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로 한 통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지난 5년간 전국의 극장에서 입회인으로 활동해온 청년진보영화사 이동수 대표의 이메일이었다. 입회인이란 배급사에 고용되어 극장의 관객 수 집계가 정확히 이루어지는 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 이들이다. 그는 이메일에서 "지방 극장들의 할인남발로 인해 영화계 전체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며 전국의 극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할인제도를 모두 열거했다. 영화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가진 입회인의 입장에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3월 30일,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 극장의 할인제도가 영화계의 수익구조에 끼친 영향에 대해 자세한 상황을 들어봤다
- 입회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가.
= 흔히 극장의 관객 수 집계가 정확히 이루어지는 지 체크하는 일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이고 각 배급사에서 뿌리는 예고편과 전단이 제대로 돌아가는 지를 확인하고, 극장 쪽에서 부정한 표를 흘리지는 않는지 살피는 일도 포함된다. 전반적으로 영화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임무라고 보면 된다.
- 극장 쪽의 할인제도가 영화계 전반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 이동통신사의 멤버십 할인은 문제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이통사 할인이 없어지면서 극장 쪽에서 자체적으로 할인을 시도했고, 이게 영화사의 수익을 감소시키고 있다. 현재 호남지역에서 개봉되는 영화들은 총 관객 수와 수입을 정산했을 때, 5000원 정도의 단가가 나온다. 지난해 개봉한 A영화의 경우 같은 지역의 평균단가가 6000원 정도로 나온 걸 볼 때, 천원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 수가 10만, 20만이 들었을 경우, 총 수익은 몇 억씩 차이가 나게 된다. 게다가 단지 그 영화 한편이 아니라, 일주일 동안 극장에서 걸리는 모든 영화의 총 단가를 생각해 보면 영화계 전체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4,5편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이런 할인제도가 줄어들면 영화 한편의 제작비도 뽑아낼 수 있다.
- 할인 된 차액은 극장 쪽에서 부담하는 게 아닌가.
= 아니다. 영화사나 배급사 쪽에서 부담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박스오피스는 관객 수로 집계된다. 배급사 쪽에서도 관객 수만 체크할 뿐, 정산할 때 까지는 부금의 차이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또 전체적인 관객 수 대비 단가를 체크할 수는 있어도 특정지역의 단가를 정산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멀티플렉스 체인을 갖고 있는 배급사의 경우에는 자사 극장에서 할인을 하니까 크게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극장 쪽에 돌아가는 이익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 같은데.
= 부가수익 때문이다. 극장으로 돌아가는 수익은 부금수익 보다도 매점수익이 더 크다. 할인된 차액도 영화사가 부담하는 상황에서, 극장에 관객이 더 많이 들면 들수록 매점수익도 늘어나는 것이다. 관객입장에서 볼 때 일반 입장료가 7000원인 경우, 4000원으로 영화를 보면 3000원은 공돈이라는 인식이 생긴다. 그럼 그 돈으로 매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한 지방 같은 경우는 반경 1km안에 극장들이 모여 있는 것도 이유가 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브랜드가 있는 체인인 경우에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극장은 각종 이벤트를 통한 할인제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 개인사업자의 극장은 그렇다 쳐도 멀티플렉스 극장은 본사에서 통제하지 않나.
= 말하자면 은행지점같은 체제다. 각 극장마다 고유한 권한을 주는 것 같다. 모 멀티플렉스 체인은 다 점장체제다. 각 체인에서 최대한 수익을 내고 경쟁하는 것이다.
- 극장의 자체적인 할인제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
= 이벤트나 각종 카드할인이 제일 많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호남지역에서 가장 많다. 일주일 내내 이벤트를 하면서 4000원에 영화를 보게끔 하는 극장도 있다. 또 2명이 갔을 때, 1명은 무료고 다른 1명은 4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초대권을 남발하기도 한다. 광주의 경우에는 빛고을 카드를 가져와서 보여주면 바로 2000원을 할인해 준다. 빛고을 카드는 그냥 누구나 갖고 다니는 교통카드다. 서울은 각 배급사의 눈에 띄기 쉽기 때문에 거의 없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행하는 것 같다. 지방의 경우에는 극장이 처음 들어설 때 마다 홍보를 위해 무료초대권을 뿌리는 경우도 많다.
- 이런 할인제도가 관행처럼 되어온 이유는 무엇인가.
= 배급사와 입회사가 모두 책임이 있다. 입회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영화사의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인데, 그런 데에는 소홀히 한 채 단가를 싸게 해서 거래처 늘리는 데에만 신경써왔다. 배급사에서는 입회사를 선정할 때, 영화사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를 하느냐 보다 우선 단가가 싼 회사를 고르려고 한다. 말하자면 양쪽 모두 입회라는 역할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대박영화가 아닐 경우, 영화사 쪽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 감소를 감수하는 측면이 있다. 작은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에서는 극장 측에 할인을 못하도록 하기가 힘들다. 할인 못하게 할 때는 안 걸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 배급사에 따라 다르지 않나. 중소규모의 배급사는 타격을 감수하겠지만, 대규모의 배급사는 또 다를 것 같은데.
= 현재 우리가 거래하는 배급사에서는 이런 할인제도를 막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A영화의 경우도 첫 개봉후 2주 동안 할인을 막아서 12억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아무리 규모가 큰 배급사라고 해도 혼자서 밀어붙이는 건 힘들다. 모든 배급사에서 함께 문제를 인식한다면 극장 쪽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이게 장기적으로 보면 극장의 수익도 늘어나는 것이다. 또한 관객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무조건 할인을 막기 보다는 현재 한국영화의 수익구조가 어떻고, 얼마나 적자를 보고 있고, 할인제도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 통합전산망이 안정화되면 달라지지 않을까.
= 우리 입회인들도 변화해야 하는 시점임에는 확실하다. 하지만 지금도 통합전산망에 가입된 몇몇 극장은 2000원짜리 표를 3장 받아서 6000원으로 환산해서 올리는 경우가 많다. 또는 2명의 관객이 오면 한 장은 전산망에 올라가는 티켓을 끊고, 한 장은 손으로 써서 주기도 한다. 그 한 장분의 금액은 극장 쪽이 가져가는 것이다. 전산망이 안정화 된 후에도 입회인은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더 고급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입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 직장을 구하던 중에 배급사에서 일하던 한 친구가 나에게 추천했다. 모든 부금수입은 영화로 투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입회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별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웃음) 나름 지난 5년간 열심히 일한 것 같다. 기존의 인맥도 없었고, 오직 일로만 승부를 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급사들이 입회의 역할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쉽지는 않다. 수익이 많아지면, 입회의 역할은 쳐주지 않고 영화 자체의 경쟁력으로만 평가한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인식이 있는 배급사에서는 조금씩 입회의 역할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