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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곡물값 상승 원인은?

<가디언 “곡물값 폭등 75%는 바이오 연료 때문”>

기사입력 2008-07-04 19:27 / 한겨례신문 / 류이근기자


가디언, 세계은행 ‘비밀 보고서’ 입수 공개

“영향 2~3%뿐” 미국 주장과 격차 커 파문


‘3% 대 75%.’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국제 식량가격 상승분의 75%가 옥수수 등 곡물에서 추출되는 바이오연료 사용 증가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긴 세계은행(WB)의 비밀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지난 4월 작성됐으나 공개되지 않았던 보고서의 결론은 이제껏 바이오연료가 곡물값 상승에 2~3%의 영향을 줬을 뿐이라는 미국 등의 주장과 큰 차이를 보여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보고서는 “바이오연료의 증가가 없었더라면, 옥수수 등의 국제 비축량이 상당 부분 감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요인(비료값 상승)에 의한 가격 상승 또한 완화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2002년과 지난 2월 사이 조사대상 곡물의 가격이 약 140% 상승했으며, 상승분 중 75%는 바이오연료 때문이라고 결론내렸다. 신문은 나머지 15%는 에너지와 비료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나머지 10%에 대한 보고서의 언급을 전하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미국 옥수수의 3분의 1, 유럽의 식물성기름 중 절반이 바이오연료로 쓰이고 △농지가 바이오연료 생산지로 전환되는 방식 등으로 바이오연료가 곡물값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세계은행의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까닭은 미 부시 대통령을 당황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인물이어서, 이런 의구심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영국 정부도 바이오연료의 충격이 곡물가격 상승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 보고서를 완성했으나,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폭로한 바 있다.

이에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정치 지도자들이 바이오연료가 최근 식량값 급등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강력한 증거를 무시하고 숨기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친바이오연료 정책을 펴온 국가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정상회의에서 바이오연료 사용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다른 많은 나라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바이오연료가 식량값 상승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이들은 3~4년 전부터 바이오연료 보조금으로 연 130억~150억 달러(약 13~15조원)를 쏟아붓으면서 고유가와 탄소배출량 제한에 대한 대안으로 바이오연료 성장 정책을 펴왔다.

미국 등은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전체 세계 액체연료 중 3%를 차지하는 바이오연료의 비중을 2020년 내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바이오연료 생산량은 2004년 800만 갤론(1갤론은 약 3.78ℓ)에서 올해 1800만 갤론으로 4년 사이 약 225% 성장했다. 현재 미국에서 생산된 옥수수의 30%, 전세계 옥수수 중 4%는 식량이 아닌 에탄올 원료로 쓰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