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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G20, 정상회담 후 공동선언문 발표와 세계 경제 전망

<美 시장 만능주의에 '옐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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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02:42 / 한국일보 / 정영오 기자, 김범수 특파원


주요국 입장과 득실

유럽의 입김 복원

'규제와 책임'으로 시장 흐름 바꿔… 구체적 실행안은 부족

신흥국, 장기적으로 IMF·세계은행 등 요직 진출 여지 커져

세계적 금융위기 대처를 위해 처음 열린 주요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는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하고 신흥 경제국들의 국제 금융기구 진입을 폭 넓게 허용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구체적인 행동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으나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이다.

유럽의 승리

이번 회의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던 유럽이 강력한 경제, 정치적 입김을 복원한 자리였다.

금융정상회의를 신흥경제국까지 넓혀 G20으로 확대해 열자고 제안한 것도 유럽(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었고, 미국의 ‘시장만능주의’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규제와 감시를 들고 나온 것도 유럽이었다. ‘자유시장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에 대한 규제’로 공동성명의 문구가 완곡하게 표현됐으나 ‘시장에 대한 방임’에서 ‘규제와 책임’으로 큰 물줄기를 바꾼 데에는 유럽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유럽의 강력한 요구가 없었다면 G20의 탄생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평가이다. 유럽은 차기 G20 회의를 내년 4월 말 이전 개최할 것을 제안, 관철시켜 ‘G20의 정례화’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회의의 최대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금융안정화포럼(FSF)에 중국 브라질 한국 등 신흥시장국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유럽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12개 주요 선진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국제통화기금(IMF) 등 금융감독기구 대표들의 모임인 FSF는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는 상징적인 ‘권력’이었다는 점에서 신흥경제국의 참여는 금융시스템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워싱턴 포스트는 “금융시장에 대한 보다 큰 규제를 들고나온 유럽 국가들의 승리로 기록된 정상회의”라고 지적했다.

유럽 정상들 중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리더십이 단연 돋보였다. 그는 정상회의 이전부터 ‘금융위기의 미국 책임론’을 적극 개진하며 G20 회의에 마땅찮은 반응을 보여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압박, 결국 항복을 받아냈다.

전전긍긍한 미국

월스트리트의 ‘타락과 방종’이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만큼 미국은 그 해법을 찾는 이번 회의에서 수세적일 수밖에 없었다.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자유시장 원칙을 상당부분 포기하고, 시장규제와 정부개입을 강조하는 유럽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금융제국으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경제국도 뉴욕발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의 리더십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초극적 영향력에도 큰 상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이나 시장경제체제의 사망선고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성장을 지향하는 경제정책에 모두의 이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측의 ‘긍정적’ 발언은 점점 벌어지는 미국과 다른 세계 주요국간의 간극이 부각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공감대는 넓혀보려는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식량기구(FAO)의 로버트 브루스카는 “금융기구나 헤지 펀드를 규제하는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의 승리”라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규제방안이 거론되지 않은 것은 경제위기 해소가 급선무라는 공통의 인식 때문이었을 뿐 ‘방종에 대한 개입’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금융질서 참여 통로 확보한 신흥국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향후 수립될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 구축에 참여할 중요 통로를 확보했다. 금융안정화포럼(FSF)에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들이 참여하게 됐고 중장기적으로 IMF와 세계은행 주요 요직에 대한 진출 여지도 커졌다.

국제경제 체제에 신흥국 발언권이 커진 것은 국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자금투자 여력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부국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자국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해결도 힘겹다.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는 60년 이상 유지된 브레튼우즈 체제의 개혁과 IMFㆍ세계은행 역할강화를 위해 이들 신흥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15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G20 의장국을 맡은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 같은 신흥국이 국제경제 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BBC가 16일 보도했다.

(미국과 프랑스 사이에서)엉거주춤한 중국

야구로 비유하자면 중국은 엉덩이를 昺?빼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배팅을 했다. 프랑스처럼 금융개혁에 올인하지 않았다.

중국의 현 당면 목표는 세계금융개혁 주도가 아니라 중국 경제의 건실한 발전 유지이다. 전면적인 금융개혁을 강조하기 보다는 금융질서 붕괴를 우려하면서 ‘질서있는 개혁’을 강조, 자신의 좌표를 미국과 프랑스의 중간에 놓았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이런 기조를 바탕으로 워싱턴에서 금융개혁 4대 원칙과 4대 조치를 제시했다. 후 주석은 ▦금융, 화폐 전 분야에 대한 전면적 개혁의 원칙 ▦신흥시장과 개도국에게도 득이 되는 균형의 원칙 ▦현 질서의 안정이 유지되는 점진적 개혁 원칙 ▦개혁은 금융질서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실효성의 원칙 등을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기구 투명성 강화, 개도국 대표성 강화, 공조를 통한 유동성 위기 극복, 기축통화의 다원화 등 4개 조치를 촉구했다.

후 주석이 어정쩡한 결과를 내놓은 이번 회의에 만족하다고 밝힌 데서도 자유무역과 외자유입이 지속될 수 있는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는 중국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수사(修辭)에서는 프랑스와 비슷했지만 실제 개혁 로드맵에서는 미국의 입장에 가까웠다. 다만 중국은 개도국의 입김이 강해져야 하며 기축통화의 다변화를 통해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중을 강하게 내비쳤다.


<막 내린 G20... 무슨 내용 논의했나>

기사입력 2008-11-16 20:35 | 최종수정
2008-11-16 21:42 / 세계일보 / 국기연 특파원, 주춘렬 기자
 


주요 20개국(G20)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기부양의 공조체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금리인하에 이어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 진작에 나서고 국제금융기관과 금융시스템의 개혁에 한목소리를 내는 결속력을 보여줬다. 지난 10월 시작된 국제공조체제가 금리인하와 구제금융 등 금융부문에서 재정지출 등 거시경제정책 전반으로 확산된 셈이다. 이는 각국 정상들이 재정지출 등 글로벌 경기부양정책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금융위기발 실물경제불황 ‘쓰나미’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위기 탈출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공동선언문에서 제시된 처방전은 원칙적 입장을 밝힌 수준이어서 세부이행 계획을 만들어내기까지 추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하다. 

◆전방위로 확산된 국제공조=이번 정상회의로 세계 경제위기를 막기 위한 국제공조의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강도도 세진 게 사실이다. G20 정상들은 국제 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등을 겨냥해 “몇몇 선진국들이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거시경제정책도 일관성을 결여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금융·경제위기의 해법으로 각국이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고 은행과 신용평가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 기업 경영자의 보수 감시 등 전반적인 금융규제 및 감독강화에 합의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의 경제·금융위기를 해소하는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기금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 국제기구 혁신에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녹록지 않은 이행과제=G20의 공동선언이 실제 국제공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회담의 핵심인 금리인하와 재정지출 확대조차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적시되지 못한 채 각국별 실정에 맞춰 개별국가에 맡기는 쪽으로 결론났다. 그만큼 이번 선언문은 구속력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다.

G20 정상들은 국제적인 금융 규제 개혁 등 세부이행계획에 대해서는 내년 4월 말로 예정된 2차 회의로 넘겨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각국 정상들이 임기 말을 앞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는 반증이다.

다만 오바마 정부 출범 후에 추진될 국제 금융 규제 개혁의 핵심 내용에는 각국의 금융 감독 기관이 참여하는 감독관협의회 설립, 은행권 등에 대한 규제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신브레턴우즈체제 물 건너가나=이번 회담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이어져 온 미국 중심의 브레턴우즈체제를 종식시키는 호기로 활용하겠다던 유럽 정상들의 공언은 ‘공언’(空言)으로 끝나고 말았다. AFP는 15일 “유럽 지도자들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에 대한 요구를 자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일찍부터 새 금융질서 구축을 주창했지만 이번 워싱턴 회의에서는 ‘신자본주의’에 대한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애썼다고 AFP는 전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IMF의 새로운 역할’에 관한 언급을 자제했다. 또 지난 4일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할 새 국제금융질서가 수개월 내 구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회의 결과에 대해 ‘대단한 성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앞장서 주장했던 초국가적인 금융감독기구 창설 문제도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했다. 기존 질서의 유지를 강조해온 미국의 ‘완승’으로 끝난 것이다.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이번 회의가) 자본주의에 대한 공격이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사망선고로 귀결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만족한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달러 패권에 지배돼온 국제금융시장에 ‘신브레턴우즈체제’는 아직 신기루에 불과했던 셈이다.


<'선진국→신흥 개도국' 세계경제 권력 이동>

기사입력 2008-11-16 20:35 | 최종수정2008-11-16 21:42 / 조선일보 /


韓·中·印 등 "무역장벽·수출제한 피하자" 발언권 키워

IMF출연금 비율에 따른 의결권 확대 가능성도 점쳐져

"세계 경제 권력의 대(大)이동."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대한 평가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선진국에서 신흥 개도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파워쉬프트'가 일어났다

그동안 선진국 모임인 G7이 세계 경제 질서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번 G20 회의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 개도국들이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재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권력 이동을 의미하는 '파워 시프트'(power shift)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무역 투자 장벽 및 수출 제한 조치를 피하자는 목소리와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에서 신흥 개도국의 경제력을 반영해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원칙 등이 공동선언문에 반영된 것은 신흥 개도국들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신흥 개도국 세계경제 비중 급증

이 밖에도 12개 주요 선진국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금융감독기구 수장, IMF, 세계은행 등을 포괄하는 기구인 금융안정포럼(FSF)에 신흥 개도국의 참여 확대 원칙도 마련됐다.

또 한국을 비롯한 신흥개도국들의 IMF 출연금 비율에 따른 의결권 확대 가능성도 전망된다. IMF의 이희수 이사는 "IMF 의결권이 확대되면 세계 금융 시장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올라간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 당선자는 이제 선진국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신흥 개도국 지도자들과 함께 국제금융위기 해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으로 국제 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외화보유국인 중국(GDP 3조2800억 달러)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비중을 높여온 한국(9698억 달러)과 브라질(1조3100억 달러), 인도(1조1700억 달러) 등 신흥 시장 국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G20, G7을 대체할까

제임스 울펀슨(Wolfensohn) 전(前)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선진국 모임인 G7 국가들이 그동안 전 세계 경제 활동의 65%를 차지하다가 현재는 52%로 떨어졌으며 2030년에는 37%로 급속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선진국 대부분이 내년에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100%를 개발도상국들이 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를 통해 선진국 모임인 G7이 선진·개도국 모임인 G20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경제 엔진이 신흥시장밖에 없는 상황에서 중국·브라질·인도 등을 빼고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논의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또 부도 위기에 몰린 국가를 지원해주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돈을 댈 수 있는 나라는 일본과 중국뿐이어서,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뭘 합의했나

G20 정상회의 참가국 정상들과 재무장관들은 이날 5시간에 걸쳐 진행된 본회담을 통해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고 ▲각국의 금융 감독당국간 공조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주요 합의 사항이다. 또 G20 정상들은 세계 경제의 하강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내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이밖에도 이번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복잡한 금융 상품의 내용과 기업의 재무상황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차별화된 신용평가 기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제 공조를 통한 금리인하나 경기 부양책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또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요구한 국가를 초월한 국제 금융 감독 기구의 창설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저무는 ' G7 금융 시대'...G20 신흥국 목소리 커졌다>

기사입력 2008-11-17 02:33 | 최종수정
2008-11-17 05:53 / 중앙일보 / 김창우, 오종택 기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에서 신흥시장 국가의 발언권이 강해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기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를 개혁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10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때는 IMF 등이 한국을 비롯해 외환이 바닥난 국가들의 구원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IMF의 역량이 한계를 드러냈다. 서방 선진 7개국(G7)과 이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IMF 체제가 위기에 부닥치면서 신흥국의 도움이 필요해졌다. 원래 재무장관들 간의 연례 행사던 G20 회의가 이번에 처음으로 정상회의로 격상된 것 자체가 이 같은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G8은 '친구'들의 모임이 돼버렸다. G20 없이 의미 있는 정치적·경제적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며 G20 역할론을 펼쳤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금융위기로 신흥국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신흥국이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국제기구는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는 G7의 독무대였다. 이들은 한두 나라만 공조하면 실질적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해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신흥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12개 선진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등의 모임인 금융안정화포럼(FSF)도 신흥국에 문호를 열어 주기로 원칙을 세웠다.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2010년 G20 의장국 자격으로 G20 의장단국에 들어가는 성과를 거뒀다.

브라질·영국·한국 등 3개 의장단국은 앞으로 G20 회의의 액션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주도적 역할을 하게된다. 한국이 신금융질서를 짠다는 의미이고, 국제 신용평가사 규제 등과 같은 미묘한 사안에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대부분의 G20 회원국은 미국의 금융시장 규제 실패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미국과 달러화 중심의 국제질서를 미국·유럽·아시아 등이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는 다극 체제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협력 과정이 순조로울지는 미지수다. G7 안에서도 생각이 다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G20 국가들이 무역과 금융안정·경제성장에 대해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며 “이는 신 브레턴우즈 체제로 가는 길을 닦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당국의 설립에 반대하며 기존 체제의 유지를 바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20에 참여하는 신흥국까지 감안하면 사정은 더 복잡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주도권이 당장 G7에서 G20로 넘어가는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세계경제 다극화 첫발...G7가고 'G20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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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02:40 / 한국일보 / 황유석 특파원

G20 정상회의 폐막… "금융 규제·감독 강화" 공동선언문 채택

中·브라질 등 신흥국, 선진국 파트너로… 금융시스템 개혁·IMF의결권 등선 대립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전날인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바로 양 옆에 앉은 정상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었다. 두 지도자는 선진국의 독점적 세계금융시장 지배를 성토하는 신흥 경제국들의 불만을 대변해왔다. 미국에 쓴소리를 마다 않은 두 정상이 부시의 옆 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시 쓰여지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를 보여 주는 깜짝 놀랄만한 사례"라고 뉴욕타임스는 해석했다.

15일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막을 내린 G20 정상회의는 경제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들이 세계경제의 미래를 위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댔다는 데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해 온 주요7개국(G7)이 금융위기로 사실상 퇴장한 대신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경제국이 선진국의 '대등한 파트너'로 공식 인정 받았음을 확인한 자리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회의를 "브레튼우즈Ⅱ"라고 명명했다. 세계 경제가 1945년 브레튼우즈 회의이후 유지돼온 서구 독점의 틀에서 벗어나 다극화의 길로 들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60년 이상 고착된 세계경제 질서를 깨는 자리였던 만큼 주도권을 지키려는 선진국과 위상에 걸맞은 권한을 찾으려는 신흥 경제국의 물밑 싸움은 치열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G7은 오늘의 요구에 부응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우리가 그리는 새 설계도는 경제현실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다자적 대표성"이라고 밝혀 현 금융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전 세계 지도자들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의 원칙을 재확인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현 금융시스템의 골간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G20이 새 경제체제 탄생의 씨앗을 뿌렸다"고 평가하면서도 경제 규모와 민주주의 진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G20이 합의보다는 갈등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의결권 확대 문제는 양측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신흥국들이 IMF 내에서 발언권과 출연금을 더 키워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출연금 비율대로 의결권을 조정하는 문제에 들어가서는 선진국은 입을 다물거나 은연중에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중국 정부에 출연금 증액을 요구하면서도 의결권 확대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금융시장 규제의 필요성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시각이 충돌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은 초국가적 금융감독기구의 창설을 주장하며, 감시와 개입을 강조하는 '신 자본주의(new capitalism)'를 표방했으나 "보호무역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내세운 미국의 반대에 부닥쳤다. 공동선언문은 결국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금융시장은 적절한 규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선언적인 내용을 담는 데 그쳤다.

사이먼 존슨 MIT 경제학 교수는 "G7이 G20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 합의했다는 내용들은 회의를 열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한 '조속한 시행이 필요한 조치는 내년 3월말까지 이행한다'는 약속이 제대로 현실화하느냐 여부가 G20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상들은 내년 4월 30일 이전에 차기 G20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장소는 차기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영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G20 ‘금융규제·감독개선’ 합의…이 대통령 ‘4대 구상·7대 제의’ 선도발언>

기사입력 2008-11-16 17:03 | 최종수정2008-11-16 20:45 / 국민일보 / 김영석 기자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 참가국 정상들은 15일(현지시간) 모든 금융시장과 금융상품, 금융 기관을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등 금융감독 규제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G20 정상들은 워싱턴에서 5시간 동안 진행된 본회담을 통해 공통 원칙 5개항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함으로써 세계 금융시장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

G20 정상들은 금융기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복잡한 금융상품 내용과 기업 재무상황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방지하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도입키로 했다. 금융시장 신뢰성 제고, 국제적 협력 강화, 국제 금융기구 개혁 등의 원칙에도 합의했다.

정상들은 특히 세계 경제 하강을 막기 위해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한 내수경기 부양책을 추진키로 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단기 유동성 지원 제도 도입을 환영하며, 신흥경제국 경제력을 반영해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 일치를 봤다.

참가국들은 내년 3월말까지 구체적인 조치들을 이행하고 중기 과제의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해 내년 4월말에 G20 정상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특히 한국은 2010년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단에 브라질, 영국과 함께 포함돼 국제 금융체제 개편을 주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G20 금융정상회의 선도발언을 통해 "미국에 이어 주요 경제국가들도 통화스와프를 통해서 신흥경제국에 대한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에 참여하자"고 제안하는 등 세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MB 4대 구상, 7대 제의'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신흥 경제국 등 많은 나라들에까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IMF에 보증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제위기를 기회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은행과 증권, 보험을 포괄하는 통합감독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CNN 회견,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 미 상의회장 접견 등의 일정을 갖고 브라질 상파울루로 이동한다.


<李대통령 "무역투자 새장벽 `동결선언' 동참 제안">

기사입력 2008-11-16 06:00 | 최종수정2008-11-16 09:13 / 연합뉴스 / 황정욱, 심인성 기자

"보호무역주의 안돼..IMF 재원확대.보증제도 도입해야"

"은행.증권.보험 `통합감독기구' 설치 검토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15일(한국시각 16일)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을 더 만들지 않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G20 금융정상회의 선도발언을 통해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은 최근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기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빌미로 각국이 폐쇄적인 경제 운용을 할 경우 국제 무역과 투자가 급감하고, 그것이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면서 신흥 경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강력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는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세계경제는 더욱 침체에서 헤어나기 힘들게 될 것"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신흥경제국들이 보호무역주의에 더 큰 피해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금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개별국가 차원에서 유동성 공급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지금까지 취한 유동성 공급 조치의 철저한 집행과 함께 선제적인 추가조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대한민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런 필요한 조치들은 매우 선제적이고, 과감하며, 충분할 때 그 효력이 최대화될 수 있다"면서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흥경제국에 대한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확대방안과 관련, 이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 등 몇몇 신흥경제국에 통화스와프를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면서 "미국 이외에 다른 주요 경제국가들도 통화스와프를 통해 신흥경제국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 확대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IMF(국제통화기금)가 그간 신흥국과 개도국에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으나 이번에 모처럼 단기유동성 지원창구(SLF)를 만든 것은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평가한 뒤 "앞으로 신흥경제국 뿐 아니라 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많은 나라들에까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IMF 재원을 확충해야 하고, 한정된 재원으로 더 큰 지원효과를 거두려면 보증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제금융체제 개편과 관련해선 "한국이 97년 외환위기 때 은행과 증권, 보험을 포괄하는 `통합감독기구'를 설치한 바 있는데 금융감독 효율화 방안의 하나로 한 번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G20 국가들이 긴밀히 공조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기대응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가에 따라서는 건전재정지출을 해친다는 견해도 있을 수도 있지만 국제공조를 통해 재정지출을 늘릴 때 성과를 배가할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재정지출 확대를 역설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번 금융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사항들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G20 중심의 이행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G20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보호무역 강화땐 신흥국 더 큰 피해”>

기사입력 2008-11-16 20:05 | 최종수정2008-11-16 22:45 / 한겨례 / 권태호 기자

“국제 금융기구 반대” 미국쪽과 같은 대열에

이명박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신흥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신흥국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미국과 유럽간 견해가 엇갈리는 대목에선 미국 편에 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11번째 발언을 통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신흥경제국들이 더 큰 피해를 받게 되며, 세계경제는 침체에서 헤어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화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경제국에 대한 지원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동성 확대 방안과 관련해 “주요 경제국가들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신흥경제국에 대한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의에서 언급한 ‘4대 구상, 7대 제의’도 대부분 신흥경제국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다. 7대 제의는 △주요·신흥 20개국의 무역규제 동결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등 다자 자유화 협상 가속화 △재정확대 국제공조 △일자리, 사회안전망 강화 위한 재정지출 △신흥국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 △주요·신흥 20개국 워킹그룹에 신흥국 참여 등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 이어 열린 업무 오찬에서도 영어 연설을 하면서 “대공황 당시 각국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쌓아 무역과 소비를 위축시킨 결과, 세계경제 침체가 10여년간 지속됐다”며 “이런 근린궁핍화 정책(Begger-Thy-Neighbor-Policy)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시장 기능 제약이 아니라, 시장 기능 정상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새로운 국제적인 금융규제 방안을 두고선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유럽 쪽이 새로운 국제 금융규제기구 필요성을 제기한 반면에, 미국은 기존 국제통화기금 개편론으로 맞섰다. 이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한 대목도 미국 쪽과 대열을 함께한 것으로 읽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얼마 전 부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때,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선 안 된다’는 발언을 했고, 부시 대통령이 이에 감명받아 오찬 발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李대통령, 오바마측과 '코드조율' 성과>

기사입력 2008-11-16 17:23 / 연합뉴스 / 황정욱, 심인성 기자

G20회의서 국제공조 다지고 한국위상 높여

이명박 대통령은 14일부터 시작된 2박3일 간의 미국 워싱턴 방문기간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 발발이후 처음으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에 신흥국 대표로 참석해 선진국 주요 정상들과 금융위기 극복 해법 마련에 머리를 맞댔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측과의 첫 접촉에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며 본격적인 `코드조율'에 나선 것.

우선 이 대통령은 15일(한국시각 16일)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극복을 위한 이른바 `MB구상', 즉 `4대 구상, 7대 제의'를 제시했다.

4대 구상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반대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 공조 ▲신흥국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국제금융체제 개선 논의과정에 신흥국 참여 보장 등이며 7대 제의는 이런 구상들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관련, 이 대통령은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을 더 만들지 않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빌미로 각국이 폐쇄적인 경제 운용을 할 경우 국제 무역과 투자가 급감하고, 그것이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면서 신흥 경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호무역주의 회귀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금융위기 해결에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창, 선진국-신흥국간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는 물론 `신(新) 브레튼우즈 체제'와 같은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 재편 논의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배어있다.

실제 이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불가 주장은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금융정상회의 정상업무 오찬에서 보호무역주의 경고에 관한 기조연설을 했고, 기대 이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G20 금융정상회담 합의문에도 반영돼 있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언론설명회를 자청해 G20 회의결과를 설명한 것도 이런 것과 무관치 않다. 이 대통령은 언론설명회에서 "한국이 1세기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중대한 과제 속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하는 최상위 회의체인 G20 회의에 한국이 참여한 것 자체가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회의를 통해 아시아권의 대표주자격인 중국, 일본, 인도에 크게 뒤지지 않는 나름의 위상 구축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정부가 G20 회의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엄존한다. 이번 G20 회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구체적 실천합의가 담보되지 않은 회의에 너무 지나친 기대를 걸어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당선인측 대표 자격으로 G20 회의에 참석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및 리치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과 접견하고 브루킹스 연구소 관계자들과 외교.안보 간담회를 가진 것도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

오바마 정부 출범 후 한반도의 외교.안보지형이 급격하게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리 오바마 정부 대(對)한반도 정책의 일단을 이해하고 원칙적이나마 한미공조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가 양국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고, 북한의 잇단 대남 강경책으로 남북관계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는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관계가 삐걱거리고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노골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브루킹스 연구소측 인사들은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며, 북한은 과도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한미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한미FTA 조기비준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도 새롭게 전달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오바마측 인사 접견 및 브루킹스 연구소 간담회는 정치.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측이 북핵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화와 협력을 유지해 나가기로 한 것은 변함없는 한미공조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한 부시 노선, 따라가는 MB>

기사입력 2008-11-16 18:09 | 최종수정2008-11-16 20:42 / 경향신문 / 최재영 기자

ㆍ“오바마와도 합의이행엔 차이 없다” 강조
ㆍ선진- 신흥국간 조정자 역할 위상은 확인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나름의 안을 내놓았다. ‘MB 이니셔티브’로 이름지은 ‘4대 구상, 7대 제의’로, ‘세계’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제·금융·무역 정책이 그대로 담겨 있다. 보호무역주의 반대, 자유무역 확대,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감독·규제를 강화하되 시장 기능 제약이 아닌 시장의 정상화, 재정지출 확대 및 감세 등이 골자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역설해온 성장주의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제안이 금융정상회의에서 공감대를 형성했고, 참가국의 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했지만 ‘실패한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경제노선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음표가 제기된다. 특히 이 같은 기조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철학이나 정책과는 여러 면에서 배치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띠고 있으며 ‘금융시장의 건전화’를 중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의 기자설명회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G20 공동선언문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역설적으로 양측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와 ‘충돌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폐막하면서 ‘모든 토론 과정과 결과가 오바마 당선자 측에 시시각각 보고가 되고, 결정된 사안은 오히려 강력하게 오바마 정권에서도 이어서 해야 한다는 것을 각국 정상이 알아달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부시 정권에서나 오바마 정권에서 합의 내용 이행에 대해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업무오찬 발언을 통해서도 자유무역과 시장 개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이 나오게 된 데는 부시 대통령의 직접 요청이 있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 10월21일 두 분이 통화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선 안된다고 의견 일치를 본 바 있고, 이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특별히 요청을 하게 돼 오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금융위기 대응에서 철저히 부시 대통령의 노선에 ‘동승(同乘)’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선진국과 신흥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조정자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열었다. 달라진 한국의 경제적, 국제적 위상도 확인했다. 한국이 내년 4월30일 이전에 열리는 G20 2차 정상회의를 준비할 ‘G20 의장단’에 브라질, 영국과 함께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한 것은 그 예다. 브라질은 현 G20 재무장관회의 의장국으로 미주 지역을, 영국과 한국은 2009년과 2010년 같은 회의 의장국으로 각각 유럽과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다.


<李대통령 또 하나의 성과>

기사입력 2008-11-16 21:51 / 서울경제신문 / 임세원 기자

오바마측과 외교·안보 첫 '코드 조율'

북핵해결등 한미공조 원칙 확인

이명박 대통령이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얻은 또 하나의 성과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처음으로 코드를 조율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정부 출범 후 한반도의 외교ㆍ안보지형이 크게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리 오바마 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원칙적이나마 한미공조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측 대표 자격으로 G20 회의에 참석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짐 리치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을 접견했으며 브루킹스연구소 관계자들과 외교ㆍ안보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공조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새롭게 전달했다.

한미 FTA 비준안 처리가 양국 의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으며 북한의 잇단 대남 강경책으로 남북관계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는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 한미관계가 삐걱거리고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노골화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일단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의에 참석한 브루킹스연구소측 인사들이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며 북한은 과도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코드 조율이 일단 성공한 증거라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오바마측 인사 접견과 브루킹스연구소 간담회는 정치ㆍ외교적으로 적지 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인 측이 북핵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화와 협력을 유지해나가기로 한 것은 변함없는 한미공조를 예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해결 공조" 원론적 약속...구체적 청사진 못 내놔>

기사입력
2008-11-17 03:11 / 동아일보 / 하태원 특파원

■ 5가지 이슈 어떻게 정리됐나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공조 방안, 금융개혁과 재정정책을 통한 내수 진작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선언문은 향후 금융위기 대처를 위한 원론적인 차원의 약속일 뿐 세계 경제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아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회의 전부터 관심을 끌어온 5가지 문제가 어떻게 정리됐는지 알아본다.》

[1] 브레턴우즈 체제 대체할 ‘새로운 체제’ 태동?

새판짜기 논의 없이 현재의 문제점 지적에 그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중심이 된 브레턴우즈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의 태동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회의 전부터 유럽이 바람을 잡았고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됐던 신흥국의 상당수가 이를 옹호했다.

하지만 정작 막이 오르자 유럽 각국 정상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작았다. AFP통신 등 주요 통신은 “유럽 지도자들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요구를 자제한 채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IMF와 세계은행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존의 세계 경제 질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련된 낡은 시스템”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실제로 회의 결과는 금융체제의 ‘새판 짜기’ 논의보다는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공동보조를 논의하는 데 그쳤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참 이상할 정도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적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퇴임을 60여 일 앞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격할 의욕을 상실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2] 美-EU 대립… 반반씩 물러선 모양새로 결정

‘적절한 규제-감시’ 명시… 자유무역 신뢰 재확인

미국이 원인을 제공한 국제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G20 정상회의의 이면에는 2차 대전 이래 유지해 온 미국의 ‘금융 패권’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거센 도전이 있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EU의 순번제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회의 참석에 앞서 “세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 왔던 달러화가 더는 그런 지위를 유지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간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시장에 대한 개별 국가의 개입은 물론이고 EU 차원의 범유럽적 규제를 옹호하는 유럽을 겨냥해 “국가의 개입을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하는 데 반대한다”며 “몇 달의 위기를 이유로 60년간의 성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의 결과는 양 진영이 반반씩 양보한 모양새로 결정됐다. 공동선언문은 ‘적절한 규제와 감시’라는 원칙을 명시했지만 자유무역과 시장의 조정능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규제와 감시의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4월 30일 열리는 제2차 G20 정상회의에서나 다뤄진다.

[3] 세계경제 리더십 G7에서 G20으로 변화?

“새 국제기구 탄생의 씨앗”… 정례화 가능성 열려

1976년 결성된 선진국의 모임인 G7이 독점적으로 보유해 온 경제 리더십을 G20이 분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G7의 힘만으로는 금융위기의 수습과 향후 위기의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계 경제의 85%를 차지하는 G20이 협력해야 진정한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회의 개최의 이유이기도 했다.

일단 내년 4월 제2차 회의를 열기로 함에 따라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렸다.

물론 비관론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이번 회의가 새 국제기구의 탄생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며 “새 기구는 G7이나 러시아를 포함한 G8보다는 규모가 커야겠지만 회원국 20개 정도면 너무 범위가 넓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20개국의 회의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얻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번 회의의 성과를 평가 절하했다.

[4] 신흥국 역할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한국-중국-브라질-인도 등 향후 큰 목소리 예고

이번 회의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을 미국과 유럽이라는 기득권 세력의 방만한 금융체제 운영 탓으로 보는 신흥국들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번 회의는 금융위기 극복뿐 아니라 새 국제경제 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외화 보유국으로 우뚝 선 중국과 세계 무역에서 비중을 높여 온 한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통적으로 제3세계의 맹주 역할을 자임해 온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국제사회는 금융위기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배려해야 한다”며 “국제금융조직의 개혁 과정에서 개도국의 대표권과 발언권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도 “G8은 현재의 위기에서 무기력하다”며 신흥국이 적극 참여하는 국제금융 질서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5] 각국 “보호주의 확산 경계” 합의는 했지만…

자국산업 보호 ‘발등의 불’… 무역장벽 높아질수도


정상들은 회의에서 시장경제주의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보호주의 확산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위기 상황에서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릴 염려가 있다”고 우려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새 장벽을 더 만들지 않는 ‘동결(standstill) 선언’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각국은 도산 직전으로 몰리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거나, 대량 해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무역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보호주의를 경계하자는 합의는 선언적 규정에 그칠 공산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