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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고유가 원인은 투기세력 때문?

<고유가 충격 크고 오래갈 듯>

기사입력 2008-06-16 16:54 |최종수정2008-06-23 10:18 / Economist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국제 유가는 지난 6월 6일 배럴당 9.7달러의 일간 최대 상승폭을 보이며 138달러를 기록했다. 고유가 지속으로 세계 경제는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으며 3차 오일쇼크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한국 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바이유 가격도 가장 낮았던 배럴당 64.90달러(2007년 8월 9일)에서 불과 10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인 130.71달러(2008년 6월 9일)를 기록하는 등 장기추세선을 크게 상회하는 오버슈팅 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 두바이유 수준은 1차 오일쇼크 당시인 1974년의 실질실효유가(물가상승과 석유의존도를 반영한 유가) 86.5달러를 넘어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0년의 154.20달러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최근의 고유가와 그에 따른 경제여건의 변화는 과거 1, 2차 오일쇼크 때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1차 오일쇼크는 1974년의 제4차 중동전쟁으로 촉발됐다. 당시 이스라엘을 지원한 서방국가에 대한 반감으로 아랍 산유국들이 감산과 가격 인상을 감행했으며, 그 결과 두바이유는 1973년 1월 2.6달러에서 불과 1년 만에 4.5배가 급등한 11.7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요 선진국들은 두 자릿수 물가상승과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경험하며 스태그플레이션에 허덕였다. OECD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이 12.3%에 달했으며 경제성장률은 1년 사이에 6%포인트나 하락했다.

유가 급등과 세계 경제 불황은 당시 수출 진흥정책으로 성장을 도모하던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73년 중 99%나 신장했던 수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확대되었으며,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2년간의 고통스러운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2차 오일쇼크는 1978년 12월 이슬람교 혁명에 성공한 이란의 석유수출 중단에 의해 촉발됐다. 1차 오일쇼크를 경험했던 각국이 석유 비축 경쟁에 나서면서 배럴당 12.7달러(1978년 12월)였던 유가가 37.0달러(1980년 10월)로 3배나 급등했다.

그러나 유가가 1년여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상돼 세계 각국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1차 오일쇼크의 경험으로 보다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었기에 그 충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유가 급등과 더불어 일기불순에 따른 흉작과 정치 불안이 겹치며 극심한 불황 국면에 직면했다. 1956년 이후 처음으로 1980년에는 마이너스 2.7% 성장을 기록했으며, 물가는 44.2%나 폭등했다.

최근의 유가 상승도 물가 급등과 경제성장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오일쇼크 상황과 유사하다. 세계적으로 저인플레와 고성장을 누리던 ‘골디락스 시대’가 마감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그간 2%대의 안정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던 국내 물가도 국제유가와 원자재 값의 고공행진으로 수입물가가 치솟았다. 작년 4분기 이후 상승률이 3%대를 가볍게 뛰어넘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상한선인 3.5%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5월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9%를 기록하며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분기 소비자태도지수가 2분기 연속 하락하며 기준치(50) 이하인 48.5를 기록했다. 응답자 대다수가 향후 경기불안 원인으로 물가상승을 지목하고 있을 정도다.

고유가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발목도 잡고 있는 모습이다. 고유가와 고원자재 가격으로 인해 기업들의 제조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나 국제시장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 제품가격에 비용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그 결과 2008년 2분기에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면서 내수가 위축되고 향후 경기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경기의 든든한 버팀목인 수출 호조세는 지속되고 있어 전체 경제성장률 자체에는 큰 타격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더 이상의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세계 경기의 추가적인 둔화가 발생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최근 발생한 화물연대 총파업 역시 물류를 마비시켜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국제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한국 경제는 어려움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가 수준이 아직은 3차 오일쇼크를 촉발시킬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만약 그 수준을 넘어서는 200달러에 육박한다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SERI의 ‘연간 거시계량 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08년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로 상승하는 경우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각각 7.5%포인트와 3.1%포인트 하락하고, 212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며 경제성장률이 4.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54달러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4.7%로 전망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2차 오일쇼크 때처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의 유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물가 상승을 통한 성장둔화라는 면에서 과거 1, 2차 오일쇼크와 유사하다. 그러나 유가 상승의 원인과 속도 그리고 그 충격경로에 있어서는 다른 면을 보이고 있다. 과거 오일쇼크는 공급 측면이 주도한 순수한 ‘공급 충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가는 단기간에 급등했으며 원유 수급 차질로 인해 생산위축이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 급등은 수요 측면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의 부상이 높은 원유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가 세계 경제 생산체계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유가는 오버슈팅 현상을 보이면서 단기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산유국 주변의 정정불안 그리고 세계금융 불안과 미국달러 약세에 편승한 투기적 자금의 대거 유입에 따라 발생하고 있다.

투기적 자금 유입으로 오버슈팅


최근의 유가 충격은 물가 상승을 통한 소득여건의 악화, 소비 및 투자의 위축 그리고 생산둔화라는 경로를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영향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게 될 것이며 그 지속성 또한 과거 오일쇼크 당시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고유가 충격의 여파가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되는 탓에 정부도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과 ‘고유가 극복 민생 종합대책’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기업에는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소비자에게는 소비의 근간이 되는 소득을 보전한다는 면에서 전반적인 정책의 방향은 바르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물가안정을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면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초래된 국내물가 상승이기에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직접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정책수단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며 따라서 최근 정부의 환율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높은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수출을 돕고 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도 분명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환율의 수출파급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높은 환율로 인해 수입물가와 국내물가가 급등하면서 수출기업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다면 득보다는 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달러’는 정교한 작전인가>

기사입력 2008-06-16 16:54 |최종수정2008-06-25 09:39 / Economist

골드먼삭스가 예측한 유가 200달러 시대는 현실이 될 것인가. 리먼브러더스가 올해 말까지 유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것이 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를 점친 투자은행 보고서의 신빙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골드먼삭스, 모건스탠리 등 다국적 투자은행은 원유 거래와 관련된 기관투자가로서 유가 상승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고유가 원인이 정말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투기세력 또는 달러 약세 때문인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가?”

엘 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의 말이다. OPEC이 이달 말 석유생산국과 소비국, 투자자 모두가 참가하는 회의를 연다. 고유가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다.

고유가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달러 약세에 편승한 투기 자본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늘고 있어 유가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주장하는 쪽은 골드먼삭스다.

골드먼삭스는 2년 뒤 유가를 최고 배럴당 200달러(미 서부텍사스유 기준)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도 같은 논리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7월 4일까지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이번 달 “유가가 80~150달러 범위에서 형성될 듯”이라고 발표하며 “비싸진 원유생산 비용으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기 때문(공급 감소)”이라고 그 원인을 밝혔다.

이머징마켓에서 석유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부정하기 힘들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중국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한국이나 일본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서 석유 소비량이 2배 증가한다고 가정해 보자. 중국과 인도의 인구는 합해 25억 명이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황소시장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중국의 2007년 자동차 판매대수가 879만 대로 일본을 넘어섰고 자동차 보급에 따라 가솔린 수요도 2007년에는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공포의 7월 4일이 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원유시장 전문가들이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는 7월 4일이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수기 석유 수요의 변화에 따라 유가의 큰 추세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7월 4일이면 모건스탠리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한 시점이다.

골드먼삭스나 모건스탠리의 말처럼 공급이 늘어나는 석유 소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하루 100만 배럴 이상 생산하는 대형 유전은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OPEC의 추가 생산여력은 제한적이다. 멕시코나 북해 유전 생산이 줄고 있고, 미국도 48개 주 유전이 이미 성숙기를 지난 상태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와 메릴린치 등 유가 강세를 점치는 투자은행들의 예측을 시장은 곱게 보지 않는다. 미 하원의 바트 스튜팩 의원은 아예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를 고유가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는 “골드먼삭스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아무도 200달러를 보고 있지 않았는데 골드먼삭스는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사가 진행될수록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법의 투기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법의 허점을 이용해 규모가 큰 기관투자가들이 거래 시스템을 두고 도박을 하고 있으며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고유가는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우디가 이들 투기세력도 회담에 참석시켜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를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실제로 올여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해 고유가 공포를 확산시킨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에도 회담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차킵 켈릴 OPEC 의장도 고유가의 뒤에 투기 자본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동조했다. 그는 우선 유가 급등의 원인으로 달러 약세를 지목했다. 그로 인해 투기 자본이 달러 자산을 팔고 원유를 사들이면서 유가를 올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실제 환율과 유가는 긴밀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달러가 약세면 유가는 올라가고 반대로 강해지면 유가는 내려간다. 이는 오랫동안 유지돼 왔던 하나의 법칙이다.

문제는 달러가 약해지자 투기성 자금이 우르르 기름으로 몰려가 값을 올리고, 그 결과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다시 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 측은 달러 약세를 틈타 원유 값을 끌어올리는 투기 자본이란 말을 반박하고 나섰다.

골드먼삭스 대변인은 “골드먼삭스는 가격 조작을 금지하는 모든 규정과 룰에 따라 거래해 왔다”고 반박했다. 또 모건스탠리 측도 “스튜팩 의원의 말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 한 유가 전문가는 “골드먼삭스가 2010년까지 배럴당 200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후 국제 유가가 줄곧 상승세를 이어 온 것이 ‘조작’이 아니라면 골드먼삭스는 정말 ‘족집게’인 셈”이라며 “어쨌든 골드먼삭스는 원자재지수를 기초로 원유 펀드 투자를 하기 때문에 현물시장에 자금비중을 높인다면 원자재 값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원자재 펀드 투자자의 60%가 골드먼삭스를 통해 거래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상품과 상품선물을 거래하는 전자거래소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의 설립파트너다.

다국적 투자은행의 투기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달러 약세에 따른 투기의 뿌리부터 잘라내기로 결정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9일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며 고유가가 인플레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발언이 FRB가 금리를 올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전망하고 있다.

금리가 올라가고 수요도 감소하면 리먼브러더스의 말처럼 유가가 떨어질지 모른다. 리먼브러더스는 연말이면 유가가 급락한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JP모건체이스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당장 가격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지만 결국 200달러가 되기 전에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투자은행들의 유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누가 ‘족집게’인지는 시간이 좀 더 흘러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고유가 위험 과장됐다”>

기사입력 2008-06-16 16:39 |최종수정2008-06-25 09:57 / Economist

기름값 전망이 춤을 추고 있다. 골드먼삭스가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를 내놓은 이후 세계는 공포에 떨고 있다. 어떤 곳은 연내 250달러까지 오른다고 전망해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부었다.

세계적 다국적 투자은행들의 초 고유가 전망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를 믿게 하고, 예언이 적중한 것처럼 다시 유가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맞는 것인가.

우리나라 대표적 민간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반격에 나섰다. 유가 200달러 공포가 과장됐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 미 달러화 약세로 원유로 몰린 투기 자금이 빠지고 올 하반기 중국 올림픽 특수가 끝나면 내년엔 유가가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가 급락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유가 전망 문제를 총력 분석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지난달 말 “앞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이내에 유가가 150∼2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 골드먼삭스가 내세운 유가 200달러 주장의 근거였다.

세계의 이목은 매일 아침 전해지는 기름값 변동에 쏠렸다. 기름값 게이지에 웃음과 한숨이 반복되는 게 2008년 초부터 지금까지 지구촌의 현실인 것이다.

실제 2007년 6월 배럴당 65달러 선이었던 국제 유가는 최근 13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1년 만에 두 배가 올랐다.

기름값 폭등에 따라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세계적 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도래할 것이라는 게 유가 200달러 시대가 그리는 불안한 미래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충격파는 다른 어느 곳보다 크다.

원유 수입 부담이 늘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외환보유액 감소와 원화 값 폭락으로 이어져 제2의 외환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결의했고 항공사들은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최근 10조원 규모의 유가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난국을 헤쳐가기엔 미흡한 대책이란 평을 들어야 했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 민간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눈에 확 띄는 기름값 전망을 내놨다. 기름값이 지금의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무슨 근거로 이런 예측을 했을까. 200달러, 250달러 소리에 놀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버슈팅(overshooting)은 또 다른 오버 슈팅을 부른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유가 급락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현재 유가가 과장되게 폭등해 있기 때문에 폭락의 시점이 곧 도래한다는 설명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폭락의 시점을 내년으로 점쳤다.

이 연구소는 지난 4월 ‘세리 CEO 강연’(삼성경제연구소가 CEO 회원들을 대상으로 여는 강연)에서 처음 유가 급락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글로벌 자원 전쟁과 한국 기업의 대응’이란 리포트를 통해서였다. 이 리포트는 2001년 이후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을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투기 자본에 의한 거품이다.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투기 자본이 원유나 곡물 등 원자재로 이동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

미국의 금리 인하는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고 내년에 달러 가치가 상승되면 원유로 몰린 투기 자금들이 철수하면서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통계 자료에 의해 분석한 원유의 가격 상승 요인 중 투기 자금은 무려 40.3%에 달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꼽은 유가 급락의 또 다른 요인은 중국 리스크다. 올해 중국이 올림픽을 마치면 건설 쪽으로 몰린 원유 수급 요인들이 급락하며 오버슈팅된 원유 가격이 진정기미를 보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리포트를 작성한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 김경원 전무는 “거품 요인들이 사라지는 내년엔 배럴당 120~130달러 선인 현재 유가가 그 절반인 60~70달러 선으로 급락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유가가 급락 조정될 것이란 확신을 갖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2006년과 2007년까지는 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해오다 올해 초부터 방향을 선회했다. 각종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투기 자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수요로 인한 버블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 급락 시나리오를 올해 초부터 그룹 내부적으로 공유해 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외부 발표는 삼가다 세리 CEO 강연에서 처음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김 전무는 “우리가 내놓은 전망은 원자재 가격이 완전 폭락해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재 가격이 과장돼 있는 만큼 내년에는 거품이 꺼지는 조정 시기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라며 “지금의 유가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업이든 정부든 거품이 꺼지는 시기에 대비해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