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 Articles

촛불시위 구속자 공판 내용

<시위 구속자 무료 변론 민변 변호사 “시위할 때 쇠파이프 들 수도 있어”>

기사입력 2008-07-01 01:48 | 최종수정2008-07-01 13:09 / 중앙일보 / 박성우기자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윤모(35)씨 공판이 열렸다. 윤씨는 지난달 8일 새벽 서울 세종로에서 전경버스에 올라가 경찰 방패벽을 부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촛불집회와 관련된 첫 재판이다.

재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조한창 부장판사. 검찰은 집회 현장에 있던 윤씨 사진을 포함해 경찰 진술과 경찰 피해현황, 집회 전반에 대한 동영상 및 사진 자료, 언론보도 내용 등 50여 가지를 증거목록으로 제시했다. 윤씨 변호인 이광철 변호사는 시위의 당위성을 주장하다 재판장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으로 지난달 23일 KBS 본관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폭행당한 촛불시위자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했다. 이 변호사는 “민변 차원에서 윤씨를 포함해 촛불집회로 구속된 피고인들에 대해 무료 변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재판 과정 요약.

검사 : 피고인은 6월 1~2일 시위대 1만5000여 명과 함께 세종로를 점거해 교통을 마비시켰습니다. 7~8일에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기도 했습니다. 4200명이 참가한 시위에서 6명가량의 시민과 함께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 방호판 5개(시가 1500만원 상당)를 떼어냈습니다.

변호인 : 피고인의 행위가 과연 형벌을 가해야 할 행위인지에 대해 위법성을 조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법성 조각은 형식적으로는 범죄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실질적으로는 죄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함)

재판장 : 위법성 조각요?

변호인 : 그렇습니다. 현재 많은 국민이 순수한 의도로 참여하는 촛불집회를 정부가 폭력적으로 규정하려는데 대해….

재판장 : 변호인, 법조인이라 잘 아시겠지만 법정은 길거리가 아닙니다. 오직 법문에 기록된 문서로만 피고인을 간주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변호인 : 알겠습니다.

재판장 : 검사 측 증거 제시해 주세요. (검사는 현장 사진 위주로 증거 40개 정도 나열)

변호인 : 5월 31일에 찍힌 사진 이외에는 대부분 사진 속 인물이 피고인인지 확신할 수가 없고, 심지어 어떤 사진에는 피고인이 없는데도 증거물로 제시했습니다. 피고인은 쇠파이프를 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동안 집회에서 수집한 모든 폭력 증거를 피고인에게 대입해 과중한 처벌을 하려고 합니다. 촛불집회 참가자 일부는 비폭력을 주장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되는 게 뭐냐’며 폭력적이 되기도 합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보면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재판장 : 피고인은 시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습니까.

윤씨 :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우리 국민들이 광우병에 걸립니다. 우리 국민들이 광우병에 걸려서 고통받을 생각을 하다 보니 나오게 됐습니다.

재판장 : 특정 단체에 가입돼 있습니까.

윤씨 : 아닙니다.

재판장 : 그럼 독자적으로 언론 보도를 보고 나오게 된 겁니까.

윤씨 : 네.

재판장 : 전경버스에는 왜 올라갔습니까.

윤씨 : 누가 올라가기에 호기심에 올라갔습니다.

변호인 : 당시 시위대 일부가 피고인의 과격한 행동을 보고 ‘프락치 아니냐’고 외쳤습니다. 피고인은 자기가 프락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공명심에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사설]쇠파이프도 괜찮다는 民辯의 일그러진 법리

기사입력 2008-07-01 20:45 | 최종수정2008-07-01 20:56 / 세계일보

촛불시위가 두 달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에 참가해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모씨의 재판이 엊그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변론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이광철 변호사가 무료로 맡았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반론하며 피고인의 법률적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변호사의 책무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반대하다 보면 쇠파이프를 들 수도 있다”고 한 이 변호사의 변론은 법률가로서 부적절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민변 변호사의 양심과 자질이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순수한 의도의 촛불집회를 정부가 폭력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윤씨의 폭력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식민지 시대 독립 항쟁이나 군부독재에 맞선 투쟁도 아닌 ‘소고기’ 시위 현장에서 쇠파이프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얼마 전에는 광화문 촛불 시위 과정에서 집단폭력을 주도한 사람을 연행하려다 시위대에 억류된 경찰관을 민변 소속 변호사가 불법체포죄로 경찰에 넘긴 일도 있었다. 정당한 직무집행을 한 경찰관에 대해 불법체포 운운한 것이다.

민변은 20년 전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정치적 양심수 변론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과거 철권통치에 맞서 투쟁하며 인권을 신장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도왔기에 사회적 지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시해 민변 변호사들이 정·관계에 대거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촛불시위 과정에서 드러나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언행을 보면 법률가 단체로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법치주의를 짓밟는 폭력시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인할 수 없다.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하고 기물을 파괴하는 불법행위에 눈을 감은 채 폭력을 합리화해선 안 된다. 사회질서가 폭력으로 무너진다면 민변이 지향하는 사회의 개혁과 진보도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