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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미래

기사입력 2008-09-22 18:03 | 최종수정2008-09-24 10:54 / Economist

지난해 중반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채권 증가와 이를 기초로 한 유동화 상품에 대한 신용경색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수 주간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과 국유화,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및 BOA의 메릴린치 합병,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인 AIG에 대한 구제금융, 그리고 모건스탠리에 대한 중국 금융기관의 인수설 등 이번 사태의 파급 효과가 지난 20여 년간 세계 금융시장의 축을 이루고 있던 대형 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이 치중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 무엇이고,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숙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금융위기는 비교적 자주 있어왔던 사건이다. 1920년대 이후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심각한 금융위기는 총 일곱 번이었다. 12~1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이 중 세 번은 2000년에 있었던 ‘닷컴’업계의 붕괴와 같이 주식시장의 폭락에 국한된 것이고, 은행권에 대한 영향은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네 번은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은행권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졌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의 순환성이 위기사태에 이르게 한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즉 ‘부동산 시장의 호황-대출 확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과정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이전의 금융위기에서도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조장하게 된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1년 말부터 금리를 계속 내렸고, 결과적으로 2002~ 2005년간 연준의 대출금리(Fed Fund Rate)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네거티브 이자율을 보이게 된다.(표 참조)

저금리가 몰고 온 파동

이와 같이 연준의 단기금리가 장기간 네거티브가 된 시기는 약 30년 전인 1974~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경우에도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이 같은 기간 중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 시기에 안전한 단기채보다는 모기지 유동화 상품과 같은 장기채 시장으로 몰리게 되고, 따라서 주택금융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과거의 금융위기와 비교해 몇 가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크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서만 3000억 달러 이상의 신용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액수는 미국 모기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의 부도율이 올라감에 따라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부실채권의 증가가 크레딧카드, 상용 부동산 대출, 회사채 등으로 확산될 경우 손실 규모는 대폭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규모도 커질 전망인데, 이미 실시한 패니메이·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 달러만 해도 20년 전 미국 저축은행 대량 도산사태 때의 재정지원 총액 1800억 달러보다 (그 당시의 화폐가치로) 더 큰 액수다.

둘째,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발 빠른 대응이 있어 왔다. 미국 연준과 재무부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한 유동성 공급, 베어스턴스 매각에 대한 금융지원, 그리고 위에서 열거한 시장개입 등을 통해 사태의 확산을 막아 왔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다른 매우 적극적 조기 대응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미국의 금융기관들도 지난 한 해 동안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조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모기지 무조건 비판은 말아야

셋째는 CDO, CDS 등 파생상품이 대량으로 거래된 것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다. 2003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이와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의 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는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손실 규모나 그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투자심리 위축과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상품의 개발 및 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던 투자은행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중요한 여파라고 하겠다. 금융공학기법을 사용해 이들 상품의 구조화와 가격산정을 해왔던 투자은행들은, 그들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정확한 가격산정과 적용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투자자 보호보다는 거래관리자와 회사의 수입을 극대화했다는 모럴해저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그들의 생명선과도 같은 투자자 집단으로부터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게 되었고, 이를 회복하는 것이 신용경색을 해결하는 필요조건이 되었다. 그러면 이 사태가 주는 장기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투명성 제고와 감독기능의 강화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파생상품들은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고, 발행기관이나 심지어 그 상품의 개발을 담당한 ‘천재적인’ 금융공학전문가들조차도 그에 내재한 현금 흐름과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정기적인 모니터링, 자료공개, 자기자본 기준의 설정 등을 통한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를 요하는 것은 특정상품에 대한 ‘신화적’인 비판이다. 이번 사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한 유동화 상품의 부실과 그에 따른 여러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모기지유동화상품(MBS) 전반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프라임 MBS와 서브프라임 MBS는 담보물, 조기상환위험의 관리, 신용보완 방법 등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상품이다. 전자는 현재도 저소득층 등을 위한 서민주택금융의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모기지 유동화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마치 어느 음치가 노래를 망쳤다고 해서 그 노래를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미국 투자은행이 향후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5대 투자은행 중 3개는 이미 그 이름이 사라졌고, 1개는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마지막 남은 골드먼삭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들의 몰락과 함께 상업은행의 화려한 부활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몇 개 투자은행은 사라져도, 투자은행의 기능은 세계화되어 가는 금융시장에서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20여 년간 이들 투자은행은 세계 각국의 가계, 기업, 정부 부문에 도매적인 자금조달 방법을 통해 유동성을 제공해 왔다. 이번 사태로 이들의 가격산정 능력이나 모럴해저드 등의 문제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기능을 적절하게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채권 증가와 이를 기초로 한 유동화 상품에 대한 신용경색으로 시작된 금융위기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수 주간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지원과 국유화,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및 BOA의 메릴린치 합병,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인 AIG에 대한 구제금융, 그리고 모건스탠리에 대한 중국 금융기관의 인수설 등 이번 사태의 파급 효과가 지난 20여 년간 세계 금융시장의 축을 이루고 있던 대형 업체들로 번지고 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통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당국과 시장참여자들이 치중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 무엇이고,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숙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금융위기는 비교적 자주 있어왔던 사건이다. 1920년대 이후 미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심각한 금융위기는 총 일곱 번이었다. 12~1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이 중 세 번은 2000년에 있었던 ‘닷컴’업계의 붕괴와 같이 주식시장의 폭락에 국한된 것이고, 은행권에 대한 영향은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네 번은 부실채권 증가로 인한 은행권의 재정건전성 악화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졌다. 이 경우 부동산 시장의 순환성이 위기사태에 이르게 한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즉 ‘부동산 시장의 호황-대출 확대’ ‘부동산 시장의 침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과정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이전의 금융위기에서도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조장하게 된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미국의 통화정책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1년 말부터 금리를 계속 내렸고, 결과적으로 2002~ 2005년간 연준의 대출금리(Fed Fund Rate)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네거티브 이자율을 보이게 된다.(표 참조)

저금리가 몰고 온 파동

이와 같이 연준의 단기금리가 장기간 네거티브가 된 시기는 약 30년 전인 1974~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경우에도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이 같은 기간 중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 시기에 안전한 단기채보다는 모기지 유동화 상품과 같은 장기채 시장으로 몰리게 되고, 따라서 주택금융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과거의 금융위기와 비교해 몇 가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첫째,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크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에서만 3000억 달러 이상의 신용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 액수는 미국 모기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의 부도율이 올라감에 따라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부실채권의 증가가 크레딧카드, 상용 부동산 대출, 회사채 등으로 확산될 경우 손실 규모는 대폭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규모도 커질 전망인데, 이미 실시한 패니메이·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 달러만 해도 20년 전 미국 저축은행 대량 도산사태 때의 재정지원 총액 1800억 달러보다 (그 당시의 화폐가치로) 더 큰 액수다.

둘째,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의 발 빠른 대응이 있어 왔다. 미국 연준과 재무부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방법을 통한 유동성 공급, 베어스턴스 매각에 대한 금융지원, 그리고 위에서 열거한 시장개입 등을 통해 사태의 확산을 막아 왔다. 이는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다른 매우 적극적 조기 대응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미국의 금융기관들도 지난 한 해 동안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기자본을 조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모기지 무조건 비판은 말아야

셋째는 CDO, CDS 등 파생상품이 대량으로 거래된 것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다. 2003년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이와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의 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는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손실 규모나 그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투자심리 위축과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상품의 개발 및 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던 투자은행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중요한 여파라고 하겠다. 금융공학기법을 사용해 이들 상품의 구조화와 가격산정을 해왔던 투자은행들은, 그들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정확한 가격산정과 적용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투자자 보호보다는 거래관리자와 회사의 수입을 극대화했다는 모럴해저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그들의 생명선과도 같은 투자자 집단으로부터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게 되었고, 이를 회복하는 것이 신용경색을 해결하는 필요조건이 되었다. 그러면 이 사태가 주는 장기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자본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투명성 제고와 감독기능의 강화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파생상품들은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고, 발행기관이나 심지어 그 상품의 개발을 담당한 ‘천재적인’ 금융공학전문가들조차도 그에 내재한 현금 흐름과 리스크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정기적인 모니터링, 자료공개, 자기자본 기준의 설정 등을 통한 금융감독 기능의 강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를 요하는 것은 특정상품에 대한 ‘신화적’인 비판이다. 이번 사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한 유동화 상품의 부실과 그에 따른 여러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모기지유동화상품(MBS) 전반에 대한 거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프라임 MBS와 서브프라임 MBS는 담보물, 조기상환위험의 관리, 신용보완 방법 등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상품이다. 전자는 현재도 저소득층 등을 위한 서민주택금융의 효율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모기지 유동화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마치 어느 음치가 노래를 망쳤다고 해서 그 노래를 비난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미국 투자은행이 향후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5대 투자은행 중 3개는 이미 그 이름이 사라졌고, 1개는 인수설이 나돌고 있다. 마지막 남은 골드먼삭스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들의 몰락과 함께 상업은행의 화려한 부활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몇 개 투자은행은 사라져도, 투자은행의 기능은 세계화되어 가는 금융시장에서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20여 년간 이들 투자은행은 세계 각국의 가계, 기업, 정부 부문에 도매적인 자금조달 방법을 통해 유동성을 제공해 왔다. 이번 사태로 이들의 가격산정 능력이나 모럴해저드 등의 문제가 부각되기는 했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기능을 적절하게 담당하는 금융기관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굳어지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