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6·25전쟁에서 뭘 하고 지금 한미동맹 시비하나
중국의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한미 군사동맹은 역사적인 산물이며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 현대 세계의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데 이어 29일에는 "이는(27일 브리핑 내용) 완전한 것이며 계통을 밟아 이뤄진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 측 추측처럼 친강 대변인이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다가 약간 튄 게 아니라 중국이 작심하고 한국 대통령이 중국 땅을 밟은 바로 그날 공식적으로 한미동맹을 시비했다는 말이다.
중국은 한미동맹 강화 움직임에 불편을 느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시비는 완전히 사리(事理)에 어긋난 것이다. 한미동맹의 토대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의 남침과 이를 지원한 중국 때문에 태어났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출발점이다. 김일성이 1950년3월 소련을 방문해 스탈린과 남침계획을 협의한 뒤 5월14일 중국의 최고 권력자 마오쩌둥(毛澤東)과 만나 남침계획을 승인받았다는 것은 소련 측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중국은 전쟁이 일어난 바로 그해 10월19일 25만의 군대를 압록강 건너 한반도에 내려보냈다. 마오쩌둥이 한국전쟁에 얼마나 열심이었나는 파견군 사령관으로 자신의 혁명 전우(戰友)이자 중국 10대 원수(元帥)인 펑더화이(彭德懷)를 지명하고 자신의 장남인 마오안잉(毛岸英)까지 파견군에 포함시켜 한국에 보냈다가 미군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중국의 군사개입으로 대한민국은 피바다와 쑥대밭이 됐고 한국 민족은 그후 60년 가까이 분단의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직접적으로 북한의 침략에서 대한민국을 방위하기 위한 조약이지만 이때를 교훈삼아 6·25 침략전쟁 같은 것이 재발하면 중국군이 다시 한번 압록강을 넘어올지 모른다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 중국이 자신들이 탄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인 한미동맹에 시비를 걸고 나오다니 억지도 그런 억지가 없다.
지금 김정일의 명령이면 언제든지 출동태세에 들어갈 북한군은 엄청난 화학무기와 세균무기에다 이제는 핵폭탄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그런 북한과 '북한이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 중국은 군사원조를 할 의무가 있다'(중조·中朝 우호협력조약 제2조)는 조약을 맺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런 사태에 대비한 한미동맹에 시비를 걸 수 있다는 것인가.
이번에 한·중은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格上)시켰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대통령이 중국 땅을 밟은 바로 그날 대한민국 생존과 평화의 기본 골격 중의 하나인 한미동맹을 허물라고 한 것을 보면 중국의 진심이 과연 무엇인지 의심이 솟지 않을 수 없다.
[사설] ‘이명박 외교’ 한계 확인시킨 중국 방문
기사등록 : 2008-05-28 오후 07:49:52 / 한겨례신문
어제 발표된 한-중 공동성명은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켜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나라 관계가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의 현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차원으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이 먼저 이런 관계를 제안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은 한계 또한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제 정상회담 직전 행한 브리핑에서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고 말했다. 시대와 상황이 크게 바뀐 만큼 ‘냉전시대 군사동맹’으로 지금 문제를 다루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미 동맹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이다. 무례한 측면이 있지만, 정상회담에서는 거론하기 어려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도 간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남북 양쪽의 친구로서 남북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충고했다. 공동성명도 한국 대북정책에 대한 언급 대신 남북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 3000’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바란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중국은 이 대통령이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데 대해서도 의구심과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다.
두 나라의 국익이 같지 않은 만큼 중국 쪽 문제제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번 방중을 자기 점검 계기로 삼지 않는다면 ‘이명박 외교’의 한계는 앞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 동맹 강화론에 매몰되지 않고 실질적 균형외교가 가능하도록 4강 외교의 틀을 다시 잡는 것이다. ‘미국 추종’으로 비치는 순간부터 한국 외교는 4강 모두에게 힘을 잃게 된다.
더 중요한 일은 남북 관계를 빨리 개선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기대어 북한을 압박하려는 듯한 지금의 정책 기조는 벌써부터 이명박 외교의 족쇄가 되고 있다. 한국 외교의 힘은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이를 깨달았다면 이번 중국 방문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다.
[사설] 中의 잇단 외교 결례에 입다문 정부
기사입력 2008-05-29 20:52 최종수정2008-05-29 21:39 / 세계일보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 중에 중국의 외교적 결례와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27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자는 ‘의미있는 합의’를 도출했지만 앞으로 실질적인 격상이 이뤄질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국빈 방문을 환영하는 임무를 맡은 외교부의 대변인이 앞장서서 결례를 범했다는 점은 중국 정부의 의도가 담긴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27일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산물”이라고 우리 외교·안보의 가장 큰 축을 폄하했다. 이 대통령 도착 당일에, 그것도 정상회담 직전에 외교적 관행이나 예의를 무시한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이뿐 아니다. 신정승 신임 주중대사의 신임장 제정이 27일에야 이뤄진 것도 논란거리이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방문 이틀째인 28일까지도 한국 대통령이 ‘노무현’으로 표기돼 있었다고 한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 관영언론이 비판적 평론을 싣고, 일본 총리 방중 때와 달리 이 대통령의 특별강연이 생중계되지 않은 것 등도 마찬가지 사례다.
대변인 발언이 논란이 되자 중국 외교부는 “한미 동맹이 역사적 유물이란 뜻이 아니라 역사의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을 뿐 사과 등의 성의를 보이진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측은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통령 방중 기간이라는 상황을 감안해도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처사다. 매번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나서는 것도 문제이겠지만 ‘의도적 결례’조차 대응하지 않는 일이 되풀이되면 나중엔 아예 대놓고 무시할 게 아닌가.
이 대통령이 오늘 쓰촨성 대지진 피해현장을 방문해 ‘위문 외교’를 벌이기로 하는 등 우리 측이 성의를 다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의 결례는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동맹관계인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중국 입장을 감안해도 그렇다. 이명박 정부는 중국 방문을 계기로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용외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