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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클래식 / Classical

J.S. Bach(바흐) Goldberg Variation BWV 988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의 가장 매력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흔히 바흐는 딱딱하고 어려우며 뭔가 고루한 느낌의 음악인 것 같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아름다움, 특히 주제곡인 아리아의 단순하면서도 명상적인 선율속에 숨어있는 무한한 아름다움을 한번 맛보게 되면 이와 같은 편견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인간이 만들어낸 변주곡 중에서 이와같은 위대한 작품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한 대답은 매우 회의적이다. 그 누구도 단순한 아리아 한곡을 바탕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며 변화무쌍한 작품을 만들어 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바흐의 다른 곡을 모두 없애버리고 이 한 곡만 남겨둔다 하더라도 그의 이름은 음악사에서 여전히 불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의 아름다움에 심취하고 그 다양한 변화의 조화로움에 감탄하였던가.

 음악학자 가이링거 (K. Geiringer)는 바흐가 이 변주곡에서 클라비어 음악의 여러 가지 분야를 총결산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거대한 작품은 작곡자의 끝없는 상상력과 최고의 기술적 수완이 발휘된 작품으로서, 18세기의 클라비어 변주곡 중 이와 견줄만한 것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곡과 에피소드

 이 곡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고 불리어지게 된 에피소드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1802년에 포르켈이라는 사람이 펴낸 바흐의 전기속에 이 작품의 작곡경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바흐가 지내던 드레스덴 주재의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제를링크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골드베르크라는 쳄발로 연주자를 고용하여 그가 잠들때까지 밤마다 옆방에서 쳄발로를 연주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의 불면증은 점점 더 심해져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된 백작은 그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바흐에게 밤에 들을 음악을 작곡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요청을 받아 작곡된 것이 바로 이 변주곡이다. 카이제를링크 백작은 이 곡에 몹시 흡족해서 '나의 변주곡'이라 불렀고 잠이 오지 않을때마다 골드베르크를 불러서 '나의 변주곡'을 연주해달라고 하곤 했다. 백작은 이곡에 대한 사례로 급잔에 금화를 바흐에게 가득담아 사례하였으며 이는 바흐의 1년 월급을 웃도는 금액으로서 바흐가 평생 받았던 사례비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
라고 말하면서 포르켈은 이 에피소드를 끝맺고 있다.

 이 곡은 이러한 약간은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널리 알려져 왔지만 그 신빙성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변주곡이 출판된 것은 1742년 경이며 작곡시기는 1740년 경으로 추정된다. 이때는 골드베르크의 나이가 불과 13세의 어린 소년이었으며, 과연 바흐가 13세의 소년을 위해 이런 복잡한 곡을 작곡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게 된다. 게다가 1742년의 출판본에는 거액의 사례비를 주었다는 카이제를링크 백작에 대한 헌정사나 감사문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과연 기존의 에피소드가 사실일까 하는 의문은 더욱 깊어진다.

 카이제를링크는 바흐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람이었으며 바흐가 궁정작곡가의 직함을 가지게 되는데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바흐는 38세에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 (합창장) 로 부임하여 65세에 사망할 때까지 이 직위에 있었다. 이 자리는 여러 가지로 교회당국과의 마찰이 심한 자리였으며 곧은 성미에 주변성이 없는 바흐로서는 시의원들이나 목사들과의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라이프찌히의 통치자인 작센 선거후에게서 1736년 11월에 '폴란드왕 겸 작센 선거후 궁정작곡가' 라는 직함을 수여받게 되어 시의 고위층 인사들과의 접촉시 매우 유리한 입장이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 바로 카이제를링크 백작이었다. 바흐는 평소 그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번은 새로 제작된 쳄발로의 성능을 시험하는 자리에서 바흐가 자신이 작곡한 변주곡 전곡을 연주하였었고 카이제를링크 백작은 그 곡을 매우 칭찬하였다고 한다. 이에 바흐는 이 곡이 출판되면 한 권을 보내드리겠다고 말하였다는데, 아마도 이 일화와 평소 두사람의 친분을 바탕으로 하여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에피소드가 각색되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최근의 이론이다.

구성

 이 변주곡은 장중하면서도 아름답고 명상적인 사라방드 스타일의 G장조 주제와 그에 이어지는 30곡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리아'라고 이름 붙여진 G장조 4분의 4박자의 주제곡은 1725년에 작곡된 '안나 막달레나 바흐를 위한 클라비어 소곡집'에 실려있는 '사라방드'에서 취해진 것이다. (이 모음곡에는 영화 '접속'에 인용되어 유명한 '미뉴에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어지는 30개의 변주곡 중에서 세 곡은 G단조이고 나머지는 모두 G장조이다. 각각의 변주곡은 32마디의 저음부를 공유하면서 이것이 다양하게 변주되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멜로디 라인이 저음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구사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아리아의 선율보다는 베이스 라인에서 변주의 소재를 취함으로써 각 변주의 멜로디나 곡의 형식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바흐는 이 곡에서 사라방드, 푸가, 토카타, 트리오 소나타, 코랄, 아리아 등의 여러 가지 형태의 곡들을 자유롭게 배열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여러 곡들이 무작위로 배열된 것이 아니라 세곡 단위로 묶여져 있으며 각 묶음의 첫곡은 항상 카논 (돌림노래형식의 일종) 형식인데, 이 각각의 카논들은 한 음정씩 증가하는 규칙으로 배열되어 있다. (3변주: 1도 카논, 6변주: 2도 카논, 9변주: 3도 카논,...,27변주: 9도 카논). 그리고, 마지막 제 30변주에는 그 당시 유행하던 민요 두곡의 멜로디가 인용되어 있는데, 이 곡의 가사내용은 '나는 오랫동안 너로부터 멀어져 있었다. 돌아오라,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다오'라는 내용이다. 이 마지막 변주가 끝나면 다시 처음과 동일한 아리아가 반복되는데, 이는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간청에 못이겨 아리아가 다시 나타나는 것 같은 재미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바흐는 이와같은 음악의 구조내에서의 수학적인 질서를 매우 중요시 하였는데, 골드베르그 변주곡 뿐만 아니라 B단조 미사나 마태 수난곡등의 대곡에서도 아주 정교한 수학적 규칙에 따라 음악이 구성되어 있어서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물론 이 곡은 갖가지 수수께끼와 많은 일화들을 간직하고 있으나 우리는 거기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단순함 속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함과 다채로움, 그리고 무한한 생명력, 음으로 이루어지는 정신세계의 위대함, 이러한 것들이 이 곡에 숨어있는 진정 위대한 보물들이며 바흐 음악의 진면목이 이 한곡에 집대성 되어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밤이 다가오는 7월에 골드베르그 변주곡의 무한한 아름다움 속으로 푹 잠기는 것도 우리 영혼의 좋은 휴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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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alyn Tureck,1988

 투렉여사는 바흐의 건반악기 작품 연주에 있어서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인물이다. 비록 굴드의 독창적인 바흐 연주가 강렬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나 굴드 자신도 투렉의 바흐 연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투렉은 이 분야에 독보적인 인물이다. 그는 일평생을 바흐 작품의 연구에 바쳤으며 쳄발로 연주 및 오케스트라와 합창지휘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그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은 매우 독특한 것으로서 바흐 작품의 음악적 구조를 더욱 명료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개발해 낸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쳄발로 연주에도 몰두하였는데, 당시 프랑스의 음악잡지에서는 이를 두고 "란도프스카 이후 가장 권위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라고 평가하였다.

 투렉은 젊은 시절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골드베르그 변주곡을 녹음하였으나 젊은 시절의 녹음은 현재로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연주는 1988년의 녹음으로서 나이와 음악적 기량 모두 완숙의 단계에 이미 도달한 시점에서 내놓은 작품이다. 투렉은 이 연주에서 골드베르그 변주곡이 가지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는데, 이는 굴드조차도 이루어내지 못한 위대한 업적이다. 또한 곡 전체에 깃들어 있는 사색과 우수어린 해석은 이 곡의 품격을 한층 더 높여주고 있다. 느릿하고 차분하게 시작하는 아리아에서부터 비범함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각각의 변주들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이끌어 나간다.

 10년뒤에 DG에서 발매된 새로운 녹음과 비교해서 해석의 차이는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세부적인 처리에서 이 연주가 훨씬 생동감 있고 역동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춘다면 DG의 녹음보다는 이 연주에 더욱 호감을 가질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투렉이 추구하였던 것이 무엇인가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것이 음의 흐름속에 깃든 무한하고 광대한 영혼의 세계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DG의 녹음이 보다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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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n Gould 1982

 너무나도 유명한 음반이 되어서 새삼 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이제는 식상해버린 느낌마저 준다. 굴드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음반은 모두 6종이 발매되었으나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고 인기 또한 높은 것이 바로 이 음반이다. 굴드는 골드베르그 변주곡으로 데뷔하여 골드베르그 변주곡 녹음으로 음악인생을 마감하였으니 이 음반은 그의 백조의 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컬트'라는 표현을 아시는지? 컬트란 대중적 인기는 없으나 소수의 애호가들에게는 광적인 인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가장 컬트적인 클래식 연주가를 꼽으라면 그 대표주자로 굴드를 첫손에 꼽는다. (사실, 그는 '컬트'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애호가를 확보하고 있기는 하다.) 그의 독특한 탱글거리는 아티큘레이션과 강렬한 액센트, 생동감 넘치는 리듬처리와 일반인들이 상상하지 못할 파격적인 해석 등은 전통적인 바흐 해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한곡 한곡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생명력으로 감상자의 가슴에 다가오는 마력을 지니기도 한다.

 때때로 지나치게 개성적인 표현 때문에 이질적이고 변태적이기까지 한 연주를 들려줄 때도 있으나 (특히 그의 모차르트 연주들) 적어도 바흐에 있어서만은 이러한 외도가 오히려 독특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개성적인 그의 연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쳐 이제 바흐에 있어서 굴드는 '대중적인 컬트'연주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이 연주는 "음으로 표현된 한편의 드라마" 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극적이고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다. 그의 창조적인 개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바흐에 의해 작곡되고 굴드에 의해 새롭게 재창조된 변주곡이라 불러야 할 정도이며,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이 연주를 "굴드베르그 변주곡" 이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한다.

 이제 이 음반은 너무나 유명해져 여기에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더 이상 필요없는 사족이 될 것 같다. 다만 굴드의 연주가 너무나 깊은 사색의 심연속으로 사람을 끌고 가기 때문에 과연 이것이 골드베르그 변주곡 본연의 모습이 맞을까 하는 의구심은 항상 남아있게 된다.




보너스..Angel Hewi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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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Gould와 2000년 Perahia은 요청시 올리겠습니다.

출처  http://www.goclassic.co.kr |작성자 최모