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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Articles

4번째 간통죄 판결과 변천

<간통죄 가까스로 ‘또 합헌’>

기사입력 2008-10-30 18:13:02 / 경향신문 / 박영흠 기자

‘도덕적 비난행위 형벌 여부’ 팽팽히 맞서

헌법재판소가 간통죄에 대해 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90년, 1993년, 2001년에 이어 네 번째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탤런트 옥소리씨 등이 제기한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30일 결정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을, 4명이 합헌 의견을 내놓아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보다 1명 더 많았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3분의 2(6명) 이상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다. 1명 차이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이 난 것이다.


간통죄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가졌을 때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조항이다. 간통한 유부녀를 처벌하게 한 일제강점기 시절 형법이 시초다. 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남녀 모두를 처벌할 수 있게 바뀌며 자리를 잡았으나 위헌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핵심 쟁점은 개인의 도덕적 비난에 그칠 행위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은지다. 지난해 간통죄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한 한 판사는 이를 “법이 이불 안으로 들어와선 안된다”고 표현했다.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재판관은 “성에 대한 국민 일반의 법감정이 변하고 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위헌 의견을 내놓았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내놓은 김희옥 재판관도 “간통행위의 양상은 매우 다양한데, 도덕적 비난에 그칠 행위나 비난 가능성이 없는 행위까지 형벌권을 행사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반면 이강국 헌재 소장과 이공현·조대현 재판관은 “혼인관계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간통은 순수한 도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또 “선량한 성 도덕 수호 및 혼인과 가족제도 보장이라는 공익을 달성한다”며 간통죄 존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벌금형 등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징역형만 선고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과잉처벌’ 논란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송두환 재판관은 “간통은 행위에 따라 죄질이 현저하게 다른데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토록 한 것은 사안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가능성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므로 위헌”이라고 밝혔다.

민형기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내면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입법적 개선을 촉구했다. 반면 이 소장 등 3인의 재판관은 “징역형의 상한이 높지 않고 죄질이 가벼우면 선고유예할 수 있으므로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간통죄 폐지를 주장해온 쪽에서는 합헌 결정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위헌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높이 평가할 만한 큰 변화”라며 “합헌 결정이 아쉽기는 하지만 언젠가 폐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신상숙 선임연구원은 “위헌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나 여성의 의식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간통 혐의로 기소됐다가 위헌심판 신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일시 중단됐던 옥소리씨의 형사 재판은 합헌 결정으로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간통죄' 쟁점과 재판관 판단 스펙트럼>

기사입력 2008-10-30 16:56 | 최종수정2008-10-30 18:03 / 연합뉴스 / 성혜미 기자

헌법재판소가 30일 간통죄에 대해 네 번째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9명의 재판관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고 위헌 또는 합헌 판단을 내린 이유도 다양했다.

판단 쟁점은 크게 `간통죄 형사처벌 자체의 위헌성'과 `간통죄 처벌시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 점'으로 볼 수 있다.

◇이강국ㆍ이공현ㆍ조대현 재판관 = 이강국 소장을 비롯한 3명의 재판관은 형사처벌 자체와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 점 모두에 대해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간통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제한하지만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국가ㆍ사회의 기초를 이루는 가족생활의 초석인 혼인관계를 보호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간통이 사회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는 우리의 법의식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법정형으로 징역형(2년 이하)만 규정하고 있지만 상한이 높지 않고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어 지나치게 과중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민형기 재판관 = 간통죄의 형사처벌 자체에 대해서는 합헌 의견을 냈으나 일률적인 형벌 부과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개선을 촉구했다.

민 재판관은 "간통죄를 범죄로 처벌하는 자체는 입법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지만 구체적인 행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형벌을 부과하고 반사회적 성격이 미약한 사례까지 처벌하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입법자는 사회적 합의, 국민의 법의식 등을 실증적ㆍ종합적으로 고려해 개선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대ㆍ이동흡ㆍ목영준 재판관 = 이들은 간통죄 처벌 자체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성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이 변하고 있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세계적으로도 간통죄를 폐지하는 추세이고 일부일처제ㆍ성적 성실의무 보호 등에 실효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옥 재판관 =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김 재판관은 간통죄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 모든 행위에 대해 위헌 또는 합헌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서 제3의 의견을 냈다.

그는 "단순히 도덕적 비난에 그쳐야 할 행위나 비난 가능성이 없거나 근소한 행위에도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을 과잉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두환 재판관 = 간통죄 처벌 자체는 합헌이지만 징역형만 규정한 것은 위헌이라고 의견을 냈다.

송 재판관은 "간통 및 상간행위에는 죄질이 현저하게 다른 수많은 경우가 존재하는데 반드시 징역형으로만 응징하도록 한 것은 책임과 형벌 간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재의 역대 간통죄 관련 판결>

기사입력 2008-10-30 17:48 / 뉴시스 / 나경수 기자

▲1990년 헌재 전원재판부 6대3으로 "공공생활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며 간통죄 합헌 판시

▲1993년 전원재판부 6대3으로 "사회 환경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간통죄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가정파탄의 예방장치로써 여전히 존치할 필요가 있다"며 합헌 판결

▲2001년 시대변화로 위헌 결정에 대한 기대감 높아졌으나 8대1로 오히려 간통죄 옹호 의견 강화됨

단, "민사상의 책임 이외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합당한지, 인신을 구속하는 자유형과 그렇지 않은 벌금형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는 입법권자의 자유에 속한다"며 결정 유보. 또 "해외추세와 사생활에 대한 법 개입 논란, 간통죄 악용 사례, 국가 형벌로서의 기능 약화 등을 고려할 때 입법부는 간통죄 폐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국회에 권고

▲2005년 통합민주당 염동연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 간통죄 조항을 삭제한 형법 및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 국회에 제출

▲2007년 간통죄 1심 실형 비율 매년 감소, 2001년 30%에서 2007년 6%로 떨어짐

▲2008년 2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조민석 판사, 옥소리의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 신청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조 판사는 위헌제청 결정문을 통해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할 때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를 명백히 제한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부작용은 명백한 반면 이혼율 저하 효과는 의심스러워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

▲2008년 10월30일 "형법 241조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법정형도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 등을 위배한 과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합헌 결정


<`간통죄' 헌재 결정 어떻게 변했나>

기사입력 2008-10-30 15:15 | 최종수정2008-10-30 15:18 / 연합뉴스 / 성혜미 기자

헌법재판소는 30일 간통죄에 대해 네 번째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1990년대에는 재판관 전체 9명 중 6대 3으로, 2001년에는 8대 1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날 결정에서는 위헌(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으나 위헌결정을 위한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가까스로 합헌결정이 났다.

◇1990년 9월10일 = 당시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변정수 재판관)는 6대 3으로 합헌결정을 내렸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간통죄 규정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틀림없으나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공동체 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 유지, 부부간의 성적 성실 의무 수호 및 간통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해악의 예방을 위해 간통죄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병채ㆍ이시윤 재판관은 "간통죄에 징역형만 둔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난다. 간통죄보다 선량한 풍속을 더 크게 해치고 혐오감이 크다고 할 근친상간, 동성간의 성교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위헌의견을 냈다.

김양균 재판관은 "간통죄는 사생활 은폐권이라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해 원칙적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었다.

◇1993년 3월11일 = 헌재 전원재판부는 부산지법이 제청한 간통죄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1990년 9월10일 합헌결정한 판례를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1990년 간통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41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는데 이를 다시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 변경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아 그 결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판시 이유(보충의견ㆍ반대의견 포함)를 이 사건에 인용한다"고 밝혔다.

◇2001년 10월25일 = 당시 전원재판부(주심 김경일 재판관)는 8대 1로 합헌결정을 내리는 대신 간통죄 폐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간통죄를 폐지하는 해외 추세나 성 의식 변화에 따라 규범력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 고유의 정절 관념이나 도덕기준에 미뤄 간통죄에 부정적인 국민의 법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해외 추세와 사생활에 대한 법 개입 논란, 간통죄 악용 사례, 국가 형벌로서의 기능 약화, 가정이나 여성 보호를 위한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을 고려할 때 입법부는 간통죄 폐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헌 의견을 낸 권성 재판관은 "간통죄의 처벌은 원래 유부녀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유부녀의 간통은 윤리적 비난의 대상이지 국가가 형벌로 다스려야 할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08년 10월30일 =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간통죄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의견을 내놓았다.

김종대ㆍ이동흡ㆍ목영준 재판관은 `간통 및 상간행위의 형사처벌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송두환 재판관은 `형사처벌 자체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징역형만 법정형으로 둔 것은 과중하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냈다.

또 김희옥 재판관은 "간통행위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 모든 행위에 대해 위헌 또는 합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일부 비난 가능성이 없는 행위 유형까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