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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분석과 전망

<"한발앞선 대응 긍정적… 위기 심각성에 비해 규모는 미흡">

기사입력 2008-11-04 03:12 | 최종수정2008-11-04 10:26 / 조선일보 / 김기훈, 홍원상 기자



전문가들 "더 과감한 내수진작 정책 펴야"

부동산정책은 '찔끔 대책' 반복하는 양상

정부가 3일 발표한 14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절한 시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예상되는 실물경제 위기의 심각성에 비해 부양책 규모가 작고, 부동산 규제 완화도 기대보다 미흡해 정책효과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중국에 비해 약해

정부의 이번 부양책 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분석이 많다. 일본의 경우 올 들어 GDP(국내총생산)의 총3.3%에 해당하는 재정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도 1조위안(GDP의 4%)의 재정 지출을 비롯해 수출품의 부가세 환급률 인상, 공공 투자 확대, 부동산 대책 등 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올 들어 지금까지 GDP 대비 3.7%(3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내놓았다. 숫자만 보면 엇비슷하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을 대체할 내수 부양의 필요성이 더 크다. 또 중국보다는 저성장 국가여서 성장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연세대 이두원 교수는 "한국은 일본에 비해 재정의 여유가 더 있다"며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더 과감한 내수 진작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는 "실물경기 위축이 가계 부채 부담이나 자산디플레이션(자산가격 하락)과 겹쳐질 경우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될 때 이러저러한 대책을 쓰겠다는 단계별 대책까지 내놔야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신 없이 떠밀린 부동산정책

서강대 김경한 교수는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에 대한 철학이 부족해 소신 없이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다가 계속 밀리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조주현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참여정부에서 쓴 정책 수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대책에서 금융 분야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내년에 있을지도 모를 금융 부실 해소를 위한 긴급 재원 조달 방안이 포함되었으면 정부의 의지를 더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타이밍의 선제 대응"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일단 선제적인 차원에서 동원 가능한 수단은 동원한 것 같다"며 "다른 나라의 상황을 봐가며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 경제연구원 오문석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경기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내년에 3%대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물이 부실해지면 금융 부실로 번질 수 있으므로 선제적 대응을 한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SOC 추가예산 90% 지방 투입… ‘곳간’ 열어 내수 살린다>

기사입력 2008-11-04 03:24 |최종수정2008-11-04 04:11 / 동아일보 / 곽민영, 차지완 기자

‘한국판 뉴딜’ 주요 내용

中企-저소득층에 4조7000억 지원… 실업급여 대상 9만명 늘려

일자리 20만개 창출 - 내년 성장률 1%P 끌어올려 4%대 기대

전문가 “부양책 더불어 부실기업-금융사 구조조정 병행해야”

‘11·3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은 예산 지출을 더 늘리고 세금을 깎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내수경기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미국 중국을 비롯한 수출 대상국들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수출이 우려되므로 정부 돈이라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될 4조6000억 원의 추가 예산 가운데 90% 정도를 지방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 수정 예산안 편성 사상 세 번째

정부가 수정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1970, 1981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처럼 ‘나라 곳간’을 활짝 열어젖힌 것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다. 경기 위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고통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고유가 극복 대책과 세제 개편을 통한 감세 규모 19조 원을 합하면 정부가 올해 들어 내놓은 경제위기 대책 규모는 33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7% 수준에 이른다.

정부는 만약 손놓고 있을 경우 내년 성장률이 3%대 이하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이 같은 지출 확대와 감세를 통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추가로 끌어올려 내년에 4% 안팎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자리 역시 20만 개 안팎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확충된 내년 예산도 상반기에 최대한 앞당겨 60% 정도를 집행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상반기에 52∼56%를 집행하기 때문에 예년보다 내년 상반기에는 20조 원 이상 더 풀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예산이 모자라면 경기 상황에 따라 추경예산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조치다.

○ 청년인턴제 대상 2만 명으로 확대

정부가 발표한 추가 재정 지출 11조 원 가운데 순수 예산 지출은 10조 원. 이에 따라 내년 예산은 당초 273조8000억 원에서 283조8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10조 원 가운데 46%인 4조6000억 원은 교통 및 물류 기반시설 등 SOC 시설에 투입된다. 이에 따라 SOC 예산은 2008년 예산보다 24조8000억 원(26.7%) 늘어나 증가율 기준으로 12개 주요 지출 분야 가운데 1위(당초 예산안에서는 4위)로 올라섰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저소득층 지원 및 실업 대책에는 4조7000억 원이 추가 편성됐다. 중소기업이 인턴을 고용하면 임금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인턴제 대상도 5000명에서 2만 명으로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 대상은 9만4000명 늘린 112만6000명으로, 노인 등 취약계층 일자리는 3만 개 늘린 18만4000개로 확대한다. 또 비정규직 처우 개선 및 정규직 전환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 완화를 골자로 비정규직 관련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34.3%

정부 재정 건전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출은 느는 반면 세입은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1조9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재원 마련을 위한 내년 국채 발행 규모는 당초 7조3000억 원에서 17조6000억 원으로 10조3000억 원 늘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당초 32.3%에서 34.3%로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대책에 대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재정지출 확대와 세제 지원 방안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재계는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의 활성화 대책은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실기업 및 금융회사 정리 등 구조조정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강제적인 구조조정도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책' 중소기업, 서민이 안보인다>

기사입력 2008-11-04 08:05 | 최종수정2008-11-04 08:55 / 한겨례 / 정남구 기자

‘11·3 경제 대책’ 효율성 논란

‘건설 올인’ 졸속 우려…자영업 지원은 ‘약속’만

고소득층 감세는 유지…가계 소비 진작책 미흡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앞으로 2∼3년간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나라는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발표한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은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정부가 추가 투입하기로 한 재정의 절반 가량은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에 쓰인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각종 규제장치를 대부분 해제하는 내용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정부 대책을 두고 ‘포클레인 경기부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급격한 경기후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어디에 어떻게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이냐는 별개 문제다.

공공부문의 건설 투자 확대는 내수를 진작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 건설투자는 고용창출력도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회기반시설 투자확대는 나눠먹기식 졸속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정부는 올해 19조6천억원인 사회기반시설 투자 규모를 내년에 24조8천억원으로 무려 4조8천억원(26.7%)이나 늘리기로 했다. 참여정부 5년간 사회기반시설 투자 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2.5%였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사업타당성 검토가 끝난 사업의 공기를 앞당기는 건 괜찮지만, 타당성 검토를 하지 않은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만 늘리면 재정이 비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정부가 애초 내년 예산안에 2017억원 올리고, 수정예산안에서 8750억원을 더 늘리기로 한 30대 선도프로젝트는 예비 타당성 조사대상 사업인지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9월말 기준 우리나라 고용의 7.6%(180만명)를 담당하고 있는 건설업에 대해서는 이렇게 예산을 집중 지원하면서, 고용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부문에 대한 지원 예산은 거의 없다는 점은 형평성 논란을 부를 만하다. 정부는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등 지원에 3조4천억원을 더 쓰겠다고 밝혔지만, 국책은행 출자(1조3천억원), 신용보증기금 확대재원(5천억원), 수출보험 출연(2700억원)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세자영업자 대책은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을 1만4천곳에서 2만9천곳으로 늘린다는 것과 신용카드 수수료 결정체계를 합리화하겠다는 ‘약속’뿐이다.

투자와 함께 내수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또다른 축은 소비진작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조처가 필요하지만, 이 분야의 예산증액은 미미하다. 정부의 수정예산안은 저소득층 복지지원 확대에 1조원, 청년 취업난 해소와 실직자 훈련 등에 3천억원을 배정하고 있다. 내년 경기가 정부가 애초 기대(5% 성장)하던 것보다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가피하게 늘어날 실업급여, 기초생활 보장 급여액 등을 일부 반영한 정도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팀장은 “공공요금 인상동결 등 민생안정을 위한 필수조처가 없고, 하청구조상 열악한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의 조기실시, 하도급분쟁 조정제도 개선 등의 대책 등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대규모 감세는 이번 수정안에서 전혀 손보지 않은 채 재정지출만 크게 늘려 내년 재정적자를 21조8천억원으로 키우기로 한 것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듯하다. 감세는 경기부양의 한 수단이지만, 감세 혜택은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소비 진작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반면 계층간 양극화는 더욱 키운다. 그런 감세를 밀어붙이면서,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는 게 타당하느냐는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1·3 실물경제 부양대책 "자고나면 바뀌는 정책" 불신 커져>

기사입력 2008-11-03 18:27 |최종수정
2008-11-03 21:03 / 서울경제신문 / 윤홍우 기자


'1가구 1주택 양도세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없던일로…

“집값 조금 올라가면 이번 대책은 또 뒤집히겠죠?”(주택업계의 한 관계자)

정부가 3일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올인’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을 번복하는 내용이 많아 정책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시장을 내다보고 선제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시장상황에만 끌려다니며 그때그때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 결국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는 고질적인 ‘정책 불신’의 문제를 정부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경제위기 극복 종합대책’을 통해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강화 계획을 전부 백지화됐다.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은 지난 2004년 1월1일 도입된 것. 당시 정부는 투기수요가 만연하자 서울ㆍ과천 및 5대 신도시는 3년 보유, 2년 거주, 나머지 지역은 3년 보유 요건을 충족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정부는 올해 실물경기가 침체되자 9ㆍ1 세제개편에서 양도세 비과세 혜택 폭을 넓혀줬으나 거주요건은 오히려 강화(수도권 3년, 지방 2년)하기로 했었다.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 중심의 시장 활성화를 노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거주요건 강화 방침이 시장에서 격렬한 반발을 부르자 9월22일에는 이 정책의 시행시기를 늦췄다. 당초 올해 말로 예정됐던 시행시기를 내년 7월로 늦추고 분양아파트의 경우 적용시점을 잔금납부일이 아닌 최초계약일로 조정한 것. 그러나 이날 대책에서는 결국 이 계획마저도 전면 취소하고 거주요건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또 수도권 전매제한기간 완화방침 대상을 8월21일 이전 분양승인신청 단지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8ㆍ21대책 당시 소급 적용은 없을 것이라는 원칙을 내세운 지 두달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는 정부의 불소급 원칙이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에 따른 것. 특히 전매제한기간 완화 불소급 원칙에 대해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도 소급 적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잇따른 말 바꾸기는 ‘떼쓰면 다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내놓았던 정책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정부의 장기적인 주택정책 방향이 도대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지금까지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하며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수 차례 밝혔다.

그러나 이날 정부는 참여정부가 만들어낸 대부분의 규제를 완화하며 결국 투기수요를 통해서라도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시장에 항복한 정부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신뢰를 쌓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기상황 벗어나고 보자”…경제위기 종합대책 전망은?>

기사입력 2008-11-03 17:55 | 최종수정2008-11-03 21:05 / 쿠키뉴스 / 정동권 기자


정부의 이번 종합대책은 '양날의 칼'이다. 즉 추락하는 실물경기에 버팀목이 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정부는 그동안 진행한 과감한 감세 드라이브로 재정 운용의 폭이 줄어든 상황이라 국채를 발행해 이번 대책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즉 늘어난 정부 지출만큼 효과가 크겠지만 그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

재정수지 적자 11조4000억원 증가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가운데 공기업 자체 투자 확대(1조원)와 임시투자세액 공제기간을 연장하는 등 세제지원(3조원)을 제외한 정부 총지출 규모는 283조8000억원이다.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이 최근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번 수정안을 통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실질 기준 3.8∼4.2%, 경상 기준 6.2∼6.6%로 원안에 비해 1%포인트 낮췄다.

문제는 나라 살림살이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 지출이 늘면서 당초 GDP 대비 1% 적자로 맞췄던 재정수지는 2.1%로 증가하고, 국민들이 갚아야 할 적자성 국가채무 비율도 GDP의 13.4% 수준인 138조2000억원에서 14.5%(148조6000억원)로 높아질 전망이다.

추가 감세와 지출 확대 필요성에 직면한 정부는 국채 발행 규모를 당초 7조3000억원에서 17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려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채 발행은 장기적으로 시중금리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 향후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셈법

위기 상황을 일단 벗어나고 보자는 것이다. 글로벌 실물경제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 변수에 민감한 국내 경제의 방어를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부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이날 '자산가격 변동과 민간소비'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제 금융위기 확산이 국내 자산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추가적인 소비 둔화가 우려된다"며 15% 내외의 주가 하락이나 2.5% 안팎의 주택가격 하락은 해당 분기의 민간 소비를 0.4% 가량 위축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재정지출 확대에 앞서 지출 효율성을 높이는 등 재정 구조조정부터 단행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DI 유한욱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에 효과가 있는 재정지출 확대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재정건전성과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지출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수정예산안 제출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규모가 증가했지만 국내 실물경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이날 언론사 경제부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지금은 재정건전성을 따질 때가 아니라 재정 지출을 늘려 2∼3년 버티는데 최대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조→21조원 재정적자 눈덩이>

기사입력 2008-11-03 17:39 / 파이낸셜뉴스 / 김한준 기자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라는 ‘경기부양 카드’를 빼들면서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3일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으로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는 20조원이 넘어서고 국가채무도 340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정부 계획 역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내년 재정수지 적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1%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내년 재정적자 비중은 올해의 2배 수준인 2.1%가 될 전망이다. 2000년대 들어 재정적자가 GDP의 2%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내년 재정적자 규모도 10조4000억원에서 2배 정도 늘어난 2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같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 적자국채 발행을 17조6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 9월 정부가 예산안을 짜면서 책정한 적자국채 규모는 7조3000억원이었지만 이를 10조3000억원이나 늘린 것이다. 내년에 333조8000억원 정도가 예상되던 나라 전체의 빚도 344조1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특히 내년도 4% 성장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예상과 달리 성장률이 3%대로 추락하면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적자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를 해마다 줄여나가 2012년 균형을 맞추겠다는 정부 목표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국가채무 비중을 GDP의 32.7%에서 2012년 30.9%로 낮추겠다는 계획 역시 이뤄내기 힘들 전망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례없는 경제위기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선 이 같은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김용환 경제예산심의관은 “기본적으로 (균형수지를 달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세입기반 확충과 예산절감, 엄정한 재정집행관리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면서 “이를 위해 2010년 이후 재정수지를 GDP의 2% 이내에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경제위기 상황에 재정지출과 감세가 필요하지만 서민이 아닌 고소득 계층에도 감세 혜택을 줘서 재정적자 폭이 늘어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33조원 경기부양..내수 '올인'>

기사입력 2008-11-03 14:56  |최종수정2008-11-03 15:21 / 연합뉴스 / 정준영 기자

 정준영 기자 = 3일 정부가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재정 지출 확대와 감세 등 거시.미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한 33조원 짜리 대책의 완결판이다.

정부와 공기업에서 11조원을 더 풀고 3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깎아 경기 하강을 막는 한편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얼어붙은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연착륙시키는 동시에 가계대출 금리인하와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통해 경제위기에 따른 그늘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암운이 실물경제에까지 드리우면서 이미 수출시장이 무너지고 경기가 급강하 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됐다. 수출 동력이 약해진 만큼 내수 진작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산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고 앞으로 2∼3년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런 점을 감안해 이번에 우리 능력의 100% 이상으로 대책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 사상 초유 33조원 경기부양 완결판

이날 대책은 9월 중순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대책 가운데 완결판에 해당한다. 지난달 19일 외화 차입 지급보증을 핵심으로 한 금융시장안정대책,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방안을 담은 `10.21 건설대책', 지난달 30일 수도권의 공장 신.증설 규제를 완화한 '국토이용의 효율화방안' 등에 이은 것이다.

이번 대책은 그 연장선상에서 거시 및 미시경제 정책 도구들을 모두 꺼내들어 전방위로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종합처방이다.

이는 악화일로인 경제 상황을 방치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애초 정부 전망치인 5%는 고사하고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학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서민들은 고금리 부담에 허덕이며 중소기업들은 흑자도산의 공포에 휩싸여 있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부양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초점은 내수 부양에 맞춰졌다. 지난 달 수출이 10% 증가하면서 겨우 두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할 정도로 시장이 위축되는 한계상황에 직면한 수출보다는 내수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나온 대책 9조원과 세제개편안을 통한 내년 감세 10조원에 이번 종합대책 14조원을 합쳐 정책효과는 모두 33조원으로 불어났다. 종합대책은 재정 지출 10조원과 감세 3조원, 공기업 추가투자 1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경기중립적이었던 내년 예산은 경기확장적, 부양적으로 전환됐다. 정부 총지출은 애초 273조8천억원에서 283조8천억원으로 10조원 증액되면서 올해 대비로는 10.4% 늘리는 수정예산을 확정했다. 증액분의 혜택 대상은 경기 침체로 가장 타격을 심해질 저소득층, 중소기업, 건설업계, 지방 등으로 잡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성역'처럼 여겨지던 부동산 규제들이 완화 대상이 됐고 규제완화의 흐름에는 환경규제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강남3구만 놔두고 다 풀었고 재건축 규제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에 탄력성을 부여하고 용적률을 높일 수 있게 완화했다. 환경규제는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이 재검토되고 지연보전권역내 임지규제는 총량관리 및 배출규제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 4% 성장 가능할까..투기.재정악화 우려

정부는 이런 대책이 없었다면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 안팎에 그치고 취업자 증가폭도 12만~13만명에 그쳤겠지만 재정 확대를 포함한 이번 조치에 따라 4%안팎의 성장을 이루고 취업자 수도 20만명 안팎의 증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강만수 장관은 "기존 고유가 극복대책과 감세, 이번 종합대책 등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내년 4% 내외의 성장과 함께 20만개 내외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면서 "올해 마련한 대책의 규모는 33조원으로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3.7%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올해 19조6천억원에서 24조8천억원으로 26.7%나 늘려잡은 것은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찬바람만 불고 있는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될 전망이다. 소형.임대 주택 의무비율 때문에 재건축 추진을 포기한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투자에도 도움을 줄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국제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75달러로 안정되면서 올해보다 20% 가량 낮아지고 기타 원자재 가격도 10%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우호적인 경영 환경을 만들고 있다. 유가와 기타 원자재값이 10%씩 떨어지면 0.1%포인트씩, 규제를 10% 완화하면 0.3%포인트의 성장률 제고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망만 맞으면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우리 경제의 동력인 수출의 내년도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수만으로 버팀목을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또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는 했지만 미분양 사태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의 문제가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고 수출 중소기업들도 불안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자칫 2003년 이후 6년만에 3%대 성장률로 떨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인 셈이다.

과도한 규제완화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기지역 해제와 재건축 규제 완화의 역작용으로 간신히 잡힌 투기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장률 1%포인트가 하락하면 세수가 1조5천억~2조원 줄어드는 만큼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완화안을 담은 정부의 감세안에 대해서는 국회 협의과정에서 계속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물가가 3%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돈이 많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강만수 장관은 "유동성 문제는 한국은행에서 검토하고 있고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며 "미국 대공황 때도 그랬지만 지금 통화 유통속도가 세계적으로 낮으므로 과잉유동성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