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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新브레튼우즈 시대로 가는 세계 경제

<WB·IMF '금융경찰 시대' 종말을 고하는가?>

기사입력 2008.10.8.16:23 / 머니투데이 / 이규창 기자

달러중심 세계 경제체제 흔들… 주중 워싱턴 회의서 새 체제 나올수도

전세계가 금융 위기로 들끓으며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이 분산하지만, 정작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사태'라는 단어가 더 친숙할만큼 한국에서 IMF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반세기 이상 세계 금융의 경찰관 역할을 해왔던 그들이 대공황이후 최악이라는 이번 사태에서는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해답은 두 기관의 설립 기반이던 미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체제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튼우즈'와 함께 뒷전으로

IMF와 세계은행은 1944년 44개국이 합의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부산물로 설립된 기관이다. 2차대전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또 다른 '경제공황'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경제의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합의한 브레튼우즈 협정은 달러 중심의 태환 체제를 탄생시켰다.

언제든 달러를 금으로 바꿔준다던 약속은 베트남전쟁, 무역적자로 시달리던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1년 '닉슨쇼크'로 불리는 불태환을 선언하면서 깨졌고, 이후 각국의 환협정에 따르는 '킹스턴체제'로 바뀌게 됐다.

킹스턴체제에서도 달러는 세계경제의 중요한 결제수단 역할을 했다. 각국은 외환시장 안정에 협력하는 '일반적 의무'를 지고 이들의 실행여부를 감시하는 IMF의 권한은 여전했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은 '제2의 닉슨쇼크'라 부를만큼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달러 중심 체제를 떠받쳤던 '강대한 미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는 마당에 보조 역할인 IMF, 세계은행의 권한과 역할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텔레그라프는 8일 "64년전 설계된 시스템은 현재 세계적인 위기를 일으킨 21세기 금융의 어렵고 복잡한 현안들을 해결하기엔 불완전하다"며 "IMF와 세계은행을 비롯한 어떤 기관도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경찰관 역할을 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무제한 예금자보호를 실시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 등 G8국가들의 경제정책은 이제는 잊혀질 법한 구시대 유물에 가깝고 금융기관과 각국 경제는 서로 살아남기에 급급해 골육상쟁을 벌이는 양상이라고 텔레그라프는 전했다.

◇21세기형 '브레튼우즈' 절실…워싱턴 회의가 '관건'
사실상 대주주인 미국의 의도에 좌우돼왔던 IMF와 세계은행이 글로벌 경제에서 통제력을 상실해가면서,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경제체제의 출범이 절실해지는 현실이다. 그나마 골격을 유지해왔던 브레튼우즈 체제에 사실상 사형선고가 내려진 셈이다.

피터 만델슨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글로벌 경제를 통제할 만한 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며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브레튼우즈' 협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고든 브라운 총리도 "글로벌 경제규제의 재편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이번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각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의 IMFㆍ세계은행 연례 회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2의 닉슨 쇼크' 못지않은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텔레그라프는 "이번 회의의 큰 이슈는 금융위기를 방지할 세계경제의 새로운 '경찰관'을 세울 적절한 시점이냐는 것"이라며 "우선 은행과 금융기관의 리스크 수준을 관리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젤2' 협약,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기존의 규제 가이드라인으로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예측하거나 막을 수 없었다. 금융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좀더 새롭고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달러와 유로 모두 크게 흔들리며 국제통화의 안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텔레그라프는 "비록 늦었지만 세계금융을 감독할 수 있는 새로운 협정이 제 때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몇 주 내에 '빅 딜'이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럼]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 수술대 올랐다

기사입력 2008.10.16 10:37:01 / 매일경제 / 매경인터넷 한배선 뉴스센터장

금융위기 해결의 실타래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풀렸다.그리고 위기이후 질서재편의 구상에서도 유럽이 미국을 한발 앞서고 있다.유럽이 택한 위기해법과 미래의 구상은 미국식의 완전한 포기다.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하고 新 브레튼우즈체제의 복귀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등장하고 있다.금융위기대응과 미래 패러다임 구상은 마침내 서방선진8개국(G8)의 의제로까지 채택돼 논의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백악관은 15일(이하 현지시각) 선진 8개국(G8) 공동 성명을 발표하면서 "G8 정상들이 조만간 적절한 시점에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G8 특별 정상회담에서 "21세기가 직면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이날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된 EU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G8) 회동이 내달 아마도 뉴욕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회동에서 "모든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새로운 자본주의로가기 위한 것과 관련된 문제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르코지는 이 회동에 G8 회원국 외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대국들도 동참해야 할 것이라면서 "시스템을 고치는데 누구도 배제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식 모델에 결정타를 날린 인물은 재무장관 출신인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다.우선 금융위기의 해법부터 보자.브라운 총리는 지난 주 은행 국유화 카드를 처음 꺼냈다.이 때만 해도 미국 폴슨 재무장관은 이 안을 사회주의성이 농후한 발상이라며 거들떠보지 않았다.폴슨 장관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은행의 부실채권매입에 쓸 궁리에만 몰두했었다. 이와는 달리 유럽연합 소속 15개 국가들은 브라운 총리의 빅카드에 호응을 보냈고 곧이어 뒤따르는 정책을 발표했다.미국도 결국 미국식 모델 포기에 동참했다. 폴슨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9개 은행의 우선주 매입에 나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은 미국이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마련한 것은 미국식 모델을 관에 넣은 것이며 은행의 국유화를 채택한 것은 미국식 모델을 담은 관에 못질한 것이라고 규정했다.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브라운 총리가 세계 금융위기 해결사로 등장했다"며 그의 해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위기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데 뿐 아니라 위기이후 질서를 재편하는 역할에서도 유럽이 미국을 앞서는 분위기다. 여기에도 역시 브라운 총리가 있다. 브라운 총리는 13일 370억파운드 규모의 금융안정책을 발표하면서 "국제금융의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라면서 세계 각국이 신(新) 브레튼우즈 협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브라운 총리가 제창한 `新 브레튼우즈 체제`에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들이 잇단 지지를 표명하고 나서며 새로운 기운의 불을 지폈다. WTO의 파스칼 라미 총재는 14일(이하 현지시각)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라운 총리가 제창한 "新 브레튼우즈 체제가 세계 경제에 대한 규제 (강화)라는 의미라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사회당 정치인들과 교분이 많은 라미는 이번 금융 위기와 관련해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거듭 밝혀왔다. ECB의 장 클로드-트리셰 총재도 이날 뉴욕의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아마도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브렌트우즈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당시와 같은) 규제 시스템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매경 주최로 열린 9차 세계지식포럼 개막 축하연설에서 주창한 새 국제기구설립안도 新 브레튼우즈 체제의 구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이 대통령은 이날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버티 아헌 전 아일랜드 총리등 13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필요하다면 더 나은 질서를 창출해야 한다"며 "사전 사후를 규제하고 대책을 세울 새로운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新 브레튼우즈체제에 대한 논의는 이미 중국 러시아 브라질이 주장하고 있는 금융의 탈미국화와도 맥이 닿고 있다는 점에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필자 개인적으로도 지난 9월22일(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대전환) 10월1일(글로벌 금융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등의 컬럼을 통해 이 흐름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왔다.

브렌튼우즈는 지난 1944년 44개국이 모여 2차대전의 후유증과 공황 사태를 막기위해 합의한 협정으로 금에 달러가치를 고정시키고 영국 프랑스 등 나른 나라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연동키는 금태환 고정환율제도를 출범시켰다.이로써 달러가 기축통화로 탄생됐고 IMF와 IBRD의 창설이 합의됐다. 말하자면 글로벌 금융질서는 미국금융시장과 달러화에 기반을 둔 체제였다.하지만 지난 1971년 닉슨 미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정지를 선언하면서 미국 달러의 금 본위제가 폐지되고 변동 환율제가 도입되면서 브레튼우즈체제는 막을 내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기축통화지위는 그대로 유지돼 왔고 금융의 세계화는 미국주도로 진행돼 왔다.

새로운 글로벌 감독과 규제시스템의 도입의 필요성 때문에 제기되는 新 브레튼우즈체제로의 복귀는 금융 세계화의 제동을 의미한다.때문에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엄청난 규모로 이뤄지는 국제적인 자본 이동을 제재할 경우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회의론에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공식적인 대응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新브레튼우즈 논의심화..유럽 경제패권 `야심`>

기사입력 2008.10.16 16:10 / 이데일리 / 김윤경 기자 

리먼 파산이후 美 자본주의 회의론 심화

英 총리 新 브레튼우즈 체제 필요성 역설


유럽, 세계 경제체제 패권 야심  

 

서브프라임발(發) 금융위기로 전세계 경제 체제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상징 미국의 패권은 확실히 뿌리채 흔들렸다. 그리고 그 사이 유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란 영국식 은행권 지원 방식이 유럽은 물론, 미국에까지 원용되면서 이런 목소리의 중심엔 영국이 서 있게 됐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연일 새로운 경제 체제의 설립을 역설하고 있다.

자유를 구가했으나 결국 그 덫에 빠진 전세계 금융 시장을 감독하고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세계 경제를 살리는데 일조했던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같은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식 자본주의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고 있는 유럽의 속내는 이를 통해 경제 패권을 움켜쥐려는 것일 수도 있다.

◇ 英 총리, 新 브레튼우즈 체제 설립 역설

브라운 총리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의 필요성을 최근 재차 역설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틀 일정으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국가, 지역에 국한한 규제와 감시 체제만 있고, 전세계 금융 시장의 리스크를 감독할 체제가 없다"고 지적하고 범세계인 경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 부문의 붕괴가 재현되지 않도록 전세계적인 조기 경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모든 나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규제 기준을 만들어야 하며,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경을 넘는 강력한 감독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은 근대 모델이라면서 전세계 금융 시장을 모니터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라운 총리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그는 같은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엔 묻혔던 이 주장이 영국식 은행 구제안이 부각되면서 덩달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은행들의 부실채권은 사줘도 절대 직접 자금을 대주는 구제는 안하겠다고 버티던 미국마저도 영국식 지원 방식을 따르게 되면서 불과 한 달전까지만 해도 퇴진 압력을 받던 브라운 총리의 파워가 막강해진 까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논의가 EU 순회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 등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을 방문하는 오는 18일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 새 규제·감독기구 설립안 구체화될까 

유럽 정상, 그리고 중앙은행 총재들은 대개 브라운 총리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부재하고 있다는 지적도 서슴지 않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IMF만이 세계 금융 시스템을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금융 시장은 확실히 기강(discipline)을 원하고 있다"며 마치 1944년 브레튼우즈 회의에서 IMF와 국제부흥은행(IBRD) 설립이 협의되었던 것을 상기하듯 "전세계는 처음 브레튼 우즈로, 기강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틀째 열릴 16일 EU 정상회의에선 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 30개 금융사들을 감독할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 이날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마련된 영국과 15개 유로존 국가의 긴급 회담에서 만들어진 원칙에 행동계획(action plan)이 담겨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물론 유럽에 국한되는 제안이 아니라고 WSJ이 성명서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이 이를 행동에 옮기도록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1944년에 비해 현재의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구조는 복잡해졌다. 규제의 범위나 기준, 주체에 대한 논란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기 감독 외에 통화 체제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을 지 관심사이지만 브라운 총리 등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바는 없다.
 
지난 1983년 5월 당시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선진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브레튼우즈 체제 확립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유럽통화를 링크해 당시 유럽통화제도(EMS)와 같은 체제를 만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논의만 됐을 뿐 결과물은 없었다
 
또한 이번 신 브레튼우즈 체제 설립 주장은 유럽이 경제 헤게모니를 쥐려는 야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해 온 미국에 대한 비판을 넘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쥐어지느냐는 매우 민감하고도 중차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 기준 고정환율제와  IMF와 같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기구가 마련된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즉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견고히 만드는 결과가 초래된 이면도 있었다.

따라서 아직까지 이렇다할 공식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미국의 향후 입장 표명이 주목된다.


<新브레튼우즈체제' 일단 말은 뱉었는데>

2008년10월16일 13시01분 / 참세상 / 변정필 기자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 구축' 자본주의 새 길 열까

소위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세계 공동의 노력이 본격화됐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 선진 8개국(G8)은 15일(이하 현지시각) 미 백악관을 통해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G8 정상들이 조만간 적절한 시점에 만나기로 했다"며 "21세기가 직면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넓은 지지속에'新브레튼우즈 체제' 논의 점화

프랑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같은 날 이틀 일정으로 진행될 EU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G8 회동이 내달 중으로 뉴욕에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은행 국유화 조치를 단행한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가 "G8 주도로 금융정상회담이 11월 중으로 열릴 것"이라며 "이 회동에서 제2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구축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밝힌 데 이은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들도 여기에 잇단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WTO 파스칼 라미 총재는 14일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브레튼우즈 체제가 세계 경제에 대한 규제라는 의미라면 적극 지지한다"며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고든 총리가 '신(新)'의 의미를 부여해 새롭게 구성하려고 하는 브레튼우즈 체제는 1944년 44개국이 모여 2차 대전 이후 공황사태를 막기 위해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를 실시하기로 한 것으로, 이와 함께 IMF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창설이 합의되었다.그러나 달러 팽창주의로 인해 미국의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달러가치가 하락 하자 1971년 미국이 변동환율제로 돌아서면서 브레튼우즈체제는 종말을 고했다.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규제의 주체, 범위, 강도는 아직 불투명

이미 종말을 고한 브레튼우즈 체제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으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인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상이 제출된 것은 없다. 다만 기존의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의 재조정과 혁신의 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구의 출현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갈 것인지 두 갈림길이 있다는 정도의 전망만이 가능한 상황이다.
라미 총재는 "누가 규제할 것이냐는 문제도 중요하다"며 국제 금융시장을 국제통화기금과 국제결정은행(BIS) 등이 다양하게 관장하고 있음을 여러차례 상시시켰다. 아울러 누가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도 전 세계 30여 개 금융기구들이 복잡하게 감시해온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안정화포럼(FSF)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세계 공동의 노력, 협력인가? 대립인가?

미국과 유럽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대립의 조짐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벌써 유럽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선진 국가간의 공동 노력에도 "불확실성이 있다. 여전히 앞으로 갈 길이 협력에 기반한 것인지 갈등에 기반한 것인지는 잘 모른다"고 인터프레스뉴스(IPS)와의 인터뷰에서 에두아루도 비올라 브라질 국제관계학대학 교수는 전망했다.
G8이 과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주체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적 금융위기 속에서 G8 국가들이 이미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비올라 교수는 "훨씬 더 강력해지고 있는 중국을 제외한 G8은 이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지구적 구조조정 과정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은 미국, 영국, 유로존 국가들, 일본 등이 참여하는 것 만큼이나 '결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내달 있을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 구축'을 위한 회동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경제대국이 참여해야 할 것이라며,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국가 그리고 떠오르는 신흥강대국은 협력 속에서도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 구축'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 지도력 상실한 국제금융기구들

또, 현재 존재하고 있는 국제금융기구들을 재조정 내지는 혁신하는 차원에서 위기 극복이 가능할 것인가도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지난 10일에서 13일까지 열린 IMF와 세계은행의 연례회의는 금융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인 개도국 및 빈곤국가들에 대한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국제구호그룹인 옥스팜(OXFAM)은 이 연례회의가 "부끄럽지만 거의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마리타 후체스 옥스팜(OXFAM) 대변인은 "세계의 지도자들은 지구적 빈곤의 위기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다루는 데는 실패했다"며 "빈곤 국가들이 신용위기를 헤쳐나가도록 하는 방법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진보적 지식인인 월든 벨로 포커스연구소 전 소장은 "국가간 금융간 규제를 폐지했기 때문에 지난 25년간 금융 위기가 유발되었다"며 "우리는 은행규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중 워렌 버핏이 이야기한 대량 파괴의 금융적 수단으로 불리는 파생상품 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있다"며 "전반적인 새로운 사회적 기준, 부채 및 금융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의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장본인으로 지적받고 있는'파생상품 거래'를 금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가진 새로운 체제 혹은 국제금융기구의 재편이 있어야만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선진국들간의 합의를 통해 이런 강도의 개혁과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또한 여전히 미지수다.


<세계 금융위기 극복 위한 역사적 교훈>

기사입력 2008-10-16 09:02 / 연합뉴스 / 최재석 특파원

CSM "기민하게 세계가 함께 움직여라"

`기민하게, 그리고 세계가 함께 움직여라.'

지금의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1920,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말미에 등장한 브레튼우즈 체제 등 두 가지 역사적 사건에서 이러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이 16일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대공황 당시 각국 정부는 금융기관 지원을 미적거렸으며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당시 정책 당국은 금융회사 징벌을 위해 금리 인하 대신 오히려 금리인상 정책을 폈고 보호무역 조치를 취함으로써 위기를 증폭시켰다.

지금은 영국에 이어 미국 정부가 이번 주 2천500억 원을 투입, 9개 주요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지분을 사들이고 은행 발행 신규채권과 당좌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확대하는 등 금융기관 구제대책을 발표했다.

또 2차 대전 막바지에 탄생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전쟁 후유증 등으로 망가진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 유용한 도구가 됐다.

이에 지금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新)브레튼우즈'에 대한 필요성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등이 나서서 주창하고 있다.

15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브뤼셀에서 개막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도 `전 세계적 위기는 전 세계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졸릭 총재는 지난 12일 연설에서 세계경제 위기는 한 시대의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기 위한 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는 것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 영국 내각에 합류한 피터 만델슨 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에는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만 불완전하다."라면서 국제적 조정체제가 오래된 것이어서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만델슨은 지난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히고 "브레튼우즈 회의가 기본적인 체제를 만든 지 64년이 지났다"면서 "지금 시대에 맞는 브레튼우즈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브뤼셀 EU 의장실의 한 소식통은 "브레튼우즈는 전 세계 차원의 새로운 체제를 논의하는 틀이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에서) 그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브레튼우즈는 지난 1944년 44개국이 미국 뉴 햄프셔 주의 한 호텔에 모여 2차대전의 후유증과 공황 사태를 막고자 합의한 협정으로, 달러 중심의 태환 체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달러기준 고정 환율제가 도입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창설이 합의됐다.


<新브레튼우즈 급부상… '슈퍼IMF' 등장?>

기사입력 2008.10.15.18:35 / 머니투데이 / 이규창 기자

좀 더 강력하고, 원칙에 충실한 '브레튼우즈 II' 체제의 출범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다.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좀더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대략적인 방향은 강화된 권한과 기능으로 리폼한 '슈퍼 IMF'의 등장으로 모아지고 있다.

◇'새로운 금융시스템' 필요 공감…IMF·세계은행 '리폼'
'브레튼우즈 II', '신 브레튼우즈' 등 표현은 다양하지만 분명한 것은 위기를 맞은 세계경제를 지배할 새로운 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각국 정상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구세주로 급부상한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제의 규제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3일에는 국제사회에 '신 브레튼우즈'(New Bretton Woods)를 도입하자고 직접적으로 화두를 던졌다.

이에 화답하듯 세계무역기구(WTO), 유럽중앙은행(ECB) 등 세계 주요 경제 권력기관의 수장들이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필요성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신 브레튼우즈'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파스칼 라미 WTO 총재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규제강화라는 차원이라면 '신 브레튼우즈' 체제에 적극 동의한다"며 브라운 총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도 이날 미국 뉴욕의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아마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로한 것은 초기 브레튼우즈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미시경제, 통화, 시장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앞선 12일 러시아의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IMF·세계은행 연차 총회 직후 "IMF, 세계은행(WB) 등 브레튼우즈 체제를 뒷받침하는 기관들이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처할만한 기능이 없는 상태"라며 "이들 기관의 개편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우크라이나 등 일부 국가들이 IMF에 지원요청을 하는 등 조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세계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같은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2차대전으로 공황을 경험했던 나라들이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을 성사시켰듯이, 이에 준하는 강력한 시스템이 등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헤게모니' 경쟁 치열…대주주 미국이 관건
세계경제의 새질서가 등장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 당사자들은 물밑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신 브레튼우즈'를 주장한 유럽 국가들은 위기의 원흉인 미국에 대한 견제를 나타내고 있다.

트리셰 ECB 총재는 이번 금융 위기의 원인으로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에 따른 후유증이 쌓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하며 미국의 책임론을 들었다.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강한 미국, 강한 달러'를 전제로 한 금본위 '고정환율제'였다. 언제든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전제로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았고 외환시장은 고정환율제 하에서 안정됐다.

그러나 자국내 경제문제로 시달리던 미국이 1971년 달러를 금으로 바꿔주기를 거부하면서 브레튼우즈 체제에 금이 갔고, 이후 IMF의 권한은 유지한채 미국의 책임만 없어진 '변동환율제'의 킹스턴체제로 전환됐다.

트리셰는 미국의 '약속 파기'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상호불신과 규제 해제의 악영향을 가져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초기 브레튼우즈의 '규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러시아 쿠드린 재무장관은 "G7 회담을 비롯한 기존 방식으로는 위기해결이 어렵다"며 EU와 미국을 동시에 견제했다. 그는 "세계은행에 더 광범위하고 강화된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이들의 발언권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7의 공조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미국이 G20에 도움을 청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 등 신흥 강대국들은 '신 브레튼우즈'에서 지분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신 브레튼우즈' 탄생의 최대 걸림돌은 현재 IMF의 실질적인 대주주 역할을 하는 미국이다. 위기의 원흉인만큼 권한축소에 대한 압박을 받고있는 미국은 유럽 각국의 잇따른 주장에 별다른 대응을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수단대학의 알리 압달라 교수는 "미국은 IMF에서 '거부권'을 가지고있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미국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IMF와 현재의 브레튼우즈 체제는 세계 경제의 '악'이다"고 주장했다.

◇IMF 권한 '강화'냐 '변화'냐…방법론 불확실
'신 브레튼우즈'의 도입에는 여러 국가들이 뜻을 모으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불확실한 상태다. 주요 외신들을 통해 알려진 주장들을 종합해 보면 △국가간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강화 △BIS·바젤2를 대체할 리스크 관리기준 마련 △IMF·세계은행의 기능 재편 등으로 요약된다.

기존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 리스크 관리수단으로 사용됐던 BIS비율, 바젤1·2 등이 최근 대형 은행들의 잇따른 도산에 속수무책이었음을 통감한 지도자들은 '새로운 금융시스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IMF, 세계은행의 기능 재편도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대주주 역할'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IMF와 세계은행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금융시스템 도입을 다른 국가들이 꺼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융위기 해결 뿐만 아니라 향후 세계 금융시스템을 지배할 기준을 마련하는 문제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IMF와 세계은행의 감시 대상은 개별 국가에 한정돼있어 범국가적인 자본이동과 거래에는 사실상 개입할만한 권한과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유럽개발·부채네트워크(EURODAD)는 9일 "IMF의 사각지대는 세금 피난 지역에 대한 문제"라며 "현재 금융시스템 안정대책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지만 숨겨져있는 역외 자본거래는 규모를 알 수 없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해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브레튼우즈' 도입 본격화되나?>

기사입력 2008-10-17 06:09 / 아시아 경제 / 박선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금융 시스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른바 '신 브레튼우즈' 체제 도입이 각국 정상들의 지원 속에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EU정상회담에서 신 브레튼우즈 체제 도입에 대해 의견을 나눈데 이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주말 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에서 가진 EU 정상회담 후에 "우리는 21세기의 새로운 금융 시스템을 재구축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다른 EU 정상들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금융기구의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고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을 국제 금융 시스템의 재점검 기회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신 브레튼우즈' 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틀간 브뤼쉘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 이어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열리는 부시-사르코지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이미 EU 정상회의 첫날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경제에 부응할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었다.

후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지금의 국제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촉발된 것이며 미국의 금융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그러나 EU 덕분에 그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라고 미국의 적극적인 공조를 요청했다.

한편 11월쯤 예정된 G8 특별 정상회담과 G20 회담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란=국제적인 통화제도 협정으로 주된 내용은 미국 달러화 중심으로 고정환율체제를 약속한 협정이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서 각국의 대표들의 협의하에 전쟁후의 후유증과 공황사태를 막기 위해 탄생됐다. 이를 지원하는 단체로 국제통화기금(IMF)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 설립됐다.

양대 세계대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미국은 전후 전세계 GDP의 50%를 차지하고 전세계 금의 70%를 보유하게 돼 세계각국은 달러를 기준으로 한 외환정책 운용에 합의했으나, 지난 1971년 베트남전 비용부담을 이유로 미국이 금태환(금과 달러의 교환)제도의 정지를 선언해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대체하기 위한 명확한 국가 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는 국제적인 금융질서를 유지하는 기본 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라미-트리셰, '新 브래튼우즈 체제' 잇단 지지>

기사입력 2008-10-15 08:40 / 연합뉴스 / 선재규 기자

브라운 英총리 제창… WTO-ECB총재 등

금융규제 강화 필요성 강조..라미 "누가 규제하느냐가 관건"

은행 국유화를 처음으로 단행해 세계 금융 위기가 일단 진정되도록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되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제창한 '신 브레튼우즈 체제'에 세계무역기구(WTO)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들이 잇단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WTO의 파스칼 라미 총재는 14일(이하 현지시각)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브라운 총리가 제창한 "신 브레튼우즈 체제가 세계 경제에 대한 규제 (강화)라는 의미라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은 언제 그런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면서 "그 노력이 세계 금융시장에 대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사회당 정치인들과 교분이 많은 라미는 평소 '본인의 취미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거버넌스 강화'라고 말할 정도로 금융시장 규제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이번 금융 위기와 관련해 "새로운 규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거듭 밝혀왔다.

라미는 그러나 "누가 규제할 것이냐는 문제도 중요하다"면서 현재 국제 금융시장을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다양하게 관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의 장 클로드-트리셰 총재도 이날 뉴욕의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아마도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브렌트우즈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당시와 같은) 규제 시스템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그리고 투자시장에 규율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트리셰는 이번 금융 위기가 브레튼우즈 체제가 종료된데 따른 후유증이 쌓인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 지난 1971년 미국 달러의 금 본위제가 폐지돼 변동 환율제가 도입된 점을 상기시켰다.

브라운은 지난 13일 영국 정부가 370억파운드 규모의 금융 안정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국제 금융에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면서 "브레튼우즈 체제로 복귀하자"고 제의했다.

브렌튼우즈는 지난 1944년 44개국이 모여 2차대전의 후유증과 공황 사태를 막기 위해 합의한 협정으로 달러 중심의 태환 체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달러기준 고정 환율제가 도입되고 IMF와 세계은행 창설이 합의됐다.

그러나 브레튼우즈 협정이 60년이 넘는 예전의 시스템이며 이런 관리 체제로 엄청난 규모로 이뤄지는 국제적인 자본 이동을 제재할 경우 세계적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않게 제기되고 있다.


<유럽 ‘신 브레튼우즈 체제’ 띄우기 잰걸음>

기사입력 2008년 10월 16일 18:09:56  / 경향신문 / 구정은 기자
 
ㆍ금융위기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 제안
ㆍG8정상 연내 회동 ‘새로운 자본주의’ 논의
ㆍ“예전부터 나온 얘기” 美와 불협화음 조짐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연을 막기 위한 새로운 금융관리 체제를 둘러싼 논의가 빨라지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제안한 ‘신 브레튼우즈 체제’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개도국들이 모두 참여하는 금융체제 개혁을 위한 국제회의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미국과 유럽 간 불협화음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예방하기 위해 세계적인 금융 규제·감독 체제를 만든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른 시일 내 새 시스템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담을 열기로 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15일 미국 백악관을 통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 책임을 완수하려 노력할 것”이라면서 “주요 국가들이 참가하는 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담을 주재하기에 앞서 성명을 내고 “새로운 자본주의로 가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올해 안에 G8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 회담에는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개발도상국들도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국을 방문, 조지 부시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앞서 ‘신 브레튼우즈 체제’ 창설을 제안한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날 “금융위기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세계 공동의 규제·감독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경을 넘나드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국제적 위기공조 메커니즘과 금융위기 조기경보시스템을 만들 것, 국제통화기금(IMF)을 개혁해 규제를 강화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의가 브레튼우즈 체제처럼 확고한 국제협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 체제의 성패를 좌우할 미국의 태도가 미온적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금융위기 진앙지가 미국인 만큼 ‘확대 G8 회담’도 뉴욕에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금융위기 예방책은 아주 간단하다”며 “어떤 금융기관도 규제와 감독을 피해갈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토니 프래토 미 백악관 대변인은 “(영국·프랑스의 주장은)이미 G8이나 IMF 회의 때 나왔던 얘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라운 총리의 제안들은 그가 재무장관이었던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부터 얘기했던 것들”이라고 평가절하하며 “기업들을 더 강하게 규제하자는 주장은 미국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의 마틴 윌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 뒤 미국은 브레튼우즈 협정을 이끌어낼 힘이 있었지만 지금의 유럽에 ‘신 체제’를 주도적으로 만들 힘이 과연 있느냐”고 반문했다. 블룸버그는 거대 개도국들이 새 체제 논의에 어느 정도나 참가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에 新브렌트우즈 필요한가?>

기사입력 2008-10-14 00:56 / 연합뉴스 / 김영묵 특파원

새로운 시스템 필요성 부각 속 회의론 맞서

전 세계 금융시스템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정도로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이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국제적 노력이 무효했다는 인식 아래 새로운 국제 금융시스템 필요론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370억파운드 규모의 금융안정책을 발표한 영국 정부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국제금융의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라면서 신(新) 브레튼우즈 협정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신 브레튼우즈 체제 창설 필요성을 역설, 논의에 불을 지폈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 주(州) 브레튼우즈에 44개국 정부 당국자, 경제학자, 금융가, 법률가 등이 모여 국제적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도모하려고 만들어 낸 시스템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환율 안정을 위한 '달러 기준 고정환율제'와 전후 복구 등 국제 경제 부흥 및 안정 역할을 떠맡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의 창설을 핵심으로 한다.

그러나 60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달러 기준 고정환율제의 의미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이번 금융위기를 포함,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IMF와 세계은행의 기능에도 의문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결국, 국제 금융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할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이 브라운 총리와 라미 사무총장 등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에 의해 제기되기 시작했고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브레튼우즈 체제와 같은 '관리형' 시스템은 국제적인 자본 이동에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하게 되고 이는 국제적인 경제성장 둔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브레튼우즈로의 회귀가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론 역시 만만찮다.


신(新)브레튼우즈체제란?

자국의 화폐가치를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달러에 연동시키는 정책으로 독일 도치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이 기존의 브레튼우즈(Bretton-Woods) 체제에 빗대 만들어낸 용어다.

달러대비 적절한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수출을 확대하고 여기서 쌓인 외환을 미국의 금융자산(특히 국채) 등에 재투자하여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 구축과 안정에 기여해 왔다.

지난 97~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러시아 부도 때에도 수출 확대와 물가 안정을 통해 해당 국가들의 빠른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대응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올 여름 전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는 오히려 각국에 인플레이션을 급속도로 확대시키는 부작용을 가져 왔다.
 
 한편 브레튼우즈체제는 지난 1944년 서방 44개국 지도자가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세계 금융질서에 관해 합의한 기본틀을 말한다.

미 달러화 중심의 금태환 제도를 도입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창설에 합의, 2차세계대전 이후의 국제 금융질서를 새로 구축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쟁 비용 부담을 이유로 금과 달러의 교환을 정지함으로써 붕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