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회설명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유희영)에서 7월 18일부터 8월 23일까지 개최되는 <반응하는 눈: 디지털 스펙트럼>展은 ‘보는 것’, 즉 ‘시지각적 인식’을 주제로 1960년대 등장한 옵아트의 양상을 동시대 미디어 환경에서 새롭게 바라보며, 다채롭게 전개되는 시지각적 체험을 관객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느끼게끔 하는 전시로, 미술을 유희적 차원에서 경험시키며, 동시에 과학적, 철학적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전통적으로 시각예술의 영역을 지배해 온 인간의 “눈”은 각 시대별로 수많은 예술가, 과학자, 철학자들에게 우주만큼 신비로운 세계로 여겨지며 끝없는 연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 결과, 시각과 지각에 관한 현상들은 시대가 바뀌어 감에 따라 빛, 환영, 원근법, 원본과 복제 등 다양한 차원에서 관념적 발전을 거듭하며 미술의 양식적 변화와 미학적 담론 형성에 근거가 되었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에 주된 모티프로 작용하였다. 미술사에서 대표적으로 눈의 반응에 대한 고찰에 집중했던 20세기 중반에 와서는 전 세계 작가들이 이 ‘시각적 인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장 심도 있게 접근한 바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옵아트 (Optical Art)’라는 하나의 미술사조로 등장했다. 또한, 이때부터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주체에서 작품의 일부가 되어 신체적이며 심리적인 공간을 점유하기 시작하였다. 옵아트가 비록 착시를 이용한 시각적 놀이로 일부 평가 절하된 점이 있지만, 이와 같은 옵아트의 특성들은 뉴미디어아트 등 예술작품이 과학적 지식과 결합된 이후 동시대미술의 다른 장르들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과였다. 이 전시는 이러한 20세기 중반 옵아트의 특성들을 차용하거나 적용한 동시대미술의 면면을 살펴보며, 오늘날 미디어 환경에서 더욱 다채롭게 전개된 시지각적 인식의 양상들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선보이게 된다.
디지털 시대 시각예술, 20세기 옵아트와 어떻게 다른가?
이 전시는 기본적으로 시각예술의 지각적/인지적 측면에 입각한 착시현상이나 환영의 차원을 다루고 있지만, 미술사적 흐름 속에 위치한 ‘옵아트’ 영역에 속하거나 그 연장선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분명한 차별 점을 두고 있다. 무엇이 옵아트와 다른가? 그것은 옵아트가 철저히 시각적인 효과와 지각현상에 집중했다면, 이 전시에서 보여 지는 작업들은 그러한 시지각적 체험의 형식적 측면 아래로 시대적 내러티브를 보다 강하게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 그 어느 때보다 시각적 이미지들이 범람하고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실재(the real)’에 대한 의미는 더 이상 고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영상미디어와 소프트 개발의 결과로서 인간은 예전의 환영과는 전혀 다른, 현실세계를 능가할 만큼의 공간적 폭과 구체성을 지닌 가상공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 전시에서 동시대예술가들은 때로는 과학자처럼, 때로는 연금술사처럼 수많은 시각적 퍼즐들과 마법과 같은 눈속임 장치들을 이용해 환상의 공간을 창출하며 관람객들로 하여금 시지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판타지의 세계를 경험시킨다. 이것은 오늘날 컴퓨터가 주도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지각과 의미를 찾아 떠도는 우리의 눈이 보고자 하는 것이며, 더 이상 절대적 믿음이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최근의 철학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이 전시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유일하고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관람객들이 유연한 시각과 인식을 깨우쳐 현재 자신의 패러다임을 점검하고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 참여 작가 : 강선미 고낙범 구자영 곽남신 권대훈 김기훈 김민정 김순희 김태곤 나인주 리 경 손 석 오정선 윤영석 이용덕 이정승원 이주용 이지은 이창원 임정은 조병왕 탐 리 홍성철 Jason Salavon Claude Closky 등 총 2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