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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IMF도 파산하나? 유동성위기에 빠진 IMF

<위기의 해결사 ‘IMF’ 유동성 위기에 빠지다>

기사입력 2008-10-28 14:02 | 최종수정2008-10-28 16:16 / 헤럴드경제 / 양춘병 기자


보유액 2000억弗불과…

전세계 자금지원요청 빗발’

LST설립ㆍ특별인출권 발동등

자금확보‘발등에 불’

‘유동성 위기의 해결사가 유동성의 늪에 빠졌다.’

신흥국가들이 자금난에 허덕일 때마다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머지않아 IMF의 실탄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탄’이 없다=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S.O.S’가 세계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IMF가 보유한 실탄은 2000억달러 안팎. 급전으로 돌려쓸 수 있는 돈까지 포함해 2500억달러를 넘지 못한다. 이 가운데 500억달러는 수개월 안에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 등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 나라의 구제금융 규모가 수천억달러를 웃도는 마당에, 2000억달러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IMF의 보유액은 그야말로 ‘쌈짓돈’ 수준이다.

2000년대 초반 남미의 유동성 위기 이후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를 보낸 IMF가 갑작스레 자금난에 빠진 이유는 뭘까.

FT는 IMF가 국제 금융시장의 급팽창에 따른 ‘자본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을 오가는 자금 거래 규모가 최근 몇 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IMF는 제자리만 맴돈 결과로 보유액의 실질적인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은 “IMF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유지하려면 (이제는) 적어도 2조달러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IMF가 아이슬란드와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에 자금을 대주기로 약속했지만 IMF의 지원금만으로 금융위기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아이슬란드는 북유럽 국가들에, 헝가리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으며, 우크라이나도 최대 600억달러의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스스로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IMF가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유동성지원기구(LST) 설립과 특별인출권(SDR) 발동, 외환 보유국의 적극적인 후원 등 크게 세 가지다.

LST는 경제 기초는 튼튼하지만 단기 유동성 위기에 빠진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고려되고 있다. 해당 국가의 통화를 달러와 교환, 단기 유동성을 해소해 준다는 취지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달러화가 빠져나간다는 약점이 있다.

SDR는 가맹국이 자금난에 빠졌을 때 IMF로부터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 방안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정치적인 걸림돌이 적지 않다.

발권에 해당하는 강력한 권리가 단일 기구에 주어지는 것을 반길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남은 방안은 외환 보유국의 도움을 얻는 것이다.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1조9000억달러)인 중국의 입장 정리가 중요한데, 아직까지는 묵묵부답이다.

한편 IMF의 자구 노력과는 별도로, 이번 기회에 IMF를 개혁의 도마에 올려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목소리도 높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IMF를 대체할 국제기구의 창설”을 주장하고 있으며,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선진국들 때문에 IMF 개혁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의 켄 로고프는 “IMF가 신흥국의 자금난을 해결하는 전문 기능을 갖고 있지만 무소불위의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의 파고 앞에 선 도미니크 슈트라우스-칸 총재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