UFG은행 통화전문가는 9일 뉴욕타임스에 "이번 조치는 중앙은행들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동 대처해 나가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해서 "이미 몇몇 국가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 추세가 반영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하기 시작했으며,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전망 역시 인플레 우려를 낮추고 있다" 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빠르게 확산되는 와중에 한가하게 물가걱정이나 하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FRB는 별도의 성명에서 "경제와 금융시장의 진전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추가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이유로 4월 이후 금리인하를 거부해오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리를 논의할 정례회의가 예정된 이 달 28~29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ECB 역시 9월까지도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오다 최근 입장을 전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FRB와 ECB의 입장 선회는 7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현재의 금리정책이 적절한지 검토하겠다"고 발언한 후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형식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의 과감한 동시 금리인하 조치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전해줄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는 시장의 신뢰위기에서 비롯된 만큼 금리인하가 올바른 처방인지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다. 이미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주가가 약세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효과가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영국 어워드 자산운용사의 짐 어워드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조치가 시장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단기 반등에 그칠 것이며, 기업의 실적발표가 시작되면 다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중된 자금 흐름이 금융위기 야기-Financial Times>

기사입력 2008-10-09 10:47 / 연합뉴스 / 김세진 기자

현재 진행되는 금융위기의 배경으로 낮은 금리나 금융업자들의 지나친 낙관론, 느슨한 규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 모든 현상의 근저에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와는 반대 방향으로 편중된 자금의 흐름이 있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진단했다.

금융위기 이후 외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아시아 국가들이나 유가 상승에 힘입어 수입이 늘어난 산유국들에서 흘러나온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들어갔고 선진국에서 저금리와 그에 따른 과도한 차입 현상을 낳았는데, 그 과정이 순환되다가 결국 선진국에서의 거품 붕괴라는 형태의 파경을 맞게 됐다는게 FT의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말 현재 경상수지 흑자국들의 총 흑자 규모는 1조6천800억달러였는데, 국가별로는 중국과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가 1위에서 5위 사이에 올랐다.

반면 같은 시점에 이 같은 액수의 흑자 가운데 44%가 미국에 의해 흡수됐으며, 주택가격 거품이 발생한 미국과 영국, 스페인, 호주 등 4개국에서 흡수한 경상수지 흑자의 비율은 63%에 달했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신흥국가에서는 외화를 보유하면서도 수출 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출 필요가 생겨 보유한 외화를 투자해야 했고, 그 돈이 상대적으로 금융 체계가 발달했던 선진국으로 유입되면서 선진국에서는 저금리 현상과 함께 차입을 기반으로 한 경제활동이 활발해졌다.

그 결과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수립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서 높은 수익을 추구하던 선진국의 경제 활동은 과도한 차입으로 귀결됐고 주택시장에서부터 시작된 거품 붕괴는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됐다.

FT는 현재 주요국 정부가 금융시장을 정상화하겠다며 대규모로 재정을 확대해 금융시장에 투입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신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저축이 고수익을 낳는 금융상품 뿐 아니라 저소득 지역에서의 소비 확대 등 다양한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야 하며, 세계 경제가 균형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국제 금융 체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FT는 주장했다.

또 이 신문은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자본시장의 자유 확대와 금융 시장의 안정성 확보가 동시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고 밝혔다.

FT는 이 분석기사의 제목을 '아시아의 복수'(Asia's revenge)라고 붙였다.


<금리인하 효과 어디갔나..세계금융시장 또 '흔들'>

기사입력 2008-10-09 06:36 | 최종수정2008-10-09 07:57 / 연합뉴스 / 김경석, 김현준, 김지훈 특파원

유럽증시 급락, 뉴욕도 하락 지속

유동성 공급부터 금리 인하까지 가능한 카드는 거의 다 내놓았는데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8일(현지시간)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전격적으로 동반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마비된 자금시장도 풀리지 않았다.

치솟은 금리는 극심한 신용경색을 그대로 반영했고 안전한 국채와 금값만 뛰었다. 그나마 유가 하락이 유일한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그 원인은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었다.

시장에서는 벌써 금리 인하가 금융위기의 근본 처방이 될 수 없다면서 위기 해소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끝없는 주가 폭락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89.01포인트(2.0%) 내린 9,258.10으로 마감됐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14.55 포인트(0.83%) 하락한 1,740.33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1.29 포인트(1.13%) 떨어진 984.94로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지난 6 거래일 동안 다우 지수는 14.7%, S&P 500 지수는 15.6%, 나스닥은 16.8%가 각각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말 그대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불안한 혼조 장세였다. 각국의 금리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등락을 거듭하면서 불안한 투자심리를 그대로 반영했다.

유럽 증시의 주가도 5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주가지수,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지수 등 유럽의 주요 지수들은 8%대의 하락과 1%대의 상승 사이에서 급등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트 장세' 끝에 5∼6%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FTSE 100 지수는 5.18% 하락한 4,366.69, CAC 40 지수는 6.39% 하락한 3,493.70을 기록했고 심리적 지지선인 5,000이 붕괴됐던 DAX 지수는 5.88% 하락한 5,013.62로 장을 마쳤다.

알파 서치 어드바이저리의 로버트 올먼 회장은 마켓워치에 "상승과 하락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명백한 확신의 결여"라고 말했다.

◇ 금리 치솟고 금값만 급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리보(런던은행간 금리)가 사흘째 치솟았고 금값도 급등했다.

하루짜리 달러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전날보다 1.44%포인트(144bp)나 치솟은 5.38%를 기록했고, 1주일짜리 달러 금리는 0.35%포인트 상승한 4.52%에 달해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3개월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21%포인트 상승한 0.55%를 기록, 국채 가격의 상승을 반영했다.

하루짜리 기업어음(CP) 금리는 전날보다 0.56%포인트 오른 3.5%로 치솟았다.

회사채 시장은 이번 주에 2개사가 7억5천만달러를 발행하는데 그쳐 올해 들어 주간 평균치인 168억달러와 비교하면 거의 폐점상태나 다름없이 되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는 이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 속에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오후 2시46분에 유로당 1.3698달러에 거래돼 전날의 1.3588달러에 비해 가치가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날보다 24.5달러(2.8%) 오른 온스당 906.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장중에는 924.90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1.11달러(1.2%) 떨어진 배럴당 88.95달러로 마감, 다시 9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유가는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개선되지 않고 원유 수요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개장 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각국 정부의 금리 인하 조치 이후 유가와 금속 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한 것은 세계 경제가 튼튼해지기 전까지는 원자재 가격이 최고가 행진을 하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어려운 세계 경제에 원자재 가격 하락이 위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인하도 역부족 우려..추가 조치 목소리>

기사입력 2008-10-09 00:43 | 최종수정2008-10-09 09:45 / 연합뉴스 / 김현준 특파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8일 전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로 금융위기 진화에 나서면서 그동안 유동성 공급과 불안심리 진정을 위한 잇따른 대책들이 효과를 거둘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은 긴급 금리인하로 거의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동원, 시장에 위기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불신의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추가적인 조치가 더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가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키로 하고 FRB는 최근 은행권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연말까지 9천억달러로 늘리기로 하는 한편 기업어음(CP) 매입을 통해 얼어붙은 기업 자금시장의 숨통 틔우기에 나서는 등 잇따른 대책을 내놓았지만 증시는 하락하고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000선이 무너진 이후 9,300대까지 추락했고,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자금시장의 불안은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하루짜리 달러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리보는 이날 전날보다 1.44%포인트(144bp)나 치솟은 5.38%를 기록했고 1주일짜리 달러 금리는 0.35%포인트 상승한 4.52%에 달해 작년 12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금융시장의 상황을 '논리가 아닌 공포가 지배하는 상황'이라고 이날 평가했다. 정상적인 경우 시장은 공포와 탐욕이 적절한 조화를 이뤄 움직이지만 지금은 가진 것을 우선 팔고 보는 공포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의 저변에는 금융위기가 그 원인이 된 주택시장의 침체의 지속으로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불안감에다 실물경제로 옮겨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9월 미국의 일자리는 15만9천개 감소, 2003년 3월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기록했고,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제조업 지수는 9월에 43.5로 전달의 49.1에서 크게 떨어져 9.11 테러 후 월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은 악화되고 제조업 경기도 흔들리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이 2.4분기에 전분기 대비 0.2% 감소해 경기침체 가시화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에 따라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제기능을 하도록 회복시키고 경기침체 우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토니 돌핀은 블룸버그 통신에 각국이 공조해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현재의 문제를 다루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추가적인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말해 금리인하 조치로는 현재의 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임을 우려했다.

마켓워치는 경제전문가들이 이번 금리인하가 결국 효과를 보겠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하 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하이르리퀀시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이언 셰퍼드슨은 마켓워치에 "추가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며 공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금리가 제로 수준 가까이 내려가고 은행이 구제되고 소비지출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레디스위스의 조나선 베이질은 미 FRB가 조만간 금리를 1%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