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 Articles

한일해저터널 논란 재점화

<‘한일해저터널 뚫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논란 재점화>

기사입력 2008-11-07 03:27 | 최종수정2008-11-07 09:55 / 동아일보 / 조용휘 기자



“동북아 통합 차원 추진” vs “일본만 혜택”

《한동안 잠잠하던 한일해저터널 건설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福岡) 시는 지난달 30일 공동으로 세미나를 열고 한일해저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같은 달 31일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김정권(김해시 갑) 의원이 한일해저터널 사업 타당성 검토 필요성을 묻자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하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이 한국 측 재계인사 15명과 도요타자동차 회장 등 일본의 주요 경제인 12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한일해저터널의 공동 연구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양국 간의 역사와 지정학적 환경, 동북아의 정치 및 경제 질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日후쿠오카市 공동 세미나서 필요성 제기

日 1980년대 본격 검토… 한국은 걸음마 수준


○ 어떻게 추진됐나

표면적으론 1981년 통일교 문선명 총재가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국제평화고속도로 건설 방안을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일본에서는 1983년 홋카이도(北海道)대 명예교수였던 사사야스오(佐佐保雄) 씨가 일한터널연구회를 설립해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연구회는 △정책·이념 △지형·지질 △설계시공 △환경·기상 등 4개 전문위원회를 두고 25년째 조사와 연구를 한 뒤 ‘터널 건설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86년부터 일한터널연구회가 터널의 시발점으로 제안한 일본 규슈(九州) 사가(佐賀) 현 북서부에 있는 도시인 가라쓰(唐津)에 탐사용 터널 건설공사를 시작해 현재 400m가량을 파 놓은 상태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의 출병지였다.

국내 일부 전문가는 일본이 1920년 대륙 진출 루트를 확보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처음 계획한 뒤 1939년부터 민관 합동으로 주도면밀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측은 2003년 한국교통연구원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건설교통부 발주를 받아 ‘한일해저터널 필요성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게 유일한 연구로 당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허남식 부산시장이 공식적으로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부산발전연구원(BDI)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이번 세미나에 이어 12월까지 1차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한일해저터널에 대한 한국 측의 조사연구는 현재 걸음마 단계다.

○ 검토 중인 노선은

일본 측은 거제∼가라쓰 2개 노선과 부산∼가라쓰 1개 노선 등 3개 잠정 안을 만들었다. 거제 구간 중 서측 구간을 1순위로 꼽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달 30일 한일터널연구회(2007년 설립)와 일한터널연구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한일터널과 동북아 통합교통망 구축’ 세미나에서 BDI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이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제안했다.

최 연구위원은 부산 강서지역에 국제복합터미널을 지어 해저터널을 연결하면 공항과 항만, 아시안하이웨이(AH), 중국횡단철도(TC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의 교통망과 연계할 수 있어 기존 일본 노선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일한터널연구회 후지하시 겐지(藤橋健次) 상임이사는 “한일해저터널은 일본 후쿠오카와 한국 부산을 잇는 것이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일해저터널 건설비용을 160조∼200조 원으로, 공사기간은 10년 내외로 전망하고 있다.


○ 뜨거운 논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숭실대 신장철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한일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및 유라시아 차원의 경제 통합과 지역공동체 구축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고 찬성했다.

한일터널연구회 고문인 허문도 전 통일원 장관은 “이는 양 국민 간 신뢰 구축 없이는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에 토목공학 이전에 마음·역사·문화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대 최열 교수는 “터널이 들어서면 일본은 수많은 나라와 육지로 연결되지만 한국은 일본밖에 연결되지 않아 공간적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동남권 경제를 일본이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우려했다.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일본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엄청나지만 한국의 피해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깊이 있는 연구와 국민적 합의 도출이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