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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부동산 '대폭락'오나? 의견과 전망

<거래 급감·가격 하락…투자 심리 ‘꽁꽁’ - 통계로 보는 부동산 시장 현황>

기사입력 2008-10-21 09:15 / 한국경제매거진


부동산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미국의 부동산 위기에서 비롯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영향이 한국에 상륙, 국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쉽사리 찾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통계 수치를 봐도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잘나가던 버블 세븐 ‘못살겠네’

참여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해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불만스러워 했던 것은 거래 자체를 얼려버렸다는 점이었다. 시장이 마비돼 수익은커녕 생존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부동산 거래량은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규제의 효과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 부동산 거래는 매우 활발하게 일어났다. 2006년 1분기 26만154건이었던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4분기 들어 37만8786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07년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1년 내내 20만 건대를 오르내리는 부진을 면치 못하다 2008년 들어 다소 회복됐다. 1분기에 23만여 건, 2분기에 26만여 건으로 거래량이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3분기에 접어들며 다시 위축되기 시작했다. 8만 건을 웃돌던 것이 8월엔 6만여 건으로 주저앉았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의 아파트 거래량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에 강북권 아파트의 호조를 기반으로 3만5899건을 기록, 2006년 3분기 수준으로 회복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1만 건 이상이던 것이 8월엔 그 절반 수준인 5500여 건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강남구는 6월 940건에서 8월 358건으로 3분의 1 토막이 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가격 상승세도 꺾였다. 부동산 정보 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2005~06년 사이 크게 올랐다. 2005년 1월 3.3㎡(옛 1평)당 1129만 원에서 2006년 12월에 1689만 원으로 50% 가까이 뛰었다. 2007년 이후엔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특히 2006년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 11·15 대책 이후 정체 국면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초 현재 서울시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846만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버블 세븐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대장주’들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국민은행이 2007년 12월 가격을 기준(100)으로 조사한 주택 매매 가격 종합지수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가격은 지난 9월 현재 104.3으로 4.3%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는 2007년 초 가격 지수인 100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오히려 100.7에서 100.6, 100.3에서 100.1로 하락하기까지 했다. 성남 용인 과천 분당 등은 심지어 10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9월 현재 성남이 99.3, 분당 97.4, 과천 93.6, 용인 98.5, 수지 96.1을 나타냈다.

반면 서울 강북 지역과 인천, 경기 북부 지역 등은 급등세를 보였다. 강북(110.0)에서도 노원구(121.6) 도봉구(112.8) 강북구(111.5) 등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인천시(113.7)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계양구(120.9) 남구(115.9) 등이 대표적인 상승 지역이다. 이들 지역의 상승세는 뉴타운 개발 등 각종 호재가 부가되며 매수세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미분양 사태로 건설사 줄도산 위기

지방 부동산 시장은 서울·경기보다 위기의 징후가 보다 뚜렷하다. 가격 하락도 문제지만 대량의 미분양 사태로 건설사들의 줄도산과 지역 금융 회사의 부실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14만7000호로 지난해 말에 비해 31.2%나 늘었고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사상 최고치인 3만5000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분양 주택의 대다수는 지방에 몰려 있다. 전체의 87.1%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 호황일 때 착공한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급 초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량의 미분양으로 분양 대금 수입이 멈춘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진단된다. 이미 지난 8월까지 224개의 건설사가 도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1개)에 비해 58.9%나 증가한 수치다.

미분양 사태는 저축은행 등 금융 회사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대출받은 건설사들이 무너지면서 연체율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06년 10.4%에서 2007년 11.6%, 2008년 6월 현재 14.3%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운저축은행 홍익저축은행 경북저축은행 등이 이미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다.

주택 담보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및 원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 금리 인하 공조에 맞춰 한국은행도 정책 금리를 0.25% 인하하기로 했지만 시중금리의 상승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리 부담으로 매물이 나올 경우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에 대한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은 지난 9월 말 현재 234조6000억 원 수준이다. 2003년 152조 원에서 2005년 190조 원, 2007년 221조 원으로 꾸준히 불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도 상승세다. 2005년 말 5.60%에서 2007년 말 6.85%를 기록했고 지난 8월 말엔 7.16%까지 치솟은 상태다. 주택 담보대출 금리의 근거가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6년 4.86%에서 2007년 5.82%, 지난 10월 7일 5.95%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 규제 완화가 요원한 데다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거래량이 줄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기관의 주택 매매 심리 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부동산 시장은 매도세가 56.2%로 4.3%에 불과한 매수세를 압도하고 있다. 서울시도 연초 36.3%이던 매수세가 지난 9월 말 57.1%까지 불어났다. 잘나간다는 강북 지역은 상반기까지 매도세와 매수세가 엇비슷했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매도세 55.3%, 매수세 2.4%로 매도세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강남 지역의 매수세는 0.4%에 불과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주택구입태도지수에서도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분기 45.1이던 지수가 3분기엔 42.0으로 하락해 매수세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세는 하락기…‘반등 미련 접어라’ - ‘폭락론’ 갑론을박 - 거품 붕괴 시작됐다>

기사입력 2008-10-21 09:15 / 한국경제매거진

경제 현상은 일정한 자연법칙을 따른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거품도 너무 부풀면 꺼지게 마련이다. 과거 일본이 그랬고 지금의 미국도 그렇다. 시장에서 투기적 요소로 버블이 극한에 이르면 그 버블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시장 압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 압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금리 급등과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익률 저하를 예로 들어보겠다.

근거1-부동산 담보대출 ‘과잉’…도 넘었다

우선 금리부터 보자. 한국의 집값 상승에는 은행과 제2금융권의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펌프질도 한몫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계의 신용 관리는 등한시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대출 장사를 한 셈이다.

은행의 무분별한 대출 남발로 가계 빚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가계 부채 총액은 2001년 말 342조 원에서 2008년 6월 말에는 660조 원으로 거의 320조 원 늘었다. 증가율(1999~2005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스페인 호주에 이어 3번째로 높다.

그런데 은행권의 펌프질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부동산 담보 대출이 급증한 2001년부터 은행은 계속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는 은행권의 총대출이 총예금을 지속적으로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2007년 한국 예금은행의 총대출액은 777조 원이었고, 총예금액은 580조 원에 그치고 있다. 197조 원의 과잉 대출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과다 대출로 자금 부족난을 겪었던 1980년대 말의 일본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그래프 참조) 일본의 과다 대출은 부동산 버블 붕괴를 통해 해소됐다.

이 같은 상황은 주택 대출금리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단기 외화 차입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신용 공황이 나타날 정도로 극심한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 은행의 외화 차입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 은행들도 신규 대출은 고사하고 기존 대출마저 회수할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한국은행이 정책 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았는데도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대출 규제를 풀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하는데 어불성설이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금융 회사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과거처럼 부동산 대출을 할 것 같은가. 이게 바로 금리 측면에서 버블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시장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근거2-투자 수익률 ‘사실상 마이너스’ 시대

집값은 수급 상황에 따라서만 결정되지는 않는다. 특히 2002년 이후 투기적인 상황에서 집값은 오히려 투자 또는 투기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투자(투기) 시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대 수익률을 따져 봐도 앞으로 집값 상승은 어렵다. 부동산 버블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부동산 값은 초기에 가파르게 오르다가 갈수록 상승률이 둔화된다. 물론 주가와 마찬가지로 중간에 일시적으로는 집값이 주춤하거나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가파르게 오르던 부동산 값이 꼭짓점에 가까워지면 오름세가 둔화된다.

왜 그럴까.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시세 1억 원인 집이 1년 만에 2억 원이 됐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100%다. 그런데 시세 10억 원인 집을 사 마찬가지로 1년에 1억 원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두 경우 모두 1년 만에 1억 원을 벌었지만 투자 수익률에서는 10배의 차이가 생긴다. 집값이 급상승할 때는 웬만하면 세금과 은행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위에서 후자의 경우 투자 수익률이 10%라고 할 때 실질 투자 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물가 상승분에다 각종 세금 등을 생각하면 실질 투자 수익률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집을 새로 사는 경우라면 여기에 취득·등록세와 중개 수수료까지 최소 수백~수천만 원 정도는 더 보태야 한다. 빚을 지고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목상 10% 투자 수익률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계속 횡보하거나 조금씩이라도 하락한다면 사정은 또 달라진다. 소위 ‘버블 세븐’을 비롯해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빚을 잔뜩 내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집값은 내리고 매년 수천만 원의 세금과 은행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이런 상황이 1~2년 이상 지속된다면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닌 한 버티기 어렵다.

근거3-세계적인 집값 급락 현상 시작

많은 이들의 착각과는 달리 2000년대 집값 폭등은 국내에만 나타난 게 아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및 브릭스(BRICs) 국가 등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주택 투기 버블이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무역 적자와 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달러 유동성의 과잉 공급, 실물경제 자산을 담보로 유동화하는 금융 경제화 현상, 9·11 테러 이후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 엔 캐리 트레이드로 불리는 일본발 저금리 자금의 공급 등이 공통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을 시발로 해서 거의 대부분 국가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있는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실질 주택 가격의 곡선 그래프로 보더라도 이미 집값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의 상승기, 1991~98년의 하강기, 1999~2007년의 상승기를 거쳐 다시 올해부터 대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 외환 위기 직후의 V자형 반등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을 모르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당시에는 국내 집값이 상승 국면에 접어들 시기였는데, 예상치 못했던 변수로 단기간 급락했다. 따라서 이후의 빠른 집값 회복은 사실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집값 하락은 그때처럼 일시에 끝나지 않는다. 모든 국내외 거시경제 환경과 각종 지표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의 거품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집값의 기준인 서울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거래는 회복될 줄 모르고 있다. 또 엄청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거품기의 ‘치어 리더’ 역할을 했던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숲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경제 변동성이 커진 시대에 과거처럼 그들의 말을 믿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10년 불황 상처 ‘여전’…서민들 ‘골병’ - 일본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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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1 09:15 / 한국경제매거진

도쿄 외곽 사이타마 현에 사는 가타오카 가즈히코(가명·60) 씨는 수년 전 개인파산을 신청했던 굴욕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996년 당시 매달 비싼 월세를 내고 사느니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 83㎡(옛 25평)짜리 맨션(한국의 아파트)을 구입했다. 집값 3300만 엔은 모두 매달 원리금 18만 엔씩 갚아 나가는 30년 만기 주택 담보대출로 충당했다. 당시 자신의 순수입이 월 30만 엔을 넘었던 데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어 문제가 안됐다.

그러나 장기 불황으로 월급이 2001년부터 21만 엔으로 줄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집값은 계속 떨어져 남아 있는 대출 원금인 3000만 엔 밑으로까지 하락했다. 집값보다 대출금이 더 많은 부채 초과 상황이 돼 버린 것. 그는 결국 개인파산을 신청했고 살던 집은 은행 경매로 처분됐다.

가타오카 씨의 경우는 부동산 거품 붕괴 후 ‘잃어버린 10년’의 불황을 겪으며 고통 받았던 일본의 평범한 소시민들의 사례 중 하나다. 일본은 1980년대 쌓였던 부동산 거품이 1990년대 들어 갑자기 터지면서 경제 시스템이 붕괴될 정도의 위기를 겪었다.

1985년부터 6년간 평균 51% 올라

1990년대 터진 일본의 거품은 주식과 부동산 등 전형적인 ‘자산 가치 거품’이었다. 일본의 주가는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고에도 불구하고 가파를 상승세를 타 1989년 말엔 닛케이 평균 주가가 3만8000엔까지 뛰었다. 4년 전인 1986년 1월 1만3000엔의 3배로 상승한 셈이다.

값이 뛴 건 땅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평균 땅값은 1988년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21.7% 상승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가 상승은 1990년까지 계속돼 상업 지역 땅값이 1985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뛰었다. 땅값이 오른 원인은 1986년 시작된 도쿄 지역의 토지 수요 증가 때문이다.

우선 외국 금융 회사들이 일본 머니(Japan Money)를 노리고, 도쿄에서 사업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급증했다. 또 1947~49년 출생한 ‘단카이(베이비붐) 세대’의 소득 증가로 넓은 주택 수요도 많아졌다. 이로 인해 주택 건설 붐이 일었고 일반 서민까지도 투기를 목적으로 다세대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일본의 집값은 1985년부터 6년간 평균 51%나 올랐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던 주가와 땅값이 일시에 폭락한 건 정부 규제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90년 들어 재할인율을 6%로 올리는 등 금융 긴축을 실시했다. 자산 거품을 더 키워선 안 된다는 여론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다.

비싼 땅값 문제가 이슈가 되자 일본 정부는 1990년 ‘토지기본법’을 제정해 토지세를 도입했다. 대장성(현재 재무성)은 행정지도를 통해 은행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총량 규제에도 나섰다. 금융 세제 등 전방위적 압박은 결국 부동산 가격 폭락을 불렀다.

땅값 하락은 자산 가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켜 주식 가격도 떨어뜨렸다. 닛케이 평균 주가는 1989년 12월 3만8915엔을 정점으로 곤두박질쳐 7600대까지 주저앉았다. 집값도 평균 40% 이상 떨어졌고 일반 토지 가격은 정점 때의 4분의 1로 가라앉았다.

부동산 회사에 투자했던 일본의 4대 증권사 야마이치증권 등이 도산했고 부실 주택 금융은 금융시장의 지뢰밭이 됐다. 이후 부동산 대출 비중이 컸던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등이 파산했고 일본 정부는 당시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0조 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했다.

금융 위기는 실물경제 침체로 파급돼 2002년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기까지 10년간의 길고 어두운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美ㆍ日 같은 거품징후 아직 없어" vs "집값 7년새 4배 오른 곳도…비정상">

기사입력 2008-10-08 18:33 | 최종수정2008-10-09 09:44 / 한국경제 / 임도원 기자

"한국 집값에는 거품이 잔뜩 끼어 있어요. 집값이 향후 10년 동안 반토막날 수도 있습니다. " "삼성전자 주가 떨어지듯이 경기침체로 집값도 함께 떨어지는 것뿐입니다. 외환위기 이후처럼 앞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

부동산 대폭락은 과연 올까. 이른바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대폭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침체,금리상승에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발(發) '금융 허리케인'까지 겹치면서 나온 전망이다. 반면 집값이 향후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발간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전 서울시 정책전문관)과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부동산대학원장)를 초청,8일 한국경제신문 회의실에서 '부동산 대폭락 오나'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부장(사회)=한국 집값은 현재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과연 대폭락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선 부소장의 저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보면 향후 10년 사이에 사실상 집값이 반토막나는 시점이 올 것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근거는 무엇인지요.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한국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2000~2001년 1차 폭등기를 거쳐서 2005~2006년 2차 폭등기를 지나며 거품이 잔뜩 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2000년대 들어 달러 유동성 확대로 미국과 유럽,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에서 집값이 급등했습니다. 지금은 그 거품이 꺼지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 아닙니까.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은행 통계를 바탕으로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한 실질가격주택지수에 따르면 1991년 145로 정점이었던 지수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엔 거의 절반인 85로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도 향후 10년 동안 실질가격이 반토막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적으로 자산의 가격이 내재가치를 초과했을 때 거품이라고 하는데 현재 집값 하락은 내재가치 하락이 아닌 경기침체 때문입니다. 모든 종류의 자산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요즘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이를 두고 거품이 꺼진다고 말하지는 않지요.

◇선 부소장=자산가격이 가계소득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면 거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를 직접 계량화해 측정하기는 힘들지요. 대신 간접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 실질소득이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70%가량 늘었습니다. 반면 수도권 집값 상승은 이를 훨씬 상회합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 아파트는 2001년 1억5000만원이었는데 현재는 400%인 6억원이 넘어요. 수도권 집값 대부분이 이렇습니다.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손 교수=통계를 보면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기 힘듭니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 통계에 따르면 1995년의 명목주택가격지수를 1로 했을 때 10년 후인 2005년 전국 지수는 1.3,많이 올랐다는 강남도 1.8에 불과합니다. 소득 상승을 고려하면 강남 집값은 실질적으로 10% 오른 데 불과합니다. 과연 이를 두고 거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선 부소장=주택가격 통계를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샘플을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상을 봐야 합니다. 멀리 1995년까지 갈 것 없이 200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조차 2배 이상 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손 교수=거품이 있는지 아닌지를 따지려면 단순히 집값 상승률뿐만 아니라 거품으로 추정되는 징후들이 나타납니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죠.1980년대 말 집값이 급등할 때 금융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마구 빌려줬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도가 떨어지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취급되는 모기지) 사태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매수하는 집의 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대출비율)과 DTI(연소득 대비 대출비율) 규제가 엄격해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죠.

◇사회=그렇다면 한국은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은 없을까요.

◇선 부소장=한국은 모기지 대출 비율이나 레버리지(남의 돈으로 수익을 내는 효과) 측면에서 미국보다는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태는 못 됩니다. 강남에서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을 50% 이상 끼고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80%를 넘는 곳도 상당수입니다. LTV가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60%에서 40%로 낮춘 2005년 6월 이전에 집을 사거나 LTV가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전세끼고 사는 것도 사실 돈 빌려 사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맥락입니다.

◇손 교수=한국은 그렇다해도 미국에 비해 전체적인 LTV가 낮습니다. 또 미국처럼 담보가격을 넘어서는 돈을 받지 못하는 비소구(Non-Recourse) 대출이 아니라 담보가가 빚보다 낮아져도 차액을 갚도록 돼 있다는 점도 안전요인입니다. 물론 저축은행이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해도 금융시스템 자체가 불안해질 가능성은 작다고 봅니다. 주식도 투자하다가 반토막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습니까.

◇사회=정부가 앞으로 펼쳐야 할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선 부소장=정부가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공급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신도시와 뉴타운을 늘리고 준공업지역과 그린벨트까지 푼다고 하지 않습니까. 더욱이 2010년께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하면서 기존에 살던 주택 수나 규모를 줄일 것입니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집을 살 경제력이 점점 모자라지죠.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절정을 이루고 뉴타운과 신도시가 모두 들어설 2013년 이후에는 공급이 수요를 크게 넘치게 될 겁니다.

◇손 교수=정의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주택 수요 감소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실질소득이 3%만 올라도 수요가 충분히 공급을 따라갈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주택을 대량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6년 이후 강북의 소형 주택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는 선제적인 주택공급을 등한시했기 때문입니다. 뉴타운 등 재개발은 도시의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가 크지 주택공급 확대 효과는 많지 않습니다. 신도시 사업이 병행돼야 합니다.

◇사회=집을 가진 사람들이나 내집마련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선 부소장=부동산 대폭락에 대비해야 합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빨리 청산해야 합니다. 내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은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손 교수=지나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버틸 능력이 있다면 보유하고 있는 집을 팔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부동산 대폭락설 업체 추적>

기사입력 2008-10-21 09:15 / 한국경제매거진 / 박수진 기자

“잔치는 끝났다. 거품의 시대는 가고 붕괴의 시대가 온다. 나라 전체가 아파트 거품에 취해 살던 시대가 저물어간다. 이제 빚잔치를 해야 한다. 가뜩이나 힘겨운 한국 경제에 엄동설한이 다가온다.”(‘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 중)

“모든 종류의 자산은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다. 단순히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거품이 꺼진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은 국제 금융시장 상황 등이 한국 부동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담보대출 문제로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한국 부동산 시장을 두고 이렇게 상반된 이야기가 나온다. 한쪽에선 부동산 시장이 L자형으로 뚝 떨어지는 ‘대폭락’을 이야기하고 또 한쪽에서는 ‘기우’라고 응수하는 격이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폭락론’ 공방의 한 장면이다.

‘폭락론’은 최근 갑자기 대두된 게 아니다. 사설 경제연구소인 김광수경제연구소와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등은 몇 년 전부터 부동산 거품 붕괴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인터넷에선 ‘아내모(아파트 값 거품 내리기 모임)’ 등이 수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여 왔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 선대인 씨도 이미 3년 전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라는 책을 통해 경고를 시작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폭락론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일까. 최근 나타나는 국내외 징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과 금융의 움직임에 일제히 적신호가 켜지면서, 한편으로는 대폭락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관련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의 골칫거리 미분양 통계부터 보자. 국토해양부는 최근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이 16만595가구로 199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 체감 경기가 사상 최악이라는 소식도 이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9월 건설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50대(기준치 100을 넘으면 경기가 좋은 것, 100 미만이면 악화됐다는 의미)에 머물렀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좋지 않은 기록이라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시세 정보 업체 부동산뱅크는 ‘버블세븐 지역 매매가 올 들어 평균 2500만 원 하락’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목동 분당 용인 서울 강남의 하락폭이 컸다는 조사 결과였다. 또 부동산114는 9월 서울 66㎡(20평) 이하 아파트 값이 0.2% 떨어지며 올 들어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내내 강세를 보이던 소형 아파트도 꺾이고 말았다는 것이다.

심각성은 실제 거래 현장에서도 느낄 수 있다. 특히 2006년 하반기 고점을 찍으며 전성시대를 구가한 용인과 분당신도시는 시장이 ‘올스톱’이나 마찬가지다. 한때 15억 원을 호가하며 골프장 조망 아파트로 이름을 날린 동아솔레시티 274㎡(83평)는 지금 10억 원대 매물이 나와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30% 이상의 하락 폭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용인의 아파트 거래량은 2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분당신도시는 2006년 11월 2494건이었던 거래량이 올 8월 현재 180건으로 줄었다. 그나마 8월까지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고 아직 나오지 않은 9~10월 통계는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란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대세 하락 vs 일시적 현상

선대인 씨 등 대폭락 전망을 내놓는 쪽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대세 하락기 진입의 증거’로 보고 있다. 특히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한 담보대출이 늘면서 가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는 금융 회사의 부실을 불러올 수준이 됐다는 지적이다. 또 집값 거품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더 이상 아파트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 동조화 현상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 역시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선대인 씨는 “지금의 집값 하락은 외환위기 때처럼 일시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집값은 변곡점을 지나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하락세가 ‘정상 범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선 씨 등이 펴는 폭락론은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다. 모든 자산이 그렇듯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자산의 가격이 내재가치를 초과했을 때 거품이라고 하는데, 현재 집값 하락은 내재가치 하락이 아닌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했다. 또 “미국 일본과 같은 거품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주택 수요 예측을 해 보면 2030년까지 수요가 이어진다”고 밝혔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최근의 가격 하락세는 거품 붕괴로 보기 힘들다”면서 “폭락론에 경제 논리 외 이데올로기가 포함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재미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은 “주택 가격 상승은 돈 가치 하락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며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사태는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은 한국인 가계 자산의 80%를 차지하며 그동안 제1의 재테크 수단으로 맹위를 떨쳤다. 이 때문에 부동산의 운명은 전 국민의 관심사나 다름없다.

“부동산 거품기의 치어리더인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믿다가는 낭패 본다.”(선대인)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공포감 때문에 아까운 자산을 헐값에 던질 것인가.”(아기곰)

자, 당신은 어느 쪽에 표를 던질 것인가.


<집값 '정상'...'한국판 서브프라임 없다'>

기사입력 2008-10-16-11:26:26 / 한국경제비지니스 / 부동산 칼럼니스트 아기곰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고 시중 금리도 오르고 있는 추세다. 어느 것 하나 희망적인 소식이 없다. 이 틈에 부동산 폭락론까지 고개를 들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부동산 폭락론을 펴는 이들이 내놓는 주된 논리는 ‘현재 집값은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폭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부터 짚어보자.

근거1-집값이 오른 것은 돈 가치 하락 때문

그동안 집값이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유동성의 증가, 즉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7년의 통화량(M₂ 기준)은 482조4000억 원이었다. 반면 지난 8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량은 1386조1000억 원이다. 11년 동안 돈이 2.87배나 풀린 것이다. 다시 말해 1997년에 1억 원짜리 땅을 샀거나 1억 원어치의 금을 사 두었다면 올해 7월 말에는 2억8733만 원어치가 되어 있어야 본전을 한 셈이다.

그러면 그동안 집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1997년 8월 말부터 2008년 8월 말까지 11년 동안 전국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49.7%다. 11년 전에 사둔 1억 원짜리 집이라면 많이 오른 곳도 있고 적게 오른 곳도 있어 평균적으로 올해 8월 말 현재 1억4970만 원 정도라는 의미다. 만약 서울에 연립주택이나 빌라를 사 두었다면 1억4180만 원 정도 할 것이고, 단독주택을 사 두었다면 1억5230만 원 정도 할 것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사 두었다면 시세가 조금 다른 주택보다 더 올라서 2억5420만 원 정도 할 것이다. 서울 중에서도 한강 이북 지역이라면 현재 시세는 1억9950만 원 정도, 한강 이남 지역의 아파트를 샀다면 2억8850만 원 정도 될 것이다.

결국 통화량 증가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서울 한강 이남 지역의 아파트 시장뿐이다. 그것도 돈 가치가 떨어진 것에 비해 0.4% 정도 더 올랐을 뿐이다. 일부 주택 시장이 이 정도 오른 것 가지고 전체 부동산 시장이 거품이니 폭락할 것이란 말은 심한 과장이 아닐 수 없다. 지방의 경우 11년 전보다 시세가 하락한 곳도 많다.

물론 인기 지역의 랜드마크 아파트나 전철 개통 등 지역적 호재를 가지고 있는 아파트의 경우 시장 평균 상승률 이상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아파트가 시장 평균 상승률 이상 올랐다는 의미는 한강 이남 아파트라도 일반 아파트의 경우 통화량 증가율보다 적게 올랐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부동산 폭락론자들이 말하는 거품론은 (본인들이 관심있는)몇몇 인기 아파트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근거2-주택담보대출 심각한 상황 아니다

부동산 폭락론자들은 한국에서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으로 믿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대출 시장과 우리나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크레디트 포인트 620점 이하의 신용 불량자에게 대출해 주는 고위험 상품이다. 평소에 다른 페이먼트(납부금)도 성실히 지불하지 않는 신용불량자들에게 담보 가치의 80~100%까지 대출해 주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담보 가치가 대출 잔액보다 더 떨어지자 이들 신용 불량자들이 주택을 포기했다.

예를 들면 자기 돈 5만 달러와 대출 45만 달러를 합해 50만 달러짜리 주택을 샀는데 주택 값이 40만 달러로 떨어지자 원리금 납부를 거부한 것이다. 갚을 능력이 있어도 갚으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에 갚지 않는 자발적 채무 불이행자가 늘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전혀 다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2007년 말 현재 주택 담보 대출자의 평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37%에 불과하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통해 추가로 대출 받아서 담보 대비 80~90%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출 없이 사는 사람도 있으므로 그 평균이 37%라는 의미다.

물론 담보 비율이 높은 주택 중에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균 수준의 대출자라면 아무리 이자 부담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63%의 자기 돈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은행이 담보를 잡고 대출해 줄 때 대출금만큼만 담보로 잡는 것은 아니다. 통상 주거용 부동산은 대출금의 120% 정도를 담보로 확보해 놓기 때문에 부실의 가능성은 그만큼 더 낮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중순에 16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조사한 ‘국내 은행의 대출 태도 지수 추이 및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금융 환경의 악화에 따라 4분기의 대출은 좀 더 보수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마이너스 41)이나 대기업 대출 (마이너스 28)에 비해 가계 대출, 특히 주택 담보대출은 마이너스 9로, 이전보다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지겠지만 기업 대출에 비하면 사정이 훨씬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이 어떤 곳인가. 한 푼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다.

결국 현재의 우리나라 금융권의 문제는 국제 경제 환경 악화에 따라 전 분야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주택 담보대출 시장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근거3-부동산 폭락론의 이중적 태도

폭락론자에 따르면 거품은 가만히 나둬도 저절로 터지기 때문에 정부가 아무리 부양하려고 해도 헛고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그들이다. 어차피 터질 거품이라고 생각하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건 하지 않건 상관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한다면 오히려 급격한 거품 붕괴를 막고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앞뒤 논리가 맞다.

결국 폭락론자의 논리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제거돼야 한다’는 당위성에 근거한 희망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factor)과 견해(opinion)는 다른 것이고 “될 것이다”와 “해야 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투자의 알파와 오메가는 ‘탐욕’과 ‘공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주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 단어의 의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상승기에는 아무거나 사 두어도 다 오른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들은 투자자의 ‘탐욕’을 자극해 먼 훗날의 고통을 잉태하게 한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세상이 금방 망할 것 같이 사태를 과장되게 말하는 사람들이 출현한다. 이들은 투자자의 ‘공포감’을 자극해 아까운 자산을 헐값에 던지게 한다. 10년 전 외환 위기 때 가치 있는 자산을 싼값에 취득해 자산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반대편에는 보석 같은 자산을 헐값에 내던지고 훗날 후회의 피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도 상승기가 있고 하락기가 있다. 금융시장의 혼란은 투자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눈에만 기회가 보인다는 것이다.


<“부양책 쓰면 더 큰 위험 온다”>

기사입력 2008-10-14 09:27 / 이코노미스트

급류가 내려오는데, 둑으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둑이 무너지면 더 위험하죠.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그렇습니다. 버블 붕괴를 막겠다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위험한 경착륙으로 몰 수 있습니다. 아파트 버블 붕괴는 더 이상 버블을 지탱할 수 없다는 시장 압력으로 오는 현상입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고, 향후 버블 붕괴로 직격탄을 맞는 계층을 도와줄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정책적 노력을 남겨둬야 합니다.”

최근 출간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버블 붕괴는 필연적”이라며 “과거처럼 정부가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며 각종 부양책을 쓰면 더 큰 위험이 온다”고 경고했다.

선 부소장의 책은 최근 아파트 시장 침체와 맞물려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그는 책에서 “2000년 이후 폭등한 집값은 가계부채가 만들어낸 투기 거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000년 이후 가계실질소득은 70% 정도 증가했는데, 집값은 300~400% 뛴 곳이 있고, 이 기간에 가계부채는 300조원 이상 늘었다”며 “이런데도 거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근거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선 부소장은 “책 제목을 정확히 한다면 ‘부동산이 대폭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비관적 시류에 편승해 위기론을 조장하려고 쓴 게 아니다”며 “1년 전에 구상했지만, 서울시 공직에 있다 보니(선 부소장은 최근까지 서울시 정책자문관을 지냈다) 출간이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밝힌 부동산 버블 붕괴의 근거는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10가지 징후’와 유사하다. 세계 경제의 동조화, 주택 공급 과잉, 위축된 투기심리, 금리상승,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이다. 여기에 오를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는 매년 10% 이상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점,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 등을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백미는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를 통해 현재 아파트값이 거품의 정점에 섰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값은 그동안 계속 오르기만 했던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지수의 변동을 그래프를 통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를 보면 1986년을 100이라고 할 때, 91년 150까지 치솟았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99년 85까지 내려갔고, 이후 급등해 2005년 6월 과거 거품의 정점이던 150에 육박하더니, 지난해에 서울 지역은 170, 강남은 200선에 이르렀다”며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선 부소장은 “급격한 붕괴로 인한 경제 파탄은 막아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거품의 크기를 더 키우지 않는 것”이라며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적 충격은 크겠지만, 연착륙론을 들먹이며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파트 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돌아선 만큼 IMF 직후 같은 반등은 잊으라”고 충고했다.

선 부소장은 “단기조정 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자칭 재테크 전문가들의 말을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빚을 많이 얻어 집을 구입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급류가 내려오는데, 둑으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 둑이 무너지면 더 위험하죠. 지금 부동산 시장이 그렇습니다. 버블 붕괴를 막겠다는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위험한 경착륙으로 몰 수 있습니다. 아파트 버블 붕괴는 더 이상 버블을 지탱할 수 없다는 시장 압력으로 오는 현상입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놔두고, 향후 버블 붕괴로 직격탄을 맞는 계층을 도와줄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정책적 노력을 남겨둬야 합니다.”

최근 출간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부동산 버블 붕괴는 필연적”이라며 “과거처럼 정부가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며 각종 부양책을 쓰면 더 큰 위험이 온다”고 경고했다.

선 부소장의 책은 최근 아파트 시장 침체와 맞물려 출간과 동시에 화제가 됐다. 그는 책에서 “2000년 이후 폭등한 집값은 가계부채가 만들어낸 투기 거품”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000년 이후 가계실질소득은 70% 정도 증가했는데, 집값은 300~400% 뛴 곳이 있고, 이 기간에 가계부채는 300조원 이상 늘었다”며 “이런데도 거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근거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선 부소장은 “책 제목을 정확히 한다면 ‘부동산이 대폭락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는 경고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비관적 시류에 편승해 위기론을 조장하려고 쓴 게 아니다”며 “1년 전에 구상했지만, 서울시 공직에 있다 보니(선 부소장은 최근까지 서울시 정책자문관을 지냈다) 출간이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가 밝힌 부동산 버블 붕괴의 근거는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한 ‘10가지 징후’와 유사하다. 세계 경제의 동조화, 주택 공급 과잉, 위축된 투기심리, 금리상승,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이다. 여기에 오를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는 매년 10% 이상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점, 뉴타운이나 재개발 사업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점 등을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백미는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를 통해 현재 아파트값이 거품의 정점에 섰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값은 그동안 계속 오르기만 했던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눈 지수의 변동을 그래프를 통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는 “아파트 실질가격지수를 보면 1986년을 100이라고 할 때, 91년 150까지 치솟았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99년 85까지 내려갔고, 이후 급등해 2005년 6월 과거 거품의 정점이던 150에 육박하더니, 지난해에 서울 지역은 170, 강남은 200선에 이르렀다”며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선 부소장은 “급격한 붕괴로 인한 경제 파탄은 막아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거품의 크기를 더 키우지 않는 것”이라며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적 충격은 크겠지만, 연착륙론을 들먹이며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파트 시장이 대세 하락기로 돌아선 만큼 IMF 직후 같은 반등은 잊으라”고 충고했다.

선 부소장은 “단기조정 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자칭 재테크 전문가들의 말을 믿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빚을 많이 얻어 집을 구입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집값 `IMF 학습효과` 이번에도?>

입력: 2008-10-13 17:38 / 수정: 2008-10-14 09:48 / 한국경제 / 장규원, 임도원 기자

급락 4년만에 U자형 회복

전문가들 "가계대출 많아 장기하락" 전망

1997년 외환위기의 망령이 부동산시장에도 엄습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2000년 이후 집값의 'U자형 반등' 기억이 투자자들을 헛갈리게 한다.

특히 '버블세븐'(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평촌 용인)지역 집값이 지금은 떨어지지만 언제 바닥을 다지고 반등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때 사둘걸 그랬나"라는 후회스런 생각이 이번에도 맞을 지를 10년 전과 현재의 집값 움직임,거시경제 여건,주택시장 상황을 비교해 전망해 본다.

◆환란 때 집값 회복 4년 걸려

한국은행이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를 토대로 작성한 국내 명목주택가격(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집값)지수에 따르면 국내 집값은 1997년 들어 보합세를 보이다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부터 급락했다. 1년 뒤인 1998년 11월 당시 명목주택가격지수(2007년 12월=100)는 60.5로 9년 전인 1989년 12월(60.4) 수준으로 돌아갔다. 집값은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했으나 상승폭은 작아 IMF 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2002년 1월까지 4년2개월가량 걸렸다.

국내 집값은 2006년 말 급등기를 거쳐 현재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상반기에 비해 명목주택가격지수 상승은 둔화되고 있다. 지수는 지난 1월 100.3에서 6월 103.5로 3.2포인트 올랐으나 지난달에는 104.3을 기록,3개월 동안 0.8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달에는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해 10월부터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집계한 전국 집값은 지난달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가 호가를 중심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체감가격보다는 높게 나온다.

◆펀더멘털 다르다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거시경제와 주택시장 여건은 판이하게 다르다. 당시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7%까지 떨어지고 금리는 20%까지 폭등했다. 실업도 급증하는 등 거시경제의 '붕괴'가 집값 '폭락'을 가져왔다.

지금은 주택시장 내부의 수급과 규제정책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주택시장만 놓고 보면 IMF 때는 버블붕괴가 아니라 바닥이 꺼진 것으로 봐야 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집값이 7년간 안정을 유지하다 IMF 이후 수요기반이 붕괴되면서 바닥이 내려앉았다"며 "지금은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중이란 점이 차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주택금융부문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IMF 때는 가계대출이 많지 않아 국가 파산위기에서도 집값이 30%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까지 합쳐 총 380조원에 달하는 주택금융부문 때문에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심화되면 충격파가 IMF 때와 비교해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간 가격하락 전망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일본도 1990년대 초 거품붕괴 이후 15년간에 걸쳐 부동산 가격이 70% 폭락했다"며 "국내 집값도 적어도 15%가량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경BP)의 저자인 선대인씨는 외환위기 이후 집값 급등의 학습효과는 '환상'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당시 집값은 1980년대 이후 역사상 최저점이었고 신경제와 정보기술 붐,세계적 저금리 등으로 집값이 재상승할 에너지가 무르익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