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합의…李 대통령에도 인수인계”…靑 “금시초문”
기사입력 2008-006-18 11:07 / 헤럴드경제 / 신창훈ㆍ최재원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말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뿐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과 형평을 맞추기로 구두합의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구두합의 사실을 들은 바 없다거나 전 정권이 견지한 구체적인 수입조건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해, 논란이 예상된다.
통합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17일 오후 헤럴드경제 기자와 만나 “지난 3일 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한ㆍ미 FTA를 체결하기 전에 미국 쪽에서 쇠고기 문제 전진 없이는 한국과의 FTA에 서명하기 어렵다고 해, 그 얘길 듣고 나서 바로 전화통화를 했다’면서 구두합의가 있었음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OIE 기준뿐만 아니라 일본 등 주변국의 개방 수준과 형평을 맞춰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30개월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다른 관계자들은 “노 전 대통령은 ‘부시와 두 가지 기준을 합의했다. 일본과 수입 기준을 맞춘다. 살코기만 수입한다. 다만 뼈가 있는 고기는 LA갈비만 수입한다는 내용을 구두합의했다’는 내용을 김 의원에게 설명했으며, 김 의원은 나중에 이를 몇몇 당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한ㆍ미 FTA에 대한 미국 의회의 비준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쇠고기 수입 협상은 먼저 하면 안 되고 미국 의회가 비준안을 상정하기 바로 전에 체결하기로 했다. 이 모든 내용을 이 대통령에 전달했다”면서 협상 결과에 아쉬움을 크게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측은 노 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이 같은 구두합의를 성사시킨 시점이 한ㆍ미 FTA가 체결되기 나흘 전인 지난해 3월 29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구두합의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만남도 정부 출범 이전의 일이라 현재의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청와대 수석실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18일 청와대 관저에서 이 대통령 당선인과 만난 자리에서 ‘쇠고기 협상은 다 됐다. 다만 한ㆍ미 FTA와 관련해 자동차 문제를 카드로 남겨놨다’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구두합의 얘기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정권따라 바뀐 기준이 문제 新-舊정권‘진실게임’비화>
기사입력 2008-06-18 16:24 / 헤럴드경제 / 최재원기자
쇠고기 협상’구두합의 논란
MB-부시 협조약속 불구
협상팀‘사후 약방문’진통
현재 진행 중인 한국과 미국 간 쇠고기 추가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당초 노무현 정부가 미국 측과 논의했던 ‘일본 수준의 수입조건’과는 달리 새 정부가 한국에 다소 불리하게 협상을 마무리지은 것이라는 데 이견이 별로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8일 새벽(한국시간) 3차 장관급 협상을 벌였지만 30개월 이상 월령의 쇠고기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론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진통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사후약방문’ 격 추가 협상이 진통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 정부가 일관성을 갖고 견지했어야 할 수입기준이 정권이 바뀜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중에 쇠고기 문제를 매듭지었어야 작금의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뜨거운 감자’를 다음 정권에 넘긴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참여정부 말기에 진행되는 사안으로 임기 만료 전에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새 정부가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미국 내 한.미 FTA 비준 기류를 지켜보며 다소 여유있게 대처했더라면 작금의 난맥상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목할 대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구두로 합의했다는 ▷일본 수준의 수입조건 ▷살코기만 수입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 등 내용을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제대로 전달됐는지 여부다. 노 대통령 측은 이를 전달했다고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인수위 시절의 일이라 잘 알지 못한다”거나 “쇠고기 협상은 다 됐다. 다만 한.미 FTA와 관련, 자동차 문제를 카드로 남겨 놨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구체적인 미국산 쇠고기 교역조건에 대해 전달받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합의사안 전달 여부가 전.현직 정권 간 진실게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 같은 ‘구두 합의사항’이 전달됐음에도 이미 인수위 시절부터 미국 육류협회 관계자 등의 쇠고기 전면적 개방 요구에 정권 인수 담당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결국 새 정부의 ‘졸속협상’으로 이어졌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처능력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기 어려운 형국은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추가 협상 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음에도 김 본부장이 미국에 도착한 즉시 미 행정부와 의회에서는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가 이어져 협상이 진통 속에 진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18일 3차 회담 직전 “국민적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열심히 협상에 임하겠다”던 김 본부장은 협상이 끝난 뒤에는 “내일 다시 하기로 했다”는 말만 남기고 협상장을 떠났다.
김 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묻는 질문에 “예약은 여러 가지를 해놨다. 갈아입을 옷도 가져왔다”고 말해 협상 장기화에도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시간이 많이 걸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민의 오해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한.미동맹에 해악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측으로서도 한국민을 안심시킬 만한 대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