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 Articles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시대가 오는가

<인플레이션 고통 심하다는데 환율ㆍ금리 처방 먹힐까?>

기사입력 2008-07-05 04:11 | 최종수정2008-07-05 09:41 / 매일경제 / 전종우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




◆쉽게 풀어쓰는 경제◆

인플레이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경제 위기설이 나돌고 있는 베트남의 지난달 물가는 25.2%나 폭등했다. 같은 달 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6%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브라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6%에 달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나타낼 만큼 위협적이다. 유로존 물가상승률도 3.7%로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보통 통화량 공급이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늘어나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사재기에 나서면 물가는 더 뛰게 된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면 물가는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다. 인플레이션이 만성화하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가계 실질소득은 감소한다. 소비가 줄고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도 있다.

◆ 인플레이션의 주범

= 최근 인플레이션의 주범은 무엇보다 고삐 풀린 '유가'다.

'3차 오일쇼크'란 말이 공공연히 나올 만큼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비산유국으로서 국내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1974년 1차 오일쇼크 때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24.3%까지 치솟았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때는 무려 28.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올해 들어서만 40% 이상 급등하면서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9%를 기록했고 6월 들어서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5.5%를 나타냈다.

이 같은 고유가로 인한 공업제품 가격 상승세와 함께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급등도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2002년 이후 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초반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왔으나 수입 물가가 상승세로 반전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그동안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달러 대비 원화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수입 물가 상승을 억제해 왔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원화값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이 돈을 풀면서 전 세계에 유동성 폭탄이 떨어진 것도 물가 상승의 배후다.

시중에 풀린 단기자금이 원유 곡물 등 상품시장에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국내 유동성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7년 8월까지 한국은행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한 후 유동성 증가세는 다소 둔화됐지만 올해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로 수익증권 판매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은행권 2년 만기 예금상품 수신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 같은 유동성 증가세는 물가 상승의 잠재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인플레이션 어떻게 잡나

= 최근 정부는 물가 안정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 강세를 유도함으로써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고유가 기세가 워낙 강해 수입업체 달러화 결제수요 급증으로 인해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외환보유액을 이용한 인위적인 달러화 매도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도 없다.

금리 인상이나 지급준비율 인상, 대손충당금 상향 조정 필요성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2007년 8월 이후 금리 인하 시기만을 저울질하던 한국은행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제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물가 상승은 유가 등 비용 측면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잡아봐야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게다가 경기 하강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금리 인상이 자칫 신용경색을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물가 안정이 민생 안정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신용경색 확산은 다시 민생을 위협하는 악재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5.8% 라는 높은 수준을 나타냈지만 2007년 1분기 성장률이 너무 낮은 데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내용 면에서는 민간 소비지출 증가가 지난해 4분기 4.6%에서 올해 1분기 3.4%로 둔화된 데다 설비투자 증가세는 6.5%에서 1.4%로 뚝 떨어졌다.

지급준비라는 제도는 수신예금 중 일정 비율(요구불예금은 7%, 정기예금과 같은 거치식예금은 2%)을 한국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해야 하는 의무다.

따라서 지준율을 올리면 간접적으로 수신된 예금을 활용해 시중에 대출해줄 수 있는 여유자금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중유동성과 대출여력을 억제시키는 제도이며 궁극적으로 대출금리 인상효과를 발휘하는 점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취할 수 있는 대손충당금 설정은 금융회사 대출액 중 일정 부분을 향후 손실 발생이 가능한 부분으로 가정하고 그에 대비한 자금을 묶어놓는 제도다. 대손충당금을 올리면 기업과 가계 등에 대출해줄 수 있는 자금에 대한 손실보정액을 상향 조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금융사로서는 대출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직접적인 유동성 억제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미 내수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시점에서 직접적으로 유동성을 억제하면 기업 자금 사정을 단기간에 급속히 악화시켜 연체율 상승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염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 스태그플레이션 차단 '올인'>

기사입력 2008-07-02 13:30 / 연합뉴스 / 이상원, 박용주기자

물가.민생 안정..유동성.공공요금 관리

물가관리와 성장률 추락 방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정부가 2일 발표한 올해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은 물가 안정과 민생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고 있다. 이는 폭등하는 물가를 관리하면서 성장률 추락을 막아 스태크플레이션을 차단함으로써 서민 경제를 추스르겠다는 의미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민생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힌데 이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하반기 정책기조는 물가와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대한 보도자료의 제목을 `경제안정 종합대책'이라고 달아 놓은 것에서도 이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을 막아라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물가와 민생 안정에 무게를 둔 것은 대외경제의 여건 악화로 유발된 현재의 어려움을 풀 수 있는 마땅한 정책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유가.곡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선진국 경제 위축,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섰고 소비.투자 등 내수가 침체돼 하반기 성장률이 3%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내적으로는 쇠고기 파동과 파업 등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경기 부양 정책은 물가 상승을 더 부채질 할 수 있고 물가 안정 만을 위한 금리 인하 등의 통화정책은 경기 둔화를 가속할 있다.

이에 따라 경제 정책의 우선 순위를 물가와 민생에 둬 이들 부문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 성장 전망 대폭 하향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의 6% 내외에서 4% 후반대(4.7%), 취업자 증가 수는 35만명 내외에서 20만명 내외로 대폭 내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 내외에서 4.5% 내외로, 경상수지 적자 는 70억 달러 내외에서 100억 달러 내외로 늘려 잡았다.

3월 수치가 목표치이고 이번 수치는 말 그대로 전망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시 지표들의 하향 조정 폭이 상당히 커 정부 스스로 대외여건 악화로 인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중반까지 치솟은 만큼 물가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고 4% 후반대의 연간 성장률 자체는 크게 비관적이지 않지만 성장률이 5%대가 넘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엔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어 경기 하강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서민 생활 안정에 비중을 둔 것이다.

◇ 서민 지원..물가관리 '올인'

정부는 우선 물가 관리를 사이버 농.수산물 거래소 설립, 대리점과 주유소 간 수평거래 허용 등 농수산물과 석유제품의 유통구조 개선, 경쟁 촉진을 통해 이들 부문의 가격 안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수입원자재에 대한 중소기업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올해 말로 종료되는 긴급할당관세를 연장하고 가격이 급등한 수입원자재와 일부 완제품의 관세를 추가 인하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서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철도.상수도.고속도로 통행료 등은 하반기에도 동결하고 일부 요금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상시기를 분산하기로 했다.

상.하수도, 쓰레기 봉투 등 지방공공요금도 원가절감을 등을 통해 안정을 유도하고 공공요금 안정에 노력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햇다.

구조적 노력 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과도한 시중 유동성의 관리를 위해 가계대출, 인수합병(M&A) 대출 등에 대해 건전성 차원의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건전하게 이뤄지는 대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은 계속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출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대출까지 어려워지면 서민의 자금난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급등한 물가와 둔화된 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 대한 대책은 생활지원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전세자금을 보전해주는 주택 바우처 도입, 서민 전세자금 지원 확대, 금융 연체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채무재조정, 카드매출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설정한 뒤 매출이 발생하면 상환하는 소상공인 네트워크론 등이 주요 지원 내용이다.

아울러 청년 인턴을 고용한 중소기업에 임금의 50%를 지원해주는 청년인턴 지원제도,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확대, 보육료를 부모에게 직접 지급 등의 대책 등을 통해 취약 계층인 청년, 여성, 노인들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규제 개혁,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소득세 등 전반적인 세부담 완화 등 투자 활성화와 소비기반 확충, 기업환경 개선, 신성장동력 창출 등에 필요한 대책들도 경제운용방향에 포함시켜 경제의 성장능력을 확충해 나간다는 MB노믹스의 기본틀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 전문가 "물가.민생 방향은 맞는데.."

정부가 물가와 민생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두고 각종 대책을 내놨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물경제 흐름과 괴리됐던 경제전망치를 수정한 것도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다만 고유가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또 이번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물가와 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경기의 추가 악화를 막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며 "다만 건설투자에 대한 추가 지원이나 대출금리 인상 압력에 대한 완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세계잉여금이 계속 생기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현실과 상당히 괴리돼 있었던 전망치가 수정되면서 정책 방향이 다시 조정된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가계가 상당한 금리 충격을 받고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상무는 "최근 물가 상승은 수요보다 비용 측면에서 발생한 것인데 비용에 대한 대책은 약하고 수요에 대해선 불필요한 대책이 들어간 것 같다"며 "대중교통이나 화물운전자 등에게 직접 보조금을 줘 유가 상승에 따른 2차 파급 효과를 차단하려는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기사입력
2008-06-28 12:16 / 매경Economy / 명순영기자

이중고(二重苦)다.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더디다.

유가 파고가 생각보다 거세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에 근접했다. 승용차를 몰기가, 장을 보러 가기가 무서울 정도다. 성장세도 꺾였다. 수출이 그나마 힘을 내지만 소비시장은 힘을 잃었다. 경제가 주춤하니 은행통장은 비고 지갑은 가볍다. 보통 사람들의 고통지수는 높아져만 간다.

최근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뜨겁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라는 피하고 싶은 상황. 정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손을 내젓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환경은 이미 심각한 단계에 들어섰다.

매경이코노미는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변화를 점쳐봤다. 스태그플레이션 시대, 어떻게 재테크에 나서야 할지도 살펴봤다.

◆ 스태그플레이션 오나… 이미 진행중, 유가가 최대 변수

= 물가 관리를 책임진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현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단계에 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반면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듯하다”며 반대의 의견을 냈다. 왜 이렇게 다른 목소리가 나올까.

현재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

물가 위험수준 수출이 버텨



우선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진다. 수치로 나타내기에는 침체와 물가의 정량적 기준이 둘 다 모호하다.

경기침체(Recession)는 미국에서 사용하는 정의를 적용시켜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때 ‘침체’라고 부른다.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한국의 경제성장은 아직 괜찮다. 지난 1분기 5.8%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경제학적 의미로 엄밀하게 말해 한국이 침체에 빠져들었다고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국내 경제를 이 틀에 곧이곧대로 맞출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고성장 국가군(群)에 속한다. 과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자랑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소한 5%가 넘는 성장세를 보여왔다. 때문에 경기침체를 구분하는 선도 미국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얘기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인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본다면 성장률이 높은 한국은 연간 2~3%대로 정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들도 대체로 3% 선을 제시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위원 등은 “5%대 경제성장을 달려온 한국이 3% 미만을 기록할 때는 침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보다 더 느슨하게 수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기준은 잠재성장률. 이는 한 나라가 인위적으로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능력이라고 보면 맞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4.8%. 주이환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둔화를 폭넓게 해석한다면 4.8%보다 성장률이 떨어졌을 때 경기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면 성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써야 한다는 뜻이고 둔화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성장률 4%·물가 3.5% 기준

그렇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부를 수 있는 물가 수준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역시 ‘얼마 동안의 기간에 몇 % 이상 상승할 때 인플레이션이다’라고 선을 그을 만한 정의는 없다. 그래도 비교적 분명한 기준선이 있다. 바로 한국은행이 제시하는 물가안정 목표치(3%±0.5%)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물가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최대치로 잡았던 3.5%를 훌쩍 넘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무려 4.9%를 기록했다. 6년 11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5% 성장률을 가정한다면 6~7%대 물가상승까지는 시장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주원 연구위원은 “과거 오일쇼크 때는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였다”며 “한국도 10%는 넘어서야 하이퍼(Hyper) 인플레이션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매경이코노미는 경제학의 엄밀한 기술적 정의를 인용하는 대신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도로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준점을 잡아봤다.

먼저 성장의 기준은 한국은행과 민간연구소가 제시한 잠재성장률의 최저치인 4%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주도하는 산업구조다. 경제성장률이 4%라고 해도 내수소비가 2%대로 가라앉았다. 실제로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툼해지려면 적어도 4% 이상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가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넘는 3.5%를 기준선으로 잡았다. 이 같은 성장둔화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때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 규정할 수 있다. 한국은 이 기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인플레이션 국면에 놓여 있다.

향후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적신호’ 대세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성장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물가를 잡는 경우다. 정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747공약(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에도 나타나듯 이명박정부는 정권 초기 정책기조를 성장에 무게를 뒀다. 다른 쪽으로는 MB물가지수를 만드는 등 물가도 잡아보려 했다.

결과적으로는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 유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정부는 물가안정으로 정책 방향을 돌렸고 수입물가를 상승시켰던 고(高)환율 정책을 포기했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고유가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 역량을 모두 동원하겠다”고까지 했다.

문제는 유가가 전적으로 외부변수라는 데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투기자본이 빠지며 유가가 떨어진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중국 성장세 하락, 강달러화로 인해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재 연구위원은 “130달러를 넘어서며 최고점을 찍었다”고 하락세를 점쳤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상승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 때문에 이 시나리오는 정부의 정책기조 전환에도 불구하고 달성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유가와 함께 구리와 철강 등 광물 가격,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의 이슈라는 점에서도 돌파구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많은 아시아국들이 물가상승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도 아시아 경제는 서구보다 고유가와 식량가에 따른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구조라면서 세계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까지 했다.

약(弱)스태그플레이션에 공감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단정적으로 규정짓지는 않으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적(的) 현상’ ‘약(弱)스태그플레이션’ ‘저(低)성장 고(高)인플레이션 국면’ 등의 용어를 쓰면서 향후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금보다 물가가 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지는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그 압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역시 유가를 그 첫 번째 이유로 든다. 과거 세계 경제는 두 차례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모두 오일쇼크와 관련 있었다.

74년 1차 오일쇼크 때 주요 선진국들은 두 자릿수 물가상승과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은 12.3%에 달했고, 경제성장률은 1년 사이에 6%포인트나 빠졌다.

한국도 73년 99%나 신장했던 수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는 등 2년간 고통을 겪었다. 80년 오일쇼크 때 우리나라는 5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2.7% 성장을 기록했고, 물가는 44%나 폭등했다. 현재의 상황도 오일쇼크 때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2%대 안정적인 상승률을 기록하던 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아 5%로 치솟았다.

한국 경제는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도 낮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결과도 유가에 대한 두려움이 그대로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한국 경제 위험요인으로 유가상승에 따른 물가불안을 가장 첫번째로 꼽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유가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진행 가능성이 꽤 높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안심했던 성장도 불안하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수출이 경기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유가, 원자재값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마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아주 짙다. 실제로 전문가 대부분이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1분기는 예상과 달리 5.8%라는 괜찮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하반기 전망치는 3%대에 의견이 모아진다. 5%대에서 3%대로 뚜렷한 하향세를 나타낸다는 얘기다.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가상승 정도에 따라 ‘강(强)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거칠게 숫자로 표현하자면 골드만삭스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전망한 대로 유가가 200달러에 육박할 때 이런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간 거시계량 모형’으로 200년 두바이유의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200달러로 상승하는 경우를 가정해봤다.

그 결과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이 각각 7.5%포인트와 3.1%포인트 하락하고, 212억달러의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며 경제성장률이 4.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이 배럴당 100.54달러일 경우 경제성장률이 4.7%로 전망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차 오일쇼크 때처럼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요국 총재들, 인플레 확산 우려 한 목소리>


기사입력
2008-07-01 12:00 / 연합뉴스 / 조재영기자

해외 주요 국가 중앙은행의 총재들이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8∼30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제78차 국제결제은행(BIS) 연차총회'에 참석한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미국의 경기부진 등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재 및 식료품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향후 전반적인 물가수준과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적절한 운용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또 최근의 상품 가격 급등을 단기적인 공급 충격으로 이해하는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 파급효과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은은 전했다.

이번 회의에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 이성태 한은 총재 등이 참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되나>

기사입력 2008-07-01 16:10 / 연합뉴스 / 윤근영 조재영 이준서 기자

한국경제가 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는데도 물가는 가파르게 솟아 오르는 `저성장, 고물가'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가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성장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당국은 금리를 비롯한 경제통제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을 주시하면서 각종 경제정책을 중립적으로 펴나가는 등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경제성장률 빠르게 하락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물가가 갈수록 불안한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비교적 조심스런 한국은행도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3%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12월에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4.9%, 하반기 4.4%로 연간 4.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수정전망에서는 상반기 5.4%에서 하반기에는 3.9%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반기 성장률 예측치를 0.5%포인트나 조정한 것이다.

분기별로는 4.4분기가 3.4분기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가 올해 내내 하강곡선을 그린다는 뜻이다.

한은은 수출이 양호하지만 내수 부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 3.2%에서 하반기 2.7%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산업활동동향도 경기하강이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여졌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3으로 전월에 비해 0.2포인트 내려가 4개월째 하락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0.5%포인트 떨어 6개월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통계청은 "순환변동치가 4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가 하강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뜻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각종 경제지표 일제히 적신호

다른 지표들도 일제히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3억7천750만달러로 전월의 15억8천만달러에 비해 줄었으나 작년 같은 달의 8억3천910만달러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5월에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9억10만달러 적자)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경상수지 악화는 환율상승과 함께 국내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소비를 위축시켜 내수를 짓누르는 결과를 초래한다.

투자도 8년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의 기계류 투자는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0.9%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의 설비투자 총지수의 전년대비 증감률은 작년 11월 10.4%, 12월 10.1%였으나 올해 1월 -1.8%, 2월 -1.9%, 3월 0.9%, 4월 -2.0% 등으로 감소세 기조를 유지하고있다.

이런 투자위축은 하반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기관들은 전망하고 있다. 투자위축은 내수를 짓누를 뿐아니라 잠재성장률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욱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2천9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30일 내놓은 `6월 기업경기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6월 업황지수(BSI)는 77로 전월의 85에 비해 8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06년 8월의 7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의 채산성 BSI는 6월에 68로 전월의 76에 비해 8포인트 떨어졌다. 이 지수는 98년 3.4분기의 53 이후 가장 낮다.

◇ 유가 상승지속땐 스태그플레이션

고물가-저성장이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면 정부가 어떤 처방을 내놓아도 문제 해결이 어렵고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도 커진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 5%대의 높은 물가와 3%대의 낮은 성장을 기록하겠지만 스태그플레이션 단계까지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천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물가, 저성장은 맞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성장률이 2% 근처로 떨어져야 침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망은 유가가 하반기 평균 120∼130달러대에서 통제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근거로 하고 있다.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로 치닫는다면 경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재의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초기국면이라는 진단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지난 몇 년동안 고성장-저물가에서 저성장-고물가 국면으로 바뀐 점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히고 "재정.금리정책을 중립적으로 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우 한국경제에 대해 연간 4.1% 성장치를 내놨는데, 이는 하반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2000년 IT버블 붕괴, 2003년 카드사태 이후로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진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사설] 스태그플레이션 비상대책 세워야

기사입력
2008-07-01 18:33 / 한국경제

한국은행이 어제 내놓은 하반기 경제전망은 모두가 우려(憂慮)하고 있는 '저성장 고물가', 다시 말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경제활력이 살아나기도 전에 아예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한은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당초 전망(4.4%)보다 훨씬 낮은 3.9%로 내려 잡고,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처음 예상치인 3.1%보다 무려 2.1%포인트나 높은 5.2%로 내다봤다.

통계청 발표에서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5%를 기록했고 보면 '성장률 3%대 추락과 5%가 넘는 물가급등'이 공식화된 셈이다,그뿐만이 아니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당초의 30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신규 취업자 수는 연말 30만명에서 19만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거시 지표들이 하나같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유가를 비롯해 나라 안팎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전망치들이 별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희망이 보이지 않는데다 이렇다할 해결책도 없다는 점이다.

한은이 고유가와 고환율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 본 것만 해도 그렇다.

수출증가율 둔화는 성장률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 경제가 헤매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사정인 이런데도 온 나라가 쇠고기 문제에 함몰돼 정부는 중심을 잃고 국정과 경제 정책은 아예 실종된 상태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비상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더 이상 쇠고기를 둘러싼 갈등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를 위한 정부의 경제정책 리더십 회복과 비상대책 수립이 최우선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기업의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투자 또한 급선무(急先務)다.

지금처럼 손놓고 있다가는 정말 우리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사설] 경기침체 속수무책인가?

기사입력
2008-07-01 12:45 / 아시아경제

최근 우리 경제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가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모습이다. 어제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각각 발표한 각종 경기 지표도 한결 같이 경제가 내리막 침체수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통계청의 '5월 산업활동 동향'은 산업 생산과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설비투자의 감소세가 확대되는 등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는 각각 4개월, 6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해 하반기 경기가 더 한층 위축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6월 기업경기(BSI)조사' 결과에서는 유가 상승과 경기 하강으로 인해 제조업 채산성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체감경기 역시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6월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달 85에서 77로 8포인트가 하락해 1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7월에는 상황이 더욱 나빠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놓고 국제 원유가, 원자재 등 해외 요인만을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정 운영의 혼란, 리더십의 부재, 경제 정책 운용의 미숙, 과격 양상의 촛불집회 등이 경기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함께 반성해 봐야 한다.

어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 관련 14개 단체가 "외환위기 때보다 경영이 더 어렵다"고 호소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자성을 요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침체 가속화에 브레이크를 걸려면 국정 안정과 함께 국회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 머뭇거려온 정부 부처의 개각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국정시스템도 하루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국회도 7월 시행 예정이었던 고유가 종합대책 관련법안 등 민생관련 법안 처리를 서둘러줘야 응급 수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설] 고유가 비상대책에 ‘비상 ’이 없다

기사입력
2008-07-01 12:30 / 헤럴드경제

정부도 소비자도 고유가에 태평한 모습이다. 정부가 발표한 비상대책은 한가하기 짝이 없고 소비자의 ‘나 홀로’ 차량은 여전하다. 정부는 유가가 150달러(두바이유 기준)와 170달러를 넘을 경우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구사한다지만 30일 현재 143달러에 이르렀다면 그때를 기다릴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과다소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1000억달러의 세계 제5위 석유수입국이 무색할 정도로 출근시간대 통행차량의 80%가 ‘나 홀로’차량이다. 지하철과 시내버스 안은 너무 추워 겉옷을 준비해야 할 지경이다. 유흥업소 네온사인은 불야성을 이루며 심야영업이 한창이다. 점심시간대 공공기관 사무실 전등은 아직도 환하게 켜져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오일쇼크 기준유가인 150달러에 이르지 않았다며 만사태평이다.

석유 소비와 수입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 장관의 고유가에 대비한 담화문 한마디 없다. 나라가 온통 쇠고기와 촛불시위에 매달린 줄 알지만 소관 장관이라면 자기 분야의 위기 요소를 수시로 점검하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위기가 코앞으로 닥쳤는데 굳이 150달러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이래서 ‘강부자’ 내각 소리를 듣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공공부문의 차량 부제 운행, 사무실 냉난방 온도 및 조명 조절 조치 등을 당장 시행해야 한다. 특히 대형화한 장.차관과 공공기관 CEO부터 사용을 자제하고 셔틀버스나 대중교통 이용을 솔선해야 한다. 은행.증권 등 금융기관과 백화점, 대형 건물 등의 냉방 하한온도를 올려야 한다.

정부의 비상대책은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가능하게 짜여져야 할 것이다. 시늉만의 대책은 안 된다. 냉난방 온도의 상.하한선을 지키지 않는 대형 건물에 과태료 부과 등의 탁상행정이 과연 지켜지는지 점검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4800만 전 국민의 에너지 절약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고, 정부가 스스로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가능하다. 찜질방 유흥업소 등의 에너지 사용 제한, 가로등 및 옥외조명 제한 등의 시행시기를 뜸들일 이유가 없다. 유류세 10조원 환급 등의 선심정책보다 원자력발전소 증설, 재생 및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중장기 대책이 더 시급하다. 임기응변식 전시행정으로는 오일쇼크 위기를 넘길 수 없다.


[열린세상] 금리인상의 득과 실

기사입력 2008-06-24 01:33 / 서울신문 /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이 결국 금리 또는 지급준비율 인상을 통한 긴축통화정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시중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물가상승률이 당초의 목표치인 3.5%를 크게 넘어 5%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의 득실을 좀 더 신중히 고려해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행의 주장과 같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한국은행의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임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낮추어 앞으로 물가가 더 높아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또 계속 늘고 있는 과잉유동성을 줄여 초과수요에 의한 물가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이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손실 또한 크다. 먼저 급격한 경기침체로 인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다. 금리를 높이거나 지급준비율을 높일 경우 시중 유동성이 줄면서 신용경색이 오게 된다. 이러한 경우 그러잖아도 유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로 가라앉고 있는 내수경기가 더욱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중소기업의 도산 또한 늘어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내수침체가 심화될 경우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본이동이 활발하지 않던 시기에는 유가상승으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먼저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어 물가를 안정시키는 안정 성장정책이 유효했다.1,2차 석유파동시에 독일과 일본은 이 정책을 실시,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높은 성장도 이루었다.

그러나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높이는 경우 대부분의 신흥시장국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겪게 된다. 그러잖아도 침체된 내수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기업도산과 부실대출 증가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고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기침체와 기업도산은 외화차입을 더욱 어렵게 해 외환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외환위기 전에도 금리를 높이고 대출을 줄였다가 외화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금리인상의 또 다른 손실은 물가를 잡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번의 물가상승은 유가상승 때문이다. 원유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입물가가 높아져 국내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기대를 줄이고 수요를 줄인다고 높아진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 원인을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중 유동성 또한 줄이기가 어렵다. 자본시장이 개방된 지금 시중유동성은 다양한 경로로 늘어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이 금리를 높여 유동성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환율이나 외국의 금리 그리고 국내외 투자수익률에 따라 해외에서 돈이 들어오거나 대출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중유동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리정책의 유동성 조절기능이 크게 약화되어 있다.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은행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높여 봤지만 시중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사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금리인상의 득과 실을 살펴보면 지금은 금리인상의 득보다 실이 큼을 알 수 있다. 인플레이션도 문제지만 과도한 경기침체로 인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염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들은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추가적인 손실을 우려해 미리 문을 닫고 있으며, 시중에는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온다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혼란으로 우리경제는 점차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또 다른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긴축금융정책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 압박 심화에 각국 중앙은행 `곤혹'>

기사입력
2008-06-23 11:15 / 연합뉴스 / 김중배기자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 징후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대응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이 23일 보도했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정책을 통해 대처하고 있으나 에너지와 식량 등 가격 앙등 현상이 겹친 데 따른 경제침체 우려가 정책 마련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석유가 인상에 따른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은 9월말까지 지속되리란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인도의 도매물가 상승률은 지난 7일까지 한 주간 작년 동기 대비 11.05%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1995년 2월 이래 최고치였다.

독일의 생산자물가 상승률 역시 이달 들어 26년래 최고치에 달했으며 홍콩 역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대비 5.7%에 이르렀다.

인플레에 대응하는 각국의 대응책은 조심스럽지만 복합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25일 열릴 정책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2% 수준으로 동결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인플레 비율이 5%에 이르는 멕시코의 중앙은행은 지난 20일 기준금리를 7.5%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멕시코 중앙은행이 7월에나 단기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를 차지하던 상황 속에서 예상 밖의 조치였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내달 3일 회의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앞서 지난 10개월 간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ECB의 목표치인 2% 미만을 상회했다.

중국의 경우 통화정책보다는 가솔린 및 디젤가격을 각각 17%, 18%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자국내 석유 수요를 줄여 전 세계적인 석유가 급등 현상을 조절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석유가격 조정보다 인플레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달 중국의 인플레 수치가 7.7%였는데 석유가 인상 조치가 1%포인트에 이르는 상승률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또 인도의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매우 어려운 시기이며 수요와 통화 면에서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조세감면 등의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FT “물가 안정이냐 성장이냐…아시아, 딜레마에 빠졌다”>


기사입력
2008-06-20 03:09 / 동아일보 / 성동기기자

올해 아시아 지역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각국 정부에 인플레이션[각주:1]을 차단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려면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필요가 있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빠른 경제성장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믿음이 강한 데다 많은 정부가 성장 정책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전체의 소비자 물가는 4월에 7.5% 상승했다. 이는 9년 반 이래 최고 수준이며 1년 전 3.6%에 비해 배 이상 높은 것이다. 20%대의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에서는 폭동이 발생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이 현재의 자원 위기를 1970년 석유파동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비유했을 정도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아시아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아시아 지역이 특히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는 국내 소비에서 식료품의 비중이 매우 높다. 중국은 33%, 인도는 57%에 이른다. 또 아시아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환율과 통화정책을 통해 투자와 성장을 촉진시켜 온 결과 이런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아시아 국가들이 적절한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한층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위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 화폐가치가 하락하여 물가가 전반적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제현상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