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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중국, 위안화 기축통화 시동건다

<위안화 국제통화 시동>

기사입력 2008-12-25 22:51 / 한겨례 / 유강문 특파원

동남아시아와 무역 때 결제통화로 사용 예정

중국 위안화가 홍콩과 마카오, 동남아시아에서 중국과의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통화로 쓰이게 됐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달러의 패권이 흔들리는 틈을 타, 위안화의 영역이 주변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4일 성명에서 홍콩과 마카오 기업들이 중국 남부의 광둥성 및 창장(장강) 삼각주 지역과 거래할 때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기업들도 중국 남서부의 광시성 및 운난성과 위안화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시기와 방법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조처는 위안화를 주변국과의 결제통화로 격상시켜 국제통화로 발전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은 지난 16일 한 포럼에서 달러의 국제적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며, “위안화의 사용범위와 교환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과 동남아시아는 각각 중국의 다섯번째와 네번째 무역상대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홍콩을 위안화 국제화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제일보>는 “위안화의 국제화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방화벽을 갖춘 역외기지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홍콩의 입지를 강조했다. 국무원은 14일 공개한 ‘금융 촉진 및 경제 발전에 의견’이라는 문건에서 홍콩의 위안화 관련 업무를 발전시키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최근 세계적 금융 위기를 계기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만을 비롯해 러시아, 몽골 등과도 위안화 결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는 최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기도 했다. <신식시보>는 이 협정 체결 직후 위안화의 국제화를 향한 ‘얼음을 깨는 여행’이 시작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은 달러나 유로, 엔화에 비하면 아직 매우 초보적이다. 위안화의 태환성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이 위안화를 사고 팔기 위해선 은행에 관련 무역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투자자들도 자유롭게 위안화를 거래할 수 없다.


<中, '弗 가치하락'에 '元 키우기' 총력>

기사입력 2008-12-26 02:57 / 한국일보 / 이영섭 특파원

위안화 국제통화 첫 발

“기축통화 쟁취를 향한 화폐전쟁이 시작됐다.”

중국이 24일 홍콩, 마카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등과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뒤 리요우환(黎友煥) 광둥(廣東)성 사회과학원 산업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의 바닥에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빅 파워의 힘겨루기가 있다”며 “위안화가 동아시아, 러시아, 기타 지역에서 기축통화로 부상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위안화 결제가 당장은 시범실시 되지만 결국에는 위안화와 달러화, 유로화, 엔화 등의 장기적 화폐대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주장을 과장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최근의 금융위기를 국채 및 통화 발행으로 수습하려 하고 있어 달러의 지속적인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대 외환보유국이자 대미 최대 채권 국가로 달러화 쇠퇴의 직격탄을 맞을 중국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국제정치 환경을 생각하면 위안화의 부상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10월말 러시아를 방문했을 당시, 러시아 측이 양국 무역을 달러 대신 위안화 혹은 루블화로 하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방어체제(MD)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치중인 러시아가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화 의존을 줄이려는 것이다.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다른 국가도 위안화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러시아 외에 아프리카와 남미의 일부 국가가 후보군이다. 홍콩과 동남아의 화교 경제권이 위안화로 결제할 경우 대만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11월 워싱턴 세계금융정상회의에서 위안화의 지위상승을 역설했을 만큼 중국의 의지는 강력하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이 걸음마 단계이고 금융통화정책이 불투명해 위안화가 단번에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 화폐 발권국의 지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서도 무역 회사는 중국은행의 보증서가 있어야 위안화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제약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달러화 변동성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자구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위안화 결제 확대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일시적인 조치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중국 경제의 상대적 약진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내내 진행될 화폐전쟁의 서막이 오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