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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외국환 평형기금이란?

<외평채 효과는 안정적 외환시장 관리 위해 발행>

기사입력 2009-04-12 20:35 / 한겨례 / 김경락 기자

국내기관들 국외채권 ‘지표’ 구실도

어느 나라에서나 환율 관리는 중요한 경제정책 사안입니다. 환율이 금융시장은 물론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선 더욱더 환율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이 때문에 나라마다 안정적인 환율 관리를 위해 공적 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외환 안정기금, 영국 외환 평형계정, 일본의 외국환 특별회계 등이 대표적이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1967년에 제정한 외국환관리법에 따라 외국환 평형기금을 한국은행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국환 평형기금은 원화 계정과 외화 계정 두 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환율 급등)엔 외화 계정에서 달러를 꺼내 국내 외환시장에 풀고, 반대로 원화 가치가 급등할 땐(환율 급락) 원화 계정에 들어 있는 원화로 외화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 안정을 꾀합니다.

이 기금이 부족할 때 발행하는 채권이 바로 외국환 평형기금 채권, 즉 외평채입니다. 기금이 두 개의 계정으로 나눠져 있듯이, 외평채 역시 상황에 따라 원화 표시(원화 조달용)나 외화 표시(외화 조달용)로 발행합니다. 발행은 기획재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진행합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선 주로 원화 표시 외평채가 발행됐습니다. 해마다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한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직간접 투자액이 늘어나면서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가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외화표시 외평채가 부각된 것은 다름 아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부터입니다.

외화 표시 외평채는 안정적인 외환시장 관리라는 목적 말고도 중요한 기능을 합니다. 바로 국내 기관의 국외 채권 발행의 지표 구실이죠. 국내 기관들은 외평채에 따라붙는 가산금리 수준을 통해 국제 자금시장 상황 등을 가늠합니다. 특히 외화 신용경색 상황에선 외화 표시 외평채 발행 성공 여부와 발행 조건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10억달러 상당의 외평채를 발행하려다 포기한 이후 수개월 동안 국내 기관의 국외 채권 발행이 중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9일 3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가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가산금리 4.0%, 4.375%포인트)으로 발행에 성공한 것은 오랜만에 날아든 반가운 소식입니다. 국내 금융시장을 옥죄던 달러 자금 경색이 완화된다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증시가 오름세로 화답한 것에서 이런 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